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기업은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대부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한 뒤 가능한 한 빨리 메시지를 내놓으려 한다. 그래서 위기관리에서는 흔히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조직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이다. 실제 위기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대응했느냐보다 무엇을 문제로 규정했느냐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2017년 유나이티드항공 승객 강제 퇴거 사건이다. 만석인 항공기에서 승무원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승객을 강제로 내리게 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이 피를 흘리며 끌려 나가는 장면이 전 세계로 퍼졌다. 그러나 사건을 키운 것은 영상만이 아니었다. 다음 날 오스카 뮤노즈 CEO는 “고객을 재배치(re-accommodate)하게 된 점을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회사는 고객이 폭행당한 사건이 아니라 좌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절차상의 문제로 상황을 이해한 것이다. 같은 날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일에서도 그는 직원들이 규정을 따랐음을 강조하며 승객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이 메일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위기를 증폭시킨 것이다.
반대로 위기관리의 바이블로 남은 기업도 있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소비자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제조 과정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누군가 제품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외부 범죄로 드러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상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수도 있었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여론이 확산되는 환경도 아니었다. 그러나 존슨앤드존슨은 사실관계가 모두 밝혀지기 전부터 판매를 중단하고 미국 전역에서 약 3100만 병을 자발적으로 회수했다. 이후에는 개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변조 방지 포장을 도입해 제품 시스템 자체를 바꿨다. 우리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례를 위기관리의 바이블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위기 앞에서 조직이 가장 먼저 무엇을 문제로 정의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법적 책임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먼저 위기의 중심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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