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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8. SPC 기업 평판 깎아내린 ‘ESG 리스크’

기업이 제품만으로 평가받던 시대 끝나
고객은 인권-근로 환경도 꼼꼼히 따진다

김경하, 박혜연, 이은창 | 359호 (2022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난 10월,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의 평판은 경쟁사 대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SPC가 기업 평판 관리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가맹점 압박과 원재료 시장 봉쇄 등 상생 및 동반 성장을 저해한 점과 노사 갈등 장기화, 낮은 인권 감수성 등 인권 및 근로 환경 문제가 꼽힌다. 또한 공장의 비위생적인 환경 등 제품 리스크도 소비자들의 신뢰 저하에 영향을 끼쳤다. ESG 리스크를 방치하면 트리거(trigger)가 되는 사건이 터졌을 때 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ESG 리스크를 발견했을 때 개선책을 즉각 수립 및 실행하고, 평판 유지를 위해 ESG 임팩트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평판이 곧 자산인 시대다. 기업 인사 담당자의 59%가 채용 시 평판 조회1 를 하며 주주들은 투자한 기업의 평판이 떨어지면 자금을 회수해버린다. ESG 리스크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주가를 끌어내리기도 한다. 스위스 제네바대 필립 크루거 교수가 부정적인 CSR 뉴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해당 뉴스가 발표됐을 때 기업이 입은 손실은 평균 7500만 달러에 달했다.2

글로벌 평판 전문 연구소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eputation Institute)의 창립자이자 평판 관리 전문가인 미국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의 찰스 폼브런 명예교수는 “평판이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에 주목하면서 갖는 종합적 평가”라고 말한다. 또 다른 평판 전문가 마이클 바넷은 평판을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이 수행한 재정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 평가에 바탕을 둔 관찰자들의 종합적 판단”이라고 정의한다.

평판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면 평판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정보는 빠르게 공유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기업이 명성을 쌓는 데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교수이자 PR그룹 에델만의 위기관리 전문가 러브 할란은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는 2시간30분 만에 전 세계 25%에 퍼지고 나머지 75%는 24시간 이내로 퍼진다”고 말했다. 더구나 온라인에서는 평판을 저해하는 정보가 매우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평판 관리 실패가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는 ‘불매운동’을 꼽을 수 있다. 실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증가 추세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민 중 불매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16.3%였지만 ‘노재팬(No Japan)’ 운동이 일어난 2019년에는 55.8%로 크게 늘었다. 불매운동의 여파는 계속 누적돼 지난해에도 35.9%가 불매운동을 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추세는 개인의 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미닝아웃3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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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2022년 ESG 리스크와 기업 평판

2022년 한 해 동안 어떤 회사들이 평판 관리에 실패했을까. 트리플라잇 기업부설연구소가 사회(S) 리스크 관련 뉴스 데이터 5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제품 품질 및 안전(37.3%), 산업 안전 및 보안(26.7%), 상생 및 동반 성장(19.5%), 인권 및 근로 환경(16.5%) 순으로 보도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화두가 된 이슈와 관련 기업을 선정해 평판을 분석했다. 평판은 해당 기업의 SNS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으며, 동종 산업군 내 경쟁사들과 호감도(SNS 데이터의 긍정 비율)를 비교해 살펴봤다. 직장 내 성폭행 이슈가 불거진 포스코는 사건이 일어난 당월의 평판이 40%가량 떨어졌고,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통신 마비로 32%, SPC는 노동자 사망 사고로 6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4

1. 인권 및 근로 환경 리스크:
직장 내 성희롱 이슈 불거진 포스코

지난 6월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한 20대 여직원이 직장 상사 4명으로부터 3년간 지속적으로 성희롱 등 성폭력에 시달렸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이 보도됐다. 언론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 회사 내 감사부서에도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신고했지만 가해자 징계는 감봉 3개월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직원은 부서 내 왕따와 험담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다른 부서로 이동했으나 석 달 만에 원래 부서로 돌려보내졌다. 또한 당시 현장 상황을 목격했던 동료 직원이 지난 4월 부서장, 제철소장, 포스코 부회장에게까지 성희롱 사건을 알리는 e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은 없었다고 알려졌다.

지난 6월22일,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포스코는 “피해 여직원에 분리 조치를 완료했고, 해당 부서 리더의 보직을 해임하고 피고소인 4명에 대해선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23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피해자 2차 가해 등 논란이 이어지자 28일에는 김 부회장 명의로 사과와 함께 쇄신 계획을 담은 e메일이 임직원에게 발송됐고, 사건 직후 대응과 다르게 경찰 조사와 별개로 사내 조사를 바탕으로 7월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원 징계 수위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포스코가 사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임원 6명을 중징계했다고 발표했지만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에게는 ‘경고’ 처분만 내린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회사 측은 7월4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2명에게 해고에 해당하는 징계인 면직, 또 다른 1명에게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8월15일, 포스코는 사내 성폭력 사건 이후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신고를 받아 2명을 추가 징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를 시작한 지 넉 달 만인 10월18일, 가해자 4명 중 2명이 검찰에 송치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한편, 해당 사건으로 포스코 조직 문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다양성 부재와 회사 특유의 군대식 조직 문화가 조직 내 성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포스코 직원 SNS 단체 대화방에서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이 이어진다는 등 내부 제보도 잇따랐다. 지난해 50대 직원이 20대 신입 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도 한 직원이 협력사 직원을 성희롱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2022년 6월 성희롱 사건이 일어난 시기, 포스코에 대한 평판은 0.4점으로 전월 대비 0.28점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이슈가 발생하고 일주일간(6월20∼26일) SN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 단어 비중이 63.7%, 긍정적 단어가 31.9%였다.5 특히 포스코의 사건 대응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대중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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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생 및 동반 성장 리스크:
카카오 먹통 대란, 플랫폼 독점 이슈 수면 위로

지난 10월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10시간가량 먹통이 됐다. 이는 카카오톡 서비스 12년 역사상 가장 긴 시간 장애였다.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카카오T, 카카오맵 등 카카오 관련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다. 피해는 나흘간 이어졌고 복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카카오에 질책이 쏟아졌다. 특히 화재가 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네이버는 중단된 서비스 대부분을 3시간 안에 신속히 복구해 장시간 먹통으로 피해를 키운 카카오의 재난 대응 능력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졌다.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기업들은 카카오 서비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이번 카카오 사태를 기점으로 1주일간 SNS 데이터 약 63만 건을 분석한 결과, 서비스 마비 이후 ‘독점’은 83배, ‘공공 서비스’는 126배 언급량이 급증했다. 사람들은 사태의 파장이 컸던 이유로 카카오가 여러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6 (자세한 내용은 이번 호 스페셜 9번 ‘먹통 사고로 전 국민 비난 받은 카카오’ 참고.)

3. 산업 안전 리스크: 불매 운동까지 촉발한 SPC

2022년 10월15일, SPC 계열사인 SPL의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그룹은 이틀 뒤인 17일 허영인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당시 현장의 미흡했던 안전 조치와 대응 등이 알려지며 SPC에 대한 대중의 공분은 더욱 커졌다. 심지어 이 공장에서는 일주일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고 8일 만에 샤니 제빵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SPC와 계열사의 산재 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0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 비알코리아, SPL 등 SPC 계열사 4곳에서 산재 피해를 본 사람은 2017년 4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37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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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직원들의 현장 제보까지 더해지면서 SPC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노동자의 피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요 SNS에는 SPC가 운영하는 계열사 브랜드를 정리한 목록이 공유됐다. 2017년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법 파견 사건, 부당 아르바이트 행위 등이 언론에 보도되며 SPC그룹과 계열사의 산업 안전, 노동 환경 등 ESG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누적돼 왔으며 이에 소비자들의 보이콧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월 사망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 SPC 관련 대중 평판은 0.17점으로 전월 대비 0.29점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PC는 해당 이슈로 인해 경쟁사인 오리온, CJ와의 평판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사건 발생 당일로부터 일주일(10월15∼21일)간 SNS 데이터 1만3658건을 분석한 결과 부정적 단어가 82.6%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부정적 단어는 ‘불매(5275건)’였으며 SPC 대응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함께 피해자와 직원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내용도 있었다.

SPC는 기업 평판 관리에 왜 실패했나?

포스코는 시기에 따라 평판 추이가 변화하고 있다면 SPC의 평판은 경쟁사 대비 꾸준히 낮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SPC의 평판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SPC의 평판을 되돌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찾기 위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2013년 1월1일부터 2022년 11월25일까지의 뉴스 데이터 4만3475건을 분석했고, 기사가 최소 30건 이상 보도된 ESG 관련 이슈 총 14개를 추려냈다. 주요 이슈별로 당시 기업의 대응과 소비자 반응도 함께 들여다봤다.

1. 상생 및 동반 성장:
가맹점 압박하고 원재료 시장 봉쇄

SPC 불매 목소리는 골목 상권에서 먼저 나왔다. 2013년 2월13일, 대한제과협회는 파리크라상을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및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파리크라상이 제과점업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동반성장위원회 권고안)을 막기 위해 가맹점들을 종용해 시위를 벌이도록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SPC 측은 “가맹점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며 부인했으나 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이 불매운동을 예고하자 일주일 만에 적합 업종 지정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두 달 만에 가맹점에서도 이슈가 불거졌다. 같은 해 4월 파리크라상은 재계약을 앞둔 가맹점 30곳에 점포 확장을 강요하고 인테리어 업체에는 대금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형태로 지급해 억대 수수료를 물게 해 과징금 5억7200만 원을 부과받았다. 2016년에는 조류독감(AI) 여파로 달걀 공급 대란이 일자 전사 캠페인으로 전국 마트와 슈퍼마켓의 달걀을 사들이게 한 정황도 공개됐다. SPC는 “직원들이 애사심으로 벌인 일이며 수량도 200∼300판밖에 되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구체적인 구매법을 지시한 문서 원문이 밝혀져 망신을 샀다.

SPC의 상생 이슈는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7월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SPC 5개 계열사에 과징금 총 647억 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SPC 회장 등 임원과 계열사 3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SPC삼립이 사실상 ‘통행세’로 414억 원의 이익을 봤으며 이를 통해 밀가루, 액란 등 제빵 원재료 시장의 진입이 봉쇄돼 중소기업의 경쟁 기반이 침해됐다는 요지였다. 해당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가 SPC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2년 만인 지난 11월9일 검찰이 SPC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재개된 상태다.

2. 인권 및 근로 환경:
노사 갈등 장기화와 낮은 인권 감수성

지난 5년간 SPC를 따라다닌 이슈는 인권 및 근로 환경 문제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는 2017년 파리바게뜨가 협력사 소속인 제빵기사에게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노동부는 불법 파견과 110억 원의 임금 체불을 인정했고 제빵 및 카페 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명령을 보냈다. 파리바게뜨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에 즉시 항고장을 냈다 취소하는 등 저항했으나 이듬해 9월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전국 제빵기사들을 정직원으로 전환하고 3년 후 사회적 합의 완료를 선언했다.

노조는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021년 7월 노조는 직원들의 노조 탈퇴를 부추기는 노조 탄압과 제빵기사의 처우 미공개 등 혐의로 파리바게뜨를 고소•고발했다. 본사 앞 천막 시위가 이어지고 올해 3월에는 임종린 지회장이 53일간 합의 내용 이행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의 불매 운동과 1인 시위가 이어지고 SNS에서도 ‘#SPC불매’ 키워드가 확산되며 대중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묵묵부답이던 SPC는 근로자 사망사고 직후인 11월, 사회적 합의 이행을 검증할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5년 만의 응답이었다.

언론은 SPC의 낮은 인권 감수성 또한 문제로 지적한다. 아역 배우를 성인처럼 분장시켜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졌던 배스킨라빈스 광고, 최근 근로자 사망 사고 이후에도 동료 직원들의 트라우마를 고려하지 않고 천 하나로 기계를 가려 공정을 지속하는 식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ESG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기업이 근로자 인권 및 노동권 침해 문제와 개선 요구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다면 평판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것이다.

3. 오너 및 제품 리스크

각계 기업을 괴롭힌 오너 리스크는 SPC도 빗겨가지 않았다. 2018년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은 마약류인 액상 대마를 흡입, 유통한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허 전 부사장이 구속된 다음 날 SPC는 사과문을 통해 “허희수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3년 만인 2020년 11월 그를 계열사인 섹터나인의 책임임원으로 복귀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복귀를 결정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스스로 낸 재발 방지책을 어겼지만 그룹 차원의 해명이나 양해 메시지는 없었다.

식품 기업에 치명적인 제품 리스크도 있었다. 2021년 9월 한 내부 제보자는 던킨도너츠 안양 공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촬영해 언론에 제보했다. 도너츠 반죽에 기름 방울이 떨어지고, 튀김기에서 검은 물질이 묻어나오는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관계사인 비알코리아는 기사가 공개된 다음 날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한편 “조작된 영상”이라며 제보자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식약처는 던킨도너츠 4개 공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고 영상 조작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10년간 SPC의 ESG 이슈 타임라인에는 이슈를 막론하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 ‘이행되지 않는 보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제빵기사 처우 개선(2017년), 부사장 경영 배제(2018년), 노조와의 사회적 합의(2021년) 등 굵직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기업에 대한 대중의 평판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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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SPC 대중 평판, 지난 10년간 이렇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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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뉴스에 보도된 4개 이슈(상생 및 동반 성장, 산업안전 및 보안, 인권 및 근로 환경, 제품 품질 및 안전)의 뉴스 데이터와 2014년 이후 SPC에 대한 대중 평판 데이터를 월 단위로 그래프에 그려봤다. 대중 평판이 크게 하락한 시점은 대체로 회사의 ESG 리스크가 불거진 시기와 일치했다. 평판이 가장 크게 떨어진 이슈는 제빵공장 사망 사고로 전월 대비 63% 하락했으며 이어 던킨도너츠 비위생 폭로(▼42%), SPC 일감 몰아주기 고발(▼29%) 등의 이슈도 감소폭이 컸다. 특히 던킨도너츠 위생 논란은 SPC의 평판을 처음으로 0.5점대로 끌어내린 사건으로 제품의 품질과 직결돼 대중에 미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SPC는 2013년부터 다양한 ESG 이슈를 겪었고 4번의 크고 작은 불매운동이 일어날 만큼 부정적 평판을 누적해왔다. 지난 2021년부터는 평판 하락의 빈도가 잦아졌고 지난 10월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 사고를 기점으로 부정적 여론이 사회 곳곳에서 표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10년간 언론을 통해 중대재해법 제정, 기업의 갑질 논란 등 다양한 뉴스에 노출되면서 ESG 이슈에 대한 인식이 커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한편 올해 초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산업 재해 이슈에 대한 뉴스 및 SNS 언급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평판, ESG 임팩트 관리부터 시작하라

2022년 화두가 된 기업 이슈와 해당 기업 평판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는 다양성 부재로 인한 기업 문화 관리, SPC는 노동자 인권 존중 및 산업 안전 관리 면에서 ESG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음을 확인했다. 사건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올해 각 기업 평판에 영향을 끼쳤던 사건과 관련된 ESG 이슈들은 이미 기업 내부적으로 그 위험을 인지했음을 알 수 있다. 즉, 기업이 ESG 리스크를 발견했음에도 개선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다만 기업에 따라 평판의 하락폭에는 차이가 있었다. 기업 평판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오랫동안 수행한 활동에 토대를 둔 가치 판단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SPC 사례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SPC에 대한 대중의 평판은 0.38점으로 오리온(0.81점), CJ(0.85점) 등 경쟁사보다 현저히 낮다. 분석 기간을 3년으로 늘려보면, 특히 작년부터 부정적 평판이 쌓이고 있다. 이는 2013년부터 지난 10년간 다양한 ESG 이슈 관련 부정적 평판이 누적되다가 지난 10월 노동자 사망 사건이 소비자 불매 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ESG 리스크를 방치하면 트리거(trigger)가 되는 사건이 터졌을 때 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이 ESG 리스크를 발견했을 때 개선책을 즉각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 이유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스타벅스의 유명한 위기관리 사례는 평판 관리의 정석을 보여준다. 2018년 4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남성 두 명이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 사용을 문의하자 매장 직원이 이를 거절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사건은 인종차별 논란과 함께 비판 여론이 거세게 퍼져나갔다. 당시 스타벅스 회장이었던 하워드 슐츠와 케빈 존슨 CEO는 피해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슐츠 회장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그대로 실천했다. ‘음료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고객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고 사고 발생 두 달 뒤에는 미국 매장 8000여 곳의 문을 닫고 17만 명이 넘는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반(反)편견 교육을 실시했다. 이처럼 평판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ESG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 평판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꾸준히 관리한 좋은 평판은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ESG 임팩트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트리플라잇 김경하 CCO, 박혜연, 이은창 연구원 impact@triplelight.co
트리플라잇은 사회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구하고 임팩트 측정과 관리를 돕는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회사로,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긍정적 임팩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트리플라잇 기업부설연구소 이슈 & 임팩트데이터연구소 IM.lab은 이슈 및 ESG 임팩트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다. 필자들은 트리플라잇에서 기업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연구하고 컨설팅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김경하, 박혜연, 이은창 | 트리플라잇은 사회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구하고 임팩트의 측정과 관리를 돕는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회사다.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긍정적 임팩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이슈별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담은 브랜드 저널리즘 IM(Impact Magazine)을 발간하고 있다. 필자들은 트리플라잇에서 기업들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연구하고 컨설팅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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