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의 글로벌 전략

"재미있게…고급스럽게…"中 주부 사로잡자 ‘해외시장 선점!’마법의 주문, 먹혔다

162호 (2014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마케팅, 혁신

 

CJ오쇼핑이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요인은?

1)현지 파트너와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전쟁터에 혼자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믿을 만한 파트너와 함께하면서 실패를 줄였다.

2)초기 프리미엄 전략:조기 시장 장악을 위해 저가 위주로 구성하는침투형 전략대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중고가 제품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CJ오쇼핑은 현지의 중산층 이상 주부들을 고객으로 삼을 수 있었다.

3)중소기업 무료 컨설팅:무료 컨설팅을 통해 방송에 못 나간 중소기업들도 CJ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CJ는 컨설팅 과정에서 지식,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지식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정완(경희대 경제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1995 81, CJ오쇼핑이 대한민국 최초로 TV홈쇼핑 방송을 시작했다. 회사 직원들은 모두 집중하며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첫 판매품은 78000원짜리뻐꾸기시계’.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것을 고려해 선정한 첫 제품이었다. 기대는 높았지만 첫 방송의 주문량은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그나마도의무적으로방송을 지켜보던 직원이나 직원 가족들이 호기심에서 산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홈쇼핑의 시작이 이렇게 미미했다. 백화점이나 동네 슈퍼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요모조모 따져본 후 사는 것에 익숙한 소비자들은어떻게 TV로 쇼핑을 하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믿을 수 없는 방송’ ‘이해할 수 없는 방송이던 TV홈쇼핑이 이제는 쇼핑의 대세가 됐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과 함께 주요 유통채널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국내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약 9조 원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늘어 953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분에 한 번꼴로 울리던 주문전화는 이제 ‘1분에 1000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

 

홈쇼핑 업계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홈쇼핑 업체 수도 꾸준히 늘어 현재 6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CJ오쇼핑은 국내 1(매출액 기준)를 넘어 미국 QVC에 이어 세계 홈쇼핑 업계 2위 사업자로 올라서는 등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4년 국내 홈쇼핑 기업 가운데 최초로 해외 진출을 선언했으며 현재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 등 총 7개 국가, 9개 법인에서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홈쇼핑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글로벌 사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에서 TV홈쇼핑이 생겨난 지 햇수로 20년 만, 글로벌 진출 후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현재 목표는 2017년 업계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CJ오쇼핑의 글로벌 전략을 DBR이 분석했다.

 

그룹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된 글로벌 사업

 

남방CJ

 

CJ오쇼핑 글로벌 진출의 시작은 그룹의 전략적 판단에서 이뤄졌다. CJ그룹 경영진은살 길은 세계화뿐이라는 기치로 2000년대 초반부터 강하게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이재현 CJ 회장은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 계열사에 글로벌 진출을 지시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당시만 하더라도 제일제당을 필두로 해서 CJ그룹이 먹고살 만한 때였는데 경영진은 회의 때마다글로벌을 외쳤다고 회상했다. CJ오쇼핑은 당황했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홈쇼핑 비즈니스는 국내 비즈니스다라는 인식이 강할 때였기 때문이다. 홈쇼핑 비즈니스는한국어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상품을,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판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글로벌 진출을 더는 머뭇거릴 수 없었다. CJ오쇼핑은 이 회장의글로벌화의지에 맞춰 해외 진출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1995년 국내 최초로 홈쇼핑 방송을 시작했을 때와 같은 마음이었다. 홈쇼핑 비즈니스의 개념을 다시 되짚었다. TV홈쇼핑 비즈니스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장소를 제공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과 같은 일반적인 유통 서비스와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24시간, 365일 일 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물건을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 다양화와 새로움을 강조해야 했다. 우선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고 우리와 지리적, 문화적으로 친숙한 중국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말대로 세계화는 누가 먼저 시장을 차지하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에 도전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중국 진출을 결정했지만 막상 시도하자니 막막했다. 국내 홈쇼핑 기업 누구도 해외시장에 진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었다. 게다가 당시 중국 홈쇼핑 업계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과 제품의 신뢰성 하락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다. 김윤구 CJ오쇼핑 부사장은해외 진출 준비 과정에 대해 말하자면 솔직히멘 땅에 헤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우선 직원들을 중국 대도시로 보냈다. 중국 각 지역에 대해 실시한 기본조사를 토대로 거대한 중국 시장의 첫 교두보가 될 지역은 핵심 거점도시를 보유한 경제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CJ오쇼핑의 독자 진출은 어렵다고 판단해 좋은 파트너를 고르기로 했다. 방송사업이다 보니 영향력 있는 미디어그룹을 눈여겨봤다. 국영기업이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의 미디어 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정부의 영향력하에 있는데다 특히 중국은관시(關係·관계)’문화가 강하다는 점이 난제였다. 파트너를 찾는다 하더라도 중국 고위 관료를 설득하지 않고는 사업 진전이 불가능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에다 방송사업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중국 고위 관료의 마음을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CJ오쇼핑 직원들은 중국 진출 1년 전부터 현지에서 머물면서 밑바닥 네트워킹을 닦았고 임원들도 수시로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에 파견된 직원들은 경쟁기업을 탐방하고 중국 곳곳에서 현지인들의 패션 트렌드를 연구했다. 1년 반이 넘는 조사 끝에 CJ오쇼핑은 진출 도시로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한 화동 지역에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CJ오쇼핑이 글로벌 전략을 위해 중국에서 동분서주한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중국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상하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디어그룹인 SMG(Shanghai Media&Entertainment Group)가 홈쇼핑 비즈니스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먼저 협업 제안을 한 것이다. SMG 측은 업계에서 CJ오쇼핑의 입지와 영향력 외에 여성친화적인 기업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홈쇼핑의 주요 고객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친화적인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는 게 SMG 측의 판단이었다. CJ그룹이 제조업에 강점을 둔 다른 한국 기업과 달리문화 한류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CJ오쇼핑 입장에서도 TV 채널 12, 라디오 및 신문매체를 소유하고 있는데다 현지에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미디어그룹의 제안이 반가웠다. CJ오쇼핑 측은글로벌 진출을 위한 노력을 SMG에서 알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SMG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CJ오쇼핑은 2003 8 SMG와 합작 조인식을 열었다. 자본금 2000만 달러( 240억 원) 49(CJ오쇼핑) 51(SMG)의 비율로 합작 투자해 홈쇼핑 회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1 현지 법에 따라 외국법인이 중국 미디어그룹 합작사업에서 소유할 수 있는 지분 최대치를 CJ오쇼핑이 가져갔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CJ오쇼핑 쪽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CJ오쇼핑의 노하우와 판매방식 등을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중국에 옮기기 위해 CJ오쇼핑 쪽에서 강력하게 요구한 조건이었다. 이후 2004 41, 16개월간의 긴 협상과정과 7개월간의 개국 준비를 거쳐 중국 대륙에 CJ오쇼핑의 해외 첫 합작사인 동방CJ가 출범했다. 1995년 대한민국 최초로 TV홈쇼핑을 시작한 이래 88개월 만에 중국에 성공적으로 발을 내디딘 것이다. CJ오쇼핑은 SMG의 매체력을 적극 활용했다. 개국 전부터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쳤고 홈쇼핑 다큐멘터리도 제작해 내보냈다. 김 부사장은유력 미디어그룹과의 협업은 동방CJ를 홍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동방CJ, 만리장성을 쌓다

 

방송 첫날, 동방CJ는 고가의 디지털 상품 위주로 상품을 구성했다.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와 아이리버 MP3는 각각 102, 130대가 팔렸다. 가격대가 높은데다 첫 방송의 성적표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이후 자신감을 얻은 동방CJ는 디지털 상품 위주로 과감한 구성으로 초기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고가의 제품이 마진이 높은데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는 데도 좋기 때문이었다. CJ오쇼핑은 동방CJ에 최신식 방송장비와 시설, 방송 인력의 직무별 교육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 맞춘 기준을 그대로 중국에 이식함으로써 중국 내 경쟁 업체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신뢰 구축을 제1의 기치로 내걸고 중국 현지에서 철저한 품질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오프라인에서 팔리는 제품 대비 부실한 홈쇼핑 제품 수준, AS 부실 등으로 홈쇼핑에 불만이 늘어나고 있던 현지 상황에서 홈쇼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자 했다.

 

동방CJ

 

동방CJ 운영 초기 가장 중요한 일은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선별하는 일이었다. 동방CJ는 좋은 상품을 고르기 위해 국내 CJ오쇼핑 내에 별도의 상품소싱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태스크포스팀 직원들은 깐깐한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수준 이상이 돼야 동방CJ 방송에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산 제품 가운데는 다국적 기업 생산 제품과 해외 유명 브랜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주로 취급했다. 소니, 올림푸스, HP, 브라운, 필립스, 헨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제품과 CJ오쇼핑에서 상품 수준이 검증된 한국 제품, 현지에서 유명하고 신뢰성이 입증된 중국 자체 브랜드 제품들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중고가 제품을 판매하며 프리미엄 TV홈쇼핑 채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동방CJ는 출범 초기 고급 상품을 판매하고 판매량을 늘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신뢰를 쌓는 데 주력했다. 홈쇼핑TV 채널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인지도 향상이 필수적이었다. 우선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 지역 곳곳에 동방CJ 로고가 들어간 대형 부스를 설치해 회사를 소개했다. 부스에서는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판매제품을 전시하고 각종 이벤트를 열었다. 소비자들이 TV홈쇼핑에서 파는 제품들을 직접 확인하고 TV를 보면서 전화 주문을 체험하는홈쇼핑 체험 이벤트도 개최했다. 오프라인 행사는 1년에 두 차례씩 꾸준히 열고 행사 장소도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해 나갔다. 2004 11월에는 중국 현지 인터넷쇼핑몰을 열고 이듬해 카탈로그도 제작하는 등 다방면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아갔다. 현지 사정을 반영해 현금 외에도 카드, 송금, 예치금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인정하면서 소비자의 지불 편의성을 높였다.

 

동방CJ가 프리미엄 홈쇼핑 채널 이미지를 갖기 위해 노력한 또 다른 전략은빠른 배송이었다. 기존 중국 홈쇼핑 업체들의 평균 배송 기일은 7일 이상이었지만 동방CJ ‘3일 배송을 원칙으로 했다. 배송시간을 절반 이상 줄인 것으로 당시 중국의 교통 인프라와 유통 관례를 생각하면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또 동방CJ에서 방송한 상품을 해외 유명 전시회와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해외 컬렉션에서도 적극 취급하도록 해서 차별화된 아이템을 만들었다. 이 이미지를 바탕으로 판매 제품도 다양화했다. 중국 홈쇼핑 업계 최초로 보험상품 방송을 실시하고 인터넷 쇼핑몰과 카탈로그를 통한 무이자 할부판매도 시작했다. 또 구매 후 1주일 이내에는 무료 반품과 환불을 보장했고 교환은 2주일 이내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CJ오쇼핑은 뭔가 특별하다라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처럼 철저한 품질 관리, 빠른 배송, 고객서비스가 조화를 이루면서 동방CJ는 순항했다. 중국에 진출한 지 3년 만인 2006년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2006 12월 주문액이 약 39000만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07 10월에는 방송 3년 반 만에 누적 고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04 177억 원이던 매출은 2007년 약 1000억 원까지 늘었다. 3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이 78%에 이르렀다. 2005년에는중국 홈쇼핑 업계 최고 영향력의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중국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져갔다. 동방CJ 2010년에는 진출한 지 6년 만에 현지 업체를 누르고 상하이 지역 홈쇼핑 1위에 올랐다.

 

CJ오쇼핑은 상하이에서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적인 전략을 이어갔다. 짝퉁의 범람과 복잡다단한 유통 단계 등은 여전히 해외 진출을 힘들게 하는 장애물이었지만 CJ오쇼핑은 개방된 상하이 지역 소비자들의 잠재력, 소득 증가로 인한 고급화 추구 욕구, 주요 방송사들의 TV홈쇼핑에 대한 관심 제고 등을 믿고 투자를 계속했다. 2007 8월에는 중국 3대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상하이 푸단대에 동방CJ 신사옥을 열었다. 신사옥을 통해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임직원들에게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푸단대 신사옥에는 최첨단 시스템 설비가 마련된 스튜디오 3곳이 새로 들어섰다. 또 중국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콜센터를 마련해 고객들에게 보다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CJ오쇼핑이 중국 현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소문이 나자 직원들은 동방CJ에 대해 한중합작기업이 아니라 현지 기업이란 인식을 갖게 됐다. 입사 경쟁률이 계속 높아졌고 동방CJ에서는 갈수록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었다. 현지 파트너들도장기적으로 동방CJ와 일할 수 있겠다고 믿게 되면서 방송에 자사 제품을 내보내고 싶다는 기업들의 수도 많아졌다.

 

 

중국 내 업체가 현지 주요 성()과 대도시를 기준으로 수십 개 이상에 이르고 대형 업체만도 전국적으로 30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로 진입한 동방CJ가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의미가 컸다. CJ오쇼핑 내부에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의식이 강해지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CJ오쇼핑이 중국에 진출한 지 4년 만인 2008 10월 또 다른 투자를 결정했다. 천진보세구투자유한공사, 천진전시광고공사 등 두 곳과 합작투자해천천CJ’를 출범시킨 것이다. 천진은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중국 정부의 11 5개년 계획에 따라 경제 및 물류 중심지로 해마다 큰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도시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시장에 진출할 때는 진출 도시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CJ오쇼핑은 천진시에서 유일하게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허가받으면서 업계 선도업체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한국형 홈쇼핑 모델을 수출하다

 

 

CJ오쇼핑이 첫 해외 진출국인 중국에 자리잡는 데는한국형 홈쇼핑 모델을 수출한 효과가 컸다. 한국형 홈쇼핑 모델은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 쇼핑+엔터테인먼트)’를 일컫는 말로 단순히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패션쇼, 요리 강습, 트렌드 소개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형식을 통해 제품에 대한 매력을 끌어올리는 방송을 말한다. CJ오쇼핑은 국내에서 큰 반향을 모은 쇼퍼테인먼트를 중국 진출에도 적극 활용했다. 김 부사장은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기존의 방송 행태와는 달리 홈쇼핑 방송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적극 채용해 재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1)

 

파트너 회사와 협상을 진행하거나 CJ오쇼핑의 역량을 소개할 때도 국내에서 방송된 쇼퍼테인먼트식 영상을 보여줬다. 전문 요리사가 요리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새로운 형식에다 갓 요리한 듯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컴퓨터그래픽(CG) 등을 대폭 넣은 동영상을 보여주면 파트너 측은 크게 만족했다. 김 부사장은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TV에 보여지는 작은 CG 효과들 모두 우리가 오랫동안 고민해 넣은 것들이다라며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작은 점이나 선들이 들어감으로써 영상의 생동감과 활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상을 본 파트너 측은 모두들방송이 굉장히 흥미롭다(interesting)’는 반응을 나타냈다.

 

동방CJ가 쇼퍼테인먼트를 본격 도입하자 중국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다른 홈쇼핑 방송이 기능적 설명에만 치중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델이 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모습이나 프라이팬에서 갓 요리한 음식을 호호 불며 맛있게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관심과 매력을 느꼈다. 상품의 종류도 의류부터 음식, 가정용품, 전자기기, 보험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외국 홈쇼핑 업체들 대부분이 한 제품당 방송시간이 최대 15분인 반면 CJ오쇼핑은 1시간씩 상대적으로 길게 방송한 것도 CJ오쇼핑의 노하우였다. 제품을 오랜 시간 노출함으로써 이미지를 확실하게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를 위해 홈쇼핑 채널을 시청했다. 주로 예능이나 드라마 채널을 틀어놓고 집안일을 하던 주부들도 홈쇼핑 채널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상하이에 사는 주부 쉬라이 씨(45)동방CJ는 제품을 그냥 말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상을 통해 보여줘 지루할 틈이 없다다른 홈쇼핑 채널은 조금만 봐도 질리는데 동방CJ는 재미있어서 계속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쇼퍼테인먼트

● 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

2007 9월 론칭한 이 프로그램은 주부들이 선호하는 고급 브랜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방영 중이다. TV홈쇼핑 단일 게스트 최장수 기획 프로그램이다. 진행을 맡은 방송인 왕영은 씨는 소비자와 일대다 토크쇼를 진행하듯 대화를 나눈다. 상품 선정부터 방송 준비까지 진행자가 직접 챙긴다. 현재까지 4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 셀렙샵

셀렙샵은 TV홈쇼핑 최초로 시도된 패션 스타일리스트 기획 프로그램이다. CJ오쇼핑이 직접 기획한 브랜드, 유명 디자이너 협업 브랜드 등 유행을 선도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 아이템을 선보인다. 대한민국 유명 스타일리스트인 정윤기 씨가 방송을 진행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제품의 코디 비법과 상황에 따른 다양한 스타일링 팁을 제공해 준다.

 

● 한창서의 뷰티쇼

CJ오쇼핑의 뷰티 전문 쇼호스트인 한창서 씨가 간판 진행자로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여성 고객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유행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뷰티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해 메이크업 아티스트, 뷰티 에디터, 파워블로거 등으로 구성된뷰티 전문가 100이 엄선한 상품을 선보인다. 최근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를 모으는 뷰티프로그램 형식과 비슷하다.

 

FNL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가 진행하는 언더웨어 기획 프로그램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일반 여성 고객 12명을 선발해 각자의 고민과 니즈를 스튜디오에서 털어놓고, 고객들은 전문가가 제안한 상품을 사용해본 체험기를 솔직하게 나눈다. 토크쇼와 정보 프로그램을 혼합한 방식이다.

 

●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

스튜디오에서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설명하는 대신 부부의 실제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제품을 소개하는리얼 쇼핑 버라이어티프로그램이다. 30대 동갑내기 신혼부부가 방송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소개했다. 방송 분량 가운데 30% 이상은 실제 이들의 신혼집에서 촬영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우리 결혼했어요와 닮았다.

 

● 그녀들의 수다

KBS의 예능 프로그램미녀들의 수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주부 쇼호스트와 게스트가 여러 명 나와 주부를 위한 패션과 가정용품을 선보인다. 주부 고객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해 판매 상품의 솔직한 체험기를 들려준다.

 

● 김승현의 이런 쇼

생활과 관련해 다양한 주제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토크쇼형식을 빌렸다. 요리 시간을 절약해주는 상품, 자투리 재료로 요리하는 알뜰 주방 용품 등 살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형 홈쇼핑 모델을 성공적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시스템화가 필수였다. CJ오쇼핑은 현지 쇼호스트들에게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가르치는 데 정성을 다했다. MD, PD, 쇼호스트, 조명담당자, CG담당자 등 CJ오쇼핑 전 인력은 방송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 동방CJ로 달려갔다. 각 상품별 소구 포인트를 잡고, 이를 영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법, 현지 고객의 니즈를 발견해 상품을 소싱 및 개발하는 과정,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카메라 앵글과 화법 등 한국형 홈쇼핑의 전 과정을 가르쳤다. 중국 홈쇼핑 고객에게 한국 유명 인사들의 스타일과 현지 트렌드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패션 태스크포스팀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2월에는 동방CJ 방송 인력을 한국으로 초청해 ‘CJ오쇼핑 방송아카데미를 일주일 동안 열었다. 홈쇼핑 방송 실무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된 중국어 교재를 제작하고 각 교육 프로그램마다 통역을 두어 홈쇼핑 방송 관련 다양한 분야의 심도 있는 교육을 진행한다. 이 같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방송의 질을 유지했다.

                                          

 

 

 

 

글로벌 소싱 전문상사 ‘IMC’, 제품의 풀을 넓히다

 

CJ오쇼핑은 그동안 축적해온 상품기획, 소싱, 마케팅, 세일즈, 미디어 활용 역량을 해외 법인에서 활용하기 위해 2007년 자회사 CJ IMC(International Merchandising Company)를 세웠다. 사업 초기처럼 CJ오쇼핑과 동방CJ 직원이 매번 국내에 모여 동방CJ에 방송될 제품을 고를 수는 없었다. 국내에서 해외 현지 법인 업무를 일일이 도와주는 것도 비효율적이었다.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2004년 처음 중국에 진출해 현지 도매상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CJ오쇼핑은 네트워킹을 전문적으로 대행해 줄 기업이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CJ오쇼핑은 CJ IMC에서 다양한 일을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고품질의 물건을 고르고, 탄탄한 상품 체인망을 구축하고, 미국, 유럽, 남미 등 미진출 지역에도 나가 신규 바이어 발굴 임무를 하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일은 경쟁력 있는 상품과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수준 높은 상품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CJ IMC 직원들은 상품 매입 및 수출 절차를 세심하게 다뤘다. 절차는 크게 상품상담, 계약진행, 수출진행, 대금지급 등 4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인 상품상담이 핵심이다. CJ IMC에서는 각종 인증서, 상품제안서 및 동영상 자료를 꼼꼼히 살핀다. 가격이 맞지 않거나 장기적으로 제품의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오직 제품의 품질만을 고려해서 방송에 내보낼지 말지 결정했다.

 

CJ IMC는 이 과정에서 컨설팅 제도를 도입했다. 방송에 내보내지 않을 제품을퇴짜놓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데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 또 강조할 점 등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줬다. CJ IMC에서 무료로 글로벌 컨설팅을 해준다는 소문이 퍼지자 국내외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이 자연스럽게 CJ IMC를 찾아왔다. 처음에 계약에 실패하더라도 컨설팅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제품이 발전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CJ 오쇼핑 측은무료로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CJ IMC는 더 넓고 다양한 제품 풀을 갖게 됐다자연스럽게 방송에 내보내는 제품의 수준도 계속 높아져갔다고 말했다. 상품을 판매하기로 결정을 내리면 CJ IMC는 상품의 속성, 구성, 물량과 가격 및 거래 조건을 최종 결정했다. 국가 및 시장 상황에 따른 품질관리와 국가별 창고 운영, 마케팅과 판매 등 글로벌화의 주요 업무들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CJ IMC가 품질 선별부터 네트워킹까지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게 되자 CJ오쇼핑의 해외 실적도 갈수록 좋아졌다. 동방CJ 취급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CJ오쇼핑이 해외 진출 성공의 필수 파트너란 인식이 강해지면서 CJ IMC의 문을 두드리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기업에서 만든 고가의 전자기기를 파는 것이 이익률이 높지만 CJ IMC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기 위해 중소기업 제품도 적극적으로 취급했다. 지난해 해외에서 판매한 한국 상품 판매규모는 약 2190억 원이었는데 이 중 국내 중소기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1500억 원에 이른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홈쇼핑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사례도 많았다. CJ오쇼핑의 글로벌 진출과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중소기업이락앤락이다. 락앤락은 2004 CJ오쇼핑의 상하이 진출과 함께 중국에 진출해 사랑받는 주방용품 브랜드가 됐다. 락앤락 외에도 많은 중소기업이 CJ오쇼핑을 통해 현지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매출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 CJ오쇼핑의 덕을 봤지만 CJ오쇼핑 역시 다양하고 질 좋은 상품을 현지 소비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프리미엄 홈쇼핑 채널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CJ IMC로 몰려들면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실적도 덩달아 늘기 시작했다.

 

 

                                                           

 

나라별 베스트셀러

 

CJ오쇼핑은 인도에서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비싼 임대료 때문에 대부분의 인구가 소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여러 매장을 가보면 동일한 기능의 상품이라도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상품들이 잘 팔렸다. 소형 평형 주택인 경우 현관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맨발로 다니는 문화가 보편적이라는 점을 포착한 CJ오쇼핑은신발 보관대를 판매했다. 국내에서라면 흥행에 실패했겠지만 인도에서는 지난해 말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15000만 원이 넘는 누적 판매고를 올렸다.

 

베트남에서는 세계 최고의 오토바이 보급률을 자랑하는 나라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서는 주방식기 세척제로 알려진아스토니쉬 주방세제를 오토바이 세척용으로 판매했는데 곧바로 히트 상품이 됐다. 출시 4개월 만에 6000세트, 18000만 원어치를 팔았다. CJ오쇼핑 관계자는제품 하나 가격이 약 33000원 수준으로 현지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고가다하지만재산목록 1인 오토바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금액을 아낌없이 쓴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고전했던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 인기다.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상품의 개수와 구성, 사은품 등이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 반해 일본 소비자들은 제품의 소재와 기능 자체에 주목한다. 좁은 주방 생활에 익숙한 일본 소비자들에게 다량의 조리기구를 제공하는 제품 구성보다는 알차고 기능적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알텐바흐 프라이팬은 차별화된 스테인리스 소재에 재료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육각형 코팅을 적용한 상품이지만 가격이 비싸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 소비자들의 판단 기준은 달랐다. 일본에서는 일반 프라이팬에 사용되는 주물보다는 품질이 좋은 스테인리스로 마무리된 제품을 고급스럽다고 인식했다. 또 절약정신이 배인 일본인들을 고려해 육각형 바닥구조가 기름을 적게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사이즈도 일본 주방 실정에 맞게 조정했다. 한국은 28∼30㎝의 프라이팬이 판매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제품의 최대 사이즈가 26㎝다. 알텐바흐 프라이팬은 2012 2월에 일본에 소개된 이후 13억 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CJ IMC는 기존 합작회사에 대한 상품 공급 외에 백화점, 대형마트, 양판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 대한 상품 공급도 적극적으로 개발해 매출을 늘렸다. 지난해 11월에는 터키 이스탄불의 하비니콜스백화점에 프라이빗뱅커(PB) 상품인 캐비아 화장품르페르를 입점해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100% 캐비아 성분 추출물이라는 확실한 상품력을 바탕으로 TV홈쇼핑이 아닌 현지 백화점에 입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 부사장은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전문 상사로서 협력사 우수상품의 넘버원 수출협력자를 지향하는 기업이라며글로벌화의 전천후 기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말했다. CJ IMC에서는 판매결과 피드백 받기, 불량품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 등의 AS 관리도 담당한다.

 

 

 

 

철저한 현지화

 

글로벌 진출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였다. CJ오쇼핑은 각 나라의 문화와 트렌드를 유심히 관찰해 나라별 맞춤 상품을 팔았다. 현지화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실패 사례 중 하나가 동방CJ 2012년 내놓은 CJ오쇼핑의 속옷 PB브랜드피델리아. 피델리아는 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400만 세트, 5000억 원 이상(주문금액 기준)의 누적 매출을 올린 국내 홈쇼핑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명품 드레스 디자이너베라왕과 협업을 진행하고 2012년 하반기에는 파리 국제 란제리쇼에 진출하는 등 여러 곳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방CJ에서는 당초 목표했던 금액의 절반밖에 팔지 못했고 이듬해부터 방송을 중단해야 했다. 실패한 이유가 무엇일까 분석해보니 답은현지화의 실패였다. 중국 여성의 가슴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가슴 사이즈보다 다소 작은 점을 비롯해 두 나라 여성 간의 미묘한 체형의 차이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직접 피델리아를 산 중국 여성들은속옷이 다소 크고 몸에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피델리아의 재구매율이 매우 높은데 동방CJ에서는 재구매율이 현저히 낮았을 뿐 아니라 반품 비율도 국내보다 많았다. 김 부사장은아무리 철저히 준비하고 조사한다고 해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구멍이 생기더라이때의 경험이 좋은 약이 됐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은 한국에서의 성공이 중국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방CJ는 색과 란제리의 핏을 조금 변형한 중국 맞춤형 피델리아를 이달 중으로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CJ IMC 직원들은 현지인처럼 살고 생활하며 그들의 니즈를 파악했다. 직원들은 잠꼬대도 중국어로 할 정도로 지독하게 중국을 공부했다. 국내에서는 홈쇼핑방송이 금지되는 술도 현지에서는 판매가 허용된다. CJ오쇼핑은 고급 술과 위스키 등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팔았다. 2009년에는 BMW 자동차 50여 대를 팔기도 했다. 홈쇼핑에서 고가의 자동차를 판다는 것 자체가 워낙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준비된 물량을 모두 판매해 추가 주문까지 받아야 했다. 또 유독 금을 좋아하는 현지 문화를 고려해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한 금을 팔았다. 한화로 4000∼5000만 원 하는 골드바도 한때 큰 인기였다. 이런 고가 상품을 배송할 때는 운전사에 상품설명 담당자, 경호원까지 붙여서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올해는말의 해라는 점을 고려해 말 모양의 금덩이를 다양한 크기로 판매했다. 현지인의 취향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회제도 및 법률 변화가 매출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부패 드라이브를 건 이후 고가로 주고받던 선물의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다. 이에 동방CJ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 취급량을 늘리는 식으로 제품을 다변화하며 매출 감소를 최소화했다. 김 부사장은다양한 한류 콘텐츠와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 현지화, Gbobal+Localization)은 글로벌 진출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진출 확대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한 CJ오쇼핑은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전략은 중국 진출 모델과 동일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각국에서 영향력이 크고 공신력을 갖춘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다. 현지 파트너와 합작회사를 세움으로써 초기 리스크를 줄이고 현지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적극적으로 정부 및 기업 실세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고민 끝에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에 유통업계 최초로 진출하기로 했다. 인도에서도 인도 최고 규모의 방송사인 스타그룹(Star Group)과 합작해 2010 3스타CJ’를 개국했다. 홈쇼핑 업계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고 케이블TV 시청 가구도 많지 않았지만 인도 시장의 잠재성을 눈여겨봤다. 2025년 인도가 독일을 제치고 세계 5위 소비시장이 될 것이라는 맥킨지의 조사결과도 참고했다. 스타CJ에서도 중국 진출 때와 같은 전략이 사용됐다. 현지 파트너와 손을 잡고 매체력을 활용해 홍보활동을 펼치고 신뢰도를 쌓는 식이었다. 현지화 전략도 마찬가지였다. 스타CJ 2011 1월 중순부터 난, 탄두리 등 굽는 요리를 즐기는 인도 특유의 식문화를 고려해 다양한 주방용품을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브래드인키친아트 직화오븐 2개월 동안 2만 세트 이상이 판매되기도 했다.

 

인도 스타CJ

 

이후로도 CJ오쇼핑은 국내 경쟁사들이 진출하지 않은 국가로의 시장 확대를 계속했다. 주로 국내와 소비행태나 문화가 유사한 아시아권으로의 진출에 집중했다. 2011 1월에는 일본 프라임쇼핑을 인수해 ‘CJ프라임쇼핑을 설립하고 홈쇼핑 업계 최초로 일본에 나갔다. 일본에서는 기존 해외 진출 방법과 다른 전략을 택했다. 합작회사가 아니라 현지 메이저 홈쇼핑 업체인 프라임쇼핑의 지분(62.6%)을 인수하면서 CJ프라임쇼핑을 출범시킨 것이다. 프라임쇼핑은 일본 종합 인포머셜 방송 업체로 현지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기업이었다. 새로운 채널번호를 받는 요건과 절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로웠기 때문에 기업인수를 통한 시장진입 방식을 택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베트남에 합작회사 ‘SCJ’를 세우고 호찌민, 껀터 등 주요 5개 도시를 중심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SCJ의 안정적인 진출로 인해 CJ오쇼핑은 아시아권의 3대 황금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인도, 베트남 모두에 진출하게 됐다. 2012년에는 터키 최대의 미디어그룹 미디어사(MediaSa)와 함께 ‘MCJ’를 설립하고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유럽의 교두보로 불리는 터키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런 식으로 현지 주요 미디어그룹과 합작형태로 시장을 넓힌 CJ오쇼핑은 현재 모두 7개국에서 총 9개의 법인을 갖고 있다.

 

해외 진출 경험이 축적되면서 글로벌화의 속도도 빨라졌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합작 제안이 들어왔다. 솔깃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CJ오쇼핑에서 요구하는 기본요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과감하게 거절했다. CEO CJ오쇼핑 측에서 맡는 것, 방송 내내 CJ 로고가 화면에 들어갈 것이 CJ오쇼핑 측에서 요구한 두 가지 기본요건이었다. 사업성이 없거나 현지화, 대중화가 어려운 경우에는 합작 제안을 거절한 적도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기업에서의 협업 제안을 CJ오쇼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어와 인종 문제 때문에 고객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계, 인도계, 인도네시아계 등이 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어 어느 한쪽을 타기팅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CJ오쇼핑 측은무조건적인 확장보다는될 것 같은나라에만 진출하고 일단 진출하면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CJ오쇼핑은 2004년 처음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되면서 글로벌 사업의 수익도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었던 인도, 터키 등의 매출이 늘어나고 천천CJ의 이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회사 측은초기 투자비용이 대부분 회수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익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터키 MCJ

 

 

베트남 SCJ전용 스튜디오 오픈식

 

성공요인과 시사점

 

CJ오쇼핑의 글로벌화 성공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CJ오쇼핑은 한국형 홈쇼핑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유통 한류를 창조하고 있다. 그동안 K팝이나 드라마 같은 예능이 한류 콘텐츠의 중심이었다면 유통채널과 같은 마케팅 시스템이 앞으로 한류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이상 유통채널의 수입국이 아니라 앞으로 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불러일으킨다. 또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락앤락과 같은 한국의 중소, 중견 기업 제품을 취급함으로써 이들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애로를 겪는 한국 강소기업에게는 큰 희망과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이런 CJ오쇼핑의 성공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역발상 경영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트렌드로 인해 실제 비즈니스에서 이런 발상을 떠올리기도, 실행하기도 쉽지 않다. 기존 상식을 깨는 역발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J오쇼핑은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는 측면에서 역발상 경영의 성공모델이라 할 수 있다. 홈쇼핑이라는 유통채널이 한국에서는 한국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너무나 독특하게 뿌리내렸기에 이것을 외국으로 옮긴다는 상상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선입견을 깨고 해외 진출이라는 용단을 내린 것은 앞으로 많은 기업에게 역발상 경영 자세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홈쇼핑은 국내용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지금처럼 돼 있을까? 많은 성공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그 업계에 뿌리내린 상식이나 편견, 선입견을 한두 개 정도는 깨고 있다.

 

콜라보레이션 전략

흔히 해외에 진출할 때 욕심을 내다보면 혼자 진출해 모든 것을 직접 다 하려 한다. 물론 성공해 전부 내 것이 되면 좋겠지만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전쟁터에 혼자 가려해서는 안 된다. 믿을 만한 파트너를 골라 함께 가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CJ오쇼핑은 모든 해외 진출에서 콜라보레이션 전략을 구사했다. 동방CJ, 천천CJ, 스타CJ, CJ프라임쇼핑, SCJ, 남방CJ, GCJ, MCJ, ACJ 등 브랜드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CJ 단독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하는 해외 진출이었다. 파트너를 고를 때도 CJ만의 꼼꼼함이 있었다. 해당 국가에서 신뢰를 받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하면서 최적의 파트너십을 찾았다. 이런 콜라보레이션 전략 덕에 해당 국가의 공신력 있는 미디어그룹과 함께 합작하면서 조기에 한국형 홈쇼핑 시스템을 뿌리내릴 수 있었다.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가 있었기에 빠른 시간 내에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낯선 채널에 대한 소비자 친숙도를 높일 수 있었다.

 

철저한 현지 조사 기반의 신중한 결정

중국 진출의 성공으로 여타 아시아 국가로 소문이 퍼져가면서 많은 해외 기업들의 합작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는 것은 많은 기업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흔히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면 그 분위기에 취해 많은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우후죽순으로 사세를 펼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CJ오쇼핑은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지만 동시에 글로벌화에 신중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진출에 대한 러브콜이 왔을 때 이를 거절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 본다. 말레이시아의 다인종 소비자 구성을 고려한다면 홈쇼핑 채널의 경쟁력은 떨어지며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성급한 확장을 통해 사세 보여주기식 글로벌화가 아니라 신중한 진출 결정으로 내실 있는 글로벌화를 추진했다는 측면에서 귀감이 된다.

 

초기 프리미엄 전략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초기 상품구성 전략은 보통 2가지로 나뉜다. 조기에 시장 장악을 위해 저가 위주로 구성하는 침투형 전략(penetration strategy)이 있고, 초기에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위해 중고가 제품으로 구성하는 고급화 전략(premium strategy)이 있다. 일반적으로 침투형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초기 시장 장악을 위해 싼 가격의 제품을 많이 팔고자 하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경우엔 싸구려라는 고착된 이미지로 인해 나중에 브랜드 파워를 갖기가 쉽지 않다. 초기에 많은 제품을 팔았지만 낮은 마진으로 남는 게 별로 없고 브랜드 이미지마저 추락돼 장기적으로 사업하기도 쉽지 않다. CJ오쇼핑은 중국 진출 초기에 해외 유명 상표 등 중고가 상품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했다. 질 낮은 싸구려 제품으로 워낙 신뢰가 떨어진 시장 상황이다 보니 프리미엄 전략 구사의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프리미엄 제품 취급으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신뢰 기반의 탄탄한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소비자 지향성

어떤 시장이건 간에 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존재는 소비자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때 소비자는 자연스레 지갑을 연다. 단순하지만 여기에 기업 성공의 진리가 담겨 있다. 해외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CJ오쇼핑은 해외에 진출할 때 그 나라 소비자의 결핍된 니즈를 찾고 그 나라만의 독특한 소비행동 특성을 찾아 대응하는 적극적 소비자 지향 경영을 펼쳤다. 중국에 진출해서 홈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해 홈쇼핑체험 마케팅을 펼친 점, 그 나라에 맞춰 현금 지불 외에 다양한 결제 방식을 도입한 점, 3일 배송 원칙을 도입한 점, 무이자 할부와 무료 반품 및 환불을 적용한 점 등은 그동안 중국에 진출한 여느 기업과 달리 적극적 소비자 지향성을 보여주는 예다.

 

 

CJ시스템과 아이덴티티의 이식

CJ오쇼핑의 글로벌 경영에서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독특함은 CJ시스템과 아이덴티티의 고집이다. 일반적으로 합작회사를 만들면 그 나라 출신의 CEO를 두는 경우가 많다. 회사명도 그 나라 사정에 맞춰 새로운 네이밍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CJ오쇼핑은 달랐다. 합작회사의 CEO CJ오쇼핑에서 맡는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회사명에도 CJ를 넣고 방송 화면에 CJ가 노출되는 원칙을 지켰다. 현지화를 해가되 한국형 홈쇼핑이라는 원천 시스템과 CJ아이덴티티만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CJ오쇼핑뿐만 아니라 CJ그룹 전체 차원의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며 CJ 특유의 시스템과 문화가 해외에 전파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글로벌 소싱 전문회사 론칭

CJ오쇼핑 사례에서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점은 ‘CJ IMC’라는 글로벌 상품소싱 전문 자회사를 만든 점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상품기획, 소싱,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종합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을 만든 셈인데 CJ오쇼핑 내 개별 파트로 두지 않고 늘어나는 해외 진출에 맞춰 해외 소싱 전담기업으로 키운다는 취지로 자율성과 전문성을 부여한 것이다. 특히 단순 소싱이나 네트워킹 업무에 그치지 않고 많은 해외 강소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제도를 시행한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방송에 나가지 못한 기업들에게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다는 것은 역발상에 가깝다. 미래를 보면서 몇 수를 앞서가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방송에 못 나갔지만 그들이 실패한 원인, 약점 등을 코칭해주면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그 기업은 CJ에 록인(lock-in)된다. CJ를 통해 제품이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기에 나중에 친CJ 기업이 될 것이며 CJ의 지속적 글로벌 성공을 도우는 우방기업이 될 것이다. CJ 또한 이들 기업에 대한 컨설팅 과정에서 지식,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지식기업으로 진화해갈 수 있으며 CJ오쇼핑뿐만 아니라 CJ그룹 전체 차원의 공유를 통해 CJ에서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의 미래 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여준상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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