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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카카오 조직문화

‘공유와 신충헌’ 몰입도 높은 수평조직 만들다!

고승연,김광현 |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Article at a Glance
지인에게 자신이 다니는, 혹은 다녔던 회사를 추천하는 비율인 ‘지인 이직 추천율’이 90%에 달하는 카카오는 ‘수평적이고 논쟁적인, 그러나 몰입이 이뤄지는 조직문화’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과 변화에 적합한 조직문화로 ‘퇴사열풍’의 시대에 인재를 끌어모으는 중이다.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업의 본질에 맞는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2) 사회적 맥락에 맞는 문화를 형성했다.
3) ‘공유’와 ‘신충헌’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그라운드 룰을 만들었다.
4) 직원 경험을 중시했다.
5) 경영진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확실한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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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여러 고민 중 ‘퇴사열풍’은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로 꼽히고 있다. HR 담당 부서마다 비상이 걸렸다. 큰 비용을 투자해 수많은 지원자 중 어렵게 사람을 뽑지만 대졸 신입사원 기준으로 입사 1년 내 퇴사율은 30%에 육박한다.1 3명 중 1명은 1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퇴사열풍은 비단 신입사원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업무를 완전히 숙달해 한참 일하기 시작하는 시기인 3∼5년 차에도 훌쩍 사표를 던지는 직원들로 인해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를 인식한 기업들은 ‘휴가 보장’ ‘소통 강화를 위한 다양한 모임 활성화’ 등 제도적인 접근을 해보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문화’ 자체에 대한 변화와 혁신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CEO가 ‘휴가를 보장하고, 불필요한 야근을 금지하라’고 해도 조직문화 자체가 ‘직속 상사의 눈치를 보도록 강제하는 상황’이라면, 휴가를 내고도 출근하고 야근 금지를 위해 컴퓨터가 셧다운 된 사무실을 빠져나와 집에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조직문화’라는 얘기다. 수평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성과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 속에서만 ‘워라밸(워크라이프밸런스)’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때론 충돌하며 혁신과 변화의 아이디어와 신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예전처럼 ‘임원 승진’, 혹은 ‘출세’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30은 물론 40대 초중반의 세대마저도 ‘성공적인 미래’보다 현재의 일상에 더 집중하는 경향,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2

많은 기업이 높은 퇴사율 때문에 고민이지만 한 기업에는 요즘 가장 구하기 어렵다는 인공지능(AI) 연구개발자들과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상시적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짜 실력만 보고 뽑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겉만 화려한 인재’가 아닌 진짜 실력파가 모여들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3 무료 문자 채팅 서비스로 시작해 국내 최대의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 얘기다. 실제 기업 및 구인구직 관련 포털인 잡플래닛에 따르면 ‘우리 기업을 친구에게 추천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2016년 잡플래닛에 리뷰를 남긴 카카오 직원 중 90%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러한 ‘지인 추천율 90%’는 동 산업군 평균인 29%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4 (그림 1, 2) 같은 IT 기업 내에서도 추천율이 거의 90% 후반대에 육박하는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선도 기업에 이어 6위를 차지한다. 카카오의 평균 총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18점으로 2016년 기준 전체 산업군 평균 3점 내외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분야별로는 특히 ‘사내문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데 카카오의 점수는 4.26점으로 산업군 평균인 2.84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며, 잡플래닛에 따르면 이는 전체 기업 중 최상위 수준이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카카오에는 전혀 고민거리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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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은 카카오의 특정한 비즈니스나 브랜드의 전략 혹은 마케팅에서의 성공이 아닌 ‘조직문화’를 집중 연구했다.

카카오의 조직문화: 소리 없이 흐르는 강한 힘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전략은 문화의 아침식사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는 기업 혁신과 지속 성장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다른 무엇도 아닌 ‘조직문화’라고 제안한 바 있다.5 조직문화를 바꾸는 건 그 어떤 변화보다 어렵다. 특히 제도보다 더 ‘경로의존성’을 갖고 있는 것이기에 각 기업이 가진 역사와 특수성에 따라 아무리 좋은 문화라 하더라도 쉽게 배우고 가져올 수 없다. 이번 케이스 스터디에서 제시하는 카카오의 모든 ‘좋은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엇이 ‘이직 추천율 90%’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소리 없이 흐르는 강한 조직문화’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면에 숨겨진 철학이 무엇인지, 적용 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가 생긴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기업이라는 점과 IT 플랫폼 기업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벤처를 만들거나, 혁신적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혁신을 위한 TF팀을 만들었을 때, 혹은 조직 자체의 변화를 모색할 때 카카오 사례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카카오의 수평적 조직문화, 성과평가 체제, 자발적 동기부여와 조직 개편 방식 등을 살펴보자.

1. ‘님’자조차 떼어버린 수평 조직: ‘호칭’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꾼다!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의 영어 이름), 제 의견은 좀 달라요.”

대기업은 물론이고 비교적 자유롭고 유연한 IT 벤처로 시작한 기업이더라도 창업한 뒤 10년 가까이 지나 3000명의 직원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한 조직에서 흔히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사람에게 1년 차 직원이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화법이다. 그런데 카카오에서는 이게 가능하다. 조직문화의 힘이다. 이런 수평적 조직문화가 가능해진 이유를 한두 가지로 압축할 순 없지만 일단 다른 기업들도 많이 시도해왔던 ‘호칭 파괴’부터 살펴보자.

‘호칭 파괴’는 사실 많은 대기업이 이미 시도해 온 대표적인 조직문화 혁신 방법이다. 삼성, SK, LG 등 국내 대표적 기업들이 직급 체계를 개편하고 수평적·자율적 호칭을 도입하는 실험에 나선 바 있다.6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부 IT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전의 호칭 체계로 돌아갔다.7

그런데 카카오는 좀 달랐다. 2006년 말 아이위랩을 설립한 김범수 현 카카오이사회 의장이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처음 출시하고 2010년 9월부터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면서부터 ‘님’자조차 필요 없도록 아예 모두가 영어 이름을 의무적으로 만들어 부르도록 했다. 언어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게 사고의 변화를 강제한다. ‘∼님’은 비록 모두가 평등하게 존대를 쓰도록 강제하지만 한국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기에 이름 뒤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직급’을 말끔히 지워내지 못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님’자를 떼고 그냥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행위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부여한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내에서 ‘의장님’이 아니고 김범수 님도 아니다. 그냥 브라이언(Brian)이다. 2018년 2월 현재 퇴임 의사를 밝힌 임지훈 대표이사는 지미(Jimmy)다. 실제 카카오를 방문해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브라이언이 얼마 전에 한 얘기는 나름 괜찮은 포인트였다” “지미가 엊그제 언론을 통해 얘기한 건 우리 팀에서는 찬반 의견이 좀 갈리고 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VIP’ ‘회장님’ ‘대표님’ 등 자리에 없을 때에도 존칭을 사용하는 문화와 확실히 차별화된다. 이런 문화는 직급이 아무리 높아도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생각을 조직 내에 자연스럽게 확산시켰다. 이런 인식은 직원 전체를 ‘임원’과 ‘직원’으로 나누지 않고 그냥 crew에서 따온 ‘krew’라고 지칭하는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회사에서는 그냥 SH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황성현 인사총괄 부사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카카오의 수평적 호칭 문화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영어 이름 자체가 주는 ‘아이덴티티의 변화’다. ‘영어 이름을 가진 같은 카카오의 동료’로 서로에게 인식되기에 좀 더 편하게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황 부사장은 “진짜 중요한 건 직급체계를 없앤 것”이라고 설명한다. 카카오에는 HR부서에서 전통적으로 급여/호봉체계와 연결해 관리하는 ‘직급’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외부 미팅에서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대외적으로 ‘임원급’에게는 형식상의 직급이 부여된다. 하지만 그뿐이다. 내부에서는 누군가를 ‘부사장’ ‘과장’ ‘부장’으로 부르지도, 그렇게 인식하지도 않는다. 오직 이름만이 남는다. 조직 구조는 ‘직책’을 중심으로만 이뤄진다. 물론 대화할 때 그 직책명은 입에 올리지 않는다. 사실 영어 이름만 부르기에 직책을 입에 올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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