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관점에서 조직은 크게 세 가지 전략으로 위기에 대응한다. 첫째, 생존 전략이다. 비용 절감과 공정 효율화 같은 점진적 프로세스 혁신으로 당장의 존속을 도모한다. 둘째, 적응 전략이다. 기존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제품·서비스를 개선해 변화의 흐름을 타는 방식이다. 셋째, 전환 전략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정체성 자체를 재정의하는 급진적 혁신이다. 그러나 전략은 출발점일 뿐이다. 근본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선 혁신 그 자체를 경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네 가지 영역을 점검해야 한다. 조직 전체의 공통된 혁신 개념을 정립하고, 독자적 혁신 전략을 수립하며,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조직을 설계하고, 탐색–선택–구현–포착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네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혁신은 일시적 성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역량이 된다.
“Where is Korea’s Kim?(한국의 Kim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에도 가끔 외국에서 혁신(innovation)을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받는 질문이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김’은 2003년 작고한 김인수(Linsu Kim) 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다. 그는 한국의 산업 발전과 기술 혁신 과정을 학문적으로 조명해 후발국의 기술 추격(catch-up) 이론을 세계에 알린 대한민국의 혁신 1세대 학자이자 교육자, 정책 조언자였다. 김인수 교수는 2001년 출간한 『세계가 두려워할 미래의 한국 기업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를 세 가지로 진단했다. 첫째, 따라잡기 버거운 기술변화 속도, 둘째, 정보화 가속, 셋째, 하나의 시장으로 수렴하는 세계화의 물결이다. 그리고 위기를 겪는 한국 기업들에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이렇게 위기로 느껴지는) 환경 변화는 단순히 위협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기회요인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급변하는 환경을 위협으로만 인식해 좌절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미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기술의 변화 속도는 2000년대 초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정보화 이슈는 이제 인간이 정보의 생산과 활용 주체로 계속 남을지 아니면 AI에 자리를 넘겨주게 될지를 따져봐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화 담론은 자국 보호주의를 내건 탈세계화 흐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세계적인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격차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은 AI 전환에 실패하거나 속도를 내지 못해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 우리는 다시금 새로운 양상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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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하Youngha.Chang@sussex.ac.uk
영국 과학기술정책연구소 혁신경영 교수
장영하 교수는 서울대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삼성SDS에서 10여 년간 기술, 혁신 전략 관련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영국 서식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SPRU)에서 기술혁신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같은 대학에서 혁신경영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혁신 경영, 조직 혁신, 디지털 전환 등이 주요 연구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