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미국은 전례 없는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통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브레턴우즈체제 이후 지속돼온 자유무역 기반의 세계경제 질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으며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망은 북미 중심 체계와 아시아 중심 체계로 이원화되는 구조적 재편기에 들어섰다. 특히 글로벌 제조·물류 흐름은 미·중 갈등, 관세 장벽, 지정학적 충돌, 물류망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비용 최적화나 유연성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이제는 ‘전략적 이원화’와 ‘Fortitude(인내와 회복력)’ 기반 복합 전략을 통해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장기적으로 견뎌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특히 공급망, 생산망, 물류망 모두에 대해 ‘미국 중심 체계’와 ‘아시아 중심 체계’를 병렬적으로 구축하는 이원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또한 미국 내 물류 거점 확보, 멕시코 국경 물류망 확대, AI 기반 디지털 물류 체계 전환 등 현지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며 자유무역시대의 종말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보다 더 신속하고 광범위한 관세전쟁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 국가가 협상과 대립 사이에서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형성된 브레턴우즈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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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자유무역주의로 이어지며 세계 경제의 통합과 평화를 지탱해 왔다. 자유무역주의는 국제분업과 국가 간 상호 의존을 통해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돼 왔지만 오늘날 미국 스스로 이 원칙을 부정하며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1970년대 금본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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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폐기하며 브레턴우즈체제의 한계를 벗어나는 동시에 자국 통화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구사했다. 바로 중동 산유국의 석유 판매를 달러와 연동하는 ‘페트로(Petro) 달러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림 1) 이는 외부 충격을 활용해 재정 부담을 간접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 붕괴와 함께 재정적자는 오히려 심화됐고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보호주의 기조에 재정 확대를 강요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보다 한층 유연하게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점진적 대응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Not decoupling but derisking(디커플링이 아닌 리스크 완화)’을 기조로 중저가 상품에 대해서는 중국 의존을 유지하는 한편 ‘High fence, Small yard(높은 울타리, 좁은 마당)’ 전략을 통해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강도 높은 대중 규제 정책을 병행했다. 하지만 2025년 1월 트럼프 2기의 재등장은 이러한 균형을 무너뜨리고 미국 단독 이익 중심의 새로운 통상 질서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4월 2일 발표된 상호관세는 대미 무역흑자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10~46%에 이르는 관세를 국가별로 차등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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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에는 기존 20%의 관세에 상호관세 34%, 추가 보복관세까지 더해 총 145%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됐다.
2024년 10월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2030년 미·중 간 무역은 사실상 ‘0’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WTO(세계무역기구)는 현재 수준의 관세정책이 유지될 경우 양국 간 교역의 80%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 제품의 90%, 테슬라 생산량의 40%, 월마트 유통 상품의 60%가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 및 조달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이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이 자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미국 역시 상당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만들었으며 향후 정책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세계 무역 환경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과 함께 물류 네트워크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와 북미 대륙향 물류 흐름의 변화이러한 변화로 1980년대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이를 소비하는 형태의 물류 흐름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그 축이 흔들리고 있다. 사실 이미 트럼프 1기 시절부터 나타난 변화로 이는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탈중국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또한 그 대안으로 멕시코와 베트남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베트남에 46%,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 흐름마저 다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체계 내에 있는 멕시코는 관세부과 유예 조치를 통해 당장은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멕시코는 중저가 소비재에서 중국의 대안 공급처로 부상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 미국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일정 부분 합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기지로 활용돼 온 베트남과 더불어 멕시코 생산시설에 대한 미국의 감시 강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수출품의 원산지 비율 규제 등 새로운 기준을 통해 간접적인 압박 수단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로써 1990년대 이후 일본→한국(대만)→중국으로 이어지던 국제분업 체계는 동북아에서 아세안으로 확대됐다가 최근에는 동북아–아세안, 동북아–멕시코로 양분되는 형태로 재편되며 글로벌 공급망이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물류망 역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그림 2)
또한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항만으로 집중되던 기존 물류 흐름은 2016년 파나마운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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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미국 동부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를 계기로 미국 경제의 중심축인 동부 항만도시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한국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입지 중 동부 지역 비중은 2015년 55.6%에서 2023년 82.7%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와 미국 간 동서 물류망 역시 새로운 경로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미국 서부 항만의 정체와 일시적 봉쇄로 인해 아시아–파나마 운하–미국 동부 항만으로 이어지는 대체 물류 경로가 강화됐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계 항만운영사인 허치슨터미널의 파나마운하 항만 소유권 문제를 비판한 배경이기도 하다. 2024년 기준 파나마운하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파나마운하 이용률 74.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중 간 충돌로 인해 파나마운하가 봉쇄될 경우 미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미국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파나마운하 양단에 위치한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의 허치슨터미널 운영권 인수를 추진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종 계약 체결까지는 여전히 여러 정치·지정학적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사례는 글로벌 물류망의 전략적 거점이 단순한 경제적 기능을 넘어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따라 아시아와 미국 서부를 이어주는 동서물류체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남북(미국-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중남미)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투자 증가로 인한 역내 물류시장 역시 확대되면서 다원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림 3)
이미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대표적인 물류기업인 CJ 로지스틱스와 LX 판토스의 최근 미국 시장 내 투자 행보를 봐도 확인할 수 있다. CJ는 시카고 엘우드와 뉴저지 세카우커스에 물류창고 확보와 함께 미국 최대 철도회사인 BNSF와 협약을 통해 미국 내 상품 공급을 위한 내륙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LX 판토스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물류창고 건설과 함께 일본 최대 선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와 공동으로 박스링크스(Boxlinks)라는 인터모달(Intermodal)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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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설립해 미국 시장 내 철도, 항공, 도로, 수운을 연계하는 복합물류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에 한국 물류기업은 국내 대형 화주를 대상으로 미국의 수입 물류를 주로 담당했다. 그러나 북미지역으로의 물동량과 미국 내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현지 고객 확보에 나서기 위해 이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인해 북미 시장에서 중국계 물류기업의 사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물류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과 투자는 미국 현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자 화주 기업들은 물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고 이에 새로운 형태의 물류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체 물류 흐름에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물류 데이터 기업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IT 기업인 IBM, 구글 등을 비롯해 컨설팅 기업인 엑센츄어, 딜로이트, 이에 더해 물류 IT 기업인 아마존, XPO, LG CNS 등이 이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이들은 물류망 내 비용 및 시간 절감, 인력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항만, 공항, 철도, 도로, 수운, 창고, 통관 등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불법이민자 추방에 따른 물류 인력 부족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이러한 기업들의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물류 사업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상 잠재 리스크글로벌 물류시장은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의 변화와 함께 관세전쟁으로 시작된 무역의 불안정성, 국지전으로 비롯된 지정학적 리스크, 환경 변화로 인한 기후 리스크 등이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 4) 이미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전쟁에 위축된 나머지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가 3월 21일 기준 1295.75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2505.17), 2024년 7월(3733.8)과 비교해 각각 50%, 70% 이상 급락한 수치다. 항공운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정책 불안정성으로 인한 선박, 항공, 트럭 운행의 지연과 정체, 안전 재고 확보를 위한 물류창고 수요 증가 등으로 물류비가 단기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물류 수단 처리능력과 물류창고 수용력이 충분한데도 불안 심리로 인한 리스크 헤징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역량은 줄어드는데 물류비는 국지적으로 상승하는 역설이 당분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중국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 계획이 시행되면 선박 운임과 같은 기존 물류비 이외에 2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이 화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신규 선박 수주 물량의 70%, 해상 무역의 4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발(發) 관세전쟁 이외에도 홍해 해상 피격 사태, 파나마운하 갈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항만노조 파업은 물론 대만해협, 믈라카해협, 호르무즈해협 등의 잠재적 리스크는 여전히 글로벌 물류망을 압박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들이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과 국내 기업의 대응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현대차그룹, 한화큐셀, 삼성전자, LG전자, SK온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대부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최적화된 공급망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정부의 조치로 일부 기업은 미국의 조지아, 텍사스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겼고 현재 이 센터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반면 이미 다른 지역에 투자를 완료한 업체들은 고효율, 저비용 체계로 갖춰진 기존 공급망을 점차 이용하지 못하고 미국 내 혹은 북미에서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비용 상승, 납품 지연, 상품의 질 하락 등 위험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관세 회피 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낮은 효율성과 높은 비용 구조의 미국 내 조달·판매 물류 시스템으로 인해 총비용 증가, 정시성 하락, 품질 저하 등의 리스크를 만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당분간은 한국계 물류기업들이 미국 현지의 인프라, 정보, 인력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현지 물류기업을 이용하는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노후화된 인프라, 비효율적인 행정절차, 1인당 GDP 8만3000달러에 달하는 고임금, 낮은 생산성 등에 직면하게 되면 조달과 판매 물류 양방향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HMGMA를 거점으로 기존 앨라배마(현대)와 조지아(기아)의 공장과 함께 미국 내에서 연간 120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은 약 616만 대로 이 중 25%인 120만 대가 미국에서 팔리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미국 현지 생산으로 이 물량 전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산 기지 역시 미국 내 환경 조건에 맞춰 조달, 생산, 판매가 진행돼야 한다. 현대차가 기존에 영위했던 공급망과 물류망 체계가 전혀 달라진 상황에서 상품의 질, 가격 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그림 2]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혹은 기타 해외 거점에서 생산된 물량은 관세장벽을 만나 대미 수출 비중이 줄어들 전망이다. 따라서 이 물동량이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아시아-북미 물류 흐름에서 미국 역내 혹은 북미 간 물류로 전이되면서 물류 흐름이 다원화되는 것이다. 반대로 특정 제품의 경우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 미국 시장을 넘어서 미국발 아시아와 유럽향 수출 화물이 발생하거나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현재 ‘아시아 생산-미국 소비’라는 흐름이 약해지고 ‘아시아 생산-전 세계(미국 제외) 소비’, ‘미국(북미) 생산-미국(북미) 소비’와 ‘미국 생산-전 세계 소비’라는 흐름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큰 변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 경제의 80% 이상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 첨병인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략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제조기업과 물류기업의 전략적인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제 글로벌 공급망은 이원화돼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북미 시장 중심의 공급망과 물류망이 하나고 미국을 제외한 기존 아시아 중심의 물류망이 나머지 하나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이원화된 공급망 구축과 물류망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북미 대륙의 경우 다원화된 물류 흐름에 맞춰 미국 내 물류 현지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물류 거점 확보, 북중미 대륙의 항만 물류 거점 확보, AI 기반 디지털 물류 체계 전환, 다양한 물류 비즈니스 확보 등을 추진하는 것이 주요 숙제가 될 것이다. 나머지 한 축은 기존 아시아와 중국의 공장에서 세계 소비시장으로 연결되는 물류망의 재편을 통해 가시성 제고, 유연성 강화, 효율성 증진 등 불안정한 글로벌 무역에서 대응이 가능한 물류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나 일본의 ONE와 같은 글로벌 해운사들은 전통적인 해운업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다각화를 통해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머스크는 IBM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물류 플랫폼 ‘TransLens’를 선박 운항 네트워크에 적용해 실제 운영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후속 디지털 사업도 전개 중이다. 또한 AI를 활용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선박 운영을 최적화하는 시스템(Maersk Spot)을 운영 중이다. 단순한 화물 운송을 넘어 ▲해상운송 ▲국제 물류 관리(Maersk Flow) ▲항만 운영 ▲이커머스 및 풀필먼트 서비스 ▲통합 디지털 플랫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해운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머스크는 스스로를 ‘통합 공급망 관리 기업(Integrated Logistics Provider)’이라 정의하며 단순히 배를 띄우는 것을 넘어 고객의 전체 공급망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의 연장선상에서 최근에는 독일의 하팍로이드(Hapag-Lloyd)와 함께 ‘제미나이 얼라이언스(Gemini Alliance)’를 새롭게 결성했다. 이는 기존의 ‘2M 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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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는 달리 단순한 해운 서비스 연합을 넘어서 공급망 전반에 걸친 통합 서비스 제공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시 말해 제미나이는 ‘해운 얼라이언스 2.0’에 가까운 모델이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해운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 전략적 파트너십, 물류 전반에 걸친 통합 솔루션이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해운 기업들도 이제는 단순히 선박을 보유하거나 항로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머스크와 같은 선도 기업들의 행보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벤치마킹해 디지털 기반의 공급망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절실하다.한국의 해운 기업들은 2010년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2기 관세전쟁 등으로 인해 중요한 비즈니스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을 주요 대상 시장으로 한 해운 물류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해왔으나 최근 미국발 관세전쟁, 글로벌 물류망의 다원화, 공급망 리스크의 증가,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네트워크 제한 등 큰 변화와 위기 요인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제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하나는 세계 1위 선사인 MSC가 주도하는 대형 선복량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운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머스크가 채택한 방식처럼 공급망 전체를 포괄하는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해운 서비스 강화를 통한 규모화를 추진하려면 지속적인 선박 발주, 항만 투자, 네트워크 확장이 필요하다. 반면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확장은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는 사업 범위의 확대와 기존 운영·관리 체계의 디지털화가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한국 해운기업이 나아갈 방향은 기존 해운 운송과 항만 운영을 기반으로 국제 물류, 인터모달, 라스트 마일, 통합 디지털 플랫폼 등으로의 확장이나 강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또한 독자적인 신규 물류 분야로의 진출보다는 해당 분야의 전문기업 또는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 얼라이언스, 공동 투자, 인수, 지분 확보 등 현재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전문 물류기업(3Party Logistics, 3PL)은 동서축 물류 흐름에 맞춘 전통 물류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첨단 물류 IT가 접목된 정보 기반 공급망 관리 차원의 물류 비즈니스로 확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엑센츄어, 카펠로그룹 등 디지털 정보 기반 4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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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물류기업들은 고객사에 대한 공급망 최적화 컨설팅을 해주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운송, 보관, 포장, 주문 처리 등의 물류 실행을 담당하며 WMS(창고 운영 시스템), TMS(교통 운영 시스템) 등 IT 시스템을 통해 고객에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4PL 기업들은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글로벌 화주가 4PL을 통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3PL 기업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4PL이 구축한 화주 기업의 공급망에서 3PL은 물류 흐름을 유지하는 역할에 그치게 된다. 이로 인해 3PL 기업들은 비용 리스크가 증가하고 수익 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 전문 물류기업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4PL 기업으로의 역량 강화나 기존 물류 비즈니스에서 독자적인 노하우와 강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전문 물류기업들이 초기 막대한 자금과 우수한 인력, 풍부한 정보, 첨단기술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대안은 제한된 역량을 집결해 규모화와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운과 항공 물류기업들처럼 전문 물류기업 간 혹은 다른 분야의 물류기업들과 얼라이언스를 체결하거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정보, 기술, 시설, 인력, 장비, 네트워크 등을 공유하는 방법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과거 글로벌 물류시장은 ‘Just-in-case’로 대표되는 최적화 중심의 운영체계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는 유연성 중심의 운영 방식이 새롭게 부상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의 등장은 물류 전략에 또 다른 전환점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유연성과 최적화를 모두 포용하는 전략적 이원화 대응, 즉 ‘인내와 회복력(Fort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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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의 복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북미 대륙 중심의 공급망과 기존 글로벌 공급망 간의 병렬 운영, 즉 이원화된 물류망 구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물류기업과 제조업체 모두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해야 하며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부합하는 전략적 전환과 유연한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