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택호(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김광로 전 LG전자 사장은 국내 최고의 인도전문가 중 한 명이다. 김 전 사장은 1997년 LG전자 인도법인 설립 후 4년 만에 LG전자를 인도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경쟁사보다 다소 늦게 인도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2000년 전자레인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시작으로 2002년 컬러TV, 2003년 세탁기, 2004년 냉장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2006년에는 생활가전 전 부문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 인도에서 13년간 살다가 올해 초 한국으로 귀국한 그를 만나 인도시장 공략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인도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이 많은데 인도시장의 매력이 무엇인가?
“한국보다 25배 큰 나라이고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구매력이 왕성한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은 기업에 좋은 기회다. 전 세계 선진국들이 노령화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인도는 15세 미만이 40%나 된다. 중국과 비교했을 때 민주주의 정부라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은 향후 30년 동안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만족시켜 나갈 것인지가 큰 도전과제인 반면 인도는 이미 그런 것이 잘돼 있다. 민주주의는 돼 있으니까 경제적인 빈곤 상태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에 대한 경제적 도전이 남아 있다. 인도에 진출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성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도는 성급하게 접근하면 크게 실망한다. 천천히 단계적으로, 점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투자도 크게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천천히 키우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LG도 처음 시작할 때는 건물을 많이 짓지 않았다. 사업을 확장시키면서 점차 늘렸다. 뉴델리 집 근처의 4차선 도로가 10년에 걸쳐 완공되는 것을 봤다. 인도에서의 많은 일이 이렇게 더디게 진행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인도를 방문한 뒤 ‘인도에서의 성공 여부는 적응력과 인내심에 달려 있다’고 했는데 적절한 지적이다. 중국인들이 잘 쓰는 여시구진(與時俱進)이란 말이 있는데 ‘시간과 함께 나아간다’는 뜻이다. 인도에서의 사업 진출은 이러한 시각을 갖고서 해야 한다.”
김광로 전LG전자 사장
인도 사람들의 특징은?
“인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세계화가 돼 있다. 옆 동네하고 말이 다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언어와 생각이 다른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배웠다.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도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경험을 하고 자란다. 그게 바로 세계화다. 한국은 단일 민족, 단일 언어 등의 심플한 사회에서 살다 보니까 비교적 생각도 단순하고 흑백 논리도 강한 것 같다. 분별심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받는다. 나는 다른 나라를 많이 거친 뒤 마지막으로 인도를 갔는데 인도인들이 굉장히 성숙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기업의 인도 현지 진출 성공 전략은? 중소기업 관점에서 설명해달라.
“전략적인 R&D 투자와 Low Cost Market에 집중하는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R&D인데 할 수 있는 여력 안에서 투자하란 얘기다. 중소기업이라면 사실 사장이 골프만 덜 쳐도 직원 교육에 투자할 수 있다. 꾸준한 투자를 하는 기업이 나중에 승리한다. 제주도에서 중소기업 CEO들을 모아놓은 강연에서 그랬다. 인도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오늘 돌아가면 무조건 회사에 영어 강사를 초빙해서 직원들 영어 공부시키라고. 정말 인도 진출을 꿈꾼다면 사내에 한 명이라도 인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인도에 진출하겠다고 큰소리는 치면서 아직 한번도 인도에 안 가본 CEO들도 많다. 특히 인도에 진출하고자 하는 리더라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 리더는 말로써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해야 하는데 Poor English가 Poor Leader인 셈이다. 좋은 영어를 하기 위해서는 정리된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리된 생각을 함축적인 단어로 쉽게 전달하는 능력은 관리자 또는 리더의 기본이다. 사상적, 철학적 소양 없이 하는 영어 또한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다. Good Philosophy=Good Thinking=Good Leader라고 생각한다. Low Cost Market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BOP·Bottom of Pyramid)을 위한 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란 얘기다. 인류의 3분의 2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구 경제(old economy)가 잊혀져 가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대유행이지만 인도에서는 한번 충전하면 닷새를 쓸 수 있는 미화 30달러짜리 휴대전화가 많이 팔린다. 인도 시골에서는 휴대전화를 매일 충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의 프리미엄 마켓은 아직 굉장히 작다. 한국의 30년 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소기업일수록 이러한 Low Cost Market을 노려야 한다. ‘Reverse Innovation’이 중요하다. Innovation이 반드시 앞으로 가는 것만 뜻하진 않는다. 인도에서 사업을 잘 구축하면 이후 아프리카와 중동에 진출할 때도 용이하다. 아프리카와 중동에는 인도 사람들이 아주 많다. 인도를 기반으로 잘 닦아놓으면 인도 현지 직원들을 통해 이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인도 사람들은 영리하고 영어를 잘하고 이미 아프리카와 중동에 많이 나가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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