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2016년 유엔인권이사회가 개최하는 기업과 인권 포럼(UN Business and Human Rights Forum)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신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발표를 요청받고 참석했는데 무엇보다 포럼의 규모에 깜짝 놀랐다. 전 세계에서 1000개 이상의 개인과 단체가 참석해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UNGPs)을 토대로 산업별 실사(Due Diligence)를 추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국제법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고 실현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유엔인권기구들은 국가가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한다. 오랫동안 이런 국제인권보호 메커니즘의 일부였던 시민사회와는 달리 기업은 아직까지 인권의 주체로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 현장에서 필자는 이미 기업이 국제 규범의 형성에 주체가 돼가고 있음을 느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은 이미 자사의 인권 정책을 넘어서 유엔인권사무소(OHCHR)와 협력 관계를 맺고 국제 인권 기준과 기업 가이드라인 형성에 깊이 참여하고 있었다.
내가 한 번 더 놀란 사실은 그런 중요한 논의 자리에서 한국 기업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존재가 이곳에는 전혀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한 국내의 인식 역시 턱없이 낮다.
지난 6월 EU공급망실사법(CSDDD)이 EU 의회를 통과하면서 인권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듯하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올해 말쯤 입법 논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EU실사법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이해와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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