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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코리아 컨퍼런스 2018’ 기조강연 지상 중계

“고객이 중심… 기업은 주변을 도는 것
애자일 전환 위해 생각의 틀 바꿔야”

장재웅 |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애자일한 업무 방식을 가장 잘 구현한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의 아흐메드 시드키(Ahmed Sidky) 부사장은 애자일의 핵심을 ‘고객’과 ‘학습’에서 찾는다. 고객을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에 두고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기업의 애자일 전환이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먼저, 명확한 비전을 만들고 그 비전을 통해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지 그려보는 작업을 통해 조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변하고자 하는 모습 간의 차이를 인식해서 어떤 행동 변화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나아가 학습을 위한 문화를 만들고 조직 전체가 하나의 생각을 바탕으로 통합되는 단계를 통해 실질적인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석영(연세대 불어불문학·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애자일 관련 콘퍼런스인 ‘애자일 코리아 컨퍼런스 2018’이 지난 11월23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타워에서 열렸다. 애자일 코리아 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최근 애자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청중이 참가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IT 업계 종사자가 아닌 금융업이나 제조업계 종사자들도 이번 콘퍼런스에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증권회사 전략기획실 직원은 “최근 경영진에서 애자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우리 회사에 맞는 애자일 적용 방법이 있나 알아보기 위해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의 하이라이트인 기조 강연은 아흐메드 시드키(Ahmed Sidky) 라이엇게임즈(Riot Games) 개발관리조직 대표(부사장)가 맡았다. 리그오브레전드(LOL)라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게임의 제작사이자 애자일 조직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시드키 부사장은 ‘Mindset & Culture: At the Heart of a Winning Agile Transformation’이라는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강연했다. 시드키 대표의 기조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애자일은 ‘고객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
아흐메드 시드키는 최근 애자일이 왜 화두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코페르니쿠스 혁명’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지동설(地動說)’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데 270여 년이 걸렸습니다. 지금이야 당연한 사실이지만 당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했죠. 최근 경영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기업이 중심이고 고객이 그 주변부에 있다는 생각이 이제는 고객이 중심에 있고, 기업들이 그 주변부를 돈다는 생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죠. 여전히 많은 경영자가 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혁명적 변화를 빨리 깨우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드키는 이런 혁명적 변화를 촉발한 원인을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찾았다. 과거 고객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자신이 사는 곳과 가까운 상점을 찾아 그 지역에 있는 기업이 만든 제품 중 하나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세계화로 인해 이제는 굳이 매장을 찾지 않아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하고, 심지어 미리 사용해본 사용자들의 리뷰를 살펴본 후 손가락만 몇 번 움직여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는 기업과 고객의 역학 관계를 바꿨다. 과거처럼 기업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팔아서는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고민하고, 고객이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만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고객이 모든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심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을 중시하는 애자일이 주목받게 됐다는 것이 시드키 대표의 설명이다.



시드키 부사장은 “비즈니스의 중심에 고객이 있음을 깨닫고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애자일’”이라며 “최근 경영자들이 애자일 전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결국 ‘고객 중심의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무엇을 팔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엇게임즈의 애자일 = 고객 + 학습의 문화
아흐마드 시드키는 애자일의 핵심에 ‘고객’이 있음을 지적하며 최근 애자일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의 대명사로 떠오른 ‘라이엇게임즈’의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시드키 부사장은 라이엇게임즈가 애자일한 일하는 문화를 갖게 된 배경으로 ‘창업자들의 리더십’과 ‘학습의 문화(culture of learning)’를 꼽았다. 특히 회사를 창업할 당시 창업자들이 가졌던 비전이 오늘날 라이엇의 애자일 문화를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라이엇게임즈의 두 창업자는 게임 마니아였지만 창업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했습니다. 회사의 타깃 고객이 ‘코어 게이머(Core gamer)’라는 점 말이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플레이어 중심인 회사가 되기를 열망한다(We aspire to be the most player focused game company in the world)’라는 비전을 만들었고 이 비전이 회사의 DNA에 내재되면서 지금의 라이엇이 됐습니다.”



이런 비전은 라이엇만의 의사결정 공식을 만들었다. 바로 ‘PLAYER>RIOT>TEAM>ME’다. 나보다 팀이 앞서고, 팀보다 회사가 앞서고, 회사보다 우리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이 최우선이라는 공식이다. 시트키 대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오면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게이머들에게 옳은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며 “이러한 고객 중심적 사고가 애자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아흐메드 시드키 대표는 라이엇게임즈의 또 다른 특징으로 ‘학습의 문화’를 들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하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시드키 대표는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하기 전 대기업의 애자일 전환을 돕는 컨설턴트이자 애자일 코치였다. 컨설팅 프로젝트 중 우연히 라이엇게임즈 직원으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은 시드키 대표는 라이엇게임즈에 흥미가 생겨 미국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라이엇게임즈의 두 창업자(브랜든 벡, 마크 메릴)를 만났다. 그들은 시드키에게 3개월짜리 리더십 프로젝트를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회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직원 수가 200명을 넘어서면서 창업자들이 갖고 있던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이 새로 합류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고민이었다. 시드키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곧장 200여 명의 임직원을 이틀 동안 야외에 모아 놓고 회사 비전과 리더십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첫날부터 몇 명이 시드키에게 야유를 보내며 행사장을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이틀간의 행사는 처참하게 끝이 났다.

행사가 끝난 다음 날 시드키는 창업자 중 한 명으로부터 점심을 함께하자는 e메일을 받고 약속 장소로 갔다. 당연히 자신이 해고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라이엇의 창업자는 시드키에게 라이엇에 합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200명을 모으는 무모한 시도를 통해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고 더 크게 성장하고자 하는 리더를 우리는 원합니다.”

결국 라이엇게임즈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패를 장려하면서도 오늘보다 더 나아지려는 학습의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문화는 시드키 대표가 라이엇에 합류하면서 더욱 발전했다. 이런 조직 내 학습의 문화가 자양분이 돼 오늘날 라이엇게임즈는 애자일한 조직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애자일 전환의 핵심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앞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애자일은 ‘고객 지향’과 ‘학습의 문화’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화란 무엇인가? 시드키 대표는 [그림 2]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림 2]는 기업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이뤄진 피라미드를 빨간 줄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이 빨간 줄은 ‘저항성’이라고 볼 수 있다.



피라미드는 기업 리더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리더십’, 그 회사의 의사결정 및 평가 방식 등을 결정하는 ‘전략(strategy)’, 조직의 책임, 규칙 등을 정해 놓은 ‘구조(structure)’, 기업의 시스템인 ‘프로세스(Process)’, 기업 내 사람들의 행동을 포함하는 ‘사람들(People)’ 등이 모여 이뤄져 있다. 문화는 이 모든 것이 합쳐진 것이다.

시드키 대표에 따르면 기업이 애자일 전환을 시도할 때 가장 먼저 손대는 일이 프로세스를 바꾸는 일이다. 자신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칸반(Kanban)’과 같이 협업을 강조하는 프로세스로 바꾼다. 그리고 왜 애자일한 프로세스를 도입했는데 변화가 안 일어나냐고 푸념한다. 하지만 리더십 등 나머지 요소가 모두 그대로인 상황에서 프로세스만 바꿔서 문화가 변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5가지가 모두 변화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저항(resistance)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시드키 대표는 5가지 중 특히 ‘리더십’과 ‘사람’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전략, 구조, 프로세스는 인적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들을 바꿔도 문화가 크게 변하지 않지만 리더십과 사람은 인적 요소기 때문에 이들이 바뀌면 문화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중에서도 그는 특히 리더십을 강조한다. 리더십이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적 요소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드키 대표는 캐럴 드웩(Carol Dweck)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이론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드웩 교수에 따르면 마인드셋에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 있다. 고정 마인드셋은 자신의 지능이나 성격, 특징, 장점 등이 한정적이고 정적이며 앞으로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곧 내가 아는 것만 고수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성장 마인드셋은 자신의 지능이나 성격, 특징, 장점 등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계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시드키 대표는 “자신이 한 분야에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 마인드셋”이라며 “오히려 ‘나는 이 분야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을 더 잘하고 싶다’라는 성장 마인드셋이 ‘애자일 마인드셋’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성장 마인드셋이 왜 중요할까. 시드키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불확실성(uncertainty)에 직면했을 때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실패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려고 이직과 같은 방법을 통해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한다. 또 그 실패가 한 번의 결과로 끝났으면 하기 때문에 피드백을 원하지도 않는다. 물론 애자일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도 그러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빨리 배움으로써 이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결국 애자일 전환(transformation)을 위해 선행해야 할 것은 회사 내 사람들의 마인드셋을 성장 마인드셋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움에 항상 열린 태도를 취하는 마인드셋이 조성돼야 애자일 문화가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 시드키 대표의 설명이다. 시드키 대표는 “애자일은 무엇을 할지 모를 때 어떻게 배울 수 있고, 어떻게 시도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배움에서 기쁨을 느끼고, 실패를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처리하는 방식”이라며 “결국 마인드셋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애자일하게 행동(doing agile)’만 해서는 안 되며 ‘그 자체로 애자일(being agile)’해지는 마인드셋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아웃풋(Output)을 최소화하고 아웃컴(Outcome)을 최대화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애자일 전환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시드키 대표는 애자일 전환의 단계를 설명하기 위해 결과물(Output), 결과(Outcome), 영향(Impact)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트키 대표에 따르면 결과물(Output)이란 기업의 생산품 그 자체다. 반면 결과(Outcome)란 행동의 변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애자일 마인드셋’이라는 제목의 책을 쓴다고 가정하자. 결과물은 그 책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 책을 읽는 독자가 책을 통해 애자일 마인드셋을 기르고 이를 조직에 주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조직 내에서 성공으로 정의하는 것이 결과인지, 결과물인지에 따라 직원들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드키 대표는 청중들에게 “당신의 팀이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시간, 예산, 속도, 즉 결과물인가, 아니면 고객, 즉 결과인가”라고 질문하면서 “우리는 항상 고객에게 집중한다고 하면서 고객보다는 제품 자체, 즉 결과물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영향(impact)’은 무엇일까. 시드키 대표는 이에 대해 “영향은 곧 비전(vision)이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테슬라를 예로 들었다. 테슬라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기자동차를 타도록 해서 전 세계가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게 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 이것이 테슬라의 ‘영향(impact)’이다.

이 같은 영향을 끼치려면 사람들이 이러한 기술력을 가진 차에 돈을 더 지불하는 한이 있어도 이러한 차를 사고 싶게 해야 한다. 테슬라는 그래서 사람들이 테슬라의 자동차를 가지고 싶게 만들고자 한다.

시드키 대표는 “결국 우리는 결과물은 최소화하고 결과를 최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이 애자일팀에서 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많은 사람이 톱-다운 방식으로 애자일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 등을 묻지만 이는 결과물에만 집중한 사고방식”이라며 “결과물이 아닌 결과에 집중하면 애자일 전환에 대한 답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애자일 전환(Agile transformation)
애자일 전환을 시도하는 조직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바로 방식이다. 애자일 전환에는 크게 ‘프로세스 중심 전환(Process-led transformation)’ ‘팀 단위 전환(Team-led transformation)’ ‘조직 전체가 이끄는 전환(Organizational-led transformation)’ 등이 있다. 프로세스 중심 전환(Process-led transformation)은 앞서 설명한 문화를 이루는 5가지 요소 중 프로세스를 바꿔서 애자일 전환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미 설명했듯이 대부분 조직 내 저항을 만나 실패한다.

두 번째는 애자일 전환을 책임질 팀을 만들어서 이 애자일팀이 중심이 돼서 조직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시드키 대표에 따르면 이 방법은 대부분 모두가 각자의 애자일을 주장하며 조직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사례가 많다.



흥미로운 것은 큰 조직 전체가 애자일해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작은 영향력(influence)들이 모여 더 큰 영향력을 만든다. 시드키 대표는 이를 “한 명이 1000걸음을 걷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몇천 명을 한 번에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큰 조직이 한 번에 바뀌려면 결국 문화 피라미드 내 모든 요소가 동시에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질적으로 바뀌는 것은 리더십과 사람들의 행동과 습관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직 전체가 애자일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 경영자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시드키 부사장은 ‘명확한 비전 수립 - 차이 인식 - 통합’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드키 부사장에 따르면 명확한 비전을 만들고 그 비전을 통해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지 그려보는 작업을 통해 조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첫 단계다. 그리고 현재와 변하고자 하는 모습 간의 차이를 인식해서 어떤 행동 변화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단계가 바로 ‘차이 인식’ 단계다. 마지막으로 학습을 위한 문화를 만들고 피라미드의 5단계가 하나의 생각을 바탕으로 통합되는 단계를 통해 실질적인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통합’ 단계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만이라도 회사로 돌아가거든 먼저 나서서 배우고 성장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실천하고 기민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개인 차원에서부터 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계속 시도하고(practicing) 조직 내에서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가지십시오. 애자일한 문화를 유지하면서 학습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배워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임원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을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시간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DBR mini box: 애자일로의 여정 ‘수파리’

시드키 대표는 애자일해지는 여정의 예로 수파리(守破離)를 들었다. 수파리는 검도 용어로 2014년 마틴 파울러(Martin Fowler)에 의해 정의됐다. ‘수’는 책 또는 관련 지식을 찾고 사용하는 단계다. ‘파’는 책 이외의 사람, 경험 등 여러 관련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이를 공유하는 데 문제가 없는 단계다. 마지막 ‘리’는 자기 자신이 새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단계다. 시드키는 수파리를 설명하면서 이 중 리가 가장 애자일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자일은 결국 유연함(flexiblility)이다. 수가 단지 주어진 규칙에 따르는 것이라면 파는 임의성(optionality)이라고 부르는, 선택할 수 있는 사항들은 있지만 완전히 애자일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반해 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해도 방식을 바꿔서 이를 통제할 줄 아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내게 와서 한정된 예산으로 어떻게 애자일을 도입할 수 있을지 묻는데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며 “오히려 제약(constratints)이 있을수록 더욱 애자일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장애물들을 뛰어넘어야 하고, 그렇기에 애자일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리 단계로 바로 진입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애자일 전환을 위해 애자일에 기본적인 윈칙이나 프로세스 등을 알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수 단계에 갇혀서 더 이상 앞으로 못 나가기도 한다. 시드키 대표는 “수 단계에서 시작하되 빠르고 유연하게 파와 리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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