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7.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위기

평소에 리더와 조직문제 토론하나요?
위기관리 가능하게 ‘상황’을 바꿔야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올 한 해 요란하게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이들이 속한 ‘상황’을 바꾸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을 내부에 지닌 조직은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춘 조직을 말한다. 우리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 지적하고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야 위기가 터졌을 때 최선의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기자: “당신이 보기에 현재 저평가돼 있거나 조만간 인정받을 만한 혹은 아예 잊힌 저자들 중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말콤 글래드웰: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는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이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수년 전 그는 리 로스(Lee Ross)와 함께 『The Person and the Situation』을 썼다. 만약 당신이 그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내가 쓴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등이 속한 책들의 장르를 포괄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책은 내 삶을 변화시켰다. 몇 년 전 나는 그 책이 절판됐고, 한동안 그 상태로 있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위의 인터뷰 기사는 말콤 글래드웰이 2013년 10월 뉴욕타임스와 나눈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다. 1991년 처음 출간된 『The Person and the Situation』은 스탠퍼드대 심리학과의 리 로스 교수와 미시간대 심리학과의 리처드 니스벳이 사회심리학의 주요 쟁점을 다룬 역작으로 2011년 말콤 글래드웰의 서문과 함께 재출간됐다. 20년 만에 새로 찍게 됐지만 20년 전의 내용을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글래드웰의 강력한 추천과 함께 서문과 후기만 더해서 냈다. 이 책에 담긴 사회심리학의 주요 연구와 그 적용 가능성은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나는 올 한 해 이 책을 번역해왔다. DBR의 원고를 쓰기 시작한 날은 마침 이 책의 번역을 마친 날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번에 다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사례를 사회심리학의 안경을 끼고 살펴보게 됐다.



사람 변화가 아닌 상황 변화를 모색하라
2014년 12월 조현아의 ‘땅콩 회항’ 당시 조현아 부사장과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은 각각 사과했다. 조 회장은 2014년 12월14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주요 간부를 모아 놓고 “오너와 경영진 등 상사에게도 노(No)라고 답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임원 세미나에서 조 회장은 다시 “직원들과의 유연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잘못된 시스템과 문화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8년 조현민의 ‘물컵 갑질’ 사건과 간부에게 고함을 지르는 목소리가 담긴 음성 파일,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의 또 다른 갑질 동영상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태도와 행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씁쓸하게 확인시켜줬다.

이 사건을 보면서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 조현아나 조현민은 과연 나쁜 사람일까? 『The Person and the Situation』이 전하는 사회심리학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의 탓으로 과도하게 돌리는 경향이 있으며 상황이 행동에 미치는 힘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과연 내가 조현아 혹은 조현민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접한 후 나는 그들과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생각은 이명희의 갑질 동영상을 보고 더 확실해졌다. 오너 가족 거의 모든 사람이 회사 관련 내외부의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무시와 폭력인 상황에서, 그리고 남으로부터 커다란 저항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조현아나 조현민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최악의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는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직원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해라. 모두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경험해온 상황과는 정반대다. 영국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현아는 비극적 인물”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는 조현아가 땅콩 회항 이후 겪게 될 여러 어려움이라는 맥락에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사건 전후와 상관없이 조현아나 조현민이 삶 속에서 살아가는 맥락에서 볼 때 충분히 비극적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국의 전 총리 마거릿 대처는 “권력이란 숙녀가 되는 것과 같다. … 만약 사람들에게 당신이 권력이 있다고 말해야 하는 처지라면 당신은 진짜 권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자신의 권력을 끊임없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남에게 입증해야 하는 비극적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닐까.

둘째, 기업으로서 대한항공이 아닌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과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사회심리학이 주는 또 하나의 통찰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4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조현아와 조현민 사건은 갑질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중요한 다른 점이 있다. 올해에는 총수 일가 퇴진을 외치며 대한항공 직원들이 광화문 등지에서 공개 시위를 이어나갔다. 또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소셜 커뮤니티를 형성, 오너 일가의 비리와 각종 증거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이는 여러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스스로 변화를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오너 일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상황이 바뀌는 것이다. 직원들의 공개 시위와 함께 올해 주목할 만한 상황 변화는 한진칼의 지분 9%를 취득하며 2대 주주가 된 국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KCGI의 활동이다. 이 펀드사의 이름(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이 담고 있듯 이들의 목적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오너 일가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란 KCGI나 국민연금 같은 곳의 주주권 행사든, 직원들의 조직적인 저항이든 오너 일가가 지금까지처럼 행동해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수 없겠다고 인식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이 정도의 상황 변화 없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조현민 물컵 갑질과 같은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 조현아와 조현민으로 인한 사건에서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위기를 만들어내는(crisis maker) 오너 일가가 최종적 의사결정을 하는(decision maker) 사람이기 때문이다. 예방적인 활동 역시 힘들다. 현장에서 기업홍보팀 등이 겪는 문제는 무엇이 기업의 입장에서 적절한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인지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2017년 12월 DBR 239호 아티클(‘여성 인권, 갑질… 도처에 위기, 이젠 셰이프홀더와 함께 문제를 풀라’ 참고)에서 제시했듯 오너의 갑질 사태에서는 잘못의 인정과 수용, 피해자에 대한 선제적 사과, 피해자와 대중의 시선에서 예상을 넘어서는 과감한 수준의 개선 조치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기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하는 기업 실무자들이 겪게 되는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식적인 전략을 내부에서 제안하거나 실행할 수 없는 문화일 경우다. 사회심리학적인 시각에서 볼 때 상황이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상당한 영향을 고려하면 기업 내부에서 직언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비난하기 힘들다. 이들이 기업 내부에서 처해 있는 상황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진정한 피드백’이 가능한가
내가 본격적으로 위기관리 컨설팅을 시작한 해는 1998년이었다. 올해는 딱 20년이 되는 해다. 10년 전부터 조직문화 컨설팅과 리더십 코칭 분야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위기관리는 결국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위기관리 컨설팅을 해오고 많은 사례 연구를 해 오면서 늘 궁금했던 것은 왜 어떤 기업은 대응을 제대로 하고, 또 어떤 기업은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였다. 처음에는 위기관리의 원칙과 테크닉을 알고 모름의 차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경험을 할수록 제대로 된 위기 대응 원칙과 기술을 실무자가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상황’이 조직 내부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상황이 조직 내부에 만들어져야 하는 것일까?

20년의 경험으로부터 발견한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란 진정한 대화(authentic conversation)를 할 수 있는 조직인가 아닌가의 여부라 할 수 있다. “대화?”라고 생각할 독자가 있겠다. 대화는 직장에서 늘 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조현민의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지고, 그가 직장 내에서 간부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음성파일이 공개됐을 때 우리는 모두 놀랐다. 하지만 대한항공 내부를 생각해보자. 과연 직원들은 외부 사람들처럼 놀랐을까?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행동을 목격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을 것이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평판이 이미 형성돼 있었을 것이다. 2014년 땅콩 회항을 경험했던 대한항공, 이어 회장이 밖으로는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는 소통과 공감을 강조했던 대한항공 내부에서 이러한 평소 행동이 향후 기업은 물론 조현민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없었을까? 하지만 관건은 이러한 점에 대해 내부에서 대화하는 것이 가능한가 여부다. 진정한 대화가 경영 조직에서 벌어지는 구체적 형태는 ‘진정한 피드백이 가능한가’다.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을 놓고 대화와 피드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그렇다. 누가 봐도 어색한 이 연결고리에 나는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 내부의 대화, 리더의 대화가 위기관리와 연결되는 지점을 올해 경험한 것 중 두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사례1 올해 한 글로벌 기업의 위기관리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컨설팅은 주로 그 기업의 외국인 CEO가 중심이 돼 관련 임원들과 이뤄졌다. 위기관리 컨설팅에서 중요한 것은 건설적 대화(constructive conversation)가 가능한가다. 즉, 위기관리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두려움 없이 각자가 우려하는 점에 대해 건설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가다. 나는 CEO에게 처음부터 “나의 역할은 당신의 반대편에 서서 의도적으로 공격을 함으로써 당신이 의사결정에서 빼먹을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다”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CEO도 내게 그런 역할을 기대했다. 컨설팅의 절반이 넘었을 때 나는 핵심 임원 두 사람을 레드팀(red team, 이에 대해서는 DBR 2016년 215호, ‘반대입장서 살피는 레드팀, 평판 경영 시대의 필수 선택이다’ 참고.) 역할, 즉 CEO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역할을 맡겼다. 자신의 상사를 공격하지 못하면 어떨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들은 놀랍게도 CEO를 ‘제대로’ 공격했고, CEO는 그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다행히 이 프로젝트는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됐다.

더 놀라운 경험은 그 이후였다. 내가 그동안 위기관리에 대해 글을 쓰고 발표를 하면서 강조했던 처칠의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을 현장에서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 CEO는 내게 미니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자신과 1대1로 돌아보는 시간(이를 After Action Review, AAR이라고 한다)을 갖자고 요청한 것이다. 나는 흔쾌히 하겠다고 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CEO에게 설문을 통한 리더십 진단을 해보고, 그 결과와 이번 프로젝트 동안 내가 관찰했던 CEO의 행동을 함께 분석해보자고 했다.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와 함께한 1대1 대화는 내 커리어에서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만했다. 그는 그동안 프로젝트를 돌아보면서 위기로부터 최대한 배우고자 했으며 리더십 진단 결과에 대한 토론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보다 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성취를 쌓아온 외국인 CEO가 보여준 자세와 그날의 대화는 내게 조직문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MIT 경영대학원의 에드가 샤인(Edgar Schein) 교수의 책 제목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 그는 대화 내내 겸손한 자세로 질문을 통해 조언을 구했고, 경청했다.

사례2 2017년 한 해 동안 나는 한 글로벌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CEO에서부터 임원진, 매니저 그룹에 대한 각종 트레이닝과 워크숍에서부터 위기 대응 프로세스까지 만드는 적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마칠 때쯤 이 기업은 2018년 동안 한 가지 ‘미니’ 프로젝트를 요청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평상시에도 제대로 가동할 수 있도록 이슈 미팅을 2∼3개월에 한 번씩 열 테니 그 회의에 와서 관찰을 하고 피드백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올해 나는 정기적으로 이 기업을 방문해 10여 명의 이슈관리팀이 모여 하는 회의에 관찰자로 참여했고, 한 번은 이들을 위한 특강을 하고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과연 무엇을 했을까? 회사 내부 주요 부서의 매니저로 구성된 이 회의팀은 그즈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위기 사례 한 가지를 놓고 토론을 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핵심은 “다른 기업에서 발생한 이 사례가 만약 우리 기업에서 벌어진다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더 나아가 이런 위기가 우리 기업에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이러한 미팅은 자연스럽게 조직의 취약성 분석(Vulnerability Analysis)을 하도록 돕는다.



여기에서 2017년 DBR 12월 호에 썼던 ‘여성 인권, 갑질 … 도처에 위기, 이젠 셰이프홀더와 함께 문제를 풀라’로 잠시 돌아가 보자. 당시 나는 2017년의 평판 위기 사례 분석을 통해 앞으로 기업이 주의해야 할 두 가지 이슈를 제기했다. 바로 여성 인권과 갑질이었다. 작년에 한 해 동안 벌어진 위기 사례를 분석할 때만 해도 갑질이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2018년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그처럼 크게 확산될지에는 확신이 없었다. 다만 여성 인권에 대한 무관심이 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올해 아시아나는 두 가지 위기를 겪었다. 하나는 박삼구 회장이 본사를 방문할 때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이 동원돼 기분을 맞추기 위해 달려가서 안기는 등의 행위를 강요받았다는 사건으로 성희롱 논란이 벌어진 것이었다. 또 하나는 초유의 기내식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기내식 생산 협력업체 대표가 자살했고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협력업체 갑질 이슈로 번졌다. 만약 대화가 가능한 기업이라면 사회 이슈의 변화가 자신의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기적인 토론이 가능할 것이고, 선제적 조치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아시아나에서는 이러한 대화가 불가능했거나 리더인 회장이 이런 변화에 대해 둔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위기관리의 기본은 건설적 대화가 가능한 조직문화
대한항공에서 회장의 요청처럼 ‘유연한 대화와 공감’이나 오너와 경영진을 포함한 상사에게 “노(No)”라고 말하는 문화가 과연 가능할까? 아시아나항공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레드팀의 활약이나 솔직한 피드백 공유는 가능할까? 이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와 핵심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할까 한다.

많은 매체를 통해, 그중에서도 DBR을 통해 수많은 위기 사례 분석을 해왔고, 위기관리의 원칙과 구체적 기술들에 대해 논의해왔다. 유명한 위기관리 컨설턴트인 스티븐 핑크(Steven Fink)가 이야기하듯 위기관리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사례가 업데이트되는 경우는 있겠지만 원칙은 업데이트할 것이 사실상 거의 없다. 위기관리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논의되는’ 타이레놀 사례(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넣어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존슨앤드존슨이 타이레놀을 전량 리콜하고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신뢰를 회복, 위기관리의 모범처럼 여겨지는 사례)는 여전히 그 사건으로부터 현재에도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위기 대응에 뛰어났던 기업들은 과연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뛰어난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역할이었을까? 그들만이 갖고 있는 비장의 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결론은 그 조직 내부의 ‘상황(situation)’에 달려 있다. 매뉴얼이건, 컨설턴트의 조언이었건 뛰어난 대응을 가능하도록 만든 것은 그 조직의 리더십과 조직문화라는 상황 요인에 좌우된다. 아무리 뛰어난 비책이 있어도 이를 의사결정자에게 전달할 수 없는 문화이거나 리더가 제대로 된 판단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비책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화적 우수함이 발견되는 지점은 조직 내부에 건설적인 대화, 즉 취약성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고, 개선 방식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쉽게 말해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유연한 대화와 공감’을 요청하고 이를 ‘시키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 회장 자신이 임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유연한 대화와 공감을 ‘실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리더의 행동은 조직문화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며 리더의 행동이 임직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상황요소(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고는 어떤 위기관리 원칙과 기술에 대한 조언도 그저 ‘교과서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소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oh.kim@thelabh.com
필자는 리더십 및 조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0년째 일해오고 있다. 한국외대(불어와 철학)와 미국 마켓대(PR)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공개사과에 대한 인지적 연구)를 받았다. 전 세계에 19명만 있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이며 글로벌 PR 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 법인 대표를 지냈다.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로도 활동했다. 저서로 『쿨하게 사과하라(2011, 공저)』 『쿨하게 생존하라 (2014)』 『평판사회(2015, 공저)』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 할까(2016)』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