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마케팅
괴짜 월간지 ‘매거진B’가 레드오션 잡지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 1. 블로그처럼 가볍고 시각적으로 즐거운 콘텐츠에 단행본 책처럼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외형을 결합 2. 얇은 독자층을 인정하는 대신 시작부터 세계시장을 노리고 글로벌 콘텐츠로 승부 3. 과월호 판매를 위해 ‘시의성 없는 콘텐츠’ 기획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정완 씨(경희대 경제학과 3학년)가 참여했습니다.
“광고를 받는 순간 독자를 배신하는 겁니다.”
2013년 6월, 한국의 월간지 ‘매거진B’는 2013년 칸 광고제에서 그래픽 디자인, 디자인 크래프트 부문 은상(은사자상)을 받았다. 광고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 행사에서 정기간행물로서 상을 받은 일은 세계 최초였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이렇게 유명한 광고상을 받은 매거진B에는 정작 광고가 하나도 없다. 광고가 없기에 오히려 미디어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광고’와 같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주최 측의 선정 이유였다.
이 잡지는 매호에 하나의 상업 브랜드를 다룬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오직 한 개 브랜드 얘기만 한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로부터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는다. 잡지가 나온 후에 대량으로 구매하겠다면 서점 공급가로 주는 혜택,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 정도 해줄 뿐이다.
수익은 100% 판매수익에 의존한다. 광고가 없으니 값은 비싼 편이다. 권당 1만 3000원(합본호 1만 6000원)에 판다. 다른 잡지들처럼 부록이나 정기구독 사은품은 주지 않는다. 독특한 점은 또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회사 NHN(현 네이버) 부사장을 지낸 조수용 대표가 만들었는데 온라인이나 모바일 서비스가 없다. 오직 종이 책만 판다.
매거진B는 2011년 11월 출간 이후 3년째 매호 2만 부(한국어, 영어 각 1만 부)를 꾸준히 찍고 있다. 30호를 발행할 때까지 완판된 경우도 7회 있다. 호수가 쌓이면서 과월호 판매 증가에 따라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은 2013년 53%, 2014년은 10월 기준 21%다. 또 첫 호부터 영어로 번역해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14년 말에는 처음으로 해외 판매량이 한국 내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마니아층도 있다. 인터넷 중고시장에 가면 매거진B를 1권부터 전질로 사겠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현재 한국의 잡지업계는 레드오션 시장이다.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데다가 수익성이 아닌 공익이나 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해 창간하는 매체들도 많아 시장은 전반적으로 항상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2011년 기준 등록 잡지(주간지는 제외) 수는 6000종이 넘는다.1 반면 수요는 줄어드는 추세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범람으로 월간잡지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현상유지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매체들은 대부분 명품 등 광고 수주에 의존한다. 반면 매거진B는 판매만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며 시장에 안착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업계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를 확립했고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확립했다.2
대표적 레드오션 시장인 월간지 시장에서 살아남는 데는 콘텐츠와 유통구조의 차별화 전략, 그리고 뚝심 있는 브랜드 전략이 주효했다. 매거진B의 성공비결을 분석했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