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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Interview: 하나은행 리스킬링•업스킬링 사례

기업 체질 바꿀 ‘탤런트 트랜스포메이션’
스타트업에 인재 파견해 벤치마킹도

장재웅 | 333호 (2021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로 기업 성장에 필요한 업무 기술의 종류가 달라지면서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 발전과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업무에 사용되는 기술의 성격이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금융업의 경우 적극적인 재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OJT 제도’를 신설해 국내 스타트업 5곳에 하나은행의 우수 인력을 파견해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찾고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 은행에 다시 이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하나은행은 2009년부터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 제도를 운용해 왔고 2019년 사내 DT University를 만드는 등 직원들의 디지털 기술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로 기업 성장에 필요한 업무 기술의 종류가 크게 달라졌다. 이에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융업은 직무 재교육의 필요성이 큰 산업 중 하나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고객들의 은행 서비스 이용 방식이 영업점 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변한 데다 은행 업무에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이 적용되는 사례가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은행들은 달라지는 필요 역량에 따라 직원들을 재교육하고 재배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난 국내 은행들의 대규모 희망퇴직은 이 같은 조직 내 필요 역량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국내 시중 은행들은 온라인 및 모바일 뱅킹의 활성화로 오프라인 영업점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SC제일은행이 6년 만에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한국씨티은행도 대규모 구조 조정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올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 수는 4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 상반기(1∼6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직원이 2628명에 달한다.

은행원의 희망퇴직이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가속화된 디지털 금융 전환의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이번 희망퇴직을 계기로 내부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디지털 인력 채용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채용만으로 향후 조직 내 새롭게 필요한 업무 역량 수요를 전부 대체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전환으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스킬들이 대동소이해지다 보니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진 데다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라고 해서 이 사람이 우리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에 잘 적응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고가 어려운 국내 노동시장의 특성상 조직 내부에 있는 유휴 인력들에 대한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을 통한 ‘탤런트 트랜스포메이션(Talent Transformation) 1 ’이 필요하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기업이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교육을 현업과 떨어뜨려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에서 교육 시간을 마련하면서 업무는 줄여주지 않고 그대로 맡기다 보니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 리서치 업체 Talent LMS가 여러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임원을 대상으로 2020년 6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이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교육 시간의 부족(55%)이었다. 그 뒤를 이어 직원 개개인에게 적합한 프로그램 제공의 어려움(46%), 교육 비용의 문제(19%) 등이 지적됐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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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싱가포르의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선도적으로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을 시행한 혁신 사례로 꼽힌다. DBS는 2017년부터 PCP(Professional Conversion Programme)를 운영하며 미래 필요 역량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DBS는 미래 기술에 따른 업무 변화에 대비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도록 직원 1500여 명에게 교육을 지원하고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이 과정에서 DBS는 13가지 새로운 직무2 를 소개하고 리스킬링을 통해 500여 명의 콜센터 직원을 새로운 직무에 배치함으로써 조직의 성공적 디지털 전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DBS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고객이 기업에 원하는 서비스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선제적으로 예측해 필요 기술과 자원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에게 실무에 직접 사용하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함으로써 직원이 자신감 있게 새로운 업무에 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선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했다.

국내 금융권 역시 최근 들어 다양한 리스킬링, 업스킬링 제도를 운용하며 조직 내 디지털 관련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디지털/데이터 역량 리스킬링, 전문 상담 역량 업스킬링’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제도를 운용해 직원들의 역량 개발 및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의 리스킬링/업스킬링을 담당하는 인재 개발섹션 직원들을 통해 하나은행의 리스킬링/업스킬링 전략을 물었다.


최근 많은 금융 회사가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영업점 인력들의 업무 재배치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휴 인력의 재교육 및 재배치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제도가 있다면.

하나은행은 2009년부터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 제도를 통해 직원 대상 교육을 진행 중이다. CDP는 자기 주도 기반의 경력 계발 프로그램으로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은행 내 영업직무(RM, PB, RB, 외환, 수출입), 미래 역량(디지털 금융, 글로벌, 신탁, 은퇴 설계), 전문 직무(IB, 자금 운용, 여신 심사, 리스크 관리) 등 총 13개의 CF(Carrier Field)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영업 채널의 변화에 따라 종합 상담 능력을 갖춘 IB, 신탁, 연금 등 신성장 부문의 전문 인력 육성을 목표로 역량을 재정의해 로드맵을 재편성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맞춰 그룹 통합 디지털 교육 운영체 ‘DT University’에 디지털 금융 분야의 교육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으며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은행 외부 파트너들과 협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외부 파트너와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으로 KAIST 전산학과와 업무 협약을 통해 진행하는 ‘디지털 워리어 프로그램(Digital Warrior Program)’과 ‘KAIST 디지털 금융 전문가 과정 지원’이 있고 사이버대학에 위탁해 진행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있다. 디지털 워리어 프로그램은 전산 개발 능력과 현업 능력을 갖춘 양손잡이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조직 내 우수 인재를 선발해 6개월간 대전 KAIST에서 컴퓨터공학 맞춤형 연수를 제공한다. KAIST 디지털 금융 전문가 과정은 2020년 하반기부터 진행 중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반기별로 직원 6∼9명에게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사어버대학을 통해서 디지털 기술이나 ICT 관련된 학위를 취득해 회사에 알리면 하나은행 DT University의 디지털 금융 CF 레벨 포인트를 부여하고 관련 분야 인재풀에 자동 편입된다. 이를 인지해 관련 스킬이 필요한 직무에 자리가 나면 발령을 내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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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직원을 파견하는 OJT 제도가 흥미롭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아무래도 은행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다 보니 은행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업무 방식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경험해 회사에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스타트업 파견을 기획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1기의 경우 지난해에 진행됐는데 파견 대상 업체는 하나은행이 자체적으로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하는 프로그램 ‘원큐애자일랩(1Q Agile Lab)’에 선발된 업체 중 은행업과 연관성이 높은 곳 위주로 골랐다. 이렇게 선정된 스타트업이 데이터마케팅 코리아, 마인즈랩, 옴니어스, 핀다, 자란다 등 5곳이다. 이 중 핀다는 여러 금융사 간 대출 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서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마인즈랩은 AI 음성인식 전문 업체로 은행권 내 챗봇 등 고객 관리 분야에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 선발은 하나은행 내 3년 차 이상 직원 중 지원을 받아 선발해 각 스타트업에 1명씩 배치됐다. 나이나 연차 제한은 없지만 스타트업 직원들의 평균 연령을 고려해 되도록 젊은 직원들을 선발했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좋은 성과를 냈다는 내부 평가에 따라 현재 2기를 선발 중에 있고 선발 과정을 거쳐 내년 1월에 2기를 파견할 계획이다.

기대 효과와 실제 성과는?

먼저 은행은 스타트업 파견 제도를 통해 내부에서는 발현되기 어려운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내고 해당 스타트업과의 신사업 추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또한 은행업 외 핀테크 등 관련 업계에 대한 지식 및 트렌드를 학습해 조직에 이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특히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은행의 조직문화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해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향후 파견을 경험한 직원이 늘어나면 하나은행의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우리 직원이 파견을 간 스타트업에도 도움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하나은행의 리스킬링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은행과 스타트업 간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다. 스타트업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스타트업은 인건비를 아끼며 일정 기간 동안 우수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해당 파견 인력의 인건비는 하나은행이 지급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은행 직원이 보유한 업무 능력이나 경험 등을 스타트업에 이식하는 기회를 얻고 특히 금융 분야의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다.

파견 대상 직원의 미션은 무엇이며 스타트업에서 일한 직원은 어떤 방식으로 평가를 받는지.

주요 미션은 크게 4∼5가지 정도다. 일단 6개월의 파견 기간 동안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과 수평적 조직문화의 핵심을 익히고 이를 은행 내부에 전파하는 것이 첫 번째다. 또한 은행 내 혹은 은행 외에서 시행할 수 있는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 역시 미션 중 하나다. 스타트업 데모 데이에 참가하고 벤처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나은행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공동으로 수행할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 역시 파견 직원의 몫이다. 하나금융은 2019년부터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연결, 개발(C&D) 팩토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자유로운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스타트업 파견 프로그램이나 사내 벤처 프로그램 모두 조직 내 창의성과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 시도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파견 직원들은 월별로 담당 업무와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매달 간담회를 열어 파견 기업에서의 활동을 모니터링한다. 간담회에서는 해당 기업에서 맡은 업무를 소개하기도 하고 브이로그를 찍어 해당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기도 하며 온•오프라인 뉴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표하기도 한다. 또한 매주 인사이트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크게 업무 영역과 업무 외 영역으로 나눠 업무 영역에서는 은행과 관련된, 혹은 은행업과 무관한 신사업 모델(BM) 제안 등을 보고한다. 업무 외 영역의 인사이트는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업무 프로세스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 평가는 파견 기간 말미에 협약에 의해 지정된 파견 기업 상위자 1명과 하나은행 내 인사평가자 2명이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배워온들 기존의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과 크게 충돌한다면 효과가 없을 수도 있을 듯하다. 파견 후 돌아온 직원들은 어떤 부서에 배치돼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1기 파견 직원들은 현재 하나은행 디지털유관부서 내 각기 다른 부서에 배치돼 업무를 수행 중이다. OJT 프로그램의 목적 자체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복귀 후 사내벤처제도에 도전, 스핀오프를 하는 것과 은행 내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내재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파견 후 본사로 돌아온 직원들은 이 부분에 집중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부 참여 직원은 해당 기업에서 하나은행이나 계열사와 상품 준비 및 상품 출시 등 협업을 이끌어내었으며 복귀 후 디지털유관부서으로 배치돼 디지털 마케팅, 개인화 마케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조직 내에서 본 과정 출신으로서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식과 혁신을 위한 사고방식을 전파하고 있다. 6개월간 사업 가능 영역에서 29개의 아이디어, 조직문화 영역에서 11개의 아이디어가 새롭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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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낸 것 중 눈에 띄는 아이디어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사업 아이디어로는 금융 분야의 ‘네이버 지식인’처럼 실제 은행원이 금융 생활에 대한 궁금증에 답변을 해주는 온라인 금융 Q&A 플랫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참신했다. 또한 졸업자의 대학 도서관 입장을 거절하는 학교가 늘면서 취업 준비생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는 점에 착안해 취업 준비생 대상 스터디 카페 형식의 ‘취업방’을 만들고 이 공간을 활용해 취준생에게 취업 컨설팅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취향 저격 인테리어 플랫폼을 만들어 손님이 원하는 곳과 유사한 구조의 인테리어 시공 사례를 공유하고 은행은 인테리어 업체에 단기 신용 공여 상품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이 밖에도 폐쇄회로(CCTV)와 AI를 활용해 자녀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상행동이 감지될 경우 긴급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맞춤형 어린이 금융 상품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나만의 보험 만들기’ 맞춤형 상품을 공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이 모이면 상품을 개발하는 것, 그리고 동일 상품 가입자 대상으로 추가로 금융 상품을 제안하는 ‘손님 맞춤형 소액 비대면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보험 지갑’ 등도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꼽혔다.

예전에 일부 은행에서 금융 스타트업에 직원을 파견했다 이들이 돌아오길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인재 이탈로 이어질 위험은 없나?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두려워서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본 프로그램의 취지는 은행이 아닌 색다르고 젊은 기업 환경에서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경험을 통해 은행의 변화와 혁신을 고민해보고 이를 은행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해당 직원들의 이탈을 두려워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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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직무나 역할에 대한 학습을 시도할 때 기존 임직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어느 정도 저항도 있진 않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조직 내에 자율적인 자기 주도 학습 문화가 정착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은행 내 CoP(Community of Practice, 학습공동체)3 제도를 통해 성과를 내는 집단 학습 형태도 성숙돼 가고 있다. CoP의 경우 2008년 개설돼 현재 50여 개가 활동 중이며 학습 인원수로는 총 12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디지털 New Biz 연구소, Hana Biz Block, Team of platform 등 디지털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CoP 26개가 신규 개편돼 운영되고 있는데 은행 내 디지털 문화 전파는 물론 디지털 공모전 참가, 특허 신청에 도전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디지털 마인드 과정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런 교육에 이미 직원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금융 교육의 경우에는 과정을 더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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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킬링의 또 다른 방법, 기업 간 렌털 이적 제도

최근 일본에서는 ‘기업 간 렌털 이적’이라는 제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기업 및 공공기관에 소속된 인재를 스타트업으로 보내 실제로 업무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재 육성을 도모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 인재들은 스타트업에서 신규 사업 개발과 추진을 경험해 볼 수 있고 스타트업은 대기업만의 조직 운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프로축구 선수들이 해외 축구팀으로 임대 이적을 가는 것과 비슷한 모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일본에서 렌털 이적 제도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1년 현재, 이 제도를 운용 중인 회사는 50개를 넘어섰다.

렌털 이적 제도는 일본 대기업들이 정체된 기업 문화를 탈피해 보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됐다. 실제 많은 일본 대기업은 회사 내 벤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용 중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특성상 신사업의 씨를 심고, 잘 육성한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대기업들의 혁신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 일본 기업은 조직 운영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잘 구축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변화의 시대를 맞아 이 같은 장점은 조직의 혁신성과 민첩성을 떨어뜨리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은 인재 유동성이 낮고, 한 번 입사하면 정년퇴직까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거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기업이라는 안정된 틀에 안주하면서 급속한 환경 변화에 둔감하게 될 경우도 많다.

이에 반해 벤처기업의 조직문화는 패기가 넘쳐흐른다. 직원은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대담하게 도전하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한다. 당연히 혁신을 창출하는 인재를 육성하려면 대기업보다도 기존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일하는 벤처 토양이 적합하다.

이러한 인재 파견은 대기업과 벤처기업 모두에 윈윈이 될 수 있다. 인재를 새로 채용할 여유가 없는 벤처기업은 이적한 대기업 직원에게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은 인재들에게 벤처기업의 자유로운 풍토에서 경험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이직을 하지 않고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렌털 이적 프로젝트가 더욱 각광받는 것이다. 대기업 중에는 도요타, 교세라, NTT,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이 렌털 이적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한 아사히신문과 같은 언론사를 비롯해 일본 경제산업성과 같은 정부 기관 역시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NTT서일본은 ‘ALE’이라는 벤처기업에 입사 7년 차 직원을 보냈다. ‘ALE’은 세계 최초로 인공유성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NTT서일본에서 이적한 인재는 와이파이 관련 사업을 맡았던 사람이었는데 벤처 이적 이후엔 우주 비즈니스라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일본우정주식회사(日本郵政株式会社)도 렌털 이적 제도를 도입하고 처음으로 직원을 ‘TBM’에 파견하기도 했다. TBM은 종이나 플라스틱에서 생기는 신소재 ‘라이멕스’를 개발해 제조, 판매하는 벤처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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