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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기존 3D 디스플레이의 설치 제약과 콘텐츠 표현 방식의 한계에 주목해 초슬림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스페이셜 사이니지’를 개발했다. 약 5㎝ 두께의 화면 안에 그보다 10배 이상 깊은 공간감을 구현해 좁은 매장이나 행사장 부스에서도 입체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테마파크 대기 공간, 게임쇼 부스, 패션 브랜드 매장 등에서는 관람객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몰입감을 높이도록 화면과 콘텐츠를 배치했다. 체험의 대상은 관람객이었지만 설득의 대상은 이들을 고객으로 둔 기업으로 실제 활용 현장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전달한 것이다. 이 사례는 B2B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고객의 도입·운영 장벽을 함께 낮추고 고객의 공간에서 활용 가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9월 30일. 핼러윈 시즌을 앞두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이색적인 호러 테마존이 열렸다. 이름하여 ‘블러드시티 제로’. 테마존에서 관람객은 특수부대 대원이 돼 좀비 군단이 점령한 다섯 구역을 돌고 골목을 꺾을 때마다 2m가 넘는 거대 좀비가 코앞까지 다가와 말을 건다. 관람객을 놀라게 한 좀비는 테마존 한쪽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속에서도 실감 나는 호러 콘텐츠로 구현됐다. 안면 및 거리 인식 센서를 활용해 방문객이 화면 앞으로 다가오면 좀비가 멀리서부터 접근하는 반응형 영상 콘텐츠를 선보였다. 옆 디스플레이에서는 화면에 손을 대면 좀비가 유리를 깨고 나올 듯 팔을 뻗었다. 센서가 관람객의 손길을 읽어 반응하는 구조다. 관람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한 걸음 물러섰다가 이내 다시 다가가 화면을 두드렸다.
이 디스플레이를 만든 회사는 삼성전자다. 요즘 광화문 광장이나 코엑스 앞을 지나면 대형 건물 외벽의 초대형 전광판에서 이런 3D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에버랜드에 설치된 화면이 다른 점은 크기와 두께다. 85형, 세로 길이 190㎝짜리 화면인데 두께가 52㎜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스페이셜 사이니지(Spatial Signage)’다. 기존 쇼케이스형 3D 디스플레이는 화면 뒤에 박스형 구조물을 두는 방식이어서 설치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그래서 전시장이나 백화점 로비처럼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스페이셜 사이니지는 두께가 52㎜로 줄면서 매장 벽면, 행사장 부스, 테마파크 대기 줄처럼 사람이 지나가는 좁은 동선 등에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3D 안경 없이도 화면 안쪽에 또 하나의 공간이 열린 듯한 입체감은 그대로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6’에서는 화면 속 제품이 360도 돌며 눈앞에 떠 있는 듯한 시연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기술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CES 2026의 엔터프라이즈 기술 혁신상, ISE 2026에서는 최고 제품상을 포함해 6관왕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페이셜 사이니지는 고객의 불편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3D 디스플레이를 매장에 들이고 싶어도 설치 제약 때문에 포기하던 B2B 고객들의 니즈를 듣고 기술로 이를 해결한 것이 제품 차별화로 이어진 것이다. 테마파크 대기공간, 게임쇼 부스, 패션 브랜드 매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3D 콘텐츠를 선보이며 잠재 고객사에게 제품의 효과도 직접적으로 알렸다. DBR이 B2B 시장에서 발견한 고객의 불편을 제품 차별화의 기회로 연결하고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치를 증명해 온 삼성전자의 스페이셜 사이니지 사례를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