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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AI 힘 세질수록 더 절실해지는 ‘삶의 기술’

이기상,정리=김윤진 | 446호 (2026년 8월 Issue 1)
AI로는 대체 불가능한 ‘내맡김’의 미학
‘받아들임’에서 출발, ‘의미 부여’로 완성
Article at a Glance

인생이라는 연극은 연습이 없고 단 한 번뿐이다. 언제 퇴장 명령이 내려질지 모르는 무대이고, 그 주인공은 각자 자신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선고받은 ‘죽음을 향한 존재’이며 이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삶 자체는 배우고 익혀야 할 하나의 ‘기술’이며 AI가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삶의 기술은 절실해진다. 그 기술의 핵심은 ‘의미부여’에 있다. 의미는 신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여하는 것이며 인간의 위대함은 무엇을 받고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삶을 어떻게 떠맡아 무엇을 일구어냈느냐에 있다. 궁극적으로 삶의 기술의 토대는 죽음에 대한 자각에서 온다. 받아들임이 좋은 삶의 출발점이고, 좋은 삶은 통찰이 아니라 매일의 연습으로 얻어지며, 취약함이야말로 지혜와 연결의 통로다. 결국 삶의 기술은 움켜쥐는 기술이 아니라 놓아주는 ‘내맡김(겔라센하이트)’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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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연극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극장에서 ‘당신’이라는 제목의 연극이 공연되고 있었다. 극장에 들어선 한 관람객이 안내원에게 물었다.

“주인공이 누구입니까?” 안내원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바로 당신입니다.”

뜻밖의 대답에 관람객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제가 주인공이라고요? 그렇다면 미리 알려주셨어야죠. 연습도 전혀 못했는데요.”

그러자 안내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연극에는 연습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관람객은 다시 물었다.

“그럼 중간에 퇴장당할 수도 있나요?”

“잘못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퇴장 명령은 누가 내리나요?”

“하느님이십니다.”

그렇게 관람객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올라 ‘당신’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첫 장면은 세상에 태어나며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이다.

이 이야기는 동화작가 정채봉의 『느낌표를 찾아서』에 실린 짧은 우화다.

생각을 해보라! 우리의 인생은 미리 짜인 각본에 의해 연출되는 연극이 아니다. 각자 자기가 이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말하려고 하는 바도 그것이다. 인생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이다. ‘삶’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여러분 각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삶이라는 연극의 특징은 연습이 없다는 것이다. 한 번 하면 그것이 곧 실연(實演)이 된다. 대개의 연극배우는 무수히 많은 연습을 통해서 훈련을 하며 반복할 수 있지만 인생이라는 연극, ‘당신’이라는 연극에는 연습이 없다. 거기에서는 지금 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곧 실제 상황이다.

그다음의 특징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연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회적이다. 한 번 잘못하면 되돌릴 수도, 다시 수습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내가 왜 그랬지. 없었던 걸로 하자”라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연극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중간에 퇴장 명령을 받는다는 것이다. 무대에서 쫓겨난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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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상

    한국외대 철학과 명예교수

    이기상 교수는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뱅대 신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독일 뮌헨 예수회 철학대에서 철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서 ‘우리사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1992년 열암학술상을 수상했고,
    1994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쉽게 풀어쓴 하이데거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그 영향』 『인공지능 시대와 철학의 쓸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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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김윤진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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