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를 자극하는 리더가 되는 법

17호 (2008년 9월 Issue 2)

대니얼 골먼, 리처드 보야치스
 
1998
년 우리는 감성 지능과 리더십에 대한 대니얼 골먼의 첫 번째 글을 실었다. ‘리더의 자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그 기고에 대한 당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재계는 물론 각계에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위해서는 공감과 자기인식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감성 지능이라는 개념은 리더십 관련 문헌과 일상적인 지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특히 지난 5년 동안에는 인간의 상호 작용 시 두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하는 사회신경과학 연구에서 좋은 리더의 자질에 대한 미묘하고도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발견은 리더가 하는 특정한 행동, 특히 공감을 표시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리더는 물론 부하 직원들의 두뇌 화학작용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리더와 부하직원 간 관계가 단순히 둘 이상의 개별적인 두뇌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기보다 개개인의 마음이 하나의 체계로 융화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훌륭한 리더란 두뇌의 상호연결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두뇌 안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한 부분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자폐와 같은 심각한 사회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신경체계 상에서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이 훌륭한 리더라는 뜻이다.
 
결국 두뇌의 사회성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행동은 무엇이며, 어떤 여건에서 이 행동을 습득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좋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효과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장악하는 것보다 협조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갖고 이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효과적인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두뇌의 사회성 회로가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우리는 감성 지능을 사회적 지능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사회적 지능은 감성 지능보다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리더십을 측정하는 개념, 특정한 신경 회로 내에서 작동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행동하도록 돕는 일련의 대인관계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리더가 사회적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은 물론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20년 심리학자인 컬럼비아대의 에드워드 손드라이크 교수는 “가장 뛰어난 숙련공이라도 사회적 지능이 부족하다면 관리자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동료인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스 아라오스가 C레벨 임원들을 분석한 결과 자기관리, 의욕, 지적 능력 등이 훌륭하다는 이유로 고용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나중에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 부재로 해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임원들은 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으나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사회 지능의 생물학적 기반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의 자체 연구 및 컨설팅 자료, 조직 감성 지능 연구 컨소시엄의 연구 결과 등에 입각해 거울 뉴런, 방추 세포 등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을 리더와 부하직원의 신경 간 관계를 강화시키는 실질적이고 사회적인 행동으로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HBR TIP] 사회성 회로, 여성이 더 뛰어난가?
 
많은 사람이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지능에서 남녀가 차이를 보이느냐고 묻는다.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빨리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감지한다. 반면에 남성은 적어도 직장에서 여성에 비해 훨씬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에게서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회 지능의 성별간 차이가 훌륭한 리더들에게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톨레도대의 마거릿 홉킨스가 한 대형 은행의 임원 수백 명을 연구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 집단 내에서는 사회 지능의 남녀간 차이가 나타났지만 가장 뛰어난 리더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헤이 그룹의 루스 말로이가 다국적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부하 직원들은 리더의 거울이다
행동신경과학의 최근 성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두뇌 속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거울 뉴런의 발견일 것이다. 이탈리아 신경과학자들은 원숭이가 팔을 들 때만 반응하는 어떤 뇌세포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거울 세포를 발견했다.
 
어느 날 한 연구 보조가 자신의 입으로 아이스크림 콘을 가져갔는데, 이때 원숭이의 뇌세포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났다. 두뇌가 다른 존재의 행동을 흉내 내거나 따르는 뉴런으로 가득 차 있음을 입증하는 첫 번째 증거였다.
 
종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 뇌세포는 신경의 무선 랜처럼 작동하면서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감정을 감지하게 되면 거울 뉴런은 이러한 감정들을 재생산한다. 이들 뉴런이 여러 개 모이면 상대방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거울 뉴런은 특히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하 직원들은 리더들의 감정과 행동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부하 직원의 두뇌 속 신경 회로를 활성화시킬 경우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 우리 동료인 마리 다스버러는 두 개의 집단을 관찰했다. 한 집단에는 부정적인 성과 피드백을 주되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짓는 등 정서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했다. 반면에 다른 집단에는 긍정적인 성과 피드백을 주면서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눈을 가늘게 뜨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후 인터뷰를 통해 두 집단의 감정을 비교해 본 결과 후자가 전자보다 자신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 방식이 내용 자체보다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듯 기분이 좋으면 성과 역시 좋아진다. 따라서 리더가 조직원들에게서 최상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끊임없이 몰아붙이되 조직 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기존의 ‘당근과 채찍’ 식 접근법만으로는 조직원들의 정서를 자극할 수 없다. 기존의 인센티브 체계 역시 조직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드는 데 충분치 않다.
 
그렇다면 리더들이 조직원들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울 뉴런에는 다른 사람들의 미소와 웃음을 감지하고 스스로도 이와 같은 반응을 하도록 이끄는 기능만 담당하는 하위 뉴런들이 있다. 상사가 자제심이 강하고 무뚝뚝할 경우 조직원들의 두뇌 속에 있는 이들 뉴런은 거의 자극을 받지 못하지만, 상사가 잘 웃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라면 이들 뉴런이 활성화되면서 조직의 분위기는 좋아지고 결속력도 높아진다.
 
우리의 동료인 파비오 살라는 연구를 통해 결속력이 높은 조직은 성과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연구에서 성과가 가장 뛰어난 리더들은 그저 그런 성과를 내는 리더에 비해 부하직원들을 평균적으로 세 배 더 많이 웃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취득하며, 더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웃음이 성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보스턴의 한 대학병원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버크와 훔볼트라는 두 명의 의사는 이 병원을 비롯한 몇 개의 병원을 운영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과장을 역임한 훌륭한 의사이자 연구 논문을 여러 유수 의학 저널에 수 차례 실은 뛰어난 학자였다. 그러나 이들은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버크는 까다롭고 일밖에 모르는 인간미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전투적인 태도로 스태프들을 항상 긴장하게 만드는 가차없는 완벽주의자였다. 훔볼트 역시 일에 있어서는 버크 못지 않게 철두철미한 사람이었지만 스태프·환자·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사교적이었고 쾌활했다.
 
훔볼트의 스태프나 동료들은 버크의 주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웃고, 서로 장난치며 더 많이 마음을 털어놓았다. 버크가 담당하는 조직에서는 유능한 인재가 많이 떠났지만, 훔볼트가 관리하는 조직에는 따뜻한 분위기 때문에 많은 인재가 몰려들었다. 결국 훔볼트는 이처럼 뛰어난 사회적 측면의 리더십을 인정받아 그 회사의 신임 CEO에 뽑혔다.
 
조화 능력이 뛰어난 리더
훌륭한 임원들은 종종 조직을 이끄는 데 직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좋은 직관은 조직의 분위기를 파악하거나 경쟁자와 중요한 사안에 대해 협상하는 등 어떤 상황에서든 훌륭한 리더로서의 자질이라고 볼 수 있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자질을 통상 방대한 경험에서 생기는 패턴 인식 능력이라고 표현하면서 직감을 믿되 결정을 내릴 때 많은 의견을 들으라고 조언한다. 물론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관리자들이 항상 수십 명에게 조언을 들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지나치게 신중한 방법일 수 있다. 직관 역시 두뇌의 일부로 방추 세포라고 불리는 뉴런에서 일부 발생한다. 이들 세포의 크기는 다른 뇌세포의 약 네 배에 달한다. 긴 가지를 지니고 있어 다른 세포에 더 쉽게 도달할 수 있고 사고와 감정도 더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감정·신념·판단 등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달되면서 행동과학자들이 말하는 사회적 지시 체계가 만들어진다.
 
방추 세포는 해야 할 일 가운데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처럼 일상적 일을 비롯해 최상의 대응을 선택해야 하는 모든 상황에서 항상 작용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자극한다. 이 세포들은 또 어떤 사람이 특정 업무에 적합하거나 믿을만한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방추 세포들은 0.05초 안에 특정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에 대한 정보를 받아 반응한다. 후속 측정 결과 이러한 판단은 매우 정확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리더들은 자신을 갖고 이러한 판단에 입각해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단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 조화 능력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조화의 과정은 매우 신체적으로 작동한다. 효과적인 리더의 조직원들은 리더와의 일치감을 경험한다. 우리 동료인 애니 매키는 이를 ‘반향’이라고 표현한다. 이 감정은 상당 부분 거울 뉴런과 방추 세포 회로에서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뉴런, 진동자도 영향을 미친다. 진동자는 사람들의 몸이 언제,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를 조절함으로써 사람들의 신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진동자는 사람들이 입맞춤을 할 때 작동할 수 있다. 이때 두 사람의 몸은 무용을 하는 것처럼 서로 빈틈없이 조화를 이룬다. 두 명의 첼리스트가 함께 연주할 때도 이 진동자가 작동한다. 진동자 작용으로 두 사람의 우뇌는 좌뇌보다 더 긴밀한 조화를 이룬다.
 
사회성 뉴런을 자극하라
사회성 뉴런을 자극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인 허브 캘러허가 이 항공사의 허브 공항인 댈러스 러브필드공항의 복도를 걷는 영상을 분석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의 거울 뉴런, 진동자 등 사회성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캘러허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거나 악수를 청했고, 직원들을 포옹하면서 노고를 칭찬했다. 또 그는 준 만큼 돌려받았다. 그와 우연히 마주친 어떤 승무원은 활짝 웃으며 그를 친근하게 부른 뒤 따뜻하게 포옹했다. 이런 일은 다반사였다. 이 승무원은 “우리 모두 그를 가족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문제는 하루 아침에 캘러허나 훔볼트처럼 변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거울 뉴런, 방추 세포, 진동자 등을 강화시키는 확실한 방법을 알 수는 없다. 사람을 만날 때 초당 수천 번 반응하는 이들 신경은 반응의 구체적인 패턴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사회적 지능을 일부러 발휘하려는 시도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쉽다. 다른 사람과 행동을 조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할 때 뇌는 진동자 외에 다른 신경도 사용하는데, 이들 신경은 행동을 촉발하거나 유도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이는 결국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저해한다.
 
사회성 회로를 효과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유일한 길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스스로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HBR 2001년 12월호에 실린 애니 매키의 ‘근본적 리더십: 뛰어난 성과의 비결’ 참고) 리더십 개발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개개인이 이 변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적극적 참여 의사를 밝힌 지원자들은 우선 변화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마련하고 의학 정밀검사와 같은 철저한 측정 과정을 거친 뒤 스스로의 사회적 약점과 강점을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참가자들은 사회적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다. 훈련 가운데에는 더 나은 상호작용을 연습하고 실제로 해보는 것, 코치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에서 역할 모델로부터 직접 훈련 받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은 항상 그렇듯이 험난하다.
 
[HBR TIP] 스트레스의 화학작용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이 급증하면서 추론과 인지 능력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코티솔의 수치가 낮은 때에는 사고와 그 밖의 정신적 기능들이 촉진되기 때문에 부하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압력과 비판이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리더의 요구가 지나칠 경우 코티솔과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면서 중요한 정신적 기능들이 마비될 수 있다. 처리해야 할 업무보다 상사로부터의 압박에 더욱 신경을 쓰며 기억·기획능력·창의성 등이 크게 훼손당한다. 또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데 전혀 적합하지 않은 과거의 습관들에 의존한다.
 
통상 스트레스 호르몬은 리더가 비판과 불만을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하지 못할 때 크게 증가한다. 과학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급등하는 상황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뷰를 실시하고 구직자가 강도 높은 비판을 받는 상황을 연출하는데, 이는 상사가 부하 직원의 실적 부진을 질책할 때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다른 연구 결과 매우 중요한 사람이 자신에게 경멸이나 불쾌감을 드러낼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히 분비되고 심장 박동은 분당 30번에서 40번으로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거울 뉴런과 진동자도 작동하면서 이러한 긴장감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결국 스스로 인지하기도 전에 본인의 부정적인 감정이 집단 전체에 전염되면서 전반적인 실적 저하로 연결된다. 리더들도 이러한 스트레스의 전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 본인의 감정이 어떤 생물학적 특성을 지니는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현명한 사람이 되려면
사회적 지능 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재니스라는 한 최고 임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재니스는 업계 내 전문성, 전략적 사고 및 기획력, 선견지명 등으로 한 경제 전문지 포천의 500대 기업 마케팅 매니저로 뽑혔다. 그러나 근무를 시작한 뒤 첫 6개월 동안 재니스는 조직 적응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다른 임원들이 그녀를 공격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정치적 능력은 떨어지는 데다 언사가 경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재니스의 상사이자 헤이그룹의 선임 컨설턴트인 캐슬린 카발로는 곧바로 재니스에 대한 360도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직속 상사·동료 등은 재니스에 대해 공감, 서비스 정신, 적응력, 갈등 관리 등의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줬다. 카발로는 재니스와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비공개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은 그녀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감지하지 못하는 데 불만을 드러냈다. 핵심은 재니스가 조직의 사회적 규범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전달하는 정서적 신호를 눈치채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이 상사와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재니스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상사와 이견이 있을 때 그녀는 물러설 줄 몰랐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최고경영진은 그녀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고, 이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카발로가 이러한 피드백을 전달했을 때 재니스는 엄청나게 놀랐다. 해고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로 원하는 것과는 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카발로는 재니스에게 하루 일과 중 눈에 띄는 성공과 실패 사례를 되돌아보는 훈련을 하도록 했다. 재니스는 이러한 일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설득력 있게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이제는 회의나 부정적인 성과 평가 중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녀는 더 현명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을 연습했고,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비전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심리적 준비 과정을 통해 재니스의 두뇌 속 사회성 회로가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효과적인 대응에 필요한 신경 간 연관성도 강화됐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운동 선수들이 수백 시간을 들여 머릿속에서 자신의 동작을 점검해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느 날 카발로는 재니스에게 회사 내에서 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리더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재니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회의에서 비판과 반대 의견을 적절히 드러낼 줄 아는 한 임원을 꼽았고, 그 임원과 일할 수 있는 자리로 옮겨 2년을 일했다. 이 임원은 문제가 있는 직원 관리에만 집중한 재니스의 이전 상사들과는 달리 인적 자원 개발이 리더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재니스의 다른 장점들을 매우 높이 평가했고 적절한 지도와 도움만 준다면 재니스가 틀림없이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항상 재니스에게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의견을 드러내거나 윗사람을 대할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바람직한 성과 피드백 기술을 직접 시범으로 보여 주기도 했다. 그의 행동을 매일 지켜보면서 재니스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도 성과를 비판하고 이견을 드러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살아 숨쉬는 효과적인 리더의 모델과 함께 일하는 과정은 우리의 거울 뉴런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을 내재화하고 궁극적으로 모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니스의 변화는 근본적이면서도 광범위한 것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신경과학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행동이 신경 네트워크를 만들고 발전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유전자나 어린 시절 경험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재니스처럼 노력할 준비만 돼 있다면 리더들은 변할 수 있다. 훈련을 받는 동안 재니스가 습득한 사회적 행동들은 제2의 본성이 됐다. 과학 용어로 표현하면 재니스는 연습을 통해 사회성 회로를 강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재니스의 행동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재니스의 두뇌는 더 깊고 효과적으로 연결됐다. 이는 다시 재니스의 사회성 회로를 강화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해고 위기에 놓였던 재니스는 결국 두 단계나 승진할 수 있었다.
 
몇 년 뒤 부하직원 몇 명이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사직 의사를 밝히자 재니스는 카발로에게 도움을 청했다. 카발로가 살펴본 결과 재니스는 경영진이나 동료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은 습득했지만 직속 부하 직원들에게서 나타나는 불만의 신호는 여전히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니스는 카발로의 조언과 도움에 힘입어 직원들의 감정적 욕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의사소통 방식을 조율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설문 조사 결과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정서적 충성도와 만족도가 변화 이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니스의 담당 부서는 그 해 연간 매출액이 6% 증가했으며 이듬해에도 놀라운 실적을 달성했다. 기업들이 재니스가 받은 것과 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분명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지능 측정법
지난 10년간 우리는 연구를 통해 사회 지능이 뛰어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성과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확인했다. 일례로 한 대형 국책 은행에서 임원의 사회 지능은 자각과 자기관리를 돕는 감성 지능보다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연간 성과 평가 예측 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우리의 측정 틀은 일곱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명은 ‘당신은 사회 지능이 뛰어난 리더인가?’ 참고)
 
사회적 지능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대적인 감원과 조직 개편을 거친 캐나다의 한 지역 대형 건강관리 시스템 직원들의 경험을 살펴보자. 내부 설문조사 결과 일선 직원들은 자신의 환자들이 더 이상 높은 수준의 건강관리를 받지 못했을 때 크게 상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 지능이 뛰어나지 못한 리더를 둔 직원들 가운데 자신의 환자들이 충분히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리더를 둔 직원들의 3배에 달했고, 정서적 소진을 느끼는 사람도 4배나 많았다.
 
사회 지능 수준이 높은 상사를 둔 간호사들은 해고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스트레스의 화학작용’ 참고) 정서적으로 건강했고 환자에 대한 서비스 능력도 뛰어났다. 이는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이사회가 반드시 새겨야 할 부분이다. 힘든 시기에 조직을 이끌 사람을 찾을 때 이사회는 통상 사회 지능보다 전문성을 중시하지만, 훌륭한 위기 관리자는 두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최고의 심리학 발달 이론들이 두뇌과학에서 새로 발견된 사실들을 얼마나 긴밀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예를 들어 1950년대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심리분석가인 D.W. 위니콧은 어린이의 학습을 가속화시키는 방법으로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슷하게 영국의 의사이자 심리분석가인 존 볼비는 사람들이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없이 모험에 나서며, 새로운 가능성을 거리낌없이 모색할 수 있도록 안정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회계상 실적이 성공의 척도로 간주되는 세상에서 이러한 이론에 입각해 행동하는 것은 어리석을 정도로 무모하며 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 발달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새로운 기법들을 통해 이들 이론의 근거와 실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입증되고 있는 만큼 정서적인 측면은 기업 경영에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HBR TIP] 당신은 사회 지능이 뛰어난 리더인가?
 
임원들의 사회 지능을 측정하고 이를 개선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우리는 감성 및 사회 역량 목록(Emotional and Social Competency Inventory)이라는 360도 평가 도구를 통해 상사, 동료, 직속 상사 및 부하직원, 고객, 가족에게 일곱 가지 사회 지능 역량을 기준으로 리더를 평가하도록 했다.
 
우리는 기존에 갖고 있던 감성 지능 분석 틀과 헤이그룹이 20여 년 동안 수백 개 기업 내 실적 우수 리더들의 행동을 조사해 마련한 자료를 통합해 이 일곱 가지 기준을 선별했다.
 
교감
무엇이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민감합니까?
 
조화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신경을 씁니까?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잘 맞춰줍니까?
 
조직에 대한 이해
집단이나 조직의 문화와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까?
조직 내 사회적 네트워크나 암묵적 규범을 파악하고 있습니까?
 
영향력
토론을 하거나 유인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설득합니까?
핵심 인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습니까?
 
인재 개발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가르침이나 조언을 주고 그들을 지도하는 데 개인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합니까?
다른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피드백을 줍니까?
 
동기부여
매력적인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조직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며,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합니까?
리더로서 사람들로부터 최상의 능력을 끌어냅니까?
 
팀워크
팀원 모두가 성실히 참여하도록 유도합니까?
모든 팀원을 지지하고, 이들의 협력을 도모합니까?
 
번역 홍정민 drew97@naver.com
 
대니얼 골먼(contact@danielgoleman.info)은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의 조직 감성 지능 연구 컨소시엄(Consortium for Research on Emotional Intelligence in Organizations)의 공동 회장으로 ‘사회적 지능: 인간 관계의 새로운 과학’(반탐, 2006)의 저자다. 리처드 보야치스(richard.boyatzis@case.edu)는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의 조직 행동, 심리, 인지 과학 교수로 애니 매키, 프랜시스 존스턴과 함께 ‘감동을 주는 리더가 되려면’(하버드 비즈니스 프레스, 2008)을 저술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