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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 지속가능성 위한 2가지 전략

공급망 다변화하고 ‘글로컬’ 전략 강화해야

류주한 | 378호 (2023년 10월 Issue 1)
급변하는 국제 환경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기업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중 패권 경쟁은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넘어 미국의 대중국 기술 및 광물 규제로 공고화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도사리는 최근 글로벌 산업 환경에 우리 기업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은 배가되고 있다. 지정학적 흐름을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적극적인 위험 관리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미래의 사업 성장과 성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존의 글로벌 비상 운영 체계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기업 고유의 시각을 기르고 적합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현재 기업이 직면한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다음 2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미·중 간 긴장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 기업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이 얼마나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는지 경험했다. 미·중 갈등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은 우리의 공급망을 다변화할 기회이기도 하다. 공급망 분산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지역으로 생산과 배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중국에서 즉시 철수하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며 제조업체의 경우 중국 지역의 공급망 규모를 축소하며 생산 및 판매를 강화할 수 있는 한국 인근 지역을 공급망 기지로 모색해야 한다. 이미 많은 서구 기업은 중국 없이도 중요한 투입물이나 민감한 수출품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니어쇼어링i 과 프렌드쇼어링ii 을 늘리고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멕시코 몬테레이에 대규모 생산 시설 건설을 계획한 테슬라(니어쇼어링), 미국 전기차, 2차전지 부문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대규모 직접투자(프렌드쇼어링)가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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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당면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새로운 공급처로 부각되는 곳은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 국가들을 ‘앨트아시아(Altasia)’iii 로 명명하며 향후 중국을 대체할 신(新)아시아 공급망 벨트로 규정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리쇼어링으로 자국과 동맹국을 위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제약·바이오, 의류, 통신 및 통신장비, 전기 및 기계,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에 또 다른 형태의 병렬 공급망을 구축하며 생산 능력을 재분배하고 있다. 일례로 대만의 폭스콘과 미국의 애플은 인도에 위탁 생산 공장을 건설해 IT 부품과 아이폰 생산을 개시했다. 미국의 퀄컴 역시 첫 반도체 연구개발센터를 베트남에 구축했으며 인텔 역시 베트남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동남아에 자체 공급망을 구축했다. 우리 기업 역시 비교적 근거리에 위치해 개발 비용을 상대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동남아 시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때 전체 포트폴리오보다는 일부 제품에 한해 동남아 지역에 공급망을 구축하며 순차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대체 공급업체를 발굴하거나 개발하는 비용은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변수를 신중히 고려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통찰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선두 기업들은 이미 잠재 공급업체의 물리적 위치와 디지털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이들이 재무적으로 미칠 영향을 파악하며 필요한 제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선별하고 있다. 대체 공급망과 업체 선정을 위한 공식화된 템플릿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비용, 해당 시장의 비즈니스 환경, 공공 보조금 및 인센티브 등을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국가별로 상이한 인플레이션 비율, 이에 연동된 인건비, 물류 및 운영비의 차이는 전반적인 운영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 잠재 파트너 업체와 계약 시에도 ESG 기준 준수 여부, 중국 제품 의존도, 재무 건전성, 재고 자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글로컬 전략 수립과 실행

지금까지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의 주요 기업들은 본사가 위치한 지역을 거점으로 공장이 소재한 다양한 지역을 관리하는 허브 앤드 스포크 구조iv 로 운영했다. 그러나 이런 운영 구조는 공급망 붕괴 등 특정 지역에서 초래되는 각종 리스크에 대한 대처 능력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브라질의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 인도의 타타, 중국의 레노버 등 신흥국 기업들은 자체 공급망과 네트워크형 조직 구조로 각종 지역별 리스크 상황에서도 빠르게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형 조직 구조의 핵심은 탈중앙화되고 유연한 지역 중심의 조직 구조, 사업별 독립 운영, 왕성한 제휴 활동과 협업 등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새로운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기업들은 현지 진출국 시장의 법률적 규제와 요구 사항, 현지 협력사와 고객사,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네트워크형 조직 구조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이란 세계화와 현지화의 합성어로 세계시장을 상대로, 그러나 지역 시장의 사용자와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조정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전략적 행동을 뜻한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네트워크 조직으로 글로컬 전략을 수행한 대표적 사례다. 1970년대 이후 세계 식품 산업은 점차 지역별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춰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마케팅 효과도 지역 차가 심했고 제품 수요도 지역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유니레버는 현지 시장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조직을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로 바꾸는 한편 이사진의 단결과 공동 책임을 강화했다. 현지 소비자의 요구에 더 부합한 제품을 만드는 동시에 연구, 금융, 포장 등에 있어서는 중앙의 요구 사항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내부 콘퍼런스를 활용해 유니레버 네트워크를 만든 뒤 350∼500명의 고위 관리자가 매년 1∼2차례 모여 의견, 아이디어, 전략을 교환하게 했다. 본사의 의사결정에 협력사 경영진도 적극 참여시켰다. 지정학적 흐름과 기술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동아시아와 개도국 경제 및 제도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별 최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채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 경영 교육 기관 및 국제 관리자 그룹을 조직했다. 이를 통해 유니레버는 유연한 다국적 조직으로 탈바꿈하며 세계 각지의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는 기업에 대한 지역적, 정치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에도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지정학적 민감성, 각 지역 시장에 대한 이해, 유연한 조직 구조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기업은 외부 위험에 취약해져 사업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다시금 부상하는 지정학적 위기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글로컬 전략 수립과 실행 등 적극적인 대응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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