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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LG전자의 광속 리콜 ‘5S’를 배우자

김호 | 53호 (2010년 3월 Issue 2)
“발 빠른 대처에 저도 놀랐습니다.” 필자가 한 기자로부터 최근 LG전자의 드럼 세탁기 자발적 리콜 및 소비자 안전 캠페인 발표를 놓고 들은 이야기다.

2월 18일 오후 7시 57분경 대전의 한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가 LG전자의 드럼 세탁기 안에서 숨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언론은 다음날 19일에 이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LG전자는 나흘 뒤인 23일, 세탁기 내부에서 문을 열 수 없는 일부 세탁기 모델 약 105만 대를 대상으로 잠금 장치를 교체하는 자발적 리콜과 함께, 대대적인 ‘드럼 세탁기 안전 사용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전국의 영업, 서비스망을 총동원해, 유아원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방문해 안전한 세탁기 사용법을 알렸다. 또 세탁기 안에 들어갔을 때 위험성을 알리는 동영상도 제작해 배포했다. 이와 함께 향후 모든 드럼 세탁기 광고에 안전 사용을 위한 문구와 그림을 반영, 위험성을 알리고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통한 온라인 캠페인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이번 리콜 사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 리콜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LG전자 사례를 집중 분석한다.
 
1.소비자 안전(Safety)
이번 사건과 관련 LG전자에 리콜을 포함한 법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LG전자는 사용 설명서 등을 통해 꾸준히 안전 사용에 대한 소비자 교육을 해왔다. 흔히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사에 법적 책임이 없다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LG전자는 달랐다. 이번 조치는 회사에 법적 책임이 없더라도 소비자 사용상의 부주의까지 예방하겠다는 최고 경영층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면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필자가 LG전자에 확인한 결과 처음에는 리콜과 함께 안전캡(세탁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어린이 보호를 위해 세탁기 문을 닫으려고 해도 닫히지 않게 세탁기 문고리에 씌우는 장치) 무료 배포로 대책을 모았다. 하지만 최고 경영층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LG전자 실무진들은 오랜 드럼 세탁기 역사를 가진 유럽 시장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주요 원인이 사회 안전 교육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비자 안전 사용 캠페인을 보다 확대해서 기획했다. 매번 리콜 때마다 기업들은 ‘자발적’ 리콜임을 강조했지만, 언론이나 여론은 의구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번 LG전자 리콜의 ‘자발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2.빠른 의사결정(Speed)
이번 LG전자의 위기관리가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빠른 의사결정이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건 발생 하루 뒤인 2월 19일이었다. 이날이 금요일인데, LG전자의 자발적 리콜 및 소비자 안전 캠페인이 발표된 것은 다음 주 화요일인 23일이었다. 수백억 원을 들여, 무려 105만 대를 대상으로 하는 리콜을 이처럼 빠르게 결정하여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결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19일 사건을 인지하자마자 LG전자에서는 세탁기 사업부장(부사장)을 반장으로 해서 유관 부서를 중심으로 긴급 대책반을 꾸렸다고 한다. 당시 참석자들의 근무지가 서울과 경남 창원 등으로 나뉘어 있었기에 시간 절약을 위해 화상 회의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빠른 위기 관리팀 구성, 실무진들의 조사 및 아이디어 공유, 최고 경영층의 소비자 안전에 중점을 둔 의사결정 등 모두가 ‘스피디(speedy)’하게 진행되어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3.적극적 커뮤니케이션(Speak)
소비자 사고와 관련 법적 책임도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기업이 택하는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로우키(low-key)’다. 하지만 이번에 LG전자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이 사건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대외적으로 이야기(speak)를 해나갔다. 이는 현명한 조치였을까?
 
예를 들어 이번 사건에서 드럼 세탁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다수인 경우, 이에 대한 리콜이나 캠페인으로 인해 LG전자 것인지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도 “(이슈가 된 세탁기가) LG전자 것이구나”라고 알게 될 것을 우려해 소극적 대응을 하게 되는 사례가 자주 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위기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품상 문제로 인해 해당 기업의 책임이 높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다. 최근 벌어진 일본 도요타 사태는 제품상 문제로 기업의 책임이 높은 경우에 속한다. 이때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제품 문제 발생에 책임이 있는 기업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LG전자 사태처럼 기업의 법적 책임이 없을 때에는 최고 경영층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전략적 판단’을 하는 데에는 세 가지 고려 사항(3C)이 있다.

3.1.소비자(Consumer):소비자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예를 들어, 이번 사건에서 “LG전자가 침묵으로 일관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상에서 회사의 침묵에 대해 ‘안전 무감증’ 등으로 비난하거나 집단 소송을 할 수 있고, 언론은 기업 반응에 대해 ‘소비자 안전 외면’ 등으로 기사를 써나갈 수도 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판단된다면 기업은 적극적 조치와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해볼 수 있다.
 
3.2.경쟁자(Competitor):이런 사건은 해당 기업이 침묵하더라도 경쟁사가 이를 역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매장에서 경쟁사 제품과 관련 사고가 있었다는 점을 판매 직원들이 역이용해서 이익을 얻으려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쟁사의 행동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오히려 당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3.3.기업(Company):해당 기업의 ‘철학적 고려’이다. 예를 들어 이번 리콜은 ‘소비자 사용상의 부주의’까지 기업이 책임성을 갖고 돌볼 것인가, 그리고 어느 선까지 소비자 안전에 책임질 것인가 등에 대한 기업의 철학적 고려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LG전자는 이 상황에서 적극적인 조치에 따른 일부 부정적 홍보 효과를 당연히 우려했겠지만, 자신들의 기업 철학에 충실한 판단을 내렸다.
 
4. 해결책에 중점(Solution)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한 기업은 문제에 대한 ‘방어’에 집중하는 반면 또 다른 기업은 ‘해결책(solution)’에 집중한다. 이번 LG전자의 대응은 해결책에 집중한 전형적인 사례다. 만약 LG전자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이번 사건은 소비자 사용상의 부주의일 뿐, 우리 기업은 책임 없다’는 태도로 대응했다면 여론은 어땠을까? 이번 사건은 ‘소비자 사용상의 부주의’가 분명 있었고, 기업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이렇게 반응하면 여론은 부정적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 여론은 이슈와 관련된 기업이 법적 ‘책임(liability)’이 있는지 없는지보다는 ‘책임감(responsibility)’을 보여주는지 아닌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5. 소셜 미디어의 활용(Social Media)
이번 LG전자의 위기 대응에서 가장 특이했던 것은 소셜 미디어의 적극 활용이었다. 2월 23일 조치를 발표함과 동시에 LG는 자사의 블로그(http://blog.lge.com) 및 트위터 계정(http://twitter.com/lg_theblog)을 통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소비자 안전 캠페인 동참을 호소했다. 그리고 캠페인의 진행 상황을 ‘드럼 세탁기 안전 사용 캠페인 8일째. 문 잠금 장치 신청자가 2만 4542명, 안전캡 1만 7208명 신청’ 등으로 수시로 업데이트해나갔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기업 리콜 사건에서는 자사 홈페이지 팝업창 등으로 리콜 안내문 등을 일시적으로 올리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LG전자는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나갔다. 이러한 조치가 가능했던 것은, LG전자가 2009년 1·4분기(1∼3월)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국내 대기업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소비자가 댓글까지 달 수 있게 허용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한 것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LG전자가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안전 캠페인을 벌이자 많은 블로거와 네티즌들은 관련 포스팅이나 댓글, 트랙백(trackback)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함께 캠페인에 동참해 캠페인이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앞으로도 리콜 등 기업 위기 관리에서 보다 적극적인 소셜 미디어 활용을 하고, 소비자와의 동참을 이끌어내려면 위기 발생 이전부터 꾸준히 소셜 미디어상의 대화를 통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야 한다.
 
이번 LG전자의 자발적 리콜 및 소비자 안전 캠페인 전개는 단기적 결과보다는 장기적 결과를, 재무적 손실보다는 소비자 안전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LG전자가 이번 리콜 조치에서 보여준 ‘5S’는 소셜 미디어를 제외하고는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늘상 강조해온 원칙이었다. 그런데도 LG전자의 이번 조치가 차별화되는 이유는 이런 원칙을 실행(implementation)으로 옮긴 기업이 지금까지는 소수였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발달에 따른 정보 확산, 사회적 투명성 증대, 고객의 권한 강화는 지금까지 이론적인 원칙으로 여겼던 것을 실행 요소로 자리 잡게 했다. LG전자는 이를 앞서서 실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 김호 김호 |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hoh.kim@thelab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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