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메일과 메신저, 회의와 보고서를 오가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분명 오래 일했는데 정작 무엇에 집중했는지는 선명하지 않다. 문제는 시간보다 ‘주의’다. 인간의 뇌는 모든 정보를 같은 비중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제한된 인지 자원을 어디에 쓸지 끊임없이 선택한다.
특히 업무를 자주 전환할 때 문제가 생긴다. 보고서를 쓰다가 메신저를 확인하고, 다시 메일을 읽다가 회의에 들어가면 몸은 새로운 일로 이동했지만 생각까지 바로 따라오지는 못한다. 이전 업무에서 끝내지 못한 생각이 다음 업무의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를 ‘주의 잔여(attention residue)’라고 한다. 일은 바뀌었지만 인지 자원의 일부는 여전히 이전 업무에 묶여 있는 셈이다.
AI의 확산은 이 문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생성형 AI는 자료를 찾고 요약하고 초안을 작성하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과거 사람이 직접 만들던 결과물을 이제 몇 분 만에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물이 빨리 만들어진다고 사람의 일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AI가 제시한 숫자와 출처, 논리를 확인하고 여러 대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해야 한다. 과거에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고르고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해진다.
‘워크슬롭(workslop)’은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업무에 활용하려면 동료가 다시 검토하고 수정해야 하는 현상이다. AI가 일을 없앴다기보다 업무의 병목을 작성에서 검토와 판단으로 옮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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