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얼마 전 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탁월한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입사 동기들보다 몇 년이나 빨리 팀장 자리에 올랐다.
자신이 꿈꾸던 ‘최고의 팀’을 꾸려갈 기대감과 실제로 뛰어난 팀원들을 배속 받았다는 점은 K팀장의 가슴을 부풀게 했다. 그는 지난날 여러 상사를 겪으면서 자신이 팀장이라면 꼭 해야 할 일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나름대로 정리해 온 터였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일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기 시작했다. 불만을 토로하는 팀원이 늘어났고, 업무 실적도 마음먹은 대로 오르지 않았다. 특히 화장실에서 우연히 엿듣거나, 다른 팀의 지인들이 귀띔해 준 직원들의 불만은 충격 그 자체였다.
“팀장이 너무 독선적이야. 자기 방식으로만 일을 하도록 강요하잖아.”
“기대치만 높고, 정작 아랫사람들이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우리 팀장은 팀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해결을 못하고 있어.”
“열심히 일을 하면 뭘 해? 팀장이 인정을 안 해 주잖아.”
K팀장은 불만이 있는 팀원들과 개별적으로 오해를 풀기 위한 미팅을 가졌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팀원만 편애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팀의 성과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K팀장은 자신이 관리자로서 무능한 것이 아닌가 자책하기 시작했다.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일하던 예전 실무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실무자에서 리더로의 전환 시 필요한 역량
이 사례처럼 유능한 실무자가 팀장 승진 후 좌절하는 일은 무척 흔하다. 가장 큰 이유는 초임 관리자 중에 ‘리더’라는 새로운 역할이 요구하는 역량을 미처 갖추지 못했거나, 미리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실무자로 일할 때는 자신에게 부과된 과제와 업무만 수행하면 된다. 그러나 리더에게는 그 이상의 역할이 요구된다. 초임 리더가 새롭게 떠맡는 일은 수십 가지나 된다. 팀을 끌어갈 목표를 정하고, 팀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내부 조직에서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확보하는 것 등이 리더의 임무다.
초임 관리자가 리더로서 성공하려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헤이그룹은 수많은 조직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관리자들의 역량에 대한 데이터를 30년간 축적해 표준화한 ‘관리자 역량 모델’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물론 고성과를 내는 관리자의 역량은 조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역량과 원칙은 반드시 존재한다. 관리자 역량 모델은 4개 범주와 이에 속하는 11개 역량 요소로 구성돼 있다.(표1)
1. 성공적인 리더는 스스로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자신을 닦은 후 남을 다스리라는 유학의 수기치인(修己治人)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리더는 조직원들의 신뢰와 존경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자기관리 역량에는 구체적으로 공감, 자기통제, 자기 확신의 세 가지 역량이 포함된다.
공감(empathy)은 타인의 감정과 관심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능력이다. 리더는 부하직원들이 표현하는 감정뿐 아니라 표현하지 않은 감정과 생각과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부하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들의 속마음을 읽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거나, 자신의 심정을 알아준다는 사실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상황이나 화가 치미는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잘 관리하는 자기통제력(self-control)도 탁월한 리더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특징이다. 사실 우리는 주변에서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감정 컨트롤을 잘 하지 못하는 상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건설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 조직의 성과는 물론 부하직원들의 업무 동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