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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95호를 읽고-안희상

안희상 | 97호 (2012년 1월 Issue 2)


학교나 연수에 가서 강의를 할 때 첫 시간에 제일 먼저 팀별 과제로 시키는 것이 있다. 흔한 단어를 하나 주고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것을 빠르게 50개씩 쓰라고 하는 것이다. 다 쓰면 팀 내 서로 공통적인 것은 지우고 나머지 단어만 가지고 토의하게 한다. 예컨대 ‘사랑’이라는 단어를 주고 생각나는 것을 써보라고 하는 식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실습이다.
 
성공한 마케팅도 결국 남과 다른 생각에서 출발한다.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 국물을 사용한 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1000권도 팔기 힘들다는 대학교수의 에세이집, 발 빠른 전략으로 이제는 1등에 다가가고 있는 2등 핸드폰, 인식과 구매 욕구를 180도 달라지게 한 자동차 등 올해 베스트 마케팅으로 선정된 5개 품목에 대한 기사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례였다.
 
매년 연말이 되면 여러 연구소나 언론사에서 그해 히트 상품을 발표하는데 내용도 비슷하고 표면적으로만 훑어볼 뿐 DBR처럼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특히 소통, 공감, 실용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되는 올해의 키워드는 2012년에도 마케팅 화두로 유지되며 한동안 우리나라의 사회 전반을 관통할 것이다.
 
하지만 베스트가 있으면 워스트도 있기 마련이다. 올해 아쉬웠고 예상보다 고전했던 상품에 어떤 것들이 있었고 그 요인이 무엇인지를 짧게라도 써줬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고 여러 가지 제약이 있겠지만 문제점을 지적해 새로운 발전을 기약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본인의 경우 DBR은 편하게 손 가는대로 보기보다는 바른 자세로 책상에 앉아 형광펜을 들고 집중해서 봐야 하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기도 쉽지 않다. 반면 이번 호는 주말 낮에 소파에 기대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이론보다는 사례가 많이 실려 이번 호처럼 볼 수 있는 책이 내년에는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안희상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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