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엔 ‘튜터’, 시니어엔 ‘에이전트’
업무 숙련도 따라 AI 역할 달리해야
Article at a Glance
생성형 AI가 자료 조사, 초안 작성, 데이터 정리 같은 주니어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업의 전통적인 경력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저난도 업무가 단순한 허드렛일이 아니라 시행착오와 피드백을 통해 판단력과 전문성을 쌓게 하는 ‘학습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AI는 숙련자의 반복 업무를 덜어주는 인지적 오프로딩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초심자에게는 필요한 사고와 경험까지 대신하는 인지적 아웃소싱으로 작용해 숙련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AI라도 주니어에게는 질문과 검증을 유도하는 튜터로, 중간 숙련자에게는 판단을 비교·보완하는 코파일럿으로, 전문가에게는 반복 업무를 위임하는 에이전트로 다르게 활용해야 한다. 기업교육 역시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데서 벗어나 실제 업무 흐름 속에서 어떤 경험을 사람이 직접 겪게 하고, 어떤 일을 AI에 맡길지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 교육팀의 핵심 역할은 사라지는 업무 경험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 경로를 만들어 미래의 시니어가 자랄 수 있는 경력사다리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vq5WhoPCWQ8 캡처가브리엘 페테르손2026년 3월 미국 경제지 『포천』은 스웨덴 출신의 한 22세 청년을 소개했다. 인구 5000명 남짓한 소도시에서 자란 가브리엘 페테르손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해 대학은커녕 고교 졸업장도 없다. 그런데 현재 그의 직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재들이 모인 오픈AI다. 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 팀의 연구자로 일하며 억대 연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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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손을 이 자리까지 이끈 것은 학위가 아니라 독특한 학습 방식이었다. 그는 스타트업 사무실 소파에서 1년간 숙식을 해결하며 실제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모르는 개념에 부딪히면 AI에게 “다섯 살 아이에게 설명하듯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이해가 될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했다. 그는 이를 ‘재귀적 빈틈 채우기(recursive gap filling)’라고 부른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뛰어든 뒤 필요한 지식을 거꾸로 파고들며 빈틈을 하나씩 메우는 방식이다. 확산 모델(diffusion model)처럼 대학원에서나 배울 법한 개념도 프로젝트에 필요하면 AI와 문답을 거듭하며 며칠 만에 익혔다.
역설적이게도 같은 시기, 이와 다른 방향의 데이터가 확인되고 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의 에릭 브린욜프슨 연구팀이 미국의 급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확산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초년생 고용이 약 1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직군 내에서 신입이 아닌 경력자들에게는 이런 감소 추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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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연구진이 6200만 명의 이력서와 28만5000개 기업의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에서 주니어 채용은 6개 분기 만에 약 8% 줄어든 반면 시니어 고용은 오히려 늘었다. 연구진은 이 현상에 연공 편향적 기술 변화(seniority-biased technological change)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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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면을 나란히 두고 보면 우리 시대 인재육성의 역설이 선명해진다.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인 학습 도구가 됐지만 동시에 조직 안에서 인재가 성장하던 경로를 지우고 있다. 개인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배울 수 있게 됐는데 조직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을 키우기 어려워졌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기업은 5년 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게 된다. “AI가 주니어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 미래의 시니어는 누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