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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형 휴머노이드에서 로봇이 제공한 노동력과 작업 성과에 비용을 지불하는 고용형 휴머노이드(Hirable Humanoid)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고용형 휴머노이드의 장점은 로봇 공급기업과 고객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데 있다. 공급기업은 완벽한 피지컬 AI 모델을 기다리지 않고도 로봇 자율화가 부족한 작업을 원격 조종으로 메워 로봇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함으로써 첫날부터 매출과 현장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고객은 한꺼번에 치르던 자본적 지출(CapEx)을 필요한 기간과 작업량만큼 나눠 내는 운영비(OpEx)로 바꿔 작은 공정부터 부담 없이 로봇을 도입할 수 있다. 한편 로봇이 설비가 아닌 노동력으로 거래되면서 기업의 판단 기준은 로봇의 스펙과 감가상각에서 생산성, 가동률, 안전성 등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05. 고용형 휴머노이드Hirable Humanoid로봇을 직접 소유하는 대신 사람과 AI가 결합된 로봇 노동력을 필요한 순간 고용하고 그 작업 성과에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2025년 1월 CES 무대에서 “피지컬 AI의 ‘챗GPT 모먼트’가 다가오고 있다”고 예고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불과 1년 뒤 CES 2026에서 그 시제를 미래형에서 현재형으로 바꿨다. 피지컬 AI 시대는 더 이상 예고된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라는 의미다. 같은 해 2월 말 중국 공업정보화부 휴머노이드 로봇·체화지능 표준화기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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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도 비슷한 전환의 신호가 나왔다. 화두는 ‘쿵푸 모드에서 노동(打工) 모드로’. 무대 위에서 춤추고 재주를 부리던 휴머노이드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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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언만 놓고 보면 2027년은 휴머노이드가 전시장을 벗어나 산업 현장의 ‘노동자’로 자리 잡는 원년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우리 주변의 풍경은 이런 기대와 사뭇 다르다. 행사장에서 춤을 추고 포즈를 취하는 엔터테인먼트형 로봇은 흔히 볼 수 있지만 근로자 한 명분의 업무를 온전히 떠맡는 휴머노이드는 여전히 유튜브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뿐이다. 피지컬 AI 관련주가 기대감에 급등한 뒤 다시 빠르게 조정을 받는 것도 기술에 대한 기대와 실제 현장 사이의 간극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은 이미 산업 현장에 들어온 것처럼 마케팅되는 반면 현실과의 간극은 왜 좁혀지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당신이 피지컬 AI 로봇 기반 자동화를 도입하려는 제조기업의 공장주라고 가정해보자. 실험실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구현한 화려한 시연에 매료돼 로봇을 도입했지만 정작 우리 공장에 투입하는 순간 로봇은 기대했던 작업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묻으면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다. “산업 현장의 실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로봇을 먼저 공장에 투입해야 하는데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로봇을 실제 생산 라인에 들이긴 어렵다. 많은 중소기업 공장주가 휴머노이드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다. 이는 완성도 높은 모델을 먼저 만든 뒤 현장에 투입하려는 ‘모델 퍼스트(Model-first)’ 전략이 마주한 근본적인 병목이다. 이 고리를 끊지 못하는 한 피지컬 AI가 시연 무대를 넘어 우리 일상과 산업 현장 속으로 들어오는 날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