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입으로 개인의 단위 시간당 산출량은 비약적으로 높아졌으나 정작 조직의 수익성이나 의사결정 속도 등 거시적 지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개별 과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결과물을 검토·조율하는 데 드는 내부 ‘조정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업무 병목 지점이 ‘작성’에서 ‘검토’ 단계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더가 투입된 노력과 가치를 동일시하는 ‘노력 편향’과 기존 관료제적 보고 체계가 더해지면서 조직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인간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 기능별 사일로(Silo)를 타파하고 AI와 전문가가 한 팀이 되는 ‘포드(Pod)’ 구조로 전환하는 한편 AI 에이전트 간 자율적 협업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업무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AI의 단순 활용을 넘어 리더가 ‘시스템 설계자’로서 낭비되는 조정 과정을 구조적으로 제거하고 생산물이 가치로 연결되는 통로를 넓혀 나가야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적 생산 도구인 생성형 AI와 우리가 공존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생성형 AI는 지식노동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왔다. 현장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단위 시간당 산출량은 분명 커졌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에서 신제품 출시 주기, 고객 대응 리드타임, 내부 의사결정 속도, 영업이익률 같은 거시 지표는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는다. 개인은 더 빨리 달리는데 조직은 여전히 무겁게 움직이는 듯한 이 현상을 단순히 기술 성능의 한계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개인은 ‘슈퍼맨’이 돼 날아다니는데 그들이 모인 조직은 여전히 거대한 공룡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 이것이 ‘AI 생산성 역설(AI Productivity Paradox)’이다.
이와 같은 역설의 원인은 기술의 부재나 AI 모델의 성능 부족만은 아닐 것이다. 진짜 문제는 변화 속도에 아랑곳없이 조직 구조 자체는 지체(Lag) 현상을 겪고 있는 데 있다. 19세기 산업혁명기에 고안된 위계적 관료제와 20세기 정보화 시대에 최적화된 일하는 방식이 21세기의 고도화된 AI 도구와 충돌하며 거대한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 마찰의 실체를 ‘조정비용(Coordination Costs)’이라 정의한다. 개별 구성원의 과업 수행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결과물을 검토하고 통합하고 조율해야 하는 조직 차원의 조정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베인앤드컴퍼니가 ‘조직 항력(Organizational Drag)’이라고 명명했던 이 보이지 않는 비용이 AI 시대를 맞아 더욱 비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AI 도입 이후에도 조직이 여전히 분주하기만 할 뿐 실질적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직경제학의 조정비용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15,000개의 아티클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가입하면, 한 달 무료!
걱정마세요. 언제든 해지 가능합니다.
어승수sseo@lsholdings.com
LS Holdings 피플랩 리더
어승수 리더는 ㈜LS의 HR 애널리틱스 전문조직 People Lab의 리더로 데이터 기반 HR과 인공지능의 HR 적용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가천대 경영대학원에서 HR 애널리틱스, HR AI를 강의하고 있다. SK아카데미 리더십 평가 전문조직 Assess-ment CoE와 LG디스플레이에 재직했으며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