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황금기가 저물고 관세 장벽, 기술 규제, 공급망 재편이 일상이 된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흐름은 단기적 정책 변화가 아니라 세계 체제의 구조적 전환이며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 경제는 국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 스스로가 국경을 넘는 전략을 세워야 하며 그 해법으로 ‘크로스보더 컴퍼니’ 전략이 제시된다. 크로스보더 컴퍼니란 두 나라 이상에서 각 현지 법인으로서 완결된 정체성을 가지되 하나의 통합된 전략으로 운영되는 기업 모델이다. 이는 본사가 해외 지사를 지휘하는 전통적 다국적 기업 모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외 진출의 가장 큰 장벽은 자금이나 기술이 아니라 현지의 신뢰자본(Social Capital) 부재이며 이는 시간과 관계 속에서만 축적된다. 신뢰자본 구축 전략으로는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파종’이나 한국 모델을 그대로 옮기는 ‘이식’보다 현지에 이미 뿌리내린 기업과 M&A·JV를 통해 결합하는 ‘그래프팅(접목)’ 전략이 유효하다. 궁극적으로 크로스보더 컴퍼니의 가장 깊은 경쟁력은 전략의 정교함이 아니라 현지에서 이방인이 아닌 이웃이 되려는 태도의 진정성에 있다.
전환의 시대
우리는 지금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통해 통신과 데이터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글로벌 공급망은 촘촘하게 연결돼 왔다.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화상회의로 서로 다른 대륙의 팀이 동시에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러나 각국은 최근 미국의 급격한 정책 변화 속에서 다시 국경의 벽을 높이고 있다. 자유무역의 황금기는 저물고 관세 장벽과 기술 규제, 공급망 재편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보호무역의 부활이 아니다. 미국은 제조업 회귀와 공급망 자립을 추진하고, 유럽은 디지털 주권과 AI 규제를 통해 독자적 기술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 현지화 규제는 클라우드와 SaaS 기업의 국경 간 서비스까지 제약하고 있다. 각국이 자국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흐름은 일시적 정책이 아니라 세계 체제의 구조적 전환이다.
문제는 한국처럼 세계화와 수출에 기반해 성장한 경제가 이 변화에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중국, 유럽이 각자의 경제 블록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대응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해법은 기업에 있다. 정부의 정책을 기다리기보다 기업이 스스로 국경을 넘는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이제는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시대가 아니라 기업이 먼저 길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15,000개의 아티클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가입하면, 한 달 무료!
걱정마세요. 언제든 해지 가능합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필자는 2023년 1월 국내 로펌 최초로 실리콘밸리 오피스를 설립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다수의 크로스보더 창업가를 지원하며 한미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하고 국내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과 연결성을 확대해왔다. 현재 UKF(United Korean Founders) 법무이사이자 UKF 코리아 대표로 활동하며 차세대 창업가들이 국경을 넘어 성장하도록 돕는 성장하는 공동체 구축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