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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신뢰

지상 48m 외줄 위의 곡예사에게 목숨을 맡긴 신뢰의 원천은 무엇일까?

정동일 | 149호 (2014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HR

 

리더십에서 말하는 신뢰

1) 저지에 기초한 신뢰(deterrence-based trust)

상사의 신뢰를 저버렸을 때 반대급부로 돌아올 제재나 처벌, 복수가 두려워 상사를 따르는 신뢰

2) 역량에 기초한 신뢰(competence-based trust)

최고 역량과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을 부하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얻는 신뢰

3) 지식에 기초한 신뢰(knowledge-based trust)

리더의 가치관, 행동 양식 등 그 사람에 대해 축적된 지식을 통해 얻게 된 예측가능성에 기반한 신뢰

4) 일체감에 기초한 신뢰(identification-based trust)

부하들이 리더의 꿈과 가치관을 단순히 아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일체화시킴으로써 발현되는 신뢰

 

신뢰의 7가지 빌딩블록(Building Block)

: 솔선수범, 명확한 가치, 희생 정신, 열린 소통, 명확한 의사결정, 약속 실천, 일과 조직에 대한 헌신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한숨을 내쉬거나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호흡했다. 그리고 많은 스타가 탄생했다. 스타는 스포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수많은 분야에서 우리는 요즘 쉽게 스타를 만날 수 있다.

 

올림픽과 영화시대 이전 최고 스타였던 블론딘과 그의 줄타기

 

올림픽과 월드컵, 프로 스포츠, TV, 영화 등이 생기기 이전 스타는 누구였을까? 이들보다 훨씬 오래 전 대중의 관심과 환호를 받았던 스타는 곡예사들이었다. 이들은 몸을 묶은 상태에서 깊은 물속이나 금고에서 탈출하고 타오르는 화염 속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등 위험한 행동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인기를 얻었다.

 

누구보다 위대한 스타는 182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줄타기 곡예사 찰스 블론딘 (Charles Blondin, 1829∼1897)이었다. 그는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장대 하나에만 의지한 채 밧줄 위에 서서 온갖 위험한 동작들을 해냄으로써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1859 630. 그는 나이아가라폭포 위에 로프를 설치하고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한다. 높이는 무려 48m. 특별 열차를 타고 블론딘의 곡예를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은 40파운드의 막대기로 균형을 잡은 채 한 발 한 발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는 그를 바라보며 숨을 죽인다. 드디어 맞은 편에 블론딘이 도착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열광하는 관중들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뒤로 걸어서 건너기, 안대를 하고 건너기, 자전거를 타고 건너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이아가라폭포를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한다.

 

모든 곡예가 끝날 때쯤 되자 블론딘은 모여 있는 관중들을 향해 소리친다. “당신들은 내가 사람을 등에 업고 이 폭포를 건너갈 수 있다고 믿습니까?” 그러자 관중들은그럼요! 우리는 당신이 사람을 업고도 충분히 건너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블론딘은그럼 내 등에 업혀서 나와 같이 이 폭포를 건너갈 사람 한 분만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외친다. 하지만 관중들은 이내 침묵 속에 잠겼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등에 업힐 사람을 찾던 블론딘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만다. 아무도 없다고 판단한 블론딘은 관중 가운데 서있는 한 남자에게당신은 날 믿습니까?”라고 묻는다. 그 남자는 조금도 주저 없이난 당신을 믿습니다. 기꺼이 당신 등에 업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블론딘의 등에 몸을 맡긴다.

 

남자를 등에 업은 블론딘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로프에 올라가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의 등에 업힌 남자가 스스로의 생명을 바쳐 자기를 신뢰했다는 사실을 군중들에게 알려주듯이 그의 얼굴에서는 강 건너편에 반드시 도착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선명했다. 마침내 블론딘은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는 데 성공했고 이를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중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들이 몰랐던 것은 블론딘의 등에 업혀 폭포를 건넌 사람은 해리 콜코드(Harry Colcord)였고 그는 블론딘의 매니저였다는 사실이다.

 

블론딘의 스토리에는신뢰의 본질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이 숨겨져 있다. 관중들은 그의 묘기를 봤고 그가 얼마나 줄타기를 잘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블론딘을 믿는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등에 업혀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려 하지는 않았다.

 

신뢰의 본질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 상대방을 믿는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상대방을 믿고 이를 바탕으로 혹시라도 감수해야 할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다. 말로만 블론딘을 믿는다고 소리쳤던 군중들과 48m 높이의 밧줄 위에서 자신의 목숨을 블론딘에게 맡겼던 콜코드 사이에는 근본적인 믿음에 차이가 있었다.

 

 

 

신뢰란 무엇인가?

 

신뢰의 사전적인 의미는굳게 믿고 의지함이다. 여기서 심리적인 갈등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누구를 (리더를) 믿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그 대상을 의지한다는 행위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진정성, 태도, 역량, 경험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신뢰한다는 행위는 이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나 스스로를 취약한(vulnerable) 상황으로 몰아 넣는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상황이나 의사결정에 대해 내가 100%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나의 이해관계(혹은 내가 속한 단체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결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부하가 리더를 신뢰한다는 것은 리더에게 모든 걸 맡기고 스스로를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도 그 리더가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그래서신뢰란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이다라고 많은 리더십 학자들이 단언한다. 결국 신뢰란 효과적인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리더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하들이 믿고 행동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제공해줘야 한다.

 

리더십에서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부하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인 신뢰는 리더십에서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활발히 연구됐던 대상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필자가 수년 전에 진행한 연구에서 리더가 아무리 멋진 비전을 이야기해도 리더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으면 부하들은 리더의 비전에 몰입하지 않게 된다는 결과를 발견했다.1  그리고 부하들이 리더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조직의 성공을 위해 남을 돕는 행동을 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결과도 있다.2  수백 명의 리더와 수천 명의 부하들을 인터뷰한 리더십의 석학인 쿠제스(James Kouzes)와 포스너(Barry Posner) <리더십 챌린지(Leadership Challenge)>란 책을 썼다. 필자들은 이 책에서 성공한 리더들이 지니고 있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법칙(모델을 제시하라, 공통의 비전을 고취시켜라, 틀에 박힌 과정에 도전하라,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라, 사기를 높여주라)을 이야기한다.3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부하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credibility)를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리더가 아무리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잘 제시하고 공통의 비전을 고취시키려 해도 부하들의 믿음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Place to Work)> <포천>과 함께 선정해온 미국의 GPTW Institute도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리더들에 대한 신뢰다라고 결론 내린다.4  이렇듯 부하가 가지고 있는 상사에 대한 신뢰는 리더로서 성공하는 데도 중요하지만 좋은 조직을 만드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부하들은 상사를 과연 얼마나 신뢰할까?

 

그렇다면 부하들은 함께 일하고 있는 자신의 상사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한 미국의 컨설팅 회사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나는 내 상사를 신뢰한다(I trust my manager)”라는 질문에 75%의 응답자가동의한다, 혹은 강하게 동의한다와 같은 긍정적인 답변을 줬다고 한다.5
 
재미있는 사실은나는 우리 회사의 임원을 신뢰한다(I trust senior leaders in this organization)”란 질문에는 57%의 응답자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상사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리더들은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 보인다. 예를 들면 한국 GWP KOREA 에서 2013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일하기 좋은 기업을 평가한 항목 중상사에 대한 신뢰에서 한국 부하들은 52.9%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는 온라인 직원 채용 회사인 잡코리아에서 몇 년 전 조사한 설문에서 무려 40%의 직장인들이자신의 상사를 믿지 못한다라고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결과다. 이런 결과들은 한국의 많은 상사들이 아직도 자기중심적이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일들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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