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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식 부산대 교수 인터뷰

고정석•구석자리 선호의 심리학

DBR | 14호 (2008년 8월 Issue 1)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컨베이어벨트에 기반을 둔 포드시스템(Ford Sys -tem)은 공장의 노동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등장했다. 사무실에서는 편한 동선(動線),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업무 몰입을 도와주는 사무 공간 배치와 운용이 컨베이어벨트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컨베이어벨트가 물리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주는 것처럼 제대로 된 사무 공간은 직원의 몰입을 유도하고, 피로감을 낮추며, 업무 효율을 높여 준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이 사무 공간을 새롭게 설계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심미적 의도뿐 아니라 조직원의 심리적 측면을 고려해 기업의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이재식 부산대 교수(심리학)로부터 인간공학의 관점에서 본 ‘사무 공간의 심리학’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심리학과 인간공학(기계나 환경을 인간이 사용하기 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을 접목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Q 최근 청와대에서 사무실 책상 간 칸막이를 낮춰 화제가 됐다. 이처럼 사무실 책상 사이의 칸막이를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것은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나.
 
A 사무실 구조와 업무 효율성의 상관관계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 어렵다. 업무 특성이나 개인별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무실 구조는 우선 업무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고 콘셉트를 잡거나 브랜드 이름을 정하는 등 팀원들 간의 공동 프로젝트가 빈번한 업무라면 여럿이 수시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는 개방형 사무실에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창의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혼자서 집중해야 하는 데이터 정리나 교열, 꼼꼼한 기획 등의 업무에는 방해받지 않도록 폐쇄적인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소음이 뇌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간섭효과’가 일어나 깊은 생각을 하기 힘들고, 두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칸막이의 효용은 개인 성향에 따라서도 다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주로 ‘사회촉진(social facili -tation)’ 성향을 보여 개방형 사무실에 적합하다. 심리학 개념인 사회촉진은 학생들이 편안한 집보다 동료들이 있는 독서실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듯 주위에 있는 타인의 존재를 의식해 일의 수행 능력이 좋아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은 ‘사회억제(social in -hibition)’ 성향을 보이므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사무실에서 일해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사회억제는 혼자서는 노래를 잘 부르다가도 멍석을 깔아 주면 잘 못하는 것과 같이 타인의 존재가 불안감을 유발해 일의 수행 능력을 방해하는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들을 사방이 터진 개방형 공간에 배치하면 업무 성과는 물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한편 회사는 사무 공간을 배치할 때 직원들의 감성도 고려해야 한다. 공간 배치를 바꿀 때 ‘회사가 우리를 배려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직원에 대한 감시를 늘리거나 부동산 임대료가 올라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책상 간 칸막이를 없앤다면 개방형 사무실에 적합한 일을 하는 직원들도 업무 효율과 사기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상사와 부하가 터놓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직원들을 설득하면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Q 많은 직장인이 ‘고정석’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자기 책상에 작은 화분을 놓거나 가족사진을 붙여 아기자기하게 꾸며야 일이 잘 된다는 사람도 꽤 있다. 이처럼 자기만의 공간이 있을 때 편안한 느낌이 들고,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A 인간의 본능적인 소유 욕구와 관련이 있다. 동물뿐 아니라 인간도 일정 공간을 소유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운전할 때 앞에 다른 차가 끼어드는 것을 싫어하는 심리도 이러한 공간 소유욕과 일맥상통한다.
 
사무실에 고정석이 있으면 사무 공간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고, 그 공간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일에 몰두할 수 있다.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진 책상을 선호하는 것도 자기만의 공간을 가졌다는 만족감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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