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발전한 AI(인공지능) 기술은 개인이 내는 성과의 질과 양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뛰어난 전문성과 창의력, 협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초고성과자’도 등장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자동화되고 소수의 초고성과자가 기업 전체 성과를 좌우하는 현상은 뚜렷해지면서 초고성과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은 성과와 보상의 틀을 다시 짜면서 인재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주식 기반 보상을 비롯한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초고성과자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금전 보상만으론 초고성과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 일의 의미와 경험, 자율성, 삶의 조화 등 다양한 비금전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은 연공 중심 임금, 세제·자본시장 규제, 집단주의 문화 등의 이유로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보상 설계가 어렵다. 그래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직무 중심 인사 제도를 주목할 만하다. 개인의 연차나 직급이 아니라 ‘일 자체의 가치’와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이다.
2025년 9월 SK하이닉스가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제도의 새로운 기준을 발표하면서 한국 직장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핵심은 오랫동안 유지돼 온 조직 성과급 제도인 PS(profit sharing)의 상한(기본급의 최대 1000%)을 폐지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조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한편 개인 성과급의 80%는 해당 연도에,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10%씩 분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향후 10년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은 ‘1인당 성과급 1억 원’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회자되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물론 다른 기업들의 임금 협상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미치고 있다. 더 나아가 대학 내 기업 계약학과 지원율이 급등하고 SK하이닉스 채용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는 보도에서도 확인이 되듯 인사(HR) 분야 전반에 걸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삼성전자가 10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 도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직급에 따라 200~300주를 약정하고 향후 3년간 주가 상승폭에 따라 자사주로 지급하는 장기 성과보상제도다. 해당 제도에 대한 찬반을 떠나 뛰어난 인재를 붙잡고 고성과를 창출하려는 기업들이 보상 체계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각 기업의 초고성과자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또한 AI 시대, ‘성과’와 ‘보상’은 무엇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돼야 할까.
초고성과자, AI 시대의 핵심 자원
최근 수년에 걸쳐 급격히 일어난 AI 혁명은 글로벌 인재 전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들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산업 전반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를 능숙하게 활용해 혁신을 구체적 성과로 이끌어내는 인재의 가치 또한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인재 모집, 채용, 교육, 보상 등 인사관리의 전 영역에서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대응 체계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이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핵심 과제가 있다. 바로 ‘초고성과자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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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spark7@hanyang.ac.kr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박상희 교수는 한양대 경영학부 조직인사 전공 교수다. 미국 코넬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보상 체계와 성과급 제도, 직원의 보상 인식과 동기부여, 성과관리 및 평가, 리더십 역할 등이다. 현재 Human Resource Management Review의 부편집장(Associate Editor)으로 활동 중이다. 인사부서 보상 담당자로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성과급 및 직무 중심의 인사·보상 제도 설계와 성과평가 체계 구축 등의 분야에서 연구·자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