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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인플루언서 관리

“우리 회사엔 ‘SNS 가이드 라인’ 있나요?”

탁종연 ,조재호 | 310호 (2020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내세워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났다. 이들의 활동이 기업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좋은 통로가 되지만 때론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조직원이 ‘부업’에 더 시간을 많이 쏟는 바람에 회사 업무를 소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는 문제가 생겼을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회사 내부 규칙은 물론, 조직원들과 기업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활동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 인사관리자들은 사전적 방지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직원을 교육하고 관리해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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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인플루언서’를 다루는 것은 여전히 기업에선 다소 생경한 이슈다. 새롭게 등장한 관리 사안이다 보니 기업에서도 현명한 대응 방안을 찾기 어렵다. 모른 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금지하기도 어렵다. 이 글에서는 직장인 인플루언서들이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이들의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와 한계를 분석함으로써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인플루언서 활동상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인플루언서가 기업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증권 분야 스타 인플루언서인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비롯해 주식 종목 분석 및 경제 전망을 하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염승환 차장, 시 홍보는 물론 지역특산물 판매까지 앞장서는 충북 충주시청 홍보담당관실의 김선태 주무관, 그리고 직장 생활과 면접 과정 등을 브이로그로 재미있게 알려주는 ‘SK 스키노맨’ 같은 이들이 조직에 보탬이 되는 인재들이다. 사실 내부 직원을 회사 공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게 하는 것이 외부 인플루언서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주는 것보다 비용도 절약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심지어 교육부에서는 교사들에게 교육 관련 유튜브 활동을 권장한다. 지난해 교육부는 복무지침을 마련해 교사들이 자기주도적 학습 지원과 학생 교육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공익적 성격이므로 장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사들의 교육 관련 활동이 나쁠 게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인플루언서 또는 지망생들의 활동은 회사와 무관하다. 소위 ‘부캐’로 회사와 관계없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다. 건설회사 직원이 영화 해설이나 ‘먹방’을 하고, 식품회사 직원이 뷰티나 게임 채널을 운영하는 것처럼 개인의 관심 분야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권장할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직원들이 자아실현을 위해 취미생활로 하는 것을 제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인플루언서 활동이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예도 없지 않음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속 기업이 알려진 상태에서 정치적, 종교적 또는 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S은행 여성 행원이 유튜브에서 직장 문화를 비꼬다가 인사 경고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인사관리 차원에서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인기를 끌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므로 근무 중에 이런 활동을 할 개연성이 있다. 근무 외 시간에 한다 해도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구독자 90만을 자랑하는 경제 유튜버 슈카도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유튜브 활동을 하다가 하나에만 전념하라는 말을 듣고 퇴사했다고 한다. 구독자 23만의 경제 유튜버 돌디도 삼성전자에서 일하며 활동하다 비슷한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겸업의 문제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승렬 연구팀이 지난해 1인 크리에이터로 등록된 250명을 조사한 결과, 전업으로 하는 사람의 수입은 월 536만 원, 부업으로 하는 유튜버의 수입은 월 333만 원, 취미로 하는 사람은 월 114만 원에 달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는 광고와 후원금 등으로 억대의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데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면 회사 업무를 부업쯤으로 여길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사내 인플루언서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까? 무작정 모든 소셜네트워크 활동을 제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회사와 직원은 근로계약 관계일 뿐이므로 직원의 모든 활동을 통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일단 법률적 관점에 한정해 인플루언서 활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보자.

법률적인 관점에서 개인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권을 가진다. 근로자가 인플루언서 활동으로 수입을 얻는다면 이는 헌법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에 근거한 것이고, 수입을 얻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일반적인 행동 자유권이 인플루언서 활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근로시간 외에 인플루언서 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개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되므로 회사에서 인플루언서 활동을 무조건 금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근로자 역시 근로계약 관계에 따라 회사에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무제한적인 인플루언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계약의 가장 주된 내용은 근로자의 노무 제공과 사용자의 임금 지급이지만 그 외 부수적인 의무도 인정된다. 사용자는 인격 배려 의무, 안전 배려 의무 등을 부담하고 근로자는 사업장 질서의 준수 의무, 비밀 유지 의무, 겸업 금지 의무 등 성실의무를 부담한다. 근로자의 인플루언서 활동이 성실의무에 위반되면 인플루언서 활동의 자유만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상당수 회사에서 취업 규칙에 겸직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설사 취업 규칙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상 성실의무에 따라 인플루언서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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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근무시간에 개인적인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거나 그 활동으로 인해 근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그 자체로 근로계약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노무 제공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밤늦게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느라 업무 수행에 영향이 있다면 성실의무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에 회사의 영업 비밀이나 기타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에는 비밀 유지 의무 위반이 될 수 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회사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면 이 역시 성실의무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

근로자가 성실의무를 어기면 근로계약 위반이 된다. 근로자의 인플루언서 활동으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생기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으며, 기업 질서를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징계, 심한 경우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징계나 해고를 하려면 인플루언서 활동으로 인해 기업 질서가 실제로 침해됐는지를 살펴 그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잘못된 인플루언서 활동에 대해 회사가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취업 규칙에 업무시간 외에 활동을 징계 사유로 정하는 겸직 제한 규정을 두었더라도 그러한 취업 규칙을 위반한 것이 곧바로 징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근무시간 외의 인플루언서 활동 금지는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 등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의 인플루언서 활동으로 인해 근무 성적이 현저히 불량하게 되는 등 본래 업무에 구체적인 지장이 발생했다면 이를 이유로 징계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인플루언서 활동 과정에서 근로자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회사의 이미지나 신용이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기업 질서가 침해된 것으로 보아 징계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회사의 영업 비밀을 유출하거나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다면 징계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로 인해 사회 통념상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가 된다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사후 대처 방안이다. 핵심은 위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부캐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를 빼앗지 않으면서 회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각 회사에서는 활동과 관련한 취업 규칙 또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이미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에서는 유튜브 활동과 관련한 소셜미디어 규칙 등을 담은 ‘SNS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 담아야 할 핵심 내용으로 ① 회사에 사전에 활동을 고지할 것, ② 근무시간 내에 하지 말 것, ③ 회사 소속을 알리거나 회사의 사무 공간이나 비품 등을 노출해 간접적으로 알리지 말 것, ④ 회사 자산, 영업 비밀 등을 노출하거나 활용하지 않을 것, ⑤ 종교, 사회, 성, 인종과 민족 등에 대한 차별 또는 비하 발언을 하거나 직원으로서 품위를 해치지 말 것 등이 될 것이다. 또한 ⑥ 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월급의 일정 수준을 넘어설 때는 회사에 알리는 것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월급을 넘어서는 수입을 벌기 시작하면 회사 업무에 소홀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활동 시간과 빈도를 회사와 상의해 조정하도록 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결국,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직원 개인의 사생활과 회사 생활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사 간에 상호 배려를 하자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후에는 직원들에게 사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활동을 시작할 때는 가이드라인에 나온 내용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서명을 받아놓으면 좋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 소셜미디어 활동을 둘러싼 혼란도 뉴미디어 시대의 일시적 아노미 상태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개인이 미디어에 맞먹는 영향력을 갖는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던가? 합리적인 기준이 정착되면 이런 일시적 혼선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탁종연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범죄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30여 년간 경찰, 범죄학자, 법무법인의 전문위원으로서 다양한 범죄 사건을 다뤘다. 최근에는 기업탐정센터에서 사기, 횡령, 배임,영업 비밀 유출, 사내 폭력 등 여러 기업의 위기 요인을 발굴, 예방, 처리하는 방법을 컨설팅하고 있다.
조재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박사 과정에서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을 공부하고 있다. 제5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현재 법무법인(유한) 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노동, 형사, 일반 민사 등 분야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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