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인한 ‘불가항력’ 주장, 입증이 관건
대체 조달 시도 등 증빙 자료 내야 면책
Article at a Glance
미국·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은 기업의 계약 이행과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좌우하는 중대한 법적 리스크로 확산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 카타르에너지 등 글로벌 에너지 및 석유화학 시장의 핵심 공급원이 이번 사태로 잇달아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면서다. 위기와 혼란의 터널 속에서 이 같은 법적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부담할 손실 규모와 책임의 범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불가항력의 핵심은 결국 입증에 달렸다. 기업은 기존 계약서를 전수 검토해 불가항력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국제법·준거법상과 법리에 맞춰 논리를 구성하고 입증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불가항력 주장이 필요한 경우 지체 없이 통지하고 상대방의 불가항력 주장에 대응할 때는 반대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나아가 향후 체결되는 계약에서도 이 같은 리스크에 대한 다양한 조건을 포함시켜야 한다.
I. 예측 불가능한 전쟁의 시대, 공급망 덮친 리걸 리스크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미국·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은 국제 거래 질서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가져왔다. 두 달가량 이어진 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위기를 넘어 이제는 기업의 계약 이행과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좌우하는 중대한 법적 리스크(legal risk)로 확산되고 있다.
2026년 4월 7일 기준 미국과 이란 간 2주간의 휴전이 전격 발표됐음에도 상황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군사적 긴장과 전략적 대치는 계속됐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회색지대(gray zone)가 형성되면서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은 오히려 더욱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4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른바 ‘역봉쇄(reverse blockade)’ 조치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다시 한번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휴전기간 미국과 이란 간 두 차례의 회담은 결렬됐고, 양측은 서로 불안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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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제 거래에 관여하는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 전쟁으로 인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경우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가?
·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와 증빙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