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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열정과 끈기,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 ‘두산베어스’

스타 영입보다 내부 육성으로 똘똘
9회 말에 뒤집는 ‘조직 그릿(organizational grit)’의 마술

김유겸 | 287호 (2019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올해 프로야구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두산베어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더 극적이었다. 선두 SK와이번스에 9경기 차까지 뒤처졌던 두산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 승리를 거둬 역전 우승을 따냈다. 이 팀은 2015년부터 한국시리즈에서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거뒀다. 5년 통산 승률이 60%가 넘는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이 같은 두산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두산은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를 잘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열정과 끈기, 즉 ‘그릿(Grit)’이 배어 있다. 또 수많은 유망주를 발굴해 길러내면서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좋은 선수가 끊임없이 팀 내부에서 나오고 육성선수와 신인을 다른 팀보다 많이 기용하면서 팀 내부에 협동과 경쟁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이는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성장한다는 두산의 믿음이다.



다음 질문들에 대한 정답을 모두 알고 있다면 스포츠와 경영학 분야에 모두 전문가다.

1.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는?
2. 위에 답한 프로리그에서 현재 가장 성공한 팀을 꼽으라면?
3. 선택한 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
4. 그 팀은 어떻게 성공에 필요한 특성과 요인을 갖추게 됐나?

첫 번째, 두 번째는 너무 쉬운가?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은 어떤가? 누가, 어떤 기업이 성공했는지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이나 조직은 쉽게 눈에 띄게 마련이니까. 반면, 그들이 왜, 어떻게 성공했는지 파악하는 것은 결과가 앞에 드러나 있으니 쉬울 것 같은데 훨씬 복잡하고 힘든 일이다. 특히 성공한 프로스포츠 선수나 팀의 경우 경기에서 나타난 성과나 승리, 즉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강해서 성공한 근본 원인과 과정을 보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가장 성공한 스포츠팀이 왜, 어떻게 성공했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첫 번째 질문부터 답해보자. 맞다. 정답은 야구다.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관심, A 매치 시청률과 관중 수를 근거로 축구라고 답하는 분도 계실 수 있겠다. 맞는 말이다. 그러면 질문을 약간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2019년 가장 많은 관중이 관람한 프로스포츠는?’



2019년에 730만 관중이 야구장을, 170만 명이 축구장을 찾았다. 따라서 2등보다 무려 400% 이상 많은 관중을 끌어모은 야구가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라고 답하는 것이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으니 두 번째 질문의 질문을 정확하게 수정하면 ‘현재 프로야구에서 가장 성공한 팀은?’이 되겠다. 이 질문은 쉬울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답은 찾을 수 있다. 현재 가장 잘나가는 프로야구팀은 ‘두산베어스’일 것이다. 최근 5년간 성적을 살펴보자. 일단 두산베어스는 2019시즌 우승팀이다. 2015년부터 가장 많은 3번 우승을 차지했으며 2번 준우승을 거뒀다. 5년 통산 승률이 60%가 넘는 유일한 팀이고 437승으로 최다승 팀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2위(키움 히어로즈)보다 52번이나 더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선사했다. 가장 승리가 적은 팀(KT 위즈)과 비교하면 152승 더 많이 이겼다. 두산베어스가 앞으로 1승도 못한다고 하더라도 3년 동안 KT가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다. 이 정도면 두산베어스는 KBO(Korean Baseball Organization)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모든 프로스포츠 리그를 통틀어서 가장 성공한 스포츠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제 3번째 질문의 답, 즉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팀의 성공 비결이 궁금하지 않은가? 이 문제에는 힌트가 하나 있는데 두산 마스코트인 곰과 관련이 있다.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캐서린 콕스(Catharine Cox)는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처럼 역사상 가장 빼어난 업적을 남긴 위인 301명이 어떻게 보통 사람과 다른지, 어떤 특별한 점을 가졌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성공한 사람의 특성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능, 외향성, 밝은 성격, 유머 감각 등에서 이들은 일반인들과 별다른 바가 없었다. 심지어는 학교 성적이 모두 우수한 것도 아니었다. 이 밖에도 심리학에서 성취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개인 특성을 총망라한 67개 요인을 조사했으나 단 4개를 제외하곤 전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4가지 결정적 성공지표를 크게 2가지 특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열정(Passion)’과 ‘끈기(Perseverance)’, 즉 ‘그릿(Grit)’이다.

그릿이란 목표가 생기면 끝까지 식지 않는 열정, 그리고 실패와 역경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끈기를 말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안젤라 덕워스(Angela Duckworth)는 10여 년 동안 수천 명을 대상으로 그릿과 성공의 관계를 연구했다. 분석 결과 그릿이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임을 밝혀냈다. 학교, 비즈니스, 인간관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릿이 성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 우수한 사관생도, 실적이 좋은 판매원, 잘나가는 사업가, 동료와 관계가 좋은 직장인은 모두 그릿, 열정과 끈기가 그 누구보다 강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높은 지능이나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목표를 향한 열정이 약해지는 일이 없어,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바라며, 포기할 줄 모르고, 끈덕지게 자기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열정과 끈기, 그릿은 두산베어스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3번 문제에 대한 답, 두산베어스가 성공한 원인은 관점에 따라 다양할 수 있겠지만 딱 하나만 꼽아본다면 ‘조직 그릿(Organizational Grit)’이다. 두산베어스는 그릿이 개인에 국한된 특성이 아니라 조직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며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취와 성공의 핵심 결정 요인임을 보여주는 좋은 스포츠 사례다. 팬들에게 두산베어스를 대표하는 팀 컬러는 꾸준함과 강인함이다. 선수와 구단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열정적이고 끈기 있는 팀에 속해 있다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구단 홈페이지를 보면 자기 스스로 근성 있고 뚝심 있는 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인내와 강인함의 상징으로 알려진 곰이 두산베어스의 마스코트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9년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준 전무후무한 역전 우승과 한국시리즈에서 2차례 9회 말 끝내기, 10회 연장전 승리 등 3차례 피 말리는 접전을 모두 승리한 것은 두산이 왜 끈기와 투지의 팀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정규리그 막판까지도 두산이 우승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별한 선수 보강 없이 전력의 핵심이었던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해 팀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 속에 시즌을 맞았다. 예상대로 두산은 다른 팀들에게 해볼 만한 팀이 됐고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럭저럭 전반기를 3위로 마쳤지만 우승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어 보였다. SK 와이번스에 시즌 중반 9경기 차까지 뒤졌고, 키움 히어로즈와 경쟁에서 2위를 지키기도 쉽지 않은 때도 있었다.

경기 차도 컸지만 지난 시즌 우승팀 최강 SK의 압도적 전력을 생각했을 때 우승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라리 정규리그 우승을 포기하고 플레이오프에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 같았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두산은 안정된 투타를 바탕으로 SK와의 격차를 꾸준히 줄여나갔다. 시즌 막판 들어 두산은 SK를 상대로 마지막 두 경기 더블헤더를 모두 승리하며 상대를 압박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끈적함과 투지를 확실하게 과시한 것. 결국, 두산은 시즌 최종전에서 NC에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역전 우승에 걸맞게 마지막 경기도 역전승을 거뒀다. 최다 경기 차를 극복한 역전 우승이었고, 시즌 마지막 날 2위 팀이 1위 팀을 추월해 우승한 것도 KBO 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끈기와 강인함 없이는 불가능한 역전 드라마였다. 1차전에서 6-4로 앞서다가 6, 7회 연속 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 말 1사 만루에서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역전해 가장 중요하다는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2차전은 더욱 힘든 경기였다. 경기 내내 끌려다니며 3-5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9회 말, 김재호의 중전 안타로 1득점, 그리고 김인태의 좌익수 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뒤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6-5,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3차전은 비교적 쉽게 5-0으로 완승. 하지만 4차전은 9-9 동점으로 연장까지 가는 혈전을 펼친다. 물론 승리는 끈기와 투지의 팀 두산이 가져갔다. 그렇게 2019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같은 두산베어스 성공 비결은 스포츠 이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열정과 끈기는 개인의 성취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 등 다양한 조직의 성공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2018년 의료 분야 리더와 기관에 대해 10년간 축적한 자료와 경험을 심층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이나 클리블랜드클리닉(Cleveland Clinic) 같은 최우수 의료기관들은 한결같이 환자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열정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가 조직의 사회적 규범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같은 스포츠와 의료 분야 사례는 그릿이 조직의 목표와 특성과 관계없이 다양한 조직의 성공을 설명하는 공통 요소임을 확인해준다.

그렇다면 4번째 질문, 무엇이 두산을 열정과 끈기를 갖춘 팀으로 만들었는가? 두산이 그릿을 키운 원리와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스포츠 분야 외에 기업들이 조직 그릿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두산은 어떻게 조직 그릿이라는 핵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두산은 수많은 유망주를 발굴해 길러내면서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을 얻었다. 화수분은 거의 잊혔다시피 하다 두산 덕분에 최근 새 생명을 얻은 단어다. 황하 물을 가득 담은 그릇으로 아무리 퍼내 써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했다. 몇 년 전부터 스포츠에서 사용하기 시작하더니 두산베어스가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이후 다른 분야에서도 등장 횟수가 부쩍 늘었다. 아무리 꺼내 써도 재물이 계속 나오는 전설 속 보물단지 화수분처럼 좋은 선수가 끊임없이 두산 팀 내부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외부에서 즉시 전력감인 우수 선수를 영입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키워서 쓰는 것이 두산베어스 야구를 대표한다. 두산 출신인 김현수, 손시헌 등은 드래프트도 안 된 신고선수 출신이다. 올 시즌도 전력의 핵심이었던 양의지 선수가 빠져나간 포수 자리를 2012년 2차 5라운드 전체 47순위 지명선수 박세혁이 훌륭하게 채웠다. 이영하, 김인태, 최원준 등 잘 자라난 유망주들도 팀 우승에 한몫 단단히 했다. 두산은 선수를 선발할 때 당장 성적보다는 성장 가능성과 팀에 맞는 선수인지를 본다고 한다. 또한 두산은 더그아웃이 밝기로 유명한 팀이다. 서로 대화도 많고, 실수에도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다. 덕분에 어지간해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선수를 뽑고 내부에서 키워 크게 쓰니 선수들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의식이 강하고 개인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앞세운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서로 도와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두산베어스가 보여준 그릿과 성공의 바탕에는 ‘성장 마인드 세트(Growth Mindset)1 가 깔려 있다. 두산이 자랑하는 화수분 야구는 성장 마인드 세트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둬 선수를 선발하고, 선발하고 나면 믿어주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좋은 선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선발한 선수에겐 드래프트 순번과 관계없이 고르게 기회를 준다. 육성선수들과 신인을 가장 많이 기용하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이 역시 선수 능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성장한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나머지 훈련’하는 것이 두산 선수들에게 전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노력한 만큼 야구를 더 잘하게 된다는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두산베어스가 지금 같은 강팀이 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사태 이후다. 위기를 맞아 1999년까지 모기업 두산도 대대적으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구단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연재해나 테러를 겪은 조직은 강한 동료 의식과 뚜렷한 공동 목표를 공유하게 된다고 한다. 일부러 문제를 만들 필요야 없겠지만 어려움을 함께한 경험이 조직 전체의 그릿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두산은 의도치 않게 이 조건도 갖춘 것이다. 모기업 두산그룹이 IMF 구조조정과 2010년 유동성 위기 등 부침을 겪다 보니 프런트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지금도 다른 구단과 비교해 재정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모기업의 재정 상황은 구단과 선수에게 팀 전력은 물론 다방면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1999년 모기업이 OB맥주를 매각하면서 2군 훈련장과 숙소가 사라졌다. 또 두산은 FA로 중심 선수 빼앗기기로 유명(?)한 팀이다. 김현수나 양의지 같은 선수가 있다가 없는 것이 얼마나 전력에 타격이 크며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면 다 알 것이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이런 상황을 두산은 수시로 겪어야 했다. 두산베어스의 조직 그릿은 힘들수록 뭉치다 보니 생긴 팀에 대한 애정과 어려움을 어떻게든 함께 극복해 보려고 애쓰던 습관이 몸에 밴 것인지도 모른다. 모두 함께 동고동락하는 조직만이 공동 목표에 대한 열정과 끈기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을 두산베어스 사례를 통해 재확인하게 된다.

베스트셀러가 된 『그릿』으로 유명해진 후에도 덕워스 교수는 그릿의 적용 범위를 개인에서 조직으로 확장해 연구를 계속했다. 그릿이 조직 특성이 될 수 있는지, 조직 그릿이 얼마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그릿을 가진 조직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밝히고자 한 것이다. 덕워스 교수는 201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끈기 있고 열정적인, 그릿 있는 조직이 되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두산 사례와 접목하면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그릿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알 수 있다.

그릿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선 가장 먼저 그릿 있는 직원을 선발하고 육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릿 있는 직원을 가려내고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과 개인의 목표가 함께 가는 것이다. 그릿의 핵심 요소인 열정과 끈기는 모두 일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데서 온다. 특히 개인적 성취보다 조직의 사명을 반영하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그릿을 키우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심리적 안전망과 신뢰를 조성해야 구성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이같이 목표가 일치하고 서로 신뢰가 두터운 조직은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키우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튼튼한 내부 인재 육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그릿 있는 조직을 키우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부에서 인재를 키우고 승진시키는 경우 구성원들 사기가 높아지고, 동기를 부여하며 조직에 대한 몰입도와 충성도가 강해진다. 구성원 간 신뢰감과 유대감 형성에도 유리해 직무 실패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내부에서 성장한 리더가 조직이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조직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을 가능성이 외부 영입 인사보다 60%가 넘게 높다(Bidwell, 2011). 이렇다 보니 위기에도 끈질기게 목표를 추구하는 그릿이 있는 조직은 예외 없이 비옥한 내부 인재 육성 시스템 갖추고 있다고 한다. 조직 그릿은 성장 마인드 세트를 공유하는 노력부터 시작한다. 그릿 있는 조직문화의 특징은 성장 마인드 세트다. 성장 마인드 세트가 있는 사람이나 기업은 도전적이고, 노력이 중요하다고 믿으며,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고정 마인드 세트를 가지면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쉬운 일만 고르고, 노력을 무능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조그만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따라서 성장 마인드 세트를 지닌 경영자는 자신과 기업이 가진 장점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으며,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고정 마인드 세트를 가진 경영자는 능력은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고정된 능력에 대한 타인의 좋은 평가나 인정이 능력 개발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여긴다.

튼튼한 내부 인재 육성 시스템과 성장 마인드 세트, 그리고 죽지 않을 만큼 힘든 일을 함께 겪은 경험이 두산베어스와 그릿의 대가 덕워스 교수가 전하는 그릿 있는 조직을 만드는 성공 공식이다. 요즘 기업이나 대학에서 열정, 끈기, 투지, 목표 공유, 성공 지향 같은 것은 그리 높이 치는 덕목이 아니다. 이런 것들을 대놓고 찬양하거나 강조했다가는 뒤에서 욕먹기 딱 좋다. 옛날 사람 같다고 대놓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근엔 운동선수들도 근성 있다는 소리 듣는 걸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맹목적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던 일본식 전체주의가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남긴 트라우마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것이 모두 틀리고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전체주의 시대에 지나치게 강조하던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열정과 끈기, 그릿도 마찬가지다. 두산의 성공 사례는 열정과 끈기, 그릿이 시대와 분야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소개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김유겸 |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 플로리다주립대 7년간 재직, 종신교수직(tenure)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 80여 편의 논문 발표
    ykim2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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