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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From the Field

‘SNS 겸 AI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카톡
“커머스 매출 늘 것”vs “메신저 직관성 훼손”

김현지 | 427호 (2025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변화’를 발표했다. 메신저 중심에서 벗어나 카카오톡을 SNS이자 AI 에이전트로 전면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피드 형태로 친구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소식’ 메뉴를 신설하고 채팅탭에는 폴더 기능이 추가된다.

AI 전략으로는 오픈AI의 챗GPT-5와 자체 개발한 경량화 모델 ‘카나나 나노’를 동시 활용하는 투트랙 접근을 택했다. 챗GPT는 카카오 서비스들과 연계되며 카나나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구현된다. 증권가는 AI 에이전트와 서비스 생태계의 결합으로 커머스·광고·구독 매출 증가를 예상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일부 사용자는 메신저 본연의 기능과 직관성이 훼손되고 프라이버시 노출 우려가 커진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카카오는 일부 UI 개편안을 급히 철회하는 등 사용자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혁신과 사용자 경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편집자주 | 실무 및 취재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코너 ‘Voice From the Field’가 부활했습니다. 기존 ‘Brief Case’도 이 코너에 통합해 운영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주실 기고문 또는 집필 예정인 주제를 e메일(dbr@donga.com)로 보내주시면 채택 시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국내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폭발적 성장을 이뤄내며 국내 인구 절대다수가 사용하는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는 메신저 트래픽을 토대로 결제(카카오페이), 금융(카카오뱅크), 교통(카카오택시) 등을 연동해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이처럼 전통적 사업 영역의 경계를 허물며 혁신을 거듭해 온 카카오이지만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의 위기로 인해 기업의 신뢰도와 성장 동력에 타격을 받았다. 2020년을 전후로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고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과 연관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디지털 사회 인프라’로서의 신뢰를 깨뜨렸다는 비난도 받았다. 또한 정부와 민간이 주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카카오가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을 벌인 결과 상위 5위권에 들지 못하면서 ‘AI 역량이 뒤처진다’는 인식까지 확산되고 기술력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카카오는 9월 23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if(kakao)25’를 통해 AI 기술 중심의 전면적 혁신과 카카오톡 앱 대폭 개편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창사 이래 카카오의 최대 변화’라고 표현한 이번 개편은 ‘일상 AI’를 핵심 키워드로 해 카카오톡 UI/UX 전면 개편, AI 서비스 대폭 확대라는 두 개 축으로 구성된다. 기존 메신저를 SNS이자 AI 에이전트로 발전시켜 ‘일상 속 AI 동반자’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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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를 넘어 소셜플랫폼으로 탈바꿈

가장 관심이 집중된 변화는 카카오톡 메신저 기능의 확장이다. 카카오톡에 ‘소식’ 메뉴를 신설하고 피드 형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도입하면서 소셜미디어 특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피드처럼 친구들의 프로필 변경 사항과 게시 콘텐츠를 조회할 수 있다.

당초 카카오는 ‘친구탭’에 피드 형식의 인터페이스를 도입했으나 일부 소비자층에서 “그리 친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적인 사진을 보여주게 돼 불편하다” “메신저 본연의 직관성이 크게 훼손됐다” 등의 불만이 나오고 주가도 하락하자 6일 만에 친구탭을 원상복구하는 한편 피드 형태 게시물은 신설하는 메뉴에서 선보이겠다며 방향을 선회했다.

이와 함께 기존의 오픈채팅탭은 숏폼과 오픈채팅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금탭’으로 전환된다. 스크롤을 통해 다양한 숏폼 영상을 감상하다가 친구에게 즉시 공유할 수 있다.

카카오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채팅탭’에는 채팅방 폴더 기능이 새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이용자가 원하는 카테고리별로 채팅방을 분류해 최대 10개 폴더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채팅 도중 상대방과 음성통화가 필요할 때 사용하던 ‘보이스톡’은 통화 내용 녹음, 텍스트 변환, 내용 요약 기능까지 지원하는 고도화된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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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와 자체 기술의 전략적 결합

‘국민 메신저’로 불릴 정도로 널리 쓰이다 보니 카카오톡 개편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사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대폭 확대된 AI 서비스다. 카카오는 오픈AI의 챗GPT와 자체 개발한 경량화 AI인 ‘카나나 나노(1.3B)’를 동시 활용하는 ‘투트랙(two-track)’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오픈AI의 챗GPT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생성형 AI 챗봇이고 카나나 나노는 13억 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소형 LLM(대규모 언어모델)이다. 카카오의 기술력으로 개발됐으며 개별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로 운용된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10월 중 채팅탭 상단의 ‘ChatGPT’ 버튼을 클릭해 챗봇 서비스를 즉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챗GPT와의 대화 내용과 생성 콘텐츠를 대화방에 직접 공유할 수 있고 카카오톡 대화 중 신속하게 챗GPT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 적용되는 챗GPT는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5를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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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서 제공하는 검색, 이미지 및 파일 업로드와 인식, 이미지 생성 기능 등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를 챗GPT와 연계해 이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사용자가 “드라이브할 때 듣기 좋은 음악 알려 줘” 혹은 “판교역 근처 베이커리 카페 찾아 줘”라고 요청하면 챗GPT의 ‘툴 콜(Tool Call)’ 기능이 이 요청을 인식해 ‘멜론(음악 듣기)’ ‘카카오맵(지도)’ 등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호출하고 실행한다. 기존에는 이용자들이 멜론, 카카오맵과 같은 앱을 따로 호출해야 했다면 개선된 카카오톡에서는 각 앱의 기능을 앱 전환 없이 한 번에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 같은 카카오톡의 연결 기능을 ‘PlayMCP’ 플랫폼을 통해 외부 파트너의 서비스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PlayMCP 플랫폼은 MCP 파트너사가 AI 서비스용 툴(Tool) 제작과 등록을 직접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에서 연계할 수 있는 외부 앱을 마켓플레이스 ‘PlayTools’에서 찾아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특화된 온디바이스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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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AI인 카나나(Kanana)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 서비스는 ‘필요한 순간 먼저 말을 걸어주는 AI’의 역할을 하게 된다. AI가 이용자의 대화 속에서 필요한 맥락을 스스로 이해하고 먼저 메시지를 전송해 일정 관리나 예약, 구매, 지식검색 등 필요한 활동을 제안한다. 정 대표는 “‘카톡해’라는 말은 기존에는 메시지를 달라는 말로 인식됐지만 앞으로는 ‘나를 위해 실행해 달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AI 에이전트 기능을 소형 모델인 카나나를 사용해 온디바이스 AI로 구현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를 신경썼기 때문이다. 온디바이스 AI는 AI의 작동이 외부의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치 않고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기기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통화 내역, 예약 정보와 같은 개인정보가 각 이용자의 기기에만 저장되고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없다. 강지훈 AI디스커버리 성과리더는 “‘개인정보 보호 우선(Privacy First)’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카나나가 스마트하게 사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며 카나나를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구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카나나 웹사이트에서 현재 베타 테스트 신청이 가능하며 선정된 인원은 10월 중순부터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


AI 수익화 모델에 집중

오픈AI와의 협업과 자체 개발한 카나나를 모두 활용하는 카카오의 투트랙 AI 전략은 자체 AI 기술 개발에 매진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와 수익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카카오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카카오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를 인정한 결단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오랜 기간 AI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지만 2025년 과기정통부의 ‘소버린 AI(국가 주도 독자 AI)’ 본선에 진출한 5개 컨소시엄에는 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자체 모델의 존재감만으로는 승부가 어렵고 카카오톡 기반의 실제 이용자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게 됐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AI 원천 기술 개발보다는 수익을 내는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카카오로서는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독립성과 차별화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경쟁사라 할 수 있는 LG AI연구원은 자체 기술력으로 오픈AI 챗GPT에 맞설 수 있는 전문가용 ‘챗엑사원(ChatEXAONE)’을 내놓았고 네이버는 추론 능력과 경량화 기술을 끌어올린 ‘HyperCLOVA X SEED 14B Think’를 오픈소스 공개하는 등 자체 AI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해체하고 결국 오픈AI와 협업하는 길을 택해 카카오가 기술 기반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선택지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증권가 기대와 이용자 반응의 엇갈린 평가

기존 강점인 플랫폼과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빠르게 AI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카카오의 이번 전략은 증권가 및 관련 업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DS투자증권 최승호 애널리스트는 “AI와 메신저를 접목한 서비스 중에서는 카카오톡이 가장 앞서 있다”며 “이번 카카오의 AI는 소비자 관점에서 설계된 서비스인 만큼 카카오톡 내 체류 시간 증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이 개편을 발판 삼아 카카오가 본격적인 고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AI 에이전트가 카카오의 서비스 생태계와 결합해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커머스 거래 수수료, 광고 단가 상승, 챗GPT 구독 매출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가파른 성장을 예측했다.

또한 카카오의 개편과 사용자들의 초기 부정적 반응은 기존 플랫폼 기반의 생존 전략과 혁신적 미래 구상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증권가의 낙관적 전망과 이용자의 현실적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내놓은 ‘일상 AI’ 전략의 진가는 차차 시장 반응과 사용자 경험을 통해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모두 품고 카카오는 과연 ‘AI 일상화’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 김현지nuk@donga.com

    기자·DBR 사업전략팀장

    필자는 동아일보와 채널A에서 산업 및 경제 이슈를 집중 취재 보도해 왔다. 서울대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DBR의 경제·경영 챗봇 ‘AskBiz(가칭)’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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