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TIP 경제위기의 시대, CEO의 공감 경영
- 로버트 I 서튼
CEO가 불황기에 부하 직원들이 감정적 약점을 극복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서술한 데렉 딘의 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근에 대화를 나눈 몇몇 CEO들은 ‘겁에 질린’ 고위 임원들을 돕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은 이런 현실을 반영할 뿐더러 개인이나 집단이 예측도 이해도 할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주는 두려움에 압도되면 불안, 인지 능력의 제한, 기존 방식에 대한 집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딘의 논지를 3가지 측면에서 좀 더 확장해보자. 첫째, 딘의 글에 암묵적으로 다루어지긴 했으나, 명확히 표현되지 않은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고자 한다. 부하 직원이 문제점과 약점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CEO가 먼저 자신의 문제점과 약점을 철저히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 상관의 행동을 자세히 주시하고 있는 부하 직원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신들의 운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상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극도로 예민하게 살피게 된다.
한 가지 예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원이 들려준 이야기다. 복도를 지나는데 한 비서가 “구조조정이 언제 시작되나요?”라고 묻더란다. 그는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비밀리에 감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감원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시인하고, 어떻게 이런 일을 알게 됐는지 되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가 요즘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신발 끝만을 바라보더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그가 ‘신발만 쳐다보던 날’은 어김없이 나쁜 소식이 들려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CEO를 포함해 경영진 역시 인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거나 드러낼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직시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두려움이 커지거나 잘못된 가정에 따라 비이성적으로 일에 집착하면 부하 직원들이 이를 스스럼없이 지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i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 업체인 하라스(Harrah’s)의 CEO인 게리 러브맨의 이야기다. 러브맨은 고위 경영진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을 때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으로 심리적 안전 지대(psychological safety zone)를 조성했다. 나의 경험과 연구도 이러한 안전 지대를 만들기 위해 CEO가 실천할 수 있는 많은 소소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적절한 타이밍의 미소, 칭찬 및 신뢰의 표현, 자신의 실수에 대한 인정, 두려움이나 냉소 및 적대감을 부추기는 이들에 대한 부드럽지만 단호한 대응 등 수백 가지의 작은 말과 행동들을 통해 분위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 이는 왜 유능한 리더, 특히 CEO에게 오랜 경험이 필수적이며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신경을 써야 하는지, 왜 그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기보다 훨씬 힘든지를 잘 보여준다.
끝으로, 게리 러브맨이 고객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서비스와 편의 시설을 축소하기 위해 신속하게 실행한 일련의 수많은 작은 단계, 즉 ‘작은 승리 전략(small wins strategy)’이 있다. 칼 와익(Karl Weick)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설명했듯이 문제를 거대하고 극복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할수록 불안감이 커지며, 무력감이 든다. 어떤 일을 해도 해결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문제에 압도되는 것이다. 그 결과 공포에 질려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만다. 따라서 와익 교수의 작은 승리 전략처럼 문제를 쪼개면, 사람들이 안정을 되찾고 건설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 ii
이 전략은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유용하다. 어려움이 닥치면 두려움이 가중되고, 통제의 필요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통해 모두 함께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로버트 서튼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과학 및 공학 교수이며, 2010년 비즈니스플러스(Business Plus)가 출판할 저서 ‘좋은 상사, 나쁜 상사(Good Boss, Bad Boss)’를 현재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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