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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학(Geo-economics) 시대 대응 어떻게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는 위기이자 기회
친환경, 동남아, 차세대 기술에 주목하라

조은교 | 378호 (2023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지경학(Geo-economics)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의 첨단 기술 제조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던 미국은 제조업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국 중심의 공급망 내재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은 중국 소재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큰 도전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전기차 시장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같은 친환경 기술 시장 등 미국 내에서 새롭게 확대되는 시장에 주목해 제품과 기술을 다변화한다.

2. 동남아 지역을 공급망 기지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소비 시장으로서 공략하는 등 새로운 지역 진출을 가속화한다.

3. 차세대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및 산업화로 장기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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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학 시대의 부상

2018년 통상 분쟁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이 5G, 반도체, AI 등으로 확산되면서 첨단 기술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AI 등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및 기술 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중국은 자국이 보유한 희토류 등의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법을 제정하면서 전략적 무기화로 미국에 맞서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지경학(Geo-economics) 시대가 도래했다. 경제 및 기술 안보가 기존의 국가 안보 개념과 동일시되면서 글로벌 주요국의 기술보호주의 및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지경학 시대의 부상으로 우리 기업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기업이 현재 직면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관련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술 생태계, 공급망,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 기업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지경학 시대, 기업의 도전

1.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 심화와 통상 환경 리스크 확대

최근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기술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중국에 대한 기술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 ASML가 생산한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Violet) 노광 장비1 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서 시작된 반도체 기술 제재는 2022년 10월 미국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수출 통제 항목이 추가적으로 발표되면서 제재 범위가 확장됐다. 미국은 중국 내 특정 반도체2 제조 시설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통해 규제를 확대해 나가는 모습이다. 해당 조치로 인해 중국 내 제조 시설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은 최첨단 미국산 장비를 활용하기 어려워졌으며 생산 시설 확장에도 제약이 생겼다. 다행히 최근 미국은 한국,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한다고 밝혀 아직까진 큰 영향이 없지만 향후 중국 내 생산 시설 확장과 추가 투자에 있어 우리 기업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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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난 8월 미국은 대중국 수출뿐만 아니라 자금 흐름도 통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내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3개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AI, 양자통신 분야에 있어 중국 기업과의 M&A,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을 통한 지분 투자, 합작 투자 등이 제한됐다. 최근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가 감소한 상황에서 해당 행정 명령으로 인해 중국의 외자 유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번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투자 제한이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 앞으로 이뤄질 투자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의 대응 조치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미국의 행정 명령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향후 보복 조치를 암시했다. 지난 7월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등 원자재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희토류 등의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을 전략 자산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당장 우리 기업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향후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첨단 산업을 둘러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2.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지경학 시대가 도래하면서 첨단 산업 분야의 불안이 확대되고 기존의 국경 간 공정이 세분화된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자국 중심의 공급망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첨단 기술 제조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던 미국은 제조업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국 중심의 공급망 내재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주도의 공급망과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분리돼 각자의 이익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공급망 블록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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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반도체·2차전지·바이오·희토류 산업에 대한 공급망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각각의 산업에 대한 제조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분야에 대한 공급망 내재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2022년 8월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표했다. 미국 내에서 조립되거나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돼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은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향후 미국 주도의 전기차 글로벌 공급망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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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3 를 통해 동맹국들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등 중국을 배제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현재 미국은 배터리 수요 시장인 전기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배터리 제련, 가공, 제조 등의 공급망은 중국, 일본,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즉, 전기차 시장 외에 핵심 광물, 배터리 소재 부품, 셀(Cell) 제조4 등의 2차전지 공급망 전 분야에서 중국 대비 열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 경쟁에 있어서는 미국이 중국에 비해 수세적인 입장인 것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며 배터리 소재 및 핵심 광물, 셀 제조 등의 공급망 전반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일찍이 해외 광산 투자를 확대하면서 핵심 광물을 확보한 덕에 미국과의 경쟁에서는 훨씬 우위에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 달리 공세적인 입장에 있으며 IRA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CATL(寧德時代, 닝더스다이), 궈쉬안(國軒, Gotion) 등의 배터리 회사들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기술을 수출하는 형태로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 시장 외에 유럽,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배터리 분야에서 양국을 중심으로 시장과 공급망이 진영화되는 공급망 블록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배터리용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 흑연 등의 주요 광물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IRA로 인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미국 시장 진출에 유리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핵심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 시장 외에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IRA 등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제약이 생기자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의 셀 제조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서 CATL, BYD 등의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공급망 블록화에 따라 미국 외 지역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과 우리 기업의 경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 중국의 기술 자립과 추격

심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는 오히려 기술 자립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강화하고 국산화를 촉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 대비 경쟁 열위에 있는 반도체 설계, 소재, 장비 등에서 기술 개발을 확대하면서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약 1387억 위안 규모의 1기 펀드를 통해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했다. 이후 미·중 반도체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한 2019년에는 2041억 위안 규모의 2기 펀드를 발표하면서 자금 지원을 강화했다. 2기 투자에서 장비, 설계, 파운드리 분야에 대한 비중이 늘어나는 등 미국이 제재하는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은 관련 생태계를 적극 조성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자립 정책은 조금씩 성과를 보이는 상황이다. 중국반도체협회(中国半导体行业协会)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수는 2015년 736개였으나 2020년 2218개로 약 3배 늘었다. 아울러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집중되고 있는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레거시 노드5 를 중심으로 중국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의 경우 2023년 상반기부터 생산을 확대하면서 중국산 반도체 장비 채택률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대표 전공정 반도체 장비 기업인 북방화창(NAURA)은 열처리 장비뿐만 아니라 식각, 증착 장비 등의 국산화율을 2019년 1분기 53.9%에서 2023년 2분기 79.6%까지 확대했다.

또한 지난 8월 29일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Mate 60 Pro)’에는 중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생산한 7나노 반도체가 탑재됐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언론은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뚫고 기술 자립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14나노 미만의 반도체는 EUV 장비를 사용해 생산되나 유일한 EUV 제조 회사인 ASML은 미국의 제재로 이미 중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은 EUV보다 사양이 낮은 심자외선(DUV, Deep Ultra-Violet) 장비를 활용해 더블 패터닝 방식6 으로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출시는 미국의 제재에도 EUV 장비 없이 중국이 기술 진보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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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DUV 장비로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EUV 생산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대량 생산이 얼마나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술 자립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점은 우리 반도체 산업에도 상당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2∼5년 앞선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중국이 7나노 반도체 제조에 성공했지만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의 경우 이미 3나노 생산이 가능하며 2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과 여전히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뚫고 지속적인 기술 굴기를 통해 기술 자립을 달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3나노 반도체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7나노 등에서 첨단 산업의 자립 생태계를 구축하고 중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응하고 심화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시장 블록화에 적극 대응하며 이익을 지켜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경학 시대, 기업의 대응 전략

지경학 시대,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첨단 산업의 공급망 재편, 중국의 기술 추격 등으로 우리 기업은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와 도전에는 항상 기회 요인도 내재해 있다. 지경학 시대의 도전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전기차 시장 넘어 친환경 기술 시장으로

미국 주도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중국 소재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도전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확대되는 미국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FTA 체결국이기 때문에 IRA에 따라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양극재, 음극재 등을 가공해 미국에 수출할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 중인 기업에는 투자세액공제(ITC), 생산세액공제(PTC) 등의 수혜도 있을 전망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주요 셀 제조 3사는 미국 현지에서의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우리 기업은 전기차 시장뿐만 아니라 부상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저장을 위한 ESS 시장도 노려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용량의 ESS가 설치되고 있으며 IRA로 인해 진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ESS 등 친환경 기술 시장은 우리 기업이 공략해볼 만한 시장 중 하나다. 일례로 올해 3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ESS용 배터리는 주로 LFP 배터리를 채택하기 때문에 확대되는 미국 ESS 시장을 공략한 행보로 파악된다. 이처럼 우리 기업이 확대되는 미국의 새로운 시장에 주목해 제품과 기술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마련한다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선점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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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 진출 가속화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공급망 및 수출 시장을 유럽과 동남아 지역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분야에서 유럽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가 늘고 중국 기업이 헝가리, 독일 등에 배터리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일찍이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에 투자하면서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어 향후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와 중국의 경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전략 수립이 급선무다.

최근 동남아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이 생산 거점형 투자로 현지에서 가공을 거쳐 완제품을 우리나라로 재수출하거나 제3국으로 수출하며 동남아를 공급망 기지로 활용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은 전기차의 경우 이미 동남아 지역을 타깃 시장으로 보고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으로의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BYD는 올 상반기 태국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2024년까지 태국 내 연간 15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전기차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급성장하는 동남아 지역을 공급망 기지뿐만 아니라 시장으로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지역은 근거리에 위치한 좋은 공급망 기지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부상하는 소비 시장이기도 하다. 향후 이들 지역에서 배터리, 반도체, IT 기기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동남아 지역에 공급망을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시장으로서 접근하며 첨단 제조 경쟁력, 브랜드 파워 등을 바탕으로 동남아 소비 수요를 우리 기업이 흡수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3.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 및 산업화

지경학 시대, 가장 주목할 부분은 첨단 기술의 확보와 통제다. 첨단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한 기술보호주의 및 자국우선주의가 각 국가의 핵심 임무가 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미·중 양국에서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의 스타트업이 대거 육성되고 있으며 관련 특허 경쟁도 치열하다. 질화갈륨(GaN)과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 특허 출원 분야에서는 중국의 시리우스와 일본의 미쓰비시 등이 경쟁하고 있다.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선점하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지금, 우리 기업들도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향후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각국 정부가 민간 부문에 개입하며 첨단 기술 확보에 매진하는 현재의 글로벌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기술 우위를 확보해 이익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과 투자에 나서야 한다.

지경학 시대로의 전환은 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모두 안겨주고 있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이라면 진영화, 블록화된 첨단 기술 시장과 산업 생태계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오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로 첨단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제시한 전략을 활용해 우리 기업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해 나간다면 블록화된 첨단 기술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조은교 |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부연구위원

    필자는 중국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을 거쳐 산업연구원 글로벌산업실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보고서로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우리의 대응 전략: 반도체·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에 따른 중국의 전략과 우리의 대응』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블록화 전망』 등이 있다.
    ekcho@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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