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24 글로벌 100대 브랜드(2024 Best Global Brand Top 100)’에 LG전자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5~2007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오른 후 순위권에 들지 못하다 16년 만에 재진입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LG전자가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한 ‘브랜드 리인벤트(Brand Reinvent, 브랜드 재수립)’ 캠페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LG전자는 글로벌 차원의 리브랜딩 작업을 시작한 후 가장 먼저 ‘LG다움’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브랜드 미션과 비전부터 고객 중심 가치를 담아 탈바꿈시켰다. 또한 각국의 브랜드 담당자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임명하고 유럽, 중남미,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해 전 세계 LG전자 마케터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며 브랜드 내재화에 주력했다.
세계 100대 브랜드 재진입한 LG전자의 ‘브랜드 리인벤트’소비자 기반의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 지식과 브랜드 이미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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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브랜드지만 명료한 이미지가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고민한 후 브랜드 안에 불명확한 것을 버리고 명료한 이미지를 정립해나가야 한다. 특히 오래된 기업일수록 리브랜딩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대응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삶이 변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소비자들의 일상을 고려하다 보면 지나치게 넓은 소비자를 포괄하려다 전략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또한 시장 확장 과정에서 새로운 도시, 국가, 제품군으로 진출하다 보면 기업의 정체성과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이미지도 흐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국에 노출하는 광고와 B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광고의 브랜드 컬러가 다르고, C도시의 브랜드 스토리가 D도시의 내러티브와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빠른 성장세를 경험하는 기업일수록 그렇다.
기업 구성원들조차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외부자인 고객들이 알 리 만무하다. 명확한 이미지가 정립되지 않은 기업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좋은 가치 제안을 한다 해도 이를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 안에 담을 수 없다면 차별화하기 어렵다. 여기에 비슷한 기술력을 가진 경쟁 기업이 등장한다면 혹은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수준에서 기술 혁신이 이뤄진다면 브랜드의 충성 고객으로 묶어 두기 어렵다. 우리 기업의 강점이 모두의 강점이 될 때 고객들이 굳이 우리 브랜드와 거래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다.
LG전자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해 지난해 4월부터 ‘브랜드 리인벤트(Brand Reinvent, 브랜드 재수립)’ 작업을 시작했고 올해 세계 100대 브랜드 안에 진입했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기업 인터브랜드가 글로벌 100대 브랜드를 꼽기 시작한 이래 LG전자는 지난 2005년 97위, 2006년 94위, 2007년 97위를 기록한 후 16년 만에 100위 안에 재진입했다. 인터브랜드는 2024년 100대 브랜드를 선정하며 LG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65억 달러로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개별 기업의 브랜드 가치 중 4%는 해당 기업의 주가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
DBR mini box I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강점 평가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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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브랜드는 글로벌 영향력, 재무 성과와 투명성, 인지도와 평판을 측정해 글로벌 브랜드 순위를 매긴다.i
먼저 브랜드 수익의 최소 30%가 본국 이외 지역에서 발생해야 한다.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의 존재감과 함께 신흥시장에도 진출해 있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브랜드의 자본 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이런 브랜드 재무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개 데이터도 충분해야 한다.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리더십(Leadership),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연결성(Relevance) 측면에서의 강점 지표를 통해 확인되는 충분한 인지도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브랜드 강점 지표는 리브랜딩을 시도하려는 기업들에 효과적인 방향성을 제공한다. 먼저 리더십은 리브랜딩에 필요한 내부적 요소와 특성을 포함한다. 방향 설정, 구성원들의 동기화, 고객들의 공감,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내는 민첩함이 요구된다. 인게이지먼트는 정립한 브랜드 자산을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정도와 이때 고려해야 할 특성을 포함한다. 브랜드 자산이 타 브랜드와 뚜렷하게 구별되는지, 다양한 채널과 접점에서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는지, 고객과 파트너, 이해관계자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연결성은 브랜딩의 결과로서 강력한 존재감과 신뢰, 긍정적인 연대와 소속감으로 나타난다. 얼마나 고객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고객이 브랜드를 얼마나 신뢰하고 호의적인 태도를 갖는지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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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LG전자가 지난 16년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진입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약 70년의 역사를 가진 LG전자는 궁한 형편에 튼튼히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해왔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며 내구성 강한 제품, 기술력 강한 기업이라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제품을 교체하고 싶어도 30년째 고장이 안 나 어쩔 수 없이 쓴다”는 농담 섞인 후기를 남기는 고객들의 리뷰가 이어지는 등 장기 이용 사례가 많은 편이다. 한편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제품력에 상응할 만한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긴 어렵다는 고객들의 저항도 받아왔다.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 기업이 세계 100대 브랜드 상위에 위치한 반면 강력한 기술력을 가진 LG전자가 그렇지 못했던 건 브랜드 이미지가 젊고 새로운 세대에 와닿는 메시지로 변환되지 못했고 미래지향적인 혁신과 기존 브랜드 이미지 유지 사이에서 전략 방향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온 탓이다. 스태티스타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88%가 LG를 알고 있을 정도로 내국인은 물론 글로벌 소비자들 사이에서 LG의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LG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특히 젊은 소비자일수록 LG라는 브랜드의 비전과 강력한 연대를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강력한 브랜딩은 경쟁자의 추격을 방어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더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가치 제안을 시도하는 경쟁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장 지위를 지키는 브랜드는 좋은 제품은 물론 강력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고객들은 이런 기업의 제품을 지속해서 구매하려 하고 프리미엄 가격도 기꺼이 지불한다.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지 않았다는 페인포인트를 가지고 있던 LG전자는 최근 2년간 공격적인 글로벌 브랜드 리인벤트 캠페인을 전개하며 2022년 대비 두 배 높은 브랜드 자산을 평가받았다.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LG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약 65억 달러로 전년 대비 38.7% 증가했고 2022년 31억 달러와 비교하면 2배 넘게 브랜드 가치가 상승했다. 그렇다면 LG전자가 최근 2년간 전개한 브랜드 리인벤트는 기존의 캠페인과 무엇이 달랐을까.
1. 고객 중심으로 탈바꿈한 브랜드 비전과 미션먼저 LG전자는 비전과 미션부터 손봤다. 브랜드의 비전은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상을 뜻한다. 미션은 기업의 존재와 목적, 방향성이다. 과거에는 LG전자가 추구하는 비전을 명시적으로 정리한 문서를 웹상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과거 LG전자의 비전을 살펴보면 ‘become a worldwide leader’로 세계적인 리더라는 지위 획득과 고객 만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 만족은 기업의 미션과 비전, 전략과 제품들이 잘 연결되고 실행됐을 때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결과물에 가깝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미션은 모든 기업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이기에 ‘LG다움’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이는 현재 LG전자가 어느 정도 달성한 목표로 내부 구성원들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기에 충분히 도전적이지 않다.
LG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면 기자단은 제품 스펙이 어떤지, 판매 예상치는 어떤지를 묻기보다는 신제품을 기획한 의도가 무엇인지, 신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길 기대하는지, 세상에 어떤 임팩트를 끼치고 싶은지 등 LG전자의 의도와 감각, 지향점을 묻는다. 사람에 비유하면 성인이 된 LG전자에 거는 기대감이 담긴 질문인 셈이다. 하지만 기존의 비전과 미션에는 이런 철학이 담겼다고 보긴 어려웠다.
반면 LG전자가 브랜드 리인벤트 과정에서 새롭게 정립한 브랜드 미션(Innovation for a better life)과 비전(Smart Life Solution Company)에는 LG다움을 제대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업계 1위라는 야망이 담긴 비전이었다면 새로운 비전은 고객의 삶에 다가가고 싶다는 고객 중심 가치를 담고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기보다 우리 기업의 기술과 혁신으로 고객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신념과 믿음을 담고 있는 셈이다. ‘Life is good’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약속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명확한 브랜드 미션은 네 가지 핵심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다.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주 고객은 누구인지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은지 △미래에 어떤 모습을 하고 싶은지다. ‘Innovation for a better life, 우리는 혁신적인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으로 더 나은 삶, 더 나은 지구의 미래를 만듭니다’라는 LG전자의 새로운 브랜드 미션은 제공하려는 핵심 가치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잘 담겨 있다. 혁신으로 소비자의 더 나은 삶에 일조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포함돼 있다. 즉 LG가 잘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고객에게 의미 있는 것, 경쟁사가 못 하는 것 등 네 가지 가치를 잘 담아낸 셈이다.
2. 젊음과 유연함을 더한 브랜드 비주얼LG전자는 기존의 정신 없던 브랜드 이미지도 정리했다. 12가지 브랜드 지향점에서 ‘타협 없는 고객경험’ ‘인간 중심 혁신’ ‘미소 짓게 하는 따뜻함’ 이 세 가지로 핵심 가치를 추렸다. 기존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텍스트로만 이뤄진 PDF 파일로 300쪽이 넘는 분량이었다. 너무 길고 방대해 사내 담당자들이나 협업을 하는 에이전시들도 잘 읽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제각기 다른 업체에서 제작해온 TV, 디지털 광고 등 연간 40건이 넘는 광고 영상 역시 제작업체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생겼고 통일된 브랜드 요소를 담아내지 못했다. 비주얼 요소들이 유연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헤리티지 레드라 불리는 차분한 빨간색인 기존의 브랜드 컬러는 시대에 부합하는 트렌디하고 젊은 이미지를 담기엔 제한적인 색깔이었다. LG전자는 재정립한 브랜드 미션, 비전, 약속에 맞게 디자인 철학 가이드를 단순하게 정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로고와 컬러에 젊은 느낌의 변화를 줬다. 기존에 헤리티지 레드 하나였던 브랜드 색상에 액티브 레드를 포함한 4가지 보조 색상을 추가해 고급스럽지만 젊고 따뜻한 디테일을 더할 수 있는 색상지를 제공했다.
산업별, 지역별, 타깃별로 비주얼 이미지를 창의적으로 변용해 쓸 수 있도록 톱다운 방식이 아닌 자율성을 추구했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브랜드 비주얼을 정리해 통일된 이미지를 전 조직에 제공했으나 이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톱다운 방식이 문제였다. LG전자 같은 대기업이 톱다운 방식으로 브랜딩의 톤앤드매너를 정해준다 해도 이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에이전시 등 여러 협력사와 작업하기에 300쪽짜리 브랜드 가이드북을 만들어준대도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차라리 핵심 요소는 지키되 나머지는 자유롭게 적용하도록 가변성을 허용하는 편이 창의적인 브랜드 비주얼 활용을 끌어내기에 용이하다.
이에 LG전자는 LG가 표현되는 방식, 즉 비주얼 이미지나 색채, 로고의 움직임과 캐릭터, 철학, 톤앤드매너 등 브랜드 비주얼의 핵심을 지킨다면 나머지 요소에는 자율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을 허용했다. 에이전시들이 쉽게 접근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브랜드 컬러의 RGB 값을 기업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또한 영상 광고에 일관된 브랜드 컬러와 스타일이 노출되도록 LG LUT(LookUp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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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정립해 적용했다. LG전자는 이번 브랜드 리인벤트가 단순한 디자인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진화하는 계기가 돼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홈페이지, SNS, 광고 등 국내외 다양한 고객 접점에 순차적으로 적용하며 일관성 있게 활용해나갈 계획이다.
3. 브랜드 내재화에 주력LG전자 브랜드매니지먼트 담당인 김효은 상무는 브랜드 리인벤트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작업으로 ‘브랜드 내재화’를 꼽았다. 임직원 스스로 LG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완벽히 이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새롭게 수립된 브랜드 미션, 비전을 기반으로 인터널 브랜딩을 추진했다. 임직원들을 브랜드 정체성과 연결하고 각국의 브랜드 담당자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임명해 브랜드 리인벤트 과정에 참여시켰다. 글로벌 스케일로 전사 브랜드 리인벤트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각 나라의 임직원들이 변화를 명확히 이해한 후 정확히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해 3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유럽, 중남미,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해 전 세계 LG전자 마케터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을 공유하는 마케팅 라운드 테이블 시간을 가졌다. 브랜드 슬로건인 ‘Life’s Good’의 의미와 시각적 요소 등을 설명한 후 각 나라와 지역에서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내용에 대해 깊이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총 45개국 4만2000여 명의 브랜드 담당자와 임직원, 파트너사가 2년간 브랜드 리인벤트에 참여하며 변화를 견인할 수 있었다.
또한 LG전자의 혁신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스토리를 발굴해 브랜드 북을 발간하고 브랜드 슬로건과 신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안팎에 적용한 트럭이 브랜드 굿즈를 싣고 각 사업장을 순회하기도 했다.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열린 행사에는 조주완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와 굿즈를 나눠주는 등 임직원 전체가 새로운 브랜드 미션과 비전을 향해 뛴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 또한 LG전자는 브랜드 리인벤트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새로 합류하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브랜드 철학 및 아이덴티티 교육도 의무화했다. LG전자의 브랜드 내재화 설문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노력 덕분에 LG전자는 브랜드 리인벤트 전 76%의 임직원이 브랜드 미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한 반면 2024년에는 임직원의 82%가 브랜드 미션에 대해 잘 이해한다고 답하는 등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과 성공적인 브랜드 내재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4. 젊은 고객층과의 접점 강화LG전자 브랜드 리인벤트의 또 다른 핵심 과정은 외부 브랜딩이다. LG전자가 리브랜딩을 시작할 때 방점을 찍은 건 젊은 소비자들과의 연계성을 어떻게 다시 강화할지였다. 이는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강화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LG전자는 우선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제품을 다수 출시했다. 세탁기, 냉장고처럼 구매 가격대가 높고 구매 주기도 긴 제품을 주로 보유한 LG전자로서는 젊은 고객이 자사 제품을 경험하게 할 수단이 적었다. 특히 모바일 서비스를 접고 난 뒤로 젊은 소비자들이 찾을 만한 LG전자 제품은 노트북 말고 딱히 떠오르는 제품이 많지 않다. 그러나 LG전자는 홈 맥주 제조기와 와플메이커, 빔프로젝터와 엑스붐스피커, 이동형 TV ‘스탠바이미’, 식물생활가전 ‘틔운’과 같이 젊은 고객의 일상에 스며들 만한 제품을 계속해서 발굴했다. 또한 구독 서비스를 통해 가전에 대한 심리적 가격대를 낮춰 젊은 층도 다양한 신상품을 경험해볼 기회를 마련했다. 2024년 3분기 LG전자 공시 자료에 따르면 맞춤형 구독 서비스의 누적 구독 매출은 1조2386억 원이다.
또한 젊은 층과의 온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접점도 확장했다. Z세대 인플루언서와 함께한 ‘Life’s Good’ 브랜드 영상이 대표적이다. 젊은 세대의 삶과 미래에 대한 낙관, 용기 있는 도전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나이지리아 혼혈 패션모델 박제니, 싱어송라이터 겸 수영선수 코디 심슨, 싱어송라이터 윌로 스미스 등 Z세대 인플루언서 세 명과 협업한 브랜드 캠페인 영상을 LG전자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SNS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낙관적인 자세와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를 소개하며 LG전자의 브랜드 슬로건인 ‘Life’s Good’의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아가 소셜미디어뿐만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 오프라인 공간 등 다양한 접점을 통해 젊은 세대를 위한 고객 경험을 강화했다. 고객들의 경험과 취향을 기반으로 설계한 공간인 ‘집덕후들의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라이프집’은 2022년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해 약 26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올해 7월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주제로 첫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 밖에 그라운드 220, 홈브루잉 팝업, 붐붐파우 페스타 등 국내는 물론 프랑스 샹젤리제,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LG전자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준히 마련해왔다.
젊은 세대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가 2012년부터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래 10위 안에 진입한 적이 없었던 LG전자가 올해 처음으로 10위에 올랐다. 그간 LG전자는 젊은 세대에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는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기업의 성장과 경쟁 우위를 위해 고용 시장에서도 매력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때 브랜드 리인벤트는 상황을 반전시켰다. 지난 5개년간 인크루트 조사의 누적 득표 현황에서 대학생들은 만족스러운 급여와 포상제도, 즉 기업 고유의 내재적인 요소가 아닌 급여와 같은 외재적인 요소를 자신이 일하고 싶은 일터를 선정하는 1순위 요인으로 꼽았지만 올해 조사에서 대학생들은 LG전자에서 일하고 싶은 핵심 이유로 “기업의 사업 가치 및 미래 성장 가능성의 유망”을 꼽았다. 리인벤트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 기업 성장을 위한 양질의 인적자원 확보에도 기여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기업 리브랜딩을 위한 가이드LG전자의 리브랜딩 성공 사례는 오랜 시간 브랜드 자산을 쌓아왔지만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지 못한 기업들에 시사점을 준다.
LG전자처럼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낀다면 [표 1]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점검해보자. 만약 7가지 영역의 체크리스트에서 해당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영역을 중심으로 리브랜딩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리브랜딩은 ‘던킨도너츠’라는 브랜드명에서 도너츠를 빼고 변경된 사업 전략을 이름에 담거나 브랜드 컬러와 글씨체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수준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혹은 CEO만 알고 있던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임직원 모두가 깊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내재화하는 심화 과정을 진행할 수도 있다. 기업 규모가 작다면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기업도 체크리스트에 따라 질문하다 보면 리브랜딩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자문하는 것만으로 우리 기업의 어떤 부분이 건강하지 않은지 인지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리브랜딩에 있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리브랜딩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겠다고 결정했다면 다음 단계로는 아래의 프레임워크를 고려해보자. 리브랜딩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브랜딩과는 다르다. 그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 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고민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가진 브랜드 자산 중 진짜 중요한 자산, 끝까지 가져갈 자산은 무엇일지 생각해야 한다. 아래 네 가지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우리 브랜드의 고유함은 무엇인가.
2.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에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3. 우리 브랜드가 가진 자산 중 현재에도 쓸 수 있는 것, 지금의 문화와도 어우러지는 것은 무엇인가.
4. 이것을 이야기로 만든다면 전달할 수 있는, 우리 브랜드만 팔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리브랜딩에는 필연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뾰족하지 않았던 것을 더 뾰족이 깎고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이 바로 리브랜딩이다. 그렇다고 우리 기업이 이뤄 놓은 핵심 자산까지 깎아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앞서 공유한 체크리스트와 프레임워크를 통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고민하며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나보자.
이 아티클의 자료 조사에는 고려대 세종 CB Lab 송채원, 우채연, 박형준, 이수연, 김태헌, 이건, 최윤서 연구원이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