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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팀 하포드

“스타벅스는 왜 숏사이즈 메뉴를 숨겼을까?”

조진서 | 159호 (2014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인문학

거시경제 학자들은 항상 어려운 용어, 애매한 표현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기업인이라면 이들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올리거나 내리는 게 우리 회사에 어떤 의미인지, 금융위기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등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인 팀 하포드는 최근 출간한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에서 자본주의의 근본인 화폐제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는 20억 원어치의 돈을 재미로 태워버려 비난받은 아티스트는 사실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며 또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초기 투자자들뿐이라 말한다.

 

스타벅스 숏 사이즈의 비밀

스타벅스에서 가장 맛있는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비법이 있다. 메뉴판에선 볼 수 없는 품목이지만 메뉴판에 있는 그 어떤 카푸치노보다 맛있고 심지어 값도 더 싸다. 방법은 바리스타에게카푸치노 숏 사이즈(short cappuccino)’를 주문하는 거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팀 하포드(Tim Harford)가 추천한 방법이다. 기자 역시 한국에 있는 여러 스타벅스에서 숏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메뉴판엔 없더라도 바리스타들은 별 다른 불평 없이 음료를 만들어준다.

 

하포드는 우선 왜 스타벅스 카푸치노는 숏 사이즈가 맛있는지를 설명했다.1 카푸치노는 커피 원액에 뜨거운 우유를 붓고 우유거품을 올려 내는 음료다. 스타벅스는 음료 크기를 숏(작음), (보통), 그란데(), 벤티(아주 큼)의 네 단계로 나눠서 파는데 숏 사이즈는 톨 사이즈보다 3분의1가량 작다. 하지만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샷(커피 원액)의 양은 숏이나 톨이나 동일하다. 같은 양의 커피 원액에 우유를 적게 타는 숏 사이즈가 맛이 더 진하다. 또 카푸치노에는 우유 거품을 얹어야 하는데 숏 사이즈에 넣을 때 우유 거품의 양이 최적화된다. 한마디로 스타벅스 카푸치노는 숏 사이즈일 때 커피-우유-거품이 최적의 배합을 이룬다.

 

그럼 왜 스타벅스는 메뉴판에서는 맛있는 숏 카푸치노를 빼버렸을까? 이 커피점에선 카푸치노뿐 아니라 어떤 숏 사이즈 음료도 메뉴판에서 볼 수 없다. 하포드는 이를 영리한 가격차별화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숏 사이즈나 톨, 그란데, 벤티 사이즈 음료는 가격 차이는 최대 두 배 가까이 나지만 사실 만들 때 소요되는 시간이나 노동력, 패키지 사이즈,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 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큰 사이즈 음료를 먹어야 이익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숏 사이즈 음료가 실제로 더 맛있다 하더라도 되도록 고객의 눈에 띄지 않게 한다.

 

메뉴판엔 없더라도 주문은 받기 때문에 카푸치노 맛에 민감한 소수의 애호가들은 숏 사이즈를 주문한다. 반대로 커피맛에 둔감하고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에 이끌려 매장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양이 많은 큰 사이즈를 주문하게 된다. 이렇게 가장 맛있지만 마진은 적게 남는 제품을 메뉴판에서 숨김으로써 스타벅스는 커피 애호가와 일반 소비자 두 그룹을 모두 만족시키며 마진을 높일 수 있다.물론 스타벅스라는 높은 충성도를 가진 브랜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포드는 이렇게 일상의 문제를 경영학과 경제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에 통달한 사람이다. 그는 2005년 펴낸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경제학 콘서트>로 번역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쉬운 경제학 도서들의 출간 붐을 이끌었다. 2012년 나온 <ADAPT(< SPAN>어댑트)> 역시 좋은 평을 받았다.

 

옥스퍼드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하포드는 박사 학위가 없는 실전형 경제학자다. 20대부터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에 칼럼을 쓰며 이름을 알렸다. 10년 넘게 인기 칼럼 ‘Dear Undercover Economist’를 쓰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BBC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Shell)과 세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경력도 있다.

 

100만 파운드를 태워버린다고 해서 세상의 재화가 없어지진 않는다. 없어진 건 종이뿐이다. 돈을 태움으로써 이들은 통화 공급량을 줄여 미미하게나마 영국 경제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품들의 가격을 살짝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돈을 태우는 뮤지션들

그가 올해(2014) 여름 출간한 <당신이 경제학자라면(The Undercover Economist Strikes Back)>은 처녀작 <경제학 콘서트>의 속편 격이다. 이번 책은 기업과 개인의 의사결정들을 다뤘던 지금까지 펴낸 저서들과는 다르게 국가 경제와 경제정책, 화폐의 본질 등 거시경제학 주제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내고 재밌는 사례들에서 문제의 본질을 이끌어내는 그만의 장기는 여전히 잘 발휘되고 있다.

 

그가 화폐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든 사례는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초반 ‘KLF’라는 듀오로 활동했던 빌 드럼먼드(Bill Drummond)와 지미 코티(Jimmy Cauty)라는 두 명의 뮤지션이 있었다. 행위예술가이기도 한 이들은 앨범을 팔아 번 돈을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득고생하는 예술가들은 고생하게 내버려두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대신 돈을 태워버리는 행위 예술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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