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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in 유럽

유럽 기업들, 주 4일제 실험에 나서다

이은서 | 369호 (2023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다. 워라밸이 좋다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유럽의 스타트업계에서 주 4일제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실행되고,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용주로서 좋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되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고심하게 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주 4일만 일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이 궁금할 것이다. 프랑스 HR테크 스타트업 ‘웰컴투더정글’ 사례를 통해 일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찾아본다.



스타트업의 목표는 ‘빠른 성장’이다. 그래서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줄임말)을 강조하는 유럽에서도 스타트업은 일반 기업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유럽 내에서 주 4일 근무가 팀의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주 4일 근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의 미래’는 지난 수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주제다. 특히 최근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의 노동력의 필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 동시에 과연 인간이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얼마큼 준비가 됐는지를 생각해보면 상당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보다 먼저 주 4일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유럽의 스타트업 업계는 우리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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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더정글: 2019년부터 주 4일제
도입한 프랑스 스타트업의 사례

프랑스 파리의 HR테크 스타트업 ‘웰컴투더정글(Welcome to the jungle)’은 유럽에서 꽤 빠르게 주 4일제를 도입한 회사 중 하나다. 웰컴투더정글은 채용 전문 플랫폼으로 고용주의 브랜딩까지 돕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웰컴투더정글은 2018년 체코의 스타트업 ‘프라우들리(Proudly)’를 인수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현재 300여 명의 직원이 있으며 여성 60%, 남성 40%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직원의 평균 연령은 31세, 턴오버(자발적 이직률)는 5%가량이다. 현재 파리에 본사가 있고 바르셀로나, 브라티슬라바, 프라하에 지사가 있다. 전 세계에 50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월평균 290만 명이 웰컴투더정글 웹사이트를 방문한다. 지난 2023년 1월에는 5000만 유로(69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특히 이번 투자금은 미국 시장에 맞게 솔루션을 현지화하고 더 많은 팀원을 채용하는 데 쓸 예정이다.

웰컴투더정글은 HR테크 회사답게 스스로 근무 환경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27%가 원격 근무를 하는데 2020년 7월에는 거버넌스(Governance), 노동자(Workers), 커뮤니티(Community), 환경(Environment), 고객(Customers)이라는 5가지의 영역에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에 부여하는 비콥(B-Corp)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비콥 인증은 미국의 글로벌 사회적 기업 인증 기관인 비영리단체 ‘B랩’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로 기업의 이윤(Profit)을 넘어 사회적 유익(Benefit)을 추구하는 기업을 선정한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 130개 산업군에 약 2050개의 비콥 인증 기업이 있다.

웰컴투더정글의 비콥 인증의 특징은 경영진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가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갖고, 훌륭한 일터가 되기를 꿈꾸는 내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서 거버넌스 방식, 투명성, 직원 지분, 공급 업체 선택 등 다양한 영역에서 면밀한 조사와 평가를 거친 뒤에 얻은 성과다.

웰컴투더정글이 주 4일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2019년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주 4일 근무제를 실험한 후 최종적으로 4일 근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웰컴투더정글에는 3개의 주요 팀이 있는데 각 팀은 서로 다른 방식의 주 4일제 근무 방식을 도입했다.

• 기술팀(실험 당시 16명): 주요 업무는 웰컴투더정글 웹사이트 개발, ATS(지원자 트래킹 시스템) 웰컴 키트 개발, 모든 신규 제품 개발이다. 이 팀에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제품 관리자, 데이터 전문가가 있다.

• 사업팀(실험 당시 26명): 웰컴투더정글의 구독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 세일즈 담당자, 어카운트 매니저, 멤버십 관리 담당 등 영업과 고객 관리를 담당한다.

• 미디어팀(실험 당시 29명): HR 관련 콘텐츠(기사, 전자책, 동영상, 종이 잡지 등)를 제작하고 고용주 브랜딩을 담당한다.

• 기타



주 4일제 실시를 위한 중요한 질문들:
실험의 기간

웰컴투더정글은 5개월간의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 회사는 주 4일이라는 새로운 일정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 주 4일제는 회사의 재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주 4일제는 회사의 비재무적 자산(브랜드 이미지, 고용주로서의 브랜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 주 4일제가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 주 4일제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과 소통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 주 4일제가 업무의 질과 창의성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이는 주 4일제 도입을 고려하는 회사들이 모두 궁금해하는 질문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웰컴투더정글은 주 4일제 실험 이후 위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 시간 관리(Time management)에 대한 성공적인 결과 도출

• 모든 직원이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고,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 수요일과 금요일은 회의 금지의 날로 잡아서 모든 사람이 업무 리듬(workflow)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 하루 동안의 업무가 더 집중적으로 진행됐고, 휴식 시간은 짧아졌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더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 업무 습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정시 퇴근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 변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속해서 요청받았고 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회사의 업무 체계가 잡혀 나갔다.

• 이벤트 관리와 같은 업무는 주 4일제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 입사한 지 1개월 남짓인 신입 사원에게는 처음부터 주 4일제를 도입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입사 후 30일간의 온보딩과 교육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미팅 준비 수준이 높아짐

• 모두가 더 적은 시간을 갖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불필요한 미팅은 모두 없앴고 꼭 필요한 미팅은 맥락, 어젠다, 결과물에 관한 목표 등을 미리 명확하게 설정해 준비했다.

• 미팅에 초대된 사람이 필수 참여인지, 선택적으로 참여해도 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했다.

• 기술팀은 매일 진행하던 미팅을 슬랙(Slack)의 가상 미팅 관리 봇으로 전환해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 모든 회의의 존재 의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팅의 질도 높아졌다.


● 삶의 질 향상

• 일과 삶의 균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 주 4일제가 되는 것이 사내 타인과의 관계 및 소통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 특히 가족이 있는 직원의 경우 만족도가 크게 증가했다.


● 업무 성과에 큰 변화 없음

• 주당 근무시간을 20%가량 줄였지만 업무 성과가 20%가량 떨어진 것은 아니다.

• 오히려 필수 회의만 콤팩트하게 진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손볼 수 있었으며, 자동화 디지털 업무 도구 도입을 하게 되면서 장기적 차원에서 질적인 퍼포먼스가 향상됐다.


● 업무에 관해 더 깊은 책임감과 유연함이 요구됨

• 주 4일제가 지속해서 성공할 수 있으려면 긴급 상황에 대비하거나 매주 업무가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직원들 모두가 책임감과 유연함을 가지고 일을 해야 했다.


● 초기에 영향을 깊게 많이 받은 부서도 있었음

• 주 4일제의 변화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세일즈팀이었다.

- 세일즈팀은 중요한 프로젝트만 선별적으로 집중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프로젝트를 위주로 진행하게 되면서 이전과 동일한 비즈니스 성과를 달성했다.

- 그러나 세일즈팀이 잠재 고객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단점이었다.

- 이를 위한 보완책으로 세일즈 및 마케팅 부서를 재편해 새로운 세일즈 및 마케팅 도구를 도입하고 신규 리드를 확보할 방안을 마련했다.

- 초기에는 거래 성사 건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전환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특히 딜클로징과 온보딩 시간이 늘어났다는 변화가 있었다.

• 생산성과 업무 성과에 대해 평가할 때 측정이 어려운 영역(예: 마케팅팀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퀄러티)에 대한 성과 모니터링이 더 중요해졌다.

• 처음 몇 주 동안은 단기적 사고가 필요한 운영 업무 및 긴급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 특히 깊이 있는 조사, 출판된 콘텐츠 모니터링, 제품 개발 및 품질 모니터링과 같이 ‘창의적인 영역’에서 영감을 얻어야 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영역이 소홀해지면서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


● 결국은 초기 변화에서 성과가 떨어지거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업무들이 몇 주 동안의 적응 기간을 거쳐서 원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즉, 사람들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지, 주 4일제가 성과를 낮추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웰컴투더정글의 주 4일제 실험은 매우 신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조직 변화 분야 최고의 전문 컨설팅그룹인 파버노벨(Fabernovel)이 기획한 탄탄한 방법론을 통해 실험을 준비했다. 이후 신경과학자 알버트 무크하이버가 이끄는 연구 그룹이 직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해서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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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0일 웰컴투더정글의 CEO 제레미 클레다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설명을 위한 킥오프 미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진행 목적, 실험 기간의 업무 수행 방식 등을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직원들에게는 화, 수, 목, 금 중 하루를 더 쉴 수 있는 날로 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이때 25%의 직원이 수요일을, 50%의 직원이 금요일을 쉬는 날로 정했다. 최종 선택은 팀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할 수 있도록 정했고, 단 한 가지 팀 내에서도 단 1명은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일종의 당직을 정했다. 그리고 모든 팀의 전체 회의는 월요일에 진행했다.

2019년 6월 3일부터 공식적으로 주 4일제가 시작됐다. 첫 3개월 동안은 개인 업무 리듬에 맞춰 주 4일제를 실시했다. 문제 발생에 대해서는 ‘사전 예방’보다 ‘사후 대응’을 원칙으로 진행했다. 이 시기에는 주 4일에 해야 할 양을 넘어서는 과중한 업무량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팀원들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서 이미 동기부여를 받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 주 4일제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이 변화의 작업은 매우 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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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3개월간의 실험 기간에서 생겨난 과제들이 있었다. 먼저, 모든 직원이 쉬는 요일이 다 달랐기 때문에 회의를 잡는 것이 어려웠고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4개월째부터는 수요일과 금요일만 쉬는 날로 정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좁혔다. 이를 통해 회의 스케줄링이 용이해졌고, 워크플로를 짜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점차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사업팀의 조직 개편도 주 4일제에 맞게 조정했다. 팀마다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기간도 달랐다. 기술팀은 적응에 약 2개월이 걸렸지만 세일즈팀은 실험 기간 4개월이 될 때까지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했다. 특히 사업팀 내 조직 개편에서는 이러한 세일즈팀의 어려움이 반영됐다. 사업팀에는 기존에 없었던 ‘세일즈 개발팀’이 새로 생겼고, 이 세일즈 개발팀은 세일즈팀의 비즈니스 기회 발굴과 검증을 맡았다. 또한 신규 리드 확보 시 마케팅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지원도 진행했다. 왜냐하면 주 4일제로의 변화로 세일즈팀 직원들이 기존 거래 체결에만 집중하고 새로운 잠재 고객을 찾는 데 할애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일즈 개발팀 신설을 통해 새로운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세일즈팀과의 미팅 약속만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를 통해서 세일즈팀이 잠재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전환하는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초기 세일즈팀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에 대한 원인 분석도 진행했다. 실적이 낮아진 것이 근무시간이 하루 줄어든 것 때문인지,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분석이 필요했다. 먼저, 세일즈 전략을 규모가 작은 거래선의 업무를 더 신속히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는 ‘고객 다각화’라는 기업 전체 전략과 맞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웰컴투더정글의 세일즈팀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소규모 거래선의 전문가와 대규모 거래선 전문가로 팀을 나눴고, 이 두 팀의 구성원들이 다른 인센티브 구조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거래 성사의 속도에 따라 인센티브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최종적으로 2019년 10월에 실험이 종료됐고, 웰컴투더정글은 최종적으로 주 4일제를 지속하기로 한다.


주 4일제 실제 운용 방식:
웰컴투더정글 기술팀의 예

실험 기간을 모두 거치고 난 후 웰컴투더정글의 주 4일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웰컴투더정글 기술팀이 실제로 어떻게 주 4일제를 운용하는지를 그들의 기술 블로그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기술팀의 주 4일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직원들은 수요일과 금요일 중 쉬는 날을 택할 수 있다. 이는 정규직(인턴 포함)과 1개월의 수습 기간이 완료된 사람들에게만 해당한다. 직원들은 쉬는 시간 동안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한 주는 다음과 같은 사이클로 흘러간다. 개발팀 매니저와의 1대1 회의는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하는 것으로 정했다. 워크숍 같은 지식 공유 세션은 화요일에 잡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회의 금지의 날로 정해서 쉬는 사람은 쉬고, 일하는 사람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 탐색을 위한 팀 회의는 목요일로 잡았다. 팀 행사나 회사 이벤트도 주로 목요일에 잡는다.

근무일이 줄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회의에 대해 엄격한 규칙이 적용됐다. 수요일과 금요일을 빼고 회의를 잡게 되면서 기술팀은 전체 회의 수를 40%가량 줄여야 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다.

• 회의 주최자는 회의에 꼭 필요한 관련자만 초대해야 한다.

• 회의 초대장에는 자세한 의제가 있어야 한다.

• 회의 기본 시간은 30분으로 설정한다.

• 지각은 허용되지 않는다.

• 회의는 논의가 완료되는 즉시 종료된다.

• 회고에 관한 회의는 2주에 한 번에서 2개월에 한 번으로 그 주기를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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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원의 75%가 원격 근무를 하는 기술팀의 이러한 변화는 웰컴투더정글 내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됐다. 특히 수요일과 금요일을 회의 금지의 날로 정하면서, 개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포커스 타임(Focus Time)으로 정하면서, 이 시간에 짝 프로그래밍(Pair Programming), 동료의 기술 코드 리뷰, 섀도잉 프로그래밍 등을 통해 개발자들의 기술 교육이 동시에 진행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에도 원칙이 생겼다. 팀원이 모두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슬랙에서는 소통의 투명성을 위해 비공개 채널에서 업무 관련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업무에 관한 회의는 모두 비디오로 녹화하거나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또한 기술팀원에게는 쉬는 날에도 원한다면 모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의 접근성을 허용해 줬다. 또한 코드 리뷰 업무는 개인에게 할당하지 않고, 그룹에 할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따라서 주 4일 근무를 해서 부족해진 개인의 시간을 그룹이 해결할 수 있도록 조직했다. 이를 통해 업무 로드가 분산되고, 주니어 개발자들이 복잡한 코드에 대해서도 경험할 기회를 얻게 됐다. 2022년 웰컴투더정글이 실시한 내부 설문 조사에서 기술팀의 96%가 주 4일제 모델이 유익하다고 답했다. 특히 회의를 적게 하고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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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사에 주 4일제가 필요할까:
경영진이 고려해야 할 점

웰컴투더정글의 사례는 주 4일제가 성공적으로 잘 정착한 좋은 예를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웰컴투더정글처럼 돼야 할 필요는 없다. 런던의 HR테크 스타트업 찰리HR(CharlieHR)은 주 4일제 실험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2주에 9일을 일하는 제도로 정착했다. 찰리HR은 팀이 일주일에 5일은 고객 지원과 기술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격주로 4일을 근무하는 것이 팀에 가장 맞는 방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찰리HR의 최고운영책임자 에이미 카우페는 회사 전체 인원이 50명인 상태에서 주 4일제 근무를 하는 것은 운영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신 격주로 금요일을 쉬게 되면 직원들이 그날을 특별한 휴가처럼 느껴 스트레스 감소, 생산성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찰리HR 직원들은 2주에 9일제를 실시함으로써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24% 감소했고, 팀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14%, 생산성이 11% 증가했다고 답했다. 찰리HR에 지원한 채용 예정자들도 입사하고 싶은 3가지 이유 중 하나로 9일 근무제를 꼽았을 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확인했다.

찰리HR의 공동 창업자 벤 케이틀리는 “회사마다 운영 구조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주 4일 근무제가 어떤 회사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객 대면 업무가 필요한데 주 4일 근무로 인해 업무가 지연될 경우 근무 일수는 줄지만 업무 강도가 훨씬 높아져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족한 업무를 메꾸기 위해 더 일하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케이틀리는 “회사와 업무의 특성에 따라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웰컴투더정글 사례에서도 기술팀이 주 4일제 도입에 가장 큰 무리가 없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세일즈팀은 가장 변화가 어려운 팀이었다. 이를 통해 기술 기반 기업은 주 4일제가 정착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고객 서비스에 중점을 둔 비즈니스라면 주 4일제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고객은 주 5일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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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마이크로 학습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인 야르노(Yarno)의 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야르노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주 4일제를 실험한 후 지금은 다시 주 5일제로 돌아갔다. 2년 동안 주 4일제를 정착시켜보려 애썼지만 결과적으로 주 4일 40시간을 일하게 됐기 때문. 이는 하루에 10시간가량을 근무해야 하는 과도 노동으로 이어져 직원들의 불만이 더 높아져 갔다. 차라리 조금 적게 더 많은 날을 일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합의해 주 5일제로 다시 돌아갔다. 특히 야르노는 고객 관리와 서비스를 중점으로 하는 비즈니스였기에 이들에게 주 4일제는 적합하지 않았다.

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작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이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하나의 정답으로 제도화되기에 아직은 거쳐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 실험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경영진이 조직을 끌어 나가는 데 필요한 핵심을 엿볼 수 있다. 동시에 근로자도 자신의 업무 수행 방식을 되돌아보고 자기 성장과 함께하는 진짜 ‘일’의 본질을 찾아 나가는 데 대한 힌트도 보인다. 2018년 뉴질랜드 회사 퍼페츄얼 가디언(Perpetual Guardian)이 250명의 직원과 실시한 주 4일제 실험에서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직원들은 ‘주 4일제를 통해 업무 시간에 인터넷 서핑이 35%가량 감소했다’고 답했다. 제한적으로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시간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 스타트업의 주 4일제 도입과 변화에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이은서 | 독일 123팩토리 CEO

    필자는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123 팩토리의 대표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스타트업, 글로벌 기업,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글로벌 기업, 정부 기관 등 다양한 플레이어와 함께 일하고 있다.
    eunseo.yi@123factor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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