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Leader Interview : 글렌 캐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조직 생태학: 사하라에는 목짧은 기린도 살았다?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하시은(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조직생태학의 거장 글렌 캐롤 스탠퍼드대 교수가 자신의 학문적 관심사 및 경영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CEO나 조직 구조를 바꾸는 게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변화의 방향이 맞더라도 변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발자 우위, 블루오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소셜미디어나 태블릿PC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선발자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는데 산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후발 주자가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생존 기업의 교훈만 참조하는 것도 위험한 태도라고 경계했다. 특히 진정성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고객들은 진정성 있는 상품에 대해 15%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학계에서 존경받는 학자들이 있다. 글렌 캐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그런 학자다. 그는 마이클 해난 스탠퍼드 경영대 교수와 함께 조직생태학의 세부이론을 완성한 전략 및 조직 이론가다. 캐롤 교수는 수많은 논문과 저작으로 경영전략과 조직이론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 Logics of Organization Theory: Audiences, Code, and Ecologies> 등은 캐롤 교수와 해난 교수가 함께 쓴 대표적인 조직생태학 이론의 고전들이다. 캐롤 교수는 특히 자원분할이론적 관점에서 미국 맥주산업 내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 성장에 대한 정확한 예측으로 유명하다. 인디애나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1982-2000), 콜롬비아대(2004-2006)에서는 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낸 바 있으며 2000년 이후 (잠시 콜롬비아대 교수를 재직한 시기를 제외하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4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에서 개최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캐롤 교수를 DBR과 이 학교의 김태영 교수가 함께 만났다.

 

어떻게 조직생태학(organizational ecology)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저는 도시 계획을 전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그것을 지속하고 싶었지요. 저는 도시 계획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행위에 대해 학문적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스탠퍼드로 진학했을 때 도시 계획 쪽을 연구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분야를 고려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도 마이크 해난 교수와 일하게 됐습니다. 그는 조직을 특정한 방향으로 새롭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존 프리먼은 1977년 논문에서 조직생태학에 대해 처음 언급했으며 조직생태학이 어떤 모습이 돼야 하는지를 제시했습니다. 저는 1976년에 대학원에 진학했으니 저는 조직생태학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던 초창기부터 있었던 셈이죠. 제가 조직생태학에 끌렸던 이유는 조직생태학이 단순하게 기업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을 때 조직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특이하고 다른 분야였습니다.

 

그렇다면 1976, 1977년 당시 어떤 아이디어가 조직생태학이라는 개념에 영향을 줬나요?

사회학, 경영이론, 사회과학에서 조직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조직이 유연하며 적응력이 좋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환경, 시장, 인사, 인력의 변화에 따라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이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관리자가 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해난과 프리먼은많은 연구들이 조직은 변화 가능하다는 가정에서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켜 왔지만 실패 사례도 종종 봐 왔다. 기존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신규 기업이 차지하는 것을 자주 본다. 잠시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직이 적응할 수 없고 변화할 수 없다고 가정해 보자라고 했습니다. 기존 가정의 정반대로 가보자는 것이었죠.

 

글렌 캐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조직변화의 성과를 설명할 때 조직변화의 내용(content)과 과정(process)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한가요?

단일 조직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어떤 사람은 담배나 살찌는 음식을 끊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합니다. 이때 자신의 현재 상황과 목표 단계가 무엇인지는 명확합니다. 이것이 바로 변화의 내용입니다. 내용은 지금 자신의 지방 섭취량을 8주 안에 50% 줄이겠다는 것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로 가기 위한 과정이 있습니다. 그 과정이 어렵거나 너무 힘들어서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90%의 경우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더 불명확하죠. 온갖 일이 일어나고 있는 산업에 있으면서 당신의 경영 모델과 기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무엇이든 해야 하죠.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죠. 그래서 위험성이 큰 일을 할 것입니다. 성공한다면 전보다 나아질 수 있지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과정상의 어려움 때문에 도중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운동 계획이나 식이요법 계획을 실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경영자들은 언제나 변화를 주관합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창출될지는 그들도 잘 알지 못합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기업의 CEO 및 조직 구조를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 생각에 이것은 조직의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CEO를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있고, 잘하는 기업도 있고, 그 중간에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CEO를 꼭 바꿔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몇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옛날 GE사의 호손에 있는 공장에서 했던 오래된 사회과학적 연구입니다. 그들은 와이어를 조립하는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더 빨리,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가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작업 환경을 통제했습니다. 처음에는 통제된 조건에서 빛을 늘리자 생산성이 높아졌고, 휴식 시간을 주자 생산성이 높아졌고, 맛있는 점심을 주자 생산성이 높아졌고, 그들이 무엇을 하든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들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빛을 낮춰봤습니다. 그래도 생산성은 높아졌습니다. 결론은 많은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끼면 사람들의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호손효과입니다.요즘 어떤 조직에서나 표준화가 되고 기업 상황이 안정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상사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재정리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을 쓰도록 하고 어떤 일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조직을 재정리하는 것이 호손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걸 인정하는 사람은 적겠지만요. 하지만 저에게 비공식적으로 그렇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있었습니다.

 

기업은 CEO나 조직구조를 자주 바꾸는 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기업체 임직원들을 만나보면 명함직책이 단기간에 자주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조직의 CEO의 위치에 있을 때 고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면 먼저 자신이 얼마나 그 위치에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생산 시설과 합병한다고 합시다. 그것은 굉장히 계산하기 쉽습니다. 계산하기 더 어려운 것은 좁은 의미에서의 비용이 아닌 문화, 유통 시스템, 소비자와 제품의 인식 등 합병으로 인한 비용입니다. 이런 것들은 별로 계산하고 싶지도 않으며 조직의 방향까지 고려해서 계산을 하면 그 비용은 기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합병의 편익은 실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First mover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블루오션 같은 신규 시장에 먼저 뛰어들면 경쟁이 많지 않아 성장이 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직생태학에 따르면 경쟁 정도와 정당성에 따라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First mover의 강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은 새 산업과 활동의 시작에 관한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적 저항이 있고 first mover는 그것을 감내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늦게 그 시장에 뛰어든다면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페이스북이 first mover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전에 MySpace가 있었고 그 전에도 더 작은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페이스북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곳에서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게재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따라서 이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서비스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계층이 필요합니다. 저는 페이스북의 시작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제가 읽은 것을 토대로 보면 하버드와 같은 끈끈한 동창 관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 이런 종류의 열성적 지지층을 만드는 데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microbrewery의 사업자들이 은행에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은행으로 가서 사업 계획을 설명하면 은행원들은 웃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서너 군데의 대형 양조장들이 맥주사업을 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은행원들은 사업자들의 대출 요구액을 접하고서는 그건 너무 작아서 양조장 축에 끼지도 못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microbrewery 사업은 어느 누구에게도 경제적으로 전망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 2010년에 미국에는 수천 개의 맥주 브랜드와 대략 450개의 microbrewery가 성업 중이었다.)

 

태블릿 PC도 좋은 사례입니다. 제리 캐플란이라는 사람이 쓴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이 태블릿 PC를 개발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고 저는 그가 훌륭하게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키보드가 없고 조그만 핀 하나로만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대단한 아이디어였죠. 10∼15년 정도 앞선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first mover였지만 태블릿 PC가 만들어질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자원 분할 이론(resource partitioning theory)에 대해 얘기를 해주세요. 이것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고 그 이론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자원 분할 모델은 단일 산업 시장 안에서 한쪽에는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있는 동시에 작은 단위의 기업들도 활약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배적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산업이 더 집중될수록 자본 투자는 더 증가하고 이것은 시장 진입 장벽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조사한 결과 작은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경제학자에게 이에 대한 것을 물어봤을 때 그들은 그런 작은 기업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산업에서는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사례가 될 것입니다. 100년 전에 있었던 기업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지금 보면 생존 확률이 25% 정도 됩니다.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자원 분할 이론이 만들어졌고 저는 이론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관해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산업 분야를 찾던 중 맥주산업에서 일어나는 초기 microbrewery 변화를 봤고, 그러한 일이 일어나기 위한 조건이 갖춰져 있는 것도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의 마지막에 microbrewery가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제 학생들은 이 얘기를 들으면 그런 트렌드를 예상했으니 분명 돈을 많이 벌었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진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소수의 기업만 참고하는 경향이 있고 미디어와 경영자들은 성공적인 사례에만 집중합니다.

미디어와 경영자들은 최고의 사례들만 벤치마킹하고 싶어합니다. 산업 중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도 애플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그들의 산업 분야는 애플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죠. 사람들은 이런 편향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 극복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애플에 신경을 씁니다. 만약 기업의 성과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나 서로 다른 특징들을 반영한 여러 기업을 참고해야 합니다. 그 산업 분야의 모든 기업 혹은 특정 시기에 설립된 모든 기업을 분석하는 방식으로요.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기업들이 어떻게 되는지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에 대해서 인과 관계분석을 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기업의 단기적인 면만 봐서는 안 됩니다. 실패사례도 봐야 합니다.

 

성공한 기업과는 달리 코닥과 최근에 실패한 대기업들에 관해서도 편향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만약에 왜 몇몇 기업이 실패했는가를 분석하려고만 한다면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코닥이 실패한 이유는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망설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코닥은 필름을 없애고 싶지 않았죠. 하지만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망설였기 때문에 성공한 기업도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코닥이 망설였는지가 논란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알기로는 코닥이 디지털 제품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고 특허도 꽤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필름 수요가 있었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필름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디지털 제품을 개발해 기존 시장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장을 디지털카메라로 재구성해야 했습니다. 슬픈 이야기죠.

 

일각에선 한국이 제한된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양성 창출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특정 방향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처럼 자원이 그리 부족하지 않은 나라여도 말이죠. 다양성 창출 과정에서 엄청난 낭비와 파괴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난공불락이고 절대 사라질 것 같지 않던 기업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은 근로자가 많아 다른 분야의 직업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본과 노동력은 쉽게 재배치되기 어렵습니다. 만약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창조적 파괴를 받아들이는 전략을 추진한다면 해고된 사람들을 도와 사회적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또 언제나 건강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기업가들은 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사업가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페이스북처럼 성장하지는 못하더라도 만약 삼성이 산다면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잃기만 하면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대기업이 그런 기업을 사지 않고 경쟁해서 망하게 하려는 경우입니다.

그건 어디에서나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죠. 따라서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똑똑한 사업가들과 지적재산권 보호가 필요합니다. 물론 저작권법은 그렇게 많이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보호장치가 있더라도 중국 시장이라면 별 소용이 없죠. 계속 혁신해야 합니다. 한번 혁신하고는 앉아서 쉴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생 기업들의 분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젊은 기업들이 필요하고 그 분포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에 대한 정부 정책은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창업가적 기업에 보조를 주는 정책은 굉장히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지원을 할 경우 그 기업들은 좋은 창업가적 기업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줘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게 해줘야 합니다. 기업들에 자본에 대한 접근권과 인력 풀을 만들어 내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스스로 알아서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창업의 미학이죠. 예를 들어 스탠퍼드에서 창업가 프로그램을 개선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디어는 다른 대학처럼 일종의 인큐베이터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한 사람이세상에는 기회가 너무 많고 좋은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냐고 반문했습니다. 만약에 학교에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만들면 세상에서 받아 주지 않는 최악의 창업가들만이 모일 것이 분명했습니다. 자유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을 보조하는 인큐베이터, 산업 지구, 혹은 정부 정책은 피해야 합니다.

 

맥주산업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교수님은 10년 전에 계약형 맥주회사의 위험과 정체성 역학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계약형 양조업체(contract brewery)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계약 양조업체는 별도의 제조공장 없이 생산을 아웃소싱합니다. 제조법을 만들고 공정을 관리하며 라벨을 주지만 계약 양조업자는 자체 양조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생산설비를 갖추려면 5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가정합시다. 산술적으로 보면 계약 양조업자는 이 50만 달러를 투자하지 않고서도 제조공장을 가진 업체가 만든 맥주와 같은 맥주를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대신 공장 투자비 50만 달러를 광고나 프로모션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순수하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계약 양조업자가 훨씬 유리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계약 양조업을 택했습니다. 가장 큰 기업은 보스턴 비어 컴퍼니(Boston Beer Company)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이런 업종은 번성했습니다. 현재까지 잘 버티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계약 양조업자들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보스턴 비어 컴퍼니도 일리노이주의 신시내티에 양조장을 갖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맥주와 같은 시장, 그리고 현재 더 많은 소비자 시장에서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제품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맥주, 화장품, 시계와 같은 개인적 기호 소비품일 경우 사람들은 더욱 큰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런 제품들은 취미와도 연결됩니다. 사람들은 제품을 비교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계약 양조업체의 경우 소비자들이 공장을 가보고 싶어도 방문할 곳이 없습니다. 계약 양조업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천연 재료를 사용해 맥주를 제조한다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제조공장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계약 양조업자를 위선자로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맥주가 계약 양조업자의 맥주처럼 맛있지 않더라도 자신의 양조장을 가지고 있는 brew pub으로 옮겨갔습니다. 여기서는 맥주가 조금 이상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이들은 매주 다른 맥주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버드와이저를 마시는데 맛이 다르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마시지 않겠지만요. 많은 소비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제품의 진정성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진정성은 각각 제품에서 다른 형태를 띠며 사람들은 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꺼이 구매합니다. 사람들은 진정성을 추구하며 현재는 이런 현상이 비싸지는 않지만 너무 싸지도 않은 소비재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애플은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애플은 마케팅이나 PR에서 굉장히 쿨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애플 제품을 가진 사람은 세련된 사람이라는 이미지의 광고를 합니다. 그리고 애플은 형제애, 인간애, 평등한 대우 등의 가치를 광고합니다. 애플은 두 가지의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Foxconn에서의 노동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꽤 문제가 되지만 아직은 이슈화되지 않고 있는 부분인데요. 애플은 가장 최악의 폐쇄 소스(closed source) 기업입니다. 물론 이런 부분을 완화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오픈 소스(open source) 세력의 반대가 없는 것이 놀랍습니다. 노동문제에서는 공정노동협회에 가입하면서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진정성이죠. 마케팅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에 그 이미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이 위선이라고 생각해 돌아설 위험성이 큽니다.

 

모든 기업이 핵심 가치로 돌아간다는 뜻인가요?

사람들은 진정성에 대해 신경을 씁니다. 사람들이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소비 시장에서 세분화가 일어나고 있고 사람들은 제조 공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합니다. 공장과 재료의 출처뿐만 아니라 어떻게 재료가 가공됐는지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있으면 닭고기를 살 때 카드에서 언제 닭이 태어났고, 어미가 어떤 닭이었으며, 어디서 자랐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닭에는 마이크로칩이 있어 닭에 대한 어떤 정보든지 알아 낼 수 있습니다. 이미 기술은 충분히 발달돼 있습니다. 이는 음식 안전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완벽히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정 음식을 원하고 음식의 출처를 알기 원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진정성과 관련해 레스토랑에 관한 연구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저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이 중요하고 고객들은 기꺼이 진정성에 대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학회에서 발표할 것은 이와 관련한 하나의 시도입니다. 저희는 미국의 온라인 레스토랑 평가 시스템인 YELP를 통해 사람들이 쓴 리뷰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점의 진정성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 리뷰를 모두 추적했습니다. 저희는 그 음식점에 관련된 사항을 모두 조사해 그것들이 레스토랑 평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습니다. 저희는 진정성과 평점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멕시칸 음식점과 같이 하나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음식점이 다양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음식점보다 상대적으로 평점이 높았습니다. 따라서 음식점이 여러 카테고리에 속한다면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이죠. 저희가 했던 다른 연구는 각각 다른 진정성을 가진 가상의 제품에 대해 사람들이 진정성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제품을 기꺼이 구매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진정성이 있는 것에는 15%의 프리미엄이 있었습니다.그리고 이와 비슷한 연구를 중국에서 했습니다. 미국의 microbrewery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공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인은 수공업 제품을 실생활에서 체험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최근에 발전한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보여지는 다른 종류의 진정성은 나타나지만 수공업에 대한 선호는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저희가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그들은 microbrewery보다는 현대 기술로 만들어진 금색 포일에 싸여 있는 맥주를 원했습니다. 저는 한국인들은 이전에 대량 생산 제품을 선호하다 최근에는 수공업 제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진정성이 중요한 제품은 차(tea)인 것 같습니다. 산에서 손으로 수확된 차를 가게에서는 한 주전자에 20달러 정도에 팝니다. 진정성에 대한 끌림은 이런 제품에서 강합니다.

 

‘신제도주의’1 에 따르면 디커플링(decoupling) 과정에 대한 주장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디커플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젠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습니다. 정보기술로 인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최근의 사례로는 Whole Foods를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부유하고 세련된 가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창립자인 존 맨키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오바마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칼럼을 쓴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는 보수적 자유주의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업의 창립자가 자신들과 비슷한 정치적 견해를 가질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조금 타격을 받았지만 아직은 CEO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지분을 꽤 많이 소유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1977년 해난과 프리먼은세상에는 왜 조직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가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것이 조직생태학의 향후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무엇일까요?

저는 이런 질문을 방향을 정해주는 질문이라고 규정합니다. 저희는 이전에 자원 분할 이론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이때 그 질문은 독점, 과점 기업에 관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독점 기업과 작은 변두리 기업의 혼재는 무엇일까요? 이는 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기업이 있냐에 대한 하나의 대답입니다. 왜 두 종류가 공존하는 것이냐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시장의 주변부에 위치한 기업을 자세히 관찰하면 굉장히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직업을 구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성장하고 있는 산업으로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만약 그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기존 기업과 신규 기업 모두 성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성장 산업과 사양되는 산업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열성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신이 흥미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원생들에게 음악이 좋아하더라도 뮤지션이 되는 것과 인기 스타가 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만약 뮤지션이 되고 싶다면 음악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므로 좋습니다. 그러나 만약 스타가 되고 싶다면 그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스타가 돼서 정상에서 버티면서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과학자는 어떤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일을 즐겁게 느끼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큰 특권입니다.(웃음)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mnkim@skku.edu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태영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에서 매니지먼트 교수로 활동하며 경영전략, 조직설계,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조직 사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인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 마이클 해난(Michael Hannan) MIT 경영대학인 Sloan School의 에즈라 저커만(Ezra Zuckerman)의 학문적 영향을 받아 주로 기업성과와 조직분석에 대한 생태학적/네트워크적 연구를 진행했다. 홍콩과학기술대(HKUST) 경영학과에서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왜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조직이 존재할까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낳는다. 1977년 마이클 해난과 존 프리먼1 은 조직생태학의 출발을 알리는 논문2 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세상에 던졌다. “왜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조직들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어떤 기업은 왜 성공하는가라는 하나 혹은 특정 산업의 일부 기업들을 연구하는 방법에서 다양한 모습과 형태를 한 기업들을 진화론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으로의 사고의 전환을 의미한다. 조직생태학은 하나의 기업 생명체를 현재의 특징 혹은 모습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복잡한 진화론적 과정의 결과물로서 이해한다. 예를 들면, 기린을 연구할 때 목이 긴 기린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목이 긴 기린은 목이 짧은 기린과의 적자생존의 경쟁과정 속에서 선택된 종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연구하고 무엇이 다른가?

조직생태학은 방법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직생태학은 조직군에 대한 정의에서 연구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타 연구방법과 다르다. 조직군이란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 존재하는 공통된 목적을 지닌 일련의 조직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공통된 목적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있으면 조직군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봉사단체, 교회 등 비영리단체 등을 모두 포함한다. 특정한 조직군이 선택되면 그 조직군의 전체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론을 택한다. 조직군에는 큰 기업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의 작은 기업도 포함되며 그 기업이 사업을 시작한 방법(신규 설립, 다각화, 합병 등)과 사업을 접은 이유(도산, 매각, 타 산업으로 이동 등)도 포함한다. 또한 각 개별 기업의 특성과 기업이 속한 조직군의 특성, 그리고 환경적 속성을 포함하는 방대한 자료를 구축한다.

 

왜 이렇게 기업을 연구하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들의 모습은 종종 실제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미국 자동차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자동차회사가 성공했는지를 알기 위해 1980년대 존재한 Ford GM만을, 혹은 일부 대기업만을 연구한다면 그 연구결과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미국에서 1885∼1985 2197개의 자동차회사가 존재했다. 이렇게 우리의 기억은 소수 대기업 중심의 편향성을 띤다. 미국의 맥주회사를 보면 우리 대부분 역시 몇 개의 대형 맥주회사들의 브랜드만을 기억할지 모른다. 버드와이저, 밀러, 코로나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미국의 맥주회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1633∼1988년 무려 7709개의 맥주회사가 존재했다. 조직생태학은 이렇게 한 조직군에 포함된 다양한 종류의 회사들이 어떻게 경쟁하거나 협력하면서 전체 산업 시스템을 만들어가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조직생태학은 다양한 시기에 존재하는기업의 다양성에 초점을 둔 연구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 연구의 중요성

연구대상에 중소기업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들이 존재한다. 큰 자동차 회사 혹은 맥주회사만 연구하면 그만이지 왜 다른 중소기업들까지 연구대상에 포함해 어려움을 자처하느냐는 것이다. 산업에서 차지하는 전체 매출도 적고, 때로는 별반 기술도 없으며, 개별 기업당 고용효과도 작은 중소기업은 별반 연구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까지 데이터를 모으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도난이도 리스트에 항상 첨부된다. 모든 연구자가 조직생태학의 방법론을 따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궂은 일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이 바로 조직생태학 연구자다. 우리는 때로 현재의 대기업들이 한때 중소기업이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잠시 망각하곤 한다.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혼다, 삼성 등 많이 알려져서 영원히 사업을 할 것 같은 이런 기업들도 불과 얼마 전까지는 중소기업이었다.

 

또한 조금만 시야를 넓혀 시계열적으로 보면 대기업의 서열도 자주 바뀌고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1896년 다우존스에서 산업 부문을 대표하는 주가지수를 만들 당시 상장된 회사 12개 중 살아남은 기업은 GE 하나뿐이다.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가 158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파산했으며 메릴린치는 94년의 역사를 안은 채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병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65 100대 기업 중 IMF 외환위기 전인 1995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불과 16개이며 대기업집단 중에는 삼성과 LG만이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케빈 케네디와 메리 무어는 <100년 기업의 조건>에서 세계적인 초일류기업들의 평균수명은 단 13년이며 30년이 지나면 80%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결국, 특정 년도에 존재했던 일부 대기업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심각한 선택편향(selection bias)으로 인해 경영자와 매니저에게 그릇된 정보를 줄 가능성이 높다. ,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혼다, 삼성 등의 개별기업들이 각각 채택한 경영방법이 성공의 열쇠이며 다른 기업들도 모방해야 한다는 그릇된 환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비슷한 경영방법을 채택하고도 도산한 많은 여타 기업들은 현재 침묵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택편향은 사실 신문, 잡지뿐만 아니라 조직이론 및 기업 전략에서 아직도 널리 발견된다.

 

기업 다이내믹스의 두 축: 정당성(legitimacy)과 경쟁(competition)

조직생태학의 가장 중심적인 개념 중의 하나가 바로 정당성(legitimacy)이다. 정당성은 시장이나 상품에 대해 당연시하는 사람들의 인지적 태도를 의미한다. 정당성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업들의 수적 증가와 다양한 사회적 활동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언론에서, 비평가들이, 전문가 집단이, 혹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기업활동의 정당성을 높이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당성은 경쟁이라는 개념과 두 축을 이루면서 시장에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블루오션의 새로운 시장을 가정해보자. 새 시장에는 당연히 기업이 많지 않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은 기업에 경쟁 정도가 낮아 좋지만 기업과 제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 사회적 인식이 낮으면 이에 따르는 광고비, 협력업체의 부재, 기술적 불확실성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즉 낮은 정당성으로 고통받는다. 나아가 기존의 시장과는 거리가 먼, 혹은 볼 수 없었던 제품일수록 사회적 인식은 낮다. 새로운 시장에 다른 기업들이 진입하면서 시장과 제품에 대한 정당성은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쟁 정도가 증가한다. 산업 초기에는 정당성의 논리가 경쟁의 논리를, 기업의 수가 늘어날수록 경쟁의 논리가 정당성의 논리를 압도한다. 초기에 새 시장에 들어가거나 늦게 들어가거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블루오션 같은 시장에 먼저 진입해 누릴 수 있는 선발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은 사실 신화에 불과하다. 불확실한 시장에 먼저 진입했다가 실패한 기업은 경쟁에서 실패한 기업만큼 많다. 실패한 이유가 다를 뿐이다.


 



기업의 조직 변화(change)와 관성(inertia)

기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변화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조직생태학은 가치, 기술, 마케팅, 위계 구조 등 기업에 다소 충격을 주는 급격한 변화는 기업 생존 및 성과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해왔다. 기업은 변화할 수 있지만 변화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변화를 추구할 때 두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환경의 변화에 맞게 변화의 방향(혹은 내용)이 맞아야 한다. 변화의 방향이란 기업이 A에서 B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B A에 대해 지닌 상대적인 우위를 말한다. 문제는 기업이 변화를 추구할 때 B A보다 항상 낫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B A보다 나을 수 있지만 선택 초기 단계에서는 불확실성이 많다. 선택의 불확실성이 없다면 다른 기업들도 B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심각한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 둘째, 변화의 방향(혹은 내용)이 맞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변화의 과정(process)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변화의 과정이란 A에서 B로 가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조직구조의 개편, 인센티브의 분배, 직원들의 저항, 일상화된 작업과정에서 무력감 등을 포함한 조직적/구조적/심리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아무리 변화의 방향(혹은 내용)이 맞다하더라도 변화의 과정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면 기업의 변화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변화의 내용(방향)만을 고려하고 변화의 과정에 대해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변화는 요원하다.문제는 경영자를 포함한 매니저들이 조직의 변화 과정에는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직생태학의 수많은 연구들은 변화의 방향이 맞더라도 변화의 과정이 기본적으로 기업의 생존과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에 유행한 TQM, 식스시그마, 블루오션 전략 등 많은 매니지먼트 패러다임 등도 많은 경우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기업의 핵심역량에 수정을 요하는 근본적인 변화의 경우는 더욱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몇몇의 성공적인 사례만을 두고 조직변화에 대한 일반화를 시도하면 안 되며 모든 기업들이 따라 해야 하는 경영기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적소(niche)와 자원분할이론(resource partitioning theory)

적소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적 자원을 의미한다. 생태학적 개념이지만 다양한 적소를 배경으로 하는 기업동학에 대한 연구에도 유용하다. 자원분할이론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폭넓은 적소를 차지하는 대기업과 제한된 적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소기업의 상호작용과 상호공존에 대한 연구이며 기업에 필요한 자원을 둘러싼 시장이 분할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글렌 캐롤 교수3 1980년대 초반에 시장에서 소수 대기업들의 독과점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차별화전략으로 무장한 소규모의 창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소수의 대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는 신규 기업의 진입이 어렵다고 한 하버드 경영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캐롤 교수와 포터 교수는 1980년대 초 소수의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이 심화되던 미국 맥주산업에 대해 각각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러한 상반된 예측을 내놓았다. 포터 교수는 당시의 맥주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제조, 마케팅, 그리고 판매의 진입장벽 상승으로 인해 신규 진입은 어렵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캐롤 교수는 드디어 맥주산업은 대규모 맥주회사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해 제한된 적소시장을 공략하는 소기업들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 소기업이 바로 신선한 재료 사용, 소규모 생산, 짧은 유통기간,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맥주 가격, 독특하고 다양한 맛, 그리고 미국의 각 주 범위로 한정된 판매망으로 특징되는 microbrewery의 등장이다. 실제, 캐롤의 예측대로 이 microbrewery는 소수 대기업들의 과점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기존의 기업이 남긴 공백을 메꾸면서 꾸준히 증가해 1990년대 이후에 120개 이상으로 성장했다. , 소수의 대기업에 의해 미국의 맥주산업의 과점화가 심화될수록 소비자는 다양한 맥주를 찾았으며 이는 microbrewery 수의 증가로 연결됐다.

 

조직의 다양성: 조직연구의 방향4

이렇게 특정 산업의 소수의 대기업에만 초점을 두는 기존의 이론 혹은 연구 방법론과는 달리 시장에 존재하는 기업의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조직생태학적 관점은 기업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전해준다. 19세기 찰스 다윈이 인간의 기원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했듯이 20세기 후반에 탄생한 조직생태학은 기업의 탄생, 발전, 쇠퇴라는 생태학적 과정(ecological process)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다윈의 생태학이 생물 종의 다양성에 관한 연구라면 조직생태학은 조직의 다양성에 관한 연구다. 성공한 기업만 연구해서는 성공하는 기업의 특징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없다. 성공한 기업들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이해는 비슷한 특징을 가진 기업들이나타나고’ ‘사라지는생태학적 과정과 그 과정에 영향을 주는 제반 요인들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기린은 원래 목이 길었을까? 어떤 환경조건이 긴 목을 가진 기린들에게 경쟁우위를 줬을까? 특정시점에 생존한 목이 긴 기린들만 조사하면 우리는 진화론적 과정의 결과물인 현재의 기린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목 길이의 차이가 적자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줬을거라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지 모른다. ‘혹시 짧은 목을 가진 기린들도 존재하지 않았을까하는 사회과학적 의구심이, 그리고 그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기업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조금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5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mnkim@skku.edu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