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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의 저주

김남국 | 41호 (2009년 9월 Issue 2)
외부 전문가 영입은 기업의 중요한 인재 확보 전략이다. 스타급 인재들을 놓고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곤 한다. 실제 과거 증시 활황기에 한국 증권가에서 애널리스트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억 원대 연봉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부 인재 영입이 항상 좋은 결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애써 영입한 인재가 조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몸값에 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기업들의 이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조직 이론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최신 호(Vol 20, No.4, 740∼758)에 스타급 인재의 영입이 해당 인재의 성과와 기업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의 이직 데이터를 토대로 통계 분석을 실시했다. 특히 기업들이 새로 영입한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분야와 같은 영역의 기업 분석을 과거에 해왔는지, 아니면 외부 영입을 계기로 새로운 분야의 기업 분석을 시작한 것인지에 주목했다. 전자는 기업 입장에서 이미 해왔던 일의 연장선상이므로 기존 역량의 ‘활용(exploitation)’과 관련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후자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역량을 확보한 것이므로 ‘탐색(exploration)’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이번 DBR 41호 pp. 72∼75, ‘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코너 참조).
 
연구팀의 분석 결과, 영입된 애널리스트들은 ‘활용’과 관련한 활동을 하건, ‘탐색’ 활동을 하건 단기적으로 낮은 성과를 보였다. 영입한 이후 기업의 주가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이는 외부 인재들이 과거에 혼자만의 역량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기보다 조직과 소통하고 조직의 자원을 활용하면서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달라진 환경에서 곧바로 이전처럼 좋은 성과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활용’ 관련 활동을 한 애널리스트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이전처럼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탐색’ 활동을 한 애널리스트는 4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연구팀은 ‘활용’과 관련된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그 기업이 갖춰놓은 풍부한 인력과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던 반면, ‘탐색’ 활동을 한 애널리스트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탐색’으로 분류된 애널리스트가 개인만 영입됐는지, 아니면 지원팀과 함께 영입됐는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개인보다는 지원 조직까지 포함한 2명 이상의 팀이 영입됐을 때 성과가 더 좋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재 채용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비싼 몸값을 치르고 ‘슈퍼스타’를 영입했으니 ‘이제 알아서 해보라’는 식으로 놔둬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인재를 영입했다면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가능하다면 우수 인재와 손발을 맞춰온 지원 조직도 함께 영입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가 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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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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