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169호를 읽고
필자가 취업을 준비하던 7, 8년 전에는 대학생들 사이에 ‘가고 싶은 기업’이라는 이른바 인기기업 순위가 있었다. 선정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업 이미지, 초봉, 주변 평판 등을 감안할 때 ‘무조건 일단 서류를 넣고 봐야 하는’ 회사들로 꼽히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기억나는 곳이 한 곳 있다. 새로운 사명을 걸고 다수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공업 등 다양한 분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던 한 기업 집단이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제법 높았던 연봉 조건과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크루즈 여행 등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몰렸다. 그러나 현재 그 기업 집단은 관계사가 매각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실체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결과가 초래된 원인에 대한 해석이 매우 분분할 수 있지만 모든 이유의 기저에는 DBR 169호의 주제였던 목적의식의 부재, 단기 목표에 치중한 실행이 깔려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DBR 169호 ‘목적이 이끄는 경영’은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는 현재의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목적을 설정하고 추진할 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개념과 방법론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았다.
인도 타타그룹을 예로 들어 기업의 목적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동일 교수의 글에선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란 무엇이고 목적의식이 기업의 방향과 구성원의 자세, 소비자의 신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를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며 테슬라, 솔라시티, Space X 등을 설립해 그 해결책을 찾고 있는 동시에 많은 주주 및 소비자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는 엘런 머스크 사례와 비교해봤을 때 그 중요성을 좀 더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뚜렷한 학습목표(Learning Goal)를 세워야 불확실성이 강한 경영 환경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 신강현 교수의 글도 인상 깊게 읽었다. 이외에도 목적 경영에 대해 이야기한 신완선 교수의 글과 진성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진정성 확보, 이를 위한 여섯 가지 전략에 대해 기술한 윤정구 교수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읽으면서 떠오른 키워드는 공감과 실행이다. 경영자는 기업의 목적과 추구하는 가치, 실행 방법론에 대해 조직 구성원의 공감을 얻어야 힘을 받아 나아갈 수 있다. 또 많은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야 옳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아 멋진 문구나 만들고 방향만 설정하는 데 그쳐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소비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실제로 실행하고, 이를 조직원이나 소비자 모두 느낄 수 있게 다가가야 한다.
‘목적이 이끄는 경영’은 한 기업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기업의 역할과 함께 이를 위한 구성원들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만들어줬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거나 개인이 살기 위해 돈만 벌러 오는 ‘고통스러운 장소’로 남아선 안 된다. 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방해할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스토리로 성공과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들, 반대로 단기적 성과에 매몰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교차시켜본다면 기업과 구성원 모두 현재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경휘
DBR 제8기 독자패널(SK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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