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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팀장 무시하는 고참 팀원
사사건건 분위기 흐리는데…”

배미정,김진영,김한솔 | 385호 (2024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최근 팀장이 팀원보다 어리거나 연차가 낮은 조직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나이나 연차가 찬 사람에게 자연스레 팀장 등의 보직을 맡겼기에 팀장이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요,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연공서열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연차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직을 맡고 싶지 않아 스스로 팀원으로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팀장과 팀원 사이에 나이에 근거한 위계가 사라지면서 일부 팀장은 나이 많은 팀원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특히 유교적 문화가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선 어려운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팀장으로서 리더 역할에 충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직장인 금쪽이’에서 나이 많은 팀원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방법을 다뤄봤습니다.

금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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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저는 중견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14년 차 직장인입니다. 3개월 전에 이 회사의 경영지원팀장으로 이직했는데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고참 팀원 A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이 팀에서 가장 오래 일했던 A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고 도움도 받아서 고맙다고 생각했는데요,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데 A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는 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부터 제가 회의에서 무슨 제안을 하면 못마땅해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해도 소용없을 텐데…”라는 식으로 말꼬투리를 잡아 분위기를 흐려 놓습니다. 최근에는 보고서에 부실한 내용이 있어서 고치라고 했더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하더군요. 고쳤으면 좋겠다고 계속 설득했더니 나중에는 “나는 못하겠다”며 배 째라는 식으로 저한테 일을 은근히 떠넘기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시킨 일들의 우선순위도 자기 맘대로 정해서 제가 지난번에 맡겨놓은 일은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면 “지금은 (객관적은 결코 중요하지 않은) 다른 일이 더 급하다”며 자기 논리를 고집합니다. 그럼 저는 그렇게 처리하면 안된다고 설득하느라 장시간 진땀을 빼고요.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니 자꾸 A가 팀장인 저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나쁩니다.

얼마 전에는 A에게 어떤 일을 시켰더니 그 일은 B가 더 잘한다며 자기 업무를 B에게 미루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건 정말 선을 넘은 일이라고 생각해 A를 따로 불러 팀의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업무 지시를 제대로 따라 달라고 좋게 얘기했는데 A는 팀을 생각해서 자기가 이렇게 얘기하는 거라고 오히려 반박해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물론 A의 업무 능력이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팀에서 오래 같은 일을 하면서 A가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존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각종 이유로 업무 지시를 어기고 자기 입맛에 맞는 일만 하려는 A의 태도를 더 이상 참기가 힘드네요. 또 이런 태도가 다른 팀원들에게까지 전염될까 봐 걱정입니다. 다른 팀원들이 A를 잘 따르는 편이거든요. 언젠가부터 A에게 일 시키는 게 불편하고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A에게 시킬 일을 제가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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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 

끼인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박 팀장님께 먼저 위로와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새로운 조직으로 이동해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으셨을 텐데 ‘나이’를 아무래도 따지게 되는 우리나라에선 함께 일해야 하는 구성원이 나이가 많은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죠. 하지만 조직에선 나이, 연차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역할’이죠. CEO가 나이가 많아서 직원들이 그 결정을 따르는 게 아닙니다. CEO의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이 의사결정이니까 그 일을 하는 것이고, 구성원은 CEO의 지시 사항을 따르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그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잠시 미뤄두겠습니다).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이 조직에서 일을 잘하는 것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고민을 풀어보겠습니다.

팀장님은 팀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팀장의 역할은 맡은 팀의 성과를 책임지고,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 팀원의 역할은 뭘까요? 팀장의 가이드를 따라 업무를 수행해 성과를 만들어 내고, 가이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반박하며 대안을 주기도 하는 역할입니다. 이에 기반해 질문을 던져 보세요. 박 팀장님께서 고민하시는 ‘고참 팀원 A’는 이 역할을 잘하고 있나요? 만약 답변이 ‘그렇다’라면 죄송하지만 문의하신 팀장님의 고민은 고민이 아니어야 합니다. 만약 현재 A가 하는 행동을 팀장님보다 나이가 적은 B라는 다른 직원이 똑같이 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고민이나 문제 제기를 하셨을까요? 어쩌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 상황이 무의식적으로 더 과장되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직원이 맞는지 판단하는 관점에서 바라봐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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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팀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잘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신다면 솔루션은 달라집니다. A가 팀원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게 팀장님의 책임입니다. 이때는 개별적 특수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A처럼 고참 직원의 경우엔 다른 배려가 필요하죠. 3가지의 배려 방식을 참고해 주세요.

첫 번째는 ‘인정 표현하기’입니다. 박 팀장님이 새로운 제안을 했을 때 “A가 ‘그렇게 해도 소용없을 텐데…’라고 말꼬투리를 잡았다”고 표현하셨습니다. A는 왜 그랬을까요? 정말 팀장님 제안에 꼬투리를 잡았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이 조직에서 오래 경험한 것에 근거해 팀장님이 괜한 ‘헛심’ 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조언을 한 건 아니었을까요? “시킨 일의 우선순위를 마음대로 정해서 ‘결코 중요하지 않은’ 다른 일을 더 급하게 처리하고 있다”고도 하셨어요. 그래서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죠. 이것 역시 팀장님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경험상 다른 일을 먼저 해야 타 부서에 더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요?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박 팀장님 생각이 다 틀렸다는 게 결코 아닙니다. A의 행동이 무조건 옳다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구성원이 그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리더의 입장에선, 특히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라면 상대를 인정하는 게 먼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팀장인 나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 하고 들어봐 주세요. 그 대화의 과정에서 박 팀장님은 몰랐던 회사의 속사정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 물론 그런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팀장님이 A를 선배 직원으로서 ‘인정’해 준다는 인상은 확실히 줄 수 있을 겁니다. 상대를 인정하는 게 팀장님에게도 득이 되는 행동임을 기억해 주세요.

두 번째는 ‘특별 대우하기’입니다. A의 말을 무조건 다 들어주시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연장자라는, 그리고 나보다 이 조직에서 경험이 많은 선배라는 것은 사실이니 이를 대우하는 행동을 보여주라는 의미입니다. 거창한 게 아닙니다. 그분에게 ‘먼저’ 의견을 묻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예를 들어 새로운 의견을 제안하려 할 때나 조직 관리 차원에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려 할 때, 다른 직원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이야기를 듣게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내용을 알리고 상의하시라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어쩌면 이런 걱정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새롭게 하겠다는 것에 그 사람이 반대하면 어떻게 하죠?” 그럴 수 있습니다. 고참 구성원이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리더님의 결정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결정하는 건 리더의 역할이고, 그것에 의문이 들면 반대하는 것은 구성원의 역할입니다.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은 리더가 하면 됩니다. 박 팀장님이 먼저 다가가고 상의하는 행동을 보여주시면 A는 분명히 느낄 겁니다. 자신을 선배로서 대우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비록 본인의 의견이 다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박 팀장님이 겪으신 것처럼 팀장님의 제안에 분위기를 흐리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진 않을 겁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역할 요청하기’입니다. 인정하고 ‘특별 대우’를 한다고 해서 그분이 팀장님의 상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조직에서 부여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게 A의 책임이죠. 그래서 A가 조직에서 해주길 바라는 업무를 역할 관점에서 설명해 주시는 게 필요합니다. 많은 리더분이 ‘해야 할 업무’를 시키는 걸로 리더의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십니다. 업무를 명확히 설명해 주시는 것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더 좋은 리더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역할까지 함께 생각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록 정리 업무가 있습니다. 회의 내용을 잘 듣고 문서로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이 일이 딱히 재미있진 않을 겁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책임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이 일을 하는 구성원에게 ‘회의 내용을 전달하는 스피커’라는 역할을 부여하면 어떨까요? 단순한 업무라도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의미를 찾으며 일을 하니까요. 박 팀장님보다 선배인 A에겐 어떤 역할이 필요할까요? “다른 팀원들이 A를 잘 따르는 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후배들의 업무 고민을 풀어주는 상담사의 역할을 요청해 보시면 어떨까요? A가 “오래 같은 일을 하면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많다”고도 하셨습니다. 이를 살려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역할을 해 달라고 하시는 것은요? 팀장님의 생각과 다르게 일을 할 때도 그 업무하나만 갖고 피드백을 하시기보다 ‘선배로서의 역할’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피드백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가능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요.

나보다 나이 많은 구성원을 리딩하는 것, 고민처럼 어려운 문제 맞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나는 잘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을 수도, 나에겐 어려운 일이 그에겐 쉬울 수도 있습니다. 나이를 ‘문제’로 생각하기보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생각하신다면 A와의 관계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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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I 

이직 후 온보딩 과정에서 붉어진 관계 갈등이라고 이해됩니다. 과거에는 연장자를 직원으로 두는 경우가 흔치 않았지만 최근에는 ‘면(免) 팀장’이나 발탁 승진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연공서열을 중시했던 풍조에서 점차 ‘직무’ 중심으로 인사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과도기인 만큼 팀장님처럼 나이 많은 팀원을 관리해야 하는 당황스러운 사례가 속출합니다. 또 해당 직원 A 역시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을 겁니다.


직원 A의 속마음

말씀대로 직원 A에게 초기 정착에 여러 도움을 받았습니다. 3개월 시간이 지나고 회사와 팀 내 상황이 파악되고, 팀장님의 독자적인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직원 A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달라진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근래 유사한 이슈로 고민했던 어느 리더의 코칭 사례를 감안해 직원 A가 겪었을 감정과 생각을 유추해 보겠습니다.


(입사 전)

‘팀장이 공석이 됐으니 팀 내 고참인 내게 기회가 있지 않을까?’


(입사 확정)

‘새로운 팀장이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이거 참 난감하군.’


(출근 후)

‘어떤 사람인지 간을 좀 봐야겠어. 만만한지 안 그런지 말이야.’


직원 A는 불만과 불안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외부 사람이 조직에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기존 직원과 갈등 관계로 돌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선호, 취향과 견줘보는 기간이 있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직원 A가 배타적인 태도로 바뀐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팀장님을 지켜봤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이제 ‘새로운 팀장이 주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만큼 자신의 의중을 본격적으로 드러낼 적기라고 직감했을 겁니다. 팀장님이 3개월 동안 파악했던 업무는 대부분 직원 A가 수행했거나 연관됐던 것들입니다. 자신과 관련 있는 업무에 대해 대화할 때는 굳이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습니다. 가설적으로 추론했습니만 우선 팀원 A가 이렇게 행동하는 근본적인 속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나이 많은 팀원을 대하는 다섯 가지 대응법을 알아봅니다.


대응법 ❶: 먼저 인정하라

만나서 진의를 묻기 전에 확인할 사항이 있습니다. 팀장님은 “도움받아서 고맙다고 생각했는데요”라고 했습니다. 고마움을 직접 표현한 적이 있는지요? 상사, 동료, 직원과 불편한 관계를 호소하는 리더가 넘쳐 납니다. 대부분 문제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는데요.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리더님, 그분을 인정하십니까?”

상당수 리더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쌓이는 악감정은 문제를 더 꼬이게만 합니다. 물론 인정한다는 리더가 있는데 상당수는 의사 표시가 부족했습니다. 결국 리더는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라는 불만을 갖게 됩니다. 아쉽게도 사람의 마음은 볼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하는 ‘말’과 보이는 ‘태도’를 통해 마음을 판단합니다. 따라서 내가 그를 ‘고참 팀원’ ‘선배 직원’으로 인정하는지를 돌아보고 그런 마음을 적절히 표현했는지를 우선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면담 시에도 인정의 메시지를 언급하며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대응법 ❷: 존중을 표하라

팀 업무에 능숙한 직원 A는 팀장님의 지시에 비판 의식을 가질 공산이 큽니다. 좋지 않은 방식으로 표출해서 갈등 상황이 야기되고 있고요. 중요한 이슈라면 팀 전원이 모인 회의 이전에 따로 불러 의견을 구해보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특별히 존중을 받는다고 느끼게 합니다. 물론 모든 사안마다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듣는다고 전부 수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팀장이 내 의견을 중시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안에서 팀장님의 지시에 순한 반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더불어 그의 경륜에서 우러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팀장 시절 저보다 세 살, 다섯 살 많은 팀원 두 명이 있었습니다. 거의 매년 순환보직처럼 이 팀 저 팀을 왔다 갔다 하는 ‘폭탄’ 같은 존재였는데 제가 중요한 결정이나 보고를 앞두고 이들을 찾아 의견을 구했습니다. 다른 팀장에게 받아보지 못한 대접에 처음에는 경계하는 눈빛이더니 나중에는 좋은 의견을 여러 건 제시해 줘서 실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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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법 ❸: 역할을 인식시켜라

직원 A가 자신에게 부여된 일을 다른 직원에게 미룬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한 피드백 자리에서 ‘팀을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는 주장을 폈다고 하셨습니다. 내용상 직원 A의 생각이 맞을 수 있습니다. 해당 업무에 숙련된 사람의 말을 반박하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맞는 얘기를 ‘틀린’ 방식으로 개진했다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직원 A는 분명 잘못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으며 이는 선배 팀원으로 팀워크에 막중한 미션을 감당해야 할 역할에서 한참 벗어났습니다. “지금 저에게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 고참 팀원으로서 적절하다고 봅니까?” “이 같은 태도가 다른 후배 팀원에게 본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등 자신의 위치를 상기시키고 적합한 역할에 대해 생각하도록 질문해봅니다. 이런 질문은 ‘자신과 팀장’ 간의 관계에서 ‘자신과 팀 전체’로 관점을 확대해 재고하도록 이끕니다.


대응법 ❹: 업무를 위임하라

나름의 재량권을 인정해 주고 특정 업무는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합니다. 팀장이 시시콜콜 간섭한다는 불만을 축소할 수 있고, 팀장님은 본연의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임한다고 해서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방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임한 업무라고 해도 중간에 확인은 필요합니다. 직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개입하려면 언제 체크하겠다는 얘기를 애초 위임할 때 함께 전하면 좋습니다.


대응법 ❺: 동조자를 찾아라

팀장과 팀원, 1대1 관계에서 해결이 어렵다면 팀 내부에서 나의 의견에 동조할 사람을 확보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 중에서 자신의 의견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직원이 나타나는 것은 큰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팀장이라면 팀 전체를 조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 A를 설득하는 데 좋은 작용을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친밀감 같은 개인적인 ‘관계’의 속성으로 접근하지 말고 일이 잘되게 하는 규율 있는 원칙을 호소해야 합니다. 팀을 이뤄 일하는 것은 선후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역할을 담당하는 팀원 간의 팀워크를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런 원칙에 동조하는 팀원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상사를 찾아가 관련 사항을 협의해야 합니다. 팀장님을 채용한 결정권자는 팀에 연장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물론, 직원을 직접적으로 앞세워 언급하는 것보다 팀 업무 중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얘기한 후 그 원인이 직원 A라는 식으로 순서를 삼으면 좋습니다. 상사는 아무래도 일에 더 민감하며 사람에 대한 문제의 귀책을 1차 직책자인 팀장에게 돌릴 우려가 있습니다. 아울러 인사 부서에 면담을 신청하는 것도 적합한 방법입니다. 인사 부서는 직원 A의 성향에 대해 이미 판단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좋은 정보와 조언이 팀장님을 기다릴 겁니다.


직원과 문제 해결은 빠르게 진행해야

일반적으로 신임 리더의 정착은 부임 후 90일 내외에 완료된다고 합니다. 근무를 시작해 탐색기와 갈등기를 거치는 기간입니다. 현재 사례의 팀장님은 갈등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시기의 기간을 되도록 짧게 가져가서 적절한 방향대로 정립해야 합니다. 즉,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앞서 설명한 다섯 가지 원칙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본 후 마지막에 상사와 인사 부서를 찾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상황이 돌이키기 어렵다면 인사상 조치까지 검토될 수 있습니다.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런 것까지 해야 한다는 데 자괴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리더의 길은 결국 구성원이 일을 제대로 하도록 이끄는 과정입니다. 리더는 본인이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직원이 일을 잘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연적으로 직원의 변화를 끌어내야 합니다. 지금의 상황은 후일 팀장님의 리더십 발전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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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 팀장이라면? 팀장클럽 현직 팀장님들의 조언



현직 팀장님들은 박 팀장님과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상황을 해결할까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인터비즈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팀장클럽’에서 직접 현직 팀장님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소중한 의견 중 일부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팀장클럽


ID : 노팀장

징계감이네요. 저런 분이 있는 한 제대로 된 조직이 될 리 없습니다. 말 그대로 조직입니다. 팀장이 있으면 팀원이 있고 모든 책임은 팀장이 지게 돼 있지요. 그래서 팀원 컨트롤 제대로 못해서 팀장 목이 날아가는 전례를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팀장은 자기 혼자 결과로 책임지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팀원들에게 전권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요구하지요.

그렇게 해서 그 과정에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했는지에 따라 고과라는 성적표를 받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을 팀원이 지지 않지요.

왜 팀장이 원하는 과정이 그려지지 못하게 만든 팀원을 가만히 놔둬야 하나요?

그리고 연말에 면팀장이 되면 팀장은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ID : 두문정수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고, 팀원과 함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중에 어려운 고민에 봉착하셨군요. A 직원에게 여러모로 의지도 하고 함께 팀을 이끌어 나가려고 생각하신 듯한데 비협조적인 태도에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A 직원이 처음부터 그랬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는데 그것을 팀장님이 받아들이고 지내다가 적응하면서 그 직원의 태도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태도가 변했다면 그 사이에 무언가 서운한 부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 기간에 그 직원에 대한 나의 인식이 바뀐 것이 있는지 또는 그 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점검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점검을 통해 혹시나 생긴 선입견이 있다면 스스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해보시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 직원과 대화를 하며 풀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커리어 목표라든지 팀장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대화해 보시면 어떨까요?

만일 아무 일도 없었고 전적으로 그 직원의 태도가 불량이라면 회사, 팀장의 방향성 원칙을 강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대화 및 피드백을 주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배미정 배미정 | 동아일보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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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영 | 커넥팅더닷츠 대표

    리더 경력 12년 포함 24년 조직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경영 자문, 성과관리 코칭, 리더십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팀자으로 산다는 건」 「팀장으로 산다는 건 2」의 저자이다.
    jykim@connectdo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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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솔 | HSG 조직갈등 연구소 소장

    비즈니스 교육 전문 기관 HSG 휴먼솔루션그룹에서 강의와 컨설팅 등을 통해 많은 기업의 소통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리더의 자기 인식을 위한 진단 프로그램 '성과 백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이기적 리더」 「1% 디테일: 성공적인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비결」 「설득하지 말고 납득하게 하라」(공저) 등이 있다.
    hskim@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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