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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러쉬의 브랜드 전략

환경·동물·인권의 테마 극단적 실천 화장품 넘어 ‘체험적 윤리’를 판매한다

김현진 | 181호 (2015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년 전 설립된 영국 코스매틱 브랜드 러쉬는 제품의 원료수급(공정무역, 친환경) - 생산(신선함) - 유통·판매(되도록 선박 운송, 샘플링·세일 자제) 등에 이르기까지 윤리적 경영을 지향하는 진지하고 엄격한 브랜드다. 그러면서도 제품의 향기와 색상, 모양 등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언뜻 언밸런스해 보이는 외적 본질과 내적 실체는 이 브랜드의 지위를 넘보는 경쟁자들로부터 진입장벽을 높이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부여한다. 러쉬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1. 마케팅은 고정관념을 컨트롤하는 게임이다

2.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킨다

3. 제품 말고 라이프스타일을 팔아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남궁용주(이화여대 국제학부 4) 씨와 이예림(이화여대 국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02 10, 잉글랜드 남부 돌셋(Dorset) ()의 항구도시 풀(poole). 이른 초겨울 날씨, 난방이 잘 되지 않는 영국 가정집 2층 침실에서 핫팩으로 중무장한 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는 오늘도 이불을 몸에 똘똘 감은 채 잠을 청했다. 영국의 핸드메이드 코스매틱 브랜드러쉬의 한국 내 사업자가 되기 위해 본사를 오가고 끊임없이 e메일을 쓴 지 약 1. 긴 심사 과정을 통해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그는 곧바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주간의 교육 기간 동안 우 대표가 머무른 곳은 버젓한 호텔이 아니었다. 러쉬의 창업자 중 한 명으로 현재 이 브랜드의 홍보,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는 로웨너 버드 씨의 자택이었다. 우 대표는 이곳에 머물며 제품과 서비스, 러쉬의 철학에 대해 공부했다.

 

러쉬는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강조, 환경보호 등을 내세우며개념 소비에 앞장서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이러한 브랜드 철학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 창업자와 생활공간까지 공유하게 하면서밥상머리 교육을 실시하려 한 것이었다.

 

방부제 등 화학물질을 전혀 쓰지 않거나 최소량만 쓰는 브랜드 철칙에 따라 제품의 신선도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유통기한이 일반 화장품 브랜드에 비해 훨씬 짧다보니 신선도가 중요한 과일, 야채 등의 주요 화장품 재료들은 각국에서 직접 구매해 레서피에 맞춰 제조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제품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각국의 파트너들에게도 직접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하려 한 것이었다. 커다란 도마 위에다 재료를 올려놓고 주무르고 밀고 반죽하는 모습은 흡사 요리교실을 연상케 했다.

 

사실 이 시기 우 대표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잠시 병원에 입원을 하며 치료를 받던 중 희소식을 접했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국으로 향했다. 초겨울 영국의 으슬으슬한 날씨를 각오하면서까지 비행기에 오른 것은 이 브랜드가 1년이란 긴 시간을 들여 한국의 파트너를 뽑은 진의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한국 진출 시기를 지연시키면서까지 공을 들여 파트너 후보자들을 검증한 것은 재무제표, 유통 전략 등의 정량적인 자료들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런 지표만을 선정기준으로 삼았다면 화장품 사업엔 문외한이었던 29세의 우 대표가 뽑힐 가능성은 오히려 희박했다. 한국 내 사업권을 놓고 그와 겨룬 국내 경쟁사 다섯 곳은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와 수입 화장품 사업 경력이 있는 중견업체들이었다.

 

러쉬는 전 세계적으로 수익의 10% 이상을 환경보호 등 이들이 중점적으로 펼치는 각종 사회적 캠페인에 기부한다. 기부를 위한 제품을 따로 만들어 수익금을 전부 기부하는 행사를 펼치기도 한다. 해마다 기부액이 늘어나는데도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 세계적으로 전년 대비 16%의 성장세를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매출 6위 규모인 러쉬코리아 역시 2002년 국내 사업을 시작한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1) 지난해 국내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동안에도 매출이 21% 뛰는 기염을 토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 명동 매장은 51개국에 진출한 전 세계 러쉬 935개 매장 가운데 2013년 하반기 이래 매출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러쉬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제품만으로도 경쟁 우위에 놓이는 요소들이 많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윤리적 철학을 가진의식 있는 브랜드로서 균형 잡힌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환경친화적 캠페인과 관련된 활동에 있어서는 사회단체 못지않은 전문성과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녹색경영을 필두로 한 러쉬의 차별화 전략은 성장 한계에 부딪혔거나 차별점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기업들에 롤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러쉬는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대표적 브랜드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독특하고 중독성이 강한 제품 콘셉트뿐 아니라 브랜드를 둘러싼 철학과 가치로 러쉬 소비자로 하여금 남들보다 의식과 미적 감각 측면에서 앞선다는 묘한 자긍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DBR은 러쉬가 차별화된 경영철학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과 이런 철학을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 확대 발전시킬 수 있었던 실행 비결을 살펴봤다.

 

Mini Box

러쉬 브랜드 스토리

 

러쉬는 어떤 회사?

러쉬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은 20대 초반이었던 1977, 아내 모 콘스탄틴(현재 러쉬의 신제품 개발 담당자), 뷰티 테라피스트인 친구 리즈 위어와 함께콘스탄틴&위어라는 뷰티 클리닉을 창업했다. 이곳에서 그는 천연재료로 만든 염색제품, 헤나 크림 샴푸, 아로마테라피 두피 오일 등을 만들었다. 환경 친화적인 기발한 제품이었지만 널리 알리지 못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당시 성공적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있던더바디샵의 창립자, () 아니타 로딕을 만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당시 더바디샵에 납품한 페퍼먼트 풋로션, 코코아 바디버터 등은 단숨에 더바디샵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업 규모 확대와 함께 콘스탄틴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직원들을 채용했다. (Poole) 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이 직원들이 바로 러쉬의 공동창업자이자 핵심 임원들이다. 콘스탄틴&위어에서 만든 제품들이 인기 제품으로 떠오르자 더바디샵은 독점 공급을 원했다. 이 과정에서 이견을 겪다 결국 1984 1100만 파운드(192억 원)에 회사를 더바디샵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i

 

이후 마크 콘스탄틴은 새로 영입한 직원들과 함께코스매틱스 투 고(Cosmetics to Go)’라는 화장품 통신판매업체를 설립했다. 제품 판매용 카탈로그를 발행하고 한 달간 판매할 제품을 준비해 전화와 우편으로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주문 시스템과 재고 관리 등에 문제가 생겼고 극심한 손해를 본 뒤에야 매각했다.

 

직원들은 그러나신선한 화장품을 만들어 착하게 판다는 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1995년 이들이 의기투합해 새롭게 만든 회사가 러쉬다. 브랜드명 공모전에서 한 주부가 응모해 당선된 이 이름에는싱싱함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현재 러쉬는 전 세계적으로 51개국에서 93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현지 파트너를 통한 진출에 주력했으나 브랜드 철학에 부합하지 못하는 파트너를 만날 경우 시행착오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몇 해 전부터 직진출 전략으로 선회했다. 러쉬코리아는 창업자들의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례적으로 지분 일부만 본사가 소유하는 파트너십 체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러쉬의 글로벌 매출(20137∼20146월 기준) 45400파운드( 7983억 원)로 이 가운데 5141000파운드( 904000만 원)가 자선단체 등에 기부됐다. 해마다 기부액은 늘고 있다. 2013년 기부액은 3095000파운드( 545000만 원)였다.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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