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 Cases in Books

공감도 연습하면 는다

184호 (2015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공감과 소통이 화두인 시대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공감 능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든, 기업이든 공감을 연습해야 한다는 인식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공감에는 공감적 대화에 대한 방법론과 이에 뒤따르는 연습이 필수적이다. 공감의 방법론은감정노동이 아니라 감정 교감을 강조할 것, △물질보다 마음을 먼저 헤아릴 것, △고객의 심층 감정 존재를 파악할 것 등이다. 그리고 이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표면에 드러난 말이 아닌 그 이면에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공감의 출발점이다.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과 소통한다. 특히 SNS의 발달은 우리의 일상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공유가 곧 공감을 의미하지는 않는 듯하다. 소통의 통로가 늘어날수록 공감이나 소통이 오히려 더욱 화두가 되니 말이다.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라는 말이 화제가 될 정도로 공감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많은 기업들은 공감 경영, 공감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정작 공감을 실천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김환 서울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감 연습(소울메이트, 2014)>에서 그 이유로 우리가 일상생활과 업무에서 공감을 구현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고 그것을 몸에 밸 때까지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기업에서는 고객과의 대화에서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공감적 대화에 대한 방법론과 뒤따르는 연습이 필수적인데 어떠한 훈련도 하지 않고 그냥 공감하라고만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 기업에서의 공감 적용 사례와 방법론 3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감정노동이 아니라 감정교감을 강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불만을 응대하는 콜센터 상담원 중 일부는 너무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고객의 감정을 소홀히 다뤄 불만을 더 키우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고객과 상담원 모두가 기분이 상하고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런 안타까운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고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감 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영업 지침만을 달달 외워 상담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담원들은 전문적인 교육보다는 무조건 참고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강요받는다. ‘감정노동자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도 기업이 상담원들에게 감정노동을 요구하고 문제가 생겨도 속으로 삭이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노동은 사람을 소진(burn-out)시키기만 할 뿐이다. 감정노동은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들며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감정노동을 처음 언급한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는 비행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저서 <감정노동>에서 감정노동이 개인에게 약물 남용, 알코올 중독, 두통, 결근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공감 리더가 되려면 감정 노동이 아니라 감정 교감 또는 감정 공감을 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과 교감하면서 만족스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교감하지 못한 채 무조건 참는 식으로만 응대한다면 마음이 병들게 된다. 억지로 띤 미소 속에 우울증이 감춰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을 앓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먼저 감정 교감법을 가르쳐라. 감정 노동을 강요하지 말고 참으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많은 콜센터 등에서 심한 수준의 고객 전화를 임의로 끊을 수 있게 한 것은 심각한 감정노동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둘째, 공감과 교감의 방법은 고객의 물질보다 마음을 먼저 보살피는 것이다. 먼저 고객 응대에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더라도 감정을 먼저 헤아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불만이 기대나 욕구의 좌절로 생긴 반응이기 때문에 기대나 욕구를 재충족시켜준다면 불만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같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구매한 물건이 불량품일 때 새 물건으로 교환해주기만 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그 과정에서 겪은 좌절감을 달래주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로 걸려온 전화라고 생각하고 다음의 대화를 살펴보자.

 

고객: 제품이 불량품으로 왔어요. 급하게 빨리 써야 하는데….

직원: 그거 일단 가지고 계세요. 담당 기사가 새 제품을 가지고

1주일 후에 방문할 겁니다. 그때 반품하시면 됩니다.

 

흔히 불만을 유발한 상대는 기업이지만 회사로 전화를 걸었을 때는 직원이 기업을 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고객은 직원이 먼저 자신의 불쾌한 마음을 달래주길 바란다. 그런데 앞의 예에서 보면 직원은 고객이빨리 써야 한다라며 불만스러운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데도 감정을 받아주지 않고 그냥 실무적으로 일만 처리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새 제품을 받은 후에 다시는 이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반드시 고객의 감정에 서로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대화법이 공감 상담법이다.

 

고객: 제품이 불량품으로 왔어요. 빨리 써야 하는데….

직원: 아휴 어쩌나, 불량품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셨네요. 본의 아니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고객: 네네, 알아주시니 고맙네요. 이걸 어떻게 처리하면 되나요?

직원: 불편하시겠지만 불량품은 잠시 집에서 보관해주세요. 담당 기사가 새 제품을 가지고 1주일 내에 방문할 것입니다. 그때 반품하시면 됩니다.

고객: 좀 더 빨리는 안 될까요?

직원: 그럼 제가 기사님과 통화해서 정말 중요한 고객 분이라고 좀 더 빨리 가능한지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제대로 공감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감 연습

김환 지음, 소울메이트, 2014

 

이렇게 불만을 응대하는 상담원은 항상 감정이 먼저임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즉각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급한 마음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조금 돌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감정을 먼저 어루만져야 할 것이다. 이때 고객이 표출하는 감정의 정체를 섬세하게 파악해 짚어주면 좋다. 불만에는 다양한 감정이 밑에 깔려 있는데, 예를 들어 실망감, 억울함, 섭섭함, 번거롭고 귀찮음, 창피함 등이다. 고객의 마음을 콕 짚을 수 있는 상담원은 오히려 문제 해결의 지름길로 달려가는 셈이다.

 

셋째, 본질적인 해결책으로 모든 직원들이 고객들의 심층감정에 대해 파악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 인간의 감정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 외에 깊숙한 곳에 감춰진 응축된 감정이 있다. 이것을 표층감정과 심층감정으로 구분하는데, 표층감정은 문제가 발생한 상황 당시에 느껴지는 감정이라면, 심층감정은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노출된 상황에서 느껴왔던 감정을 의미한다. 그래서 심층감정을 핵심 감정이라고 하기도 한다.

 

심층감정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파괴력은 훨씬 더 강하다. 사람들은 심층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잘 조절하지 못한다. 그런데 표층감정은 심층감정과 연결돼 있어서 만일 표층감정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경우 심층감정이 깨어나 사소한 문제가 큰 문제로 발전한다. 이 경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다루기도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핸드폰 요금이 많이 나와서 불만인 고객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고객은 자신의 억울한 마음을 전달했는데 직원은 그 억울함에 반응하지 않고 딱딱한 태도로 사무적으로 응수한 경우다. 대화를 들어보자.

 

표층감정은 심층감정과

연결돼 있어서 만일 표층감정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경우

심층감정이 깨어나 사소한 문제가

큰 문제로 발전한다. 이 경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다루기도 어려워진다.

 

고객 : 지난달 사용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네요.

상담원 : (바쁜 목소리로) , 주민번호 불러주세요.

고객: 88XXXX-2XXXXXX

상담원: (대답하자마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감) 집 주소는요?

고객: 서울 XXX XXX XX번지요.

상담원: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로) 지난달 사용 시간은 총 200시간이고, 요금은 제대로 청구됐습니다.

고객: (울컥하며) 이것 보세요.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이 대화에서 상담원의 딱딱한 반응은 고객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상담원은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라는 말에 담긴 고객의 감정에 먼저 반응했어야 하는데 빠른 업무처리를 위해 개인정보를 물어본 후 바로 요금 안내로 진행하다 보니 고객의 감정을 소홀하게 다뤘고, 이 과정에서 고객은 자신이 하찮게 여겨졌다고 느낀 것이다. 상담원의 딱딱한 태도가 내면의 심층감정을 깨웠다면 고객이 걷잡을 수 없는 화로 이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 고객의 심층감정 속에 있던 과거 다른 이로부터 받았던 무시가 떠오르게 된 것이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내면의 적대감이 깨어나면 더 이상 이성적인 처리가 불가능하다. 상담원은 강렬한 적대감에 노출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한 채 고객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하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초기 응대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심층감정의 트라우마를 터치하지 않도록 두루뭉술하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찮게 여겨지는 심층감정과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방심하면 손해보고, 당할 수도 있다는 심층감정이 있다. 다음의 대화를 보면서 설명해보자.

 

상담원: ** 이동전화입니다. 상담 신청하셔서 전화드렸습니다.

고객: 지난달 사용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는데 이거 어떻게 된 거죠?

상담원: (바쁜 목소리로) , 주민번호 불러주세요.

고객: 내 것을 불러주기 전에 당신 것부터 불러주는 게 순서 아닌가요?

 

얼핏 보면 황당한 대화다. 하지만 이 대화에서 고객은 단순히 통신요금에 착오가 있었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뭔가 수상하다고 여기고 있다. 고객은 회사에서 수작을 부려 고의로 요금을 과다 청구해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까 봐 잔뜩 경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 이들을 대하는 상담원은 이해할 수 없는 고객의 행동에 당황하거나 상처받기 쉽다.

 

이런 공격성의 이면에는 방심하다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따라서 상담원은 겉으로 드러나는 고객의 예민하고 공격적인 태도만 볼 것이 아니라 내면의 약하고 긴장한 마음을 먼저 헤아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고객의 심층심리가 있을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하고, 상황에 대한 공감과 교감을 먼저 하고, 사무 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업이 고객과의 접점에서 공감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공감의 방법론은감정노동이 아니라 감정 교감을 강조할 것, △물질보다 마음을 먼저 헤아릴 것, △고객의 심층감정 존재를 파악할 것 등이다.

 

법정 스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것은 서로가 말 뒤에 숨은 뜻을 모르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아기의 서투른 말을 이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말소리보다 뜻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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