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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기항지광고 HS애드 황보현 상무, 이종호 디렉터

‘깜찍한 거짓말’은 10년 전에나 통했다 선도기업일수록 ‘속성’ 아닌 ‘가치’로 승부하라

고승연 | 160호 (2014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올해 휴가철을 앞두고 시작된나만의 여행타입 테스트광고는 실제로 광고 대상 지역이었던 베트남과 미얀마의 대한항공 여행 연계상품 판매실적을 크게 올렸다. 대한항공 광고가여행지 광고’, 정확하게 말해기항지 광고로 성과를 거둔 건 이번만이 아니다. 대한항공과 함께 광고를 만들어오고 있는 HS애드의 황보현 상무와 이번 여행타입 광고를 만든 이종호 디렉터는 기업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1) 시장 선도 기업일수록 마케팅 전쟁에서속성을 자랑하지 말고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2) 하나의 광고에 모든 정보와 메시지를 넣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3) 인터넷은 값싸게 광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소비자의 퍼뜨림에 집중하라.

4) 광고가깜찍한 거짓말이던 시대는 지났다. 솔직하게 소비자와 공감하고 그들을 존중하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종희(단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본격적인 여행휴가철을 앞둔 지난 5월 말, TV에는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는 알쏭달쏭한 광고 하나가 등장했다. 멋진 풍경이나 건물에 알파벳 하나와 숫자 하나가 조합돼 자리 잡고 있다. “나를 알고 떠나야 여행이 더 즐거워진다. 테스트해보세요. 당신만의 여행은 따로 있으니까요라는 내레이션이 나오고 “Excellence in Flight, Korean Air”라는 대한항공 슬로건이 이어진다1

 

대한한공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여행테스트 종합편

  

네이버나 다음에 무엇을 쳐 보라, 검색해보라는 광고는 많았지만 이처럼 직접 와서 자신의 여행타입 테스트를 해보라고 요구하는 광고는 흔치 않았다. 놀라운 건 진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것. 휴가철 계획을 세우던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의 여행타입과 그에 맞는 상품을 알기 위해, 혹은 그저 호기심에서라도 대한항공의 여행타입 테스트 페이지를 찾아갔다. M2, C3 등으로 분류된 각 여행타입에 맞는 미얀마와 베트남의 여행지가 소개되는 광고가 10여 편 이어졌다. 시너지를 냈다

 

대한한공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대국민 여행타입 테스트1

 

대한한공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본편미얀마 컬쳐

 

10만 명의 고객이 몰려와 자신의 소비성향과 취향을 알아서 얘기해준다.”

 

기업에는 정말 꿈같은 이 얘기가 현실이 된 것이다. 대한항공 여행타입 광고를 보고 몰려든 이들이 약 10만 명이었다. 굳이 로그인을 하거나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테스트를 마친 뒤 추천되는 상품을 보고 결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HS애드 관계자는광고주(대한항공)가 원치 않아 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베트남과 미얀마로 대한항공 연계 상품을 구입해 떠난 비율이 광고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모든 기업이 고객정보와 소비행태에 목매는 지금 시기에 더없이 귀한 자료와 마케팅 기회를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로그인을 할 경우 여행상품이나 비행기 티켓 등의 경품 이벤트로 이어지는 형태여서 실제 개인정보를 스스로 입력하며 대한항공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대한항공 광고가 화제가 된 건 이번만이 아니다. 2009년 전파를 탄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는 지금까지도 다양하게 패러디되고 있으며 여행타입 테스트 광고 직전까지 실제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투표를 통해 인터랙티브하게 진행된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시리즈 역시 인기를 모았다.

 

항공사의서비스자체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기항지를 광고하며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형태의 광고가 수년간 계속되면서 단순한 실적 향상 이상의 성과가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전국 4년제 대학교 재학생 1106명을 대상으로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한항공이 ‘2014년 일하고 싶은 기업 전체 1에 올랐다. 20년째 대한항공과 함께 광고를 만들어왔고 지난 수년간기항지 광고라는 다소 모험적인 마케팅으로 큰 성공을 거둔 HS애드의 황보현 CCO(Chief Creative Officer)/상무와 이번 여행타입 테스트 광고를 기획한 이종호 CD(Creative Director) DBR이 만났다.

 

황보현 CCO(상무)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광고회사 코래드를 거쳐 1996년부터 HS애드에서 일하고 있다. 대한항공 국내·해외 캠페인, LG전자 해외 캠페인 등 유수기업과 서울시, 한국관광공사 등 관청과 공기업의 광고기획과 제작에도 참여했다. 2013년 아시아태평양광고제, 2012년 칸국제광고제 등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종호 CD는 중앙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HS애드에 입사해 LG전자, LG U+, 대한항공 등의 광고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1. 여행타입 테스트 광고의 성공

 

휴가철을 앞두고 광고가 시작돼 이제 휴가시즌 막바지에 들어섰다. 꽤나 성공적인데.

이종호 CD:그동안 대한항공 광고, 특히 기항지를 보여주는 광고가 성공한 게 꽤 많다. 그렇다 보니 이번 캠페인을 구성하고 기획할 때부터 부담감이 컸다.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대한항공 광고에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체험을 넣는 광고들이 많아졌고 성공해왔는데 역시나 그렇게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고 준비를 하다가 머리 식힐 겸 재미삼아 해보던 혈액형 타입테스트를 하던 중 힌트를 얻었다. 사실 우리가 휴가 때 가볼 여행지를 선정할 때 여행 인원이나 가격, 일정 등을 위주로만 고민하게 되는데이거 너무 재미없게 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행이 정말 재미있는 부분은 여행지에 도착해서부터가 아니라어딜 갈까고민하는 시점부터다. 그런데 가장 재미있어야 할 이 부분이 우리는 너무 재미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던 거다. 내가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 입장이 돼봤다. 여행을 가는데나에게 맞는 여행지를 누가 추천해주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랑 잘맞는 여행지는 어디일까’라는 고민을 했고 내가 했던 혈액형 테스트처럼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뻗어나갔다.

 

여행타입 테스트라는, 어찌 보면 SNS나 웹사이트에 어울릴 법한 콘셉트가 TV광고로 만들어졌던 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목적지가 베트남이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 사실 베트남에 대해서 나도 잘 몰랐다. 베트남전쟁, 쌀국수 정도 생각나니 끝이었다. 자세히 아는 게 없었다.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데 나 스스로가 베트남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게 문제였던 셈이다. 먼저 베트남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지리와 인구, 문화 등 관련된 모든 자료를 훑어봤다. 그러다가 소비자들에게 베트남에 대해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베트남이라는 나라의 어떤 여행지가 누구에게 잘 맞을지를 생각해봤다. 여행자와 여행지의궁합을 연구해보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 한번쯤 무심코 떠난 여행이 정말 좋았던 적도 있고, 열심히 준비해서 떠난 여행이 정말 별로였던 적이 있지 않나? 예전 한 카피라이터분의 일화도 떠올랐다. 네팔을 가고 히말라야산맥을 탐방하는 일종의오지탐험을 좋아하던 분이었는데 그분은 자신이 가본 최악의 여행지가 뉴욕이었다고 종종 말했다. 남들이 다들 선망하는 여행지인데도 말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떠올리다보니 여행지와 여행자의 궁합 혹은 인연을 매칭해주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건너면 누가 있을 것 같습니까?’ 이런 거 기억나나. 우리가 어린시절부터 해왔던 성격테스트, 심리테스트, 혹은 혈액형 테스트에 늘상 나오는 것들이다. 활동적인 사람,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 등 각자가 좋아할 여행지는 다 다를 것 아닌가. 이걸 심리테스트 방식으로 풀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다.정리해보면, 맨 처음은 베트남에 대해 잘 몰라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했고, 공부한 내용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되 일방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 여행지를 각 소비자의 성향에 맞게 매칭시키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 방법을 찾다가 심리테스트 형식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처음 아이디어는 TV광고를 보는 즉시 시청자들이 순간적으로 타입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아주 파격적인 생각이었지만 물리적인 한계, 기술적인 한계가 너무 커서 온라인 베이스로 변경을 했다.

 

실제 테스트를 해보면 질문 설계가 꽤 잘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 범주화되고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 어떻게 설계했는지.

:먼저 심리테스트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를 찾아갔다. 타입테스트를 설계하는 회사들은 보통 대기업 인성면접 문제를 만드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많은 타입테스트 설계회사 전문가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의 타입테스트는 사기다라고까지 얘기했다. “한 사람의 인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40∼50개의 질문이 필요한데 그중 재미있을 법한 질문 몇 개를 골라 그것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게 요지였다. 사실 들어보니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나 역시 당황했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다들 거절하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어느 한 회사에서어렵겠지만 가능하겠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텍스트화된 질문이 아니라 그림으로 심리테스트를 하는 회사였다. 우리 여행지 사진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여러 차례 미팅과 시뮬레이션을 했다. 통상적으로 광고를 만드는 기간보다 준비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급한 경우 PT 5일 이내에 광고를 온에어 하기도 하는데 이번 광고는 열심히 몰아쳐도 한 달 반이 넘게 걸렸다. 먼저 심리테스트 전문가들이 질문을 만들어주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소비자 성향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우리 콘셉트에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맞춰 나가는 작업을 했다. 예를 들어 테스트 그림 중 비행기가 추락하는 그림 이런 건 당연히 빼야 했다.

 

그림 1버진항공 록밴드광고

 

지금까지 광고에서 ‘○○을 검색해보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는 참 많았지만 사실 소비자들이 실제 이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일단 나도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한 발짝만 옆으로 가면 광고를 보는 소비자 입장이 된다. 나 역시 참여를 유도하는 광고들을 보면 요즘에는 좀 멀리하게 된다. 어떤 광고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왠지낚시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이 생각이 특히 강하다. 사람들은 e메일이든, 뭐든나를 이용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면 굉장히 큰 거부감을 갖는다. 하지만 나에게 약간의 이익이 있을 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커진다. 특히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아주 크다. 그게심리테스트에 대한 흥미로 나타난다. 나에 대한 평가 결과가 궁금하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어도 감수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황보현 CCO:소비자 참여 얘기가 나오니 떠오른 일화가 있다. 6년 전에 외국인들을 상대로 온라인 광고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반응이 좋았다. 질문을 받았는데너희들은(한국에서는) 모바일폰으로 광고하는 것이 가능하냐?” “인터넷 속도가 그렇게 빠르냐?”라는 질문이 다수였다. 그리고한국은 모바일 광고, 웹 광고에서 최고가 될 거 같다고 평가한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6년이 지나고 보니 그게 꼭 그렇지가 않았다. 한국 소비자들은 너무 똑똑하고 시니컬하다. 낚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광고 배너를 누르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또 광고용어를 대부분 꿰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소비자를 공략해야 할까? 매체 변화? 이건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인간에 대한 이해다. 아주 재미난 사례가 하나 있다. 소비자 참여와 관련한 내용이다. 10년 전 버진항공사의 광고였다. 광고비가 많이 들지도 않은, 정말 딱 한 장짜리 사진이었다. 전 세계 신문에서 화제가 된 광고였다. 광고 내용은사진 안에 70개의 록밴드가 숨어 있으니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면 멀리서 돌이 굴러오는 그림(롤링스톤즈), 독수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이글스), 어떤 여자가 체인에 묶여 있는 장면(앨리스인체인)이 있었다. 완벽하게 답을 만들어놓고 소비자들에게 그 안에 와서, 놀아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뭔가 빈틈을 주고 소비자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버진에서 숨겨둔 록밴드는 70개였는데 사람들은 80개를 찾아냈다. (그림 1)이처럼 사람들의 개입에 의해 광고가 바뀔 수 있는 요소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하게 계산된 빈틈을 주는 것 또한 많은 비용을 쓰지 않고도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행타입 광고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많은 기업들은 유튜브 등 새로운 채널을 통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UCC라는 말이 한참 인기가 있었다. 이 단어를 잘 뜯어보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UCC라는 말이 유행할 당시 CCC(Company Created Contents), ECC(Enterprose Created Contents) 등의 단어도 따라 나왔다. 소비자가 만드냐, 기업이 만들어서 뿌리느냐의 차이였는데 여기에 많은 교훈이 있다. 누가 만들었든 UDC(User Distrbuted Contents), 아니냐가 성공을 가른다. 바이럴 마케팅에 대해 다들 말이 많은데 기업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집어넣거나 그렇게 유도해 소비자들로부터 콘텐츠를 받아낸다. 그런데 그건 안 퍼지면 끝이다. 1∼2억 원 투자해 인터넷 광고 만들었는데 결국 클릭 수는 1000건에서 끝나면 그건 한 사람 보여주는데 1∼2만원 들었다는 얘기다. 그게 뭐하는 짓인가. TV광고가 훨씬 싸고 일간지에 도배하는 게 낫다. 자발적인 퍼뜨림. 그게 핵심이다.너무 간단한 이야기인데 의외로 큰 기업들도 이 부분을 많이 놓친다. 이런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기업인들이 인터넷 광고가 다른 광고보다 싸서 좋다는 인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하는 게 인터넷 광고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인터넷 광고가 더 비쌀 수도 있다.

 

소개해줄 만한 성공사례들이 있는지?

:에코라는 남성패션 브랜드의 UCC 성공사례는 거의 10년이 다 돼가지만 UCC, 아니 UDC의 교과서 같은 사례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낙서테러를 하는 영상이다. 철조망을 뛰어 넘어간 청년들이 비행기에 ‘Still Free’(여전히 자유다)라는 낙서를 하는 내용이다. 물론 페이크다. 그런데 미 국방성이 에어포스 원이 낙서 테러를 당한 적이 없다고 3번이나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다들 돈 안 들이고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5억원이 투자된 광고였다.

 

‘유저들이 직접 퍼뜨린다는 개념에서 볼 때 가장 성공한 광고가 최근 버거킹에서 진행한 ‘Sacrifice’ 캠페인이다. 친구들에게 태그를 걸어 버거킹 이벤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다. 역발상이다. 친구를 지워야 한다. 페이스북상에서 10명을 언팔(unfollow)하면 공짜로 와퍼를 준다. 지운 친구에게 e메일이 간다. ‘○○○가 와퍼를 먹기 위해 당신을 언팔했다!’는 메시지다. 그럼 당신은 누구를 지우나? 제일 친한 사람을 지운다. 다시 친구 맺으면 되니까. 장난인 걸 아니까. 서로 낄낄대고 재미있어 한다.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오히려 페이스북이 자사 정책에 위배된다며 5일 만에 캠페인을 중지했지만 기업인들과 광고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줬다.

 

2. 매체의 변화와 광고의 진화

다시 대한항공 광고 얘기로 돌아와보자.

‘특별한 비행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던 몽골 편,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최고의 문구를 만들어낸 미국 편 등 계속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좋은 평가를 많이 해주시는데 우리가 매체 변화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잘 변신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앞서 말했듯 매체 변화는 광고에서 본질이 아닐 수 있지만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고 적응해가는 건 필요하다. 물이라는 본질은 있되 담는 용기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할까. 말씀하신 몽골 편부터가 바로기항지 광고의 시작이었다. 2007년 봄이었고 그해에 몇 개 나라를 그렇게 접근하는 광고를 더 만들었다. 전체가특별한 비행캠페인이었다. 본격적으로 한 건 2009년 미국 편이 맞겠다. 뭉뚱그린 나라 하나가 아니라 해당 국가의 다양한 곳을 소개하기 시작했으니까. 몽골 편 광고는 방송광고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 2007년이니까 그때에는 여전히 4대 매체 시대였다. 신문과 TV광고가 최고였던 시대다. 브랜드가 돈을 주고 산 매체로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 시청자들이∼’ 하고 입을 벌리고 받아먹는 형태였다. 시청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거나 지면을 빨리 넘기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 바로 웹서치(web search)의 시대가 찾아왔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던지면 소비자들이 자기 스스로나 어디까지 가봤지?’라고 되묻고 검색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사자성어를 던지던 중국 캠페인은 시대적 흐름에 가장 잘 맞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폭포와 강물 앞에 선 사람이 나오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중국어허하이부저시리우 河海不??(하해불택세류)”2 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아무래도 궁금해지지 않겠나. 그리고 이제 SNS 시대가 됐다. 이제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어떤 한 매체를 중심으로 공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몇 개의 매체를 통해 커다란 플랫폼을 만들어주면 소비자들이 그 안에서 즐기는 것이다. 재미를 느끼면 플랫폼은 살아나고 활성화되고, 재미없으면 소비자들이 그 플랫폼 자체를 죽여버린다. 최근 진행한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소비자들이 순위를 정하는, 어찌 보면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광고였다. 그 이전에 한국의 여행지를 대상으로 한우리에게만 있는 나라캠페인은 더 심했다. 광고 자체가 아예 소비자들이 스스로 좋았던 여행지 광고를 찍어 올리고 우리가 그걸 그냥 틀어주는 것에 불과했다. 예전에는 공감 가는 카피 하나로, 궁금증을 일으키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해소했다면 지금은 인간의 본성을 소비자들이 플랫폼에서 직접 내놓고 즐기는 시대가 됐다.그걸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 1)

 

1대한항공 취항지(기항지) 광고 역사

 

 

몇 개의 매체를 통해 커다란 플랫폼을 만들어주면 소비자들이 그 안에서 즐긴다. 재미를 느끼면 플랫폼은 살아나고 활성화되고, 재미없으면 소비자들이 그 플랫폼 자체를 죽여버린다.

 

항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항지를 소개하는, 마치 여행사 광고 같은 콘셉트로 계속 가고 있다.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꼭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건 아니지 않나.

:사실 좋은 광고, 좋은 캠페인은 광고회사가 만드는 것도 아니고, 광고주가 만드는 것도 아니다. 중학교 때 배웠던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에 필요한 약 10가지 원소 중 가장 적은 원소만큼 식물이 큰다는 그 원칙이 광고에도 적용된다. 캠페인도 광고주부터 최종 제작하는 회사의 조명기사 하나까지 수십 명의 스태프가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떨어지는 직원의 수준만큼 광고가 나온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대한항공이라는 광고주는 일하기 까다로우면서도 즐거운 측면이 있다. 본능적으로, 직관적으로 뭘 해야 되는지 아는 것 같고 우리도 배운다. 예를 들어,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는 광고주가 만들어준 카피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느냐면 바로기항지 광고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제작되고, 전파를 타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비행기가 하는 일이 뭐냐? 대한항공은항공사란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옮겨주는 게 아니라 꿈·희망·휴식을 실어 나르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나 역시 이에 동의하고 우리의 경쟁상대가 현대카드, SK텔레콤처럼 광고 잘하는 회사들이라고 생각한다. 2·3위 항공사가 아니다.

 

좀 더 설명해달라.

:1위 기업은 마케팅이나 브랜딩, 광고캠페인에서 절대속성싸움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만약 2위 항공사와 싸운다고 할 때 속성싸움으로 들어가 어느 회사의 승무원이 더 친절한지, 어느 회사의 좌석이 더 편한지, 어느 기내식이 더 맛있는지를 갖고 싸우면 그건 2등이 원하는 싸움이다. 2등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보통 광고를 할 때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메시지는 3가지를 고려한다. 속성, 편의, 가치다. 방금 말했듯이 속성으로 가면 2, 3등이 좋아한다. 그걸 갖고 싸워서 1등이 이겨봤자 광도 안 나고 혹시라도 지면 무지하게 창피해진다. 적이 따라올 수 없는 가치 영역으로 들어가 싸워야 한다. 가장 좋은 캠페인이란 경쟁사가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건 다 1등이고 자신 있으니까, 우리는 고객에게 가치를 전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방식, 대한항공 광고에서 기항지를 보여주고 그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최대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시장 전체가 커지고 이런저런 연계상품으로 대한항공 실적도 좋아지지만 더 중요하게는 회사 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달라진다. 최근 드디어 대한항공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 1위가 됐는데 이건 정말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들 또한 모두 잠재고객들이다.

 

이제는 기술과 서비스가 표준화됐고 마케팅의 시대가 아니라 브랜딩의 시대가 된 것이다. 속성을 광고하는 게 아니라 선도 기업일수록 가치를 광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3. 광고주, 그리고 소비자

항공사의 서비스는 사실 표준화돼 있다. 또 우리 시대 많은 기업들의 제품이나 서비스 대부분이 기술적으로는 표준화된 상태다. 이때 광고에서, 마케팅에서 차별화하는 방법은?

:우리나라 광고를 결정적으로 망친 건 아이폰 광고였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제품 자체가 화면에 크게 클로즈업됐다. 아이폰이 어떠한 기능이 있는지 속성을 알려주는 광고였다. 광고란 건 결국 최종적으로 물건을 팔자는 것인데, 파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말 놀랍고 획기적인 속성이 있고, 정말 나의 삶을 변화시켜주거나 하면 그걸 광고하면 된다. 아이폰에는 그런 놀라운 속성이 존재했고 그래서 그렇게 광고해서 대성한 광고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성공을 본 많은 광고주들이 더더욱 제품의 특성만을 강조하길 원하게 됐다. 본인이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당시의 아이폰도 아닌데 말이다. 이제 아이폰도 그렇게 광고 안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중국의 샤오미가 애플과 큰 차이가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기술과 서비스가 표준화됐고 마케팅의 시대가 아니라 브랜딩의 시대가 된 것이다. 속성을 광고하는 게 아니라 선도 기업일수록 가치를 광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여전히 많은 광고주들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의 세세한 부분을 자랑하고 싶어 하지 않나?

:정말 많다. 이 기회를 통해 꼭 조언해 드리고 싶다. 물론 이해는 간다. 많은 돈을 들여 하고 싶은 말을 15초 안에 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겠나. 그래도 참아야 한다. 고객사에서 PT를 진행하던 한 광고인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광고주에게 고무공을 여러 개 휙 던진 뒤에 받으라고 했다. 당연히 한 개도 못 받았다. 그런데 단 한 개의 공을 던지자 쉽게 받았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 해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 소비자들은 단 한 개의 메시지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볼 때 분석하면서 보지 않는다. 무의식 상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 상황에서 이런저런 얘기로 계속 자랑해봐야 머릿속에 안 남는다. 광고주들의 욕심 때문에 정말 던져야 할 메시지 하나를 못 남기고 복잡한 광고를 만드는 건 결국 돈을 날리는 일이다.물론 나 같아도 20억 원 투자해서 광고 집행하는데 욕심이 생길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꾹 참으시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시 소비자 얘기로 넘어가보자. 그들은 또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혹시 구글을 사용하나? 아마 사용하실 거다. 너무 편하다. 불만은 없나? 구글을 과연 이길 회사가 있을까? 그렇게 검색엔진으로 성공한 회사가 메인 화면에 배너 광고 한 줄이 없다. 이런 구글을 이길 수 있는 모델이 존재할까? Duckduckgo라는 검색엔진이 있다. 당연히 아직 구글만 한 힘이 없다. 검색능력도 당연히 구글에 못 미친다. 구글만큼 우리 삶에 변화를 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함의는 크다. 이 검색엔진은 사용자를 추적하지 않는다. 사실 위치 추적, 로그기록 추적은 구글의 최대 강점이면서도 약점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너무 편하니까 자신의 정보를 넘겨주고 사실상항복하면서 구글을 사용한다. Duckduckgo는 구글의 최대 강점이자 약점인 바로 이 부분을 치고 들어가고 있다. 핵심은 바로소비자에 대한 존중이다.스스로 구글과 같은이 되지 않겠다는 거다. 소비자 존중의 정신이 광고 산업 전반에 퍼져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기발함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유혹하던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spirit’이 소비자들과 함께 호흡해야 되고 브랜드는 소비자를 존중하면서 또한 소비자들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10년 전만 해도어떻게 깜찍한 거짓말을 할까를 생각했다. 그런 시대였다. SNS와 모바일폰 확산 이후 이젠 그게 안 된다. 거짓말이 안 통한다. 소비자가 모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광고의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브랜드의 진정성을 호소하고 그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들과 진솔하게 소통하면서 알려나가야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공생이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이전까지는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어떻게 뽑아먹을까를 생각하다 최근공존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 트렌드를 읽어야 기업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승연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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