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돌봄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부모, 자녀 등에 대한 돌봄 책임이 커진 직장인들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직장인의 4명 중 3명은 돌봄 책임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 중 80%는 돌봄 책임이 자신의 업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은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이 경력상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에 기업은 구성원들의 돌봄 부담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구성원의 돌봄 책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에 동참하는 ‘돌봄 회사(Caring Company)’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돌봄 책임은 나이나 직급에 상관 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닥칠 수 있기에 돌봄 회사로의 도약은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돌봄 경제가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기업에 구성원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등 그 기회를 잡기 위한 비즈니스도 등장하고 있다.
#1. 50대 남성 A 씨는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3시간 거리에 있는 지방 요양원에 계신 노부모님의 병세가 심해져서 대형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는 전화였다. 지금 당장 요양원에 가봐야 했지만 오늘따라 중요한 회의가 줄줄이 있는데다가 형제자매들은 해외에 있어 대신 보낼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2. 30대 여성 B 씨는 요즘 회사에 앉아 있어도 회사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5살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워킹맘인데 그동안 아이를 돌봐주던 시터 이모가 다음 주부터 출근을 못한다고 통보했다. 당장 다음 주부터 누가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야 할지 막막하다. 새로운 시터를 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3. 40대 남성 C 팀장은 기러기 아빠다.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할 사람도 없고 팀원들에게 같이 먹자고 하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니 외롭기만 하다. 건강도 안 좋아진 것 같다. 회사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고 무기력한 기분만 가득하다.
#4. 20대 여성 D씨는 반려견과 둘이 살고 있다. 가끔 야근하고 퇴근하는 날에는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골목길이 무섭다. 요즘 들어 빌라촌 여성 거주자를 상대로 하는 범죄도 늘고 있고 세상이 흉흉하니 야근도 야속할 지경이다. 밤 늦게까지 집을 혼자 지키는 반려견도 걱정이다. 얼른 산책을 시키고 싶은데 퇴근 시간이 늦어지기만 하니 속이 탄다.
위 사례들의 공통점은 개인의 돌봄 문제가 업무 생산성을 직접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 출근해 있어도 가족과 관련된 걱정과 불안으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은 이제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이 됐다. 누군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자원이 확보된다면 생산성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돌보고 포용해야 할 대상과 서사가 훨씬 다양해졌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의 중요한 과제로도 부상하고 있다. 박찬웅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불평등이 맞물리며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세대에 적용되는 ‘돌봄 위기(Care Crisis)’가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인간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돌봄이 필요한 존재이지만 과거에는 가족이 그 역할을 감당해왔기에 그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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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D랩 실장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D랩 실장은 연세대 행정학 박사 학위 취득 후 동 대학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지방정부와 정책 확산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창립 연구원으로 입사해 학술팀장, 기획팀장을 역임했다. SPC(사회성과인센티브) 운영 및 효과성 검증, 사회문제 조사(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ESGame), 사회적 가치 경영전략(소통 및 키워드) 연구, 기업재단 임팩트 측정 협의체를 발족했고 현재는 사회성과 보상 제도화 및 거래 시스템 연구를 맡고 있다.
임가영 사회적가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회적가치연구원에서 사회적 가치의 경제화를 주제로 글로벌 확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포럼(WEF)의 펠로로 근무하며 성과기반금융(Outcome-based Finance)과 임팩트 거래(Tradeable Impact) 공동 연구를 이끌고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