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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sey Quarterly

 “리스크 대비 못하면 한 방에 간다” 미래지향적 이사회를 꾸려라

크리스찬 카살 (Christian Casal)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HR

지금까지 이사회의 역할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데 그쳐왔다. 하지만 이사회야말로 기업의 장기적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구다. 미래지향적 이사회를 꾸리는 것은 기업의 생존에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 다음을 실행하라.

1)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이사회 멤버로 뽑고 충분한 시간을 이사회에 투자하게 하라. 제조 현장, 영업 현장 방문 등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라

2) 외부전문가를 이사회의 고문으로 영입해 신선한 시각을 구하라

3) 고위급 인재, 특히 30∼50명 정도의 CEO 후보군을 이사회가 직접 장기적으로 관리하라

4) 경영진이 간과하기 쉬운 대형 리스크, 즉 해킹, 리콜, 대형 재난 등을 이사회 차원에서 대비하라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Building a Forward-Looking Board’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랬듯 엄청난 규모의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 이사회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격렬해지기 마련이다. 많은 기업들의 시체가 산업 세계와 금융 세계에 널브러져 있다.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뒤이어 깊은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태만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이사회로 인해 망가져버린 기업들이다. 좀 더 나은 지배구조를 개발하고, 견제와 균형을 위해 좀 더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코퍼레이트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 개선에 새롭게 주목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사회가 과거를 돌아보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아붓느라 미래를 고민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 거버넌스가 가장 커다란 타격을 입는다. 필자들은 수십 년 동안 많은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이런 현실을 너무도 자주 경험했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대형 상장 회사들과 비상장 회사들의 이사회 의장 25명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한층 명확해졌다. 사실 요즘 이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의제들은 제2차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던 한 세기 전에 등장했던 이사회 의제들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이사들은 여전히 미래의 번영과 비즈니스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 대신 분기별 보고서, 감리, 예산, 법규준수(compliance)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의제에 전체 시간의 70%를 할애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처럼 구태의연한 의제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활동에 초점을 두고 12개월간 충분히 시간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역동적인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 의제가 갖고 있는 여러 측면 중 전략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측면에 이사회가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그림 1>에 묘사돼 있다. 이 글을 통해 적절한 균형점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변화가 필요한 이유

25명의 성공한 이사회 의장들과 대화를 나눠 본 결과 수탁자로서의 역할(fiduciary task)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뿌리 깊은 편견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한 의장들은 그와 더불어 집중해야 할 대상을 변경하려는 열망과 의지도 함께 갖고 있었다. 일류 에너지 기업의 의장은이사회는 회사 내 그 누구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다가오는 변화를 가장 마지막에 포착하는 사람이 바로 CEO들인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 기술, 인구 통계 부문의 장기적인 추세 변화로 인해 세계 경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공적인 다국적 기업을 관리하기가 한층 복잡해졌다. 이런 현상 역시 미래 지향적인 의제를 강조해야 할 필요성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 경영진은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장으로 인해 생겨난 당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빠짐없이 알아두는 이사회의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경영진이 단기 성과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두 번째 이유이자 이런 사고방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짧은 CEO의 임기를 들 수 있다. CEO의 임기는 현재 5∼6년에 불과하다. CEO의 임기가 짧은 탓에 재임 중인 CEO들은 성과 기대치 달성을 위해 눈앞의 일에 과도하게 주목하게 된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경영진은 단기적인 관점을 채택하고픈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우 오직 이사회만이 지속적으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들이 만나본 상당수의 이사들은 법규 준수 및 새로운 규제와 관련된 세부사항에 온통 정신이 빼앗겨 있었다. 그런 탓에 기업의 근본적인 요소들과 장기적인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기업에 가치를 더하거나 문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돕지 못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반드시 법규 준수나 규제와 관련된 세부사항에만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뛰어난 은행들과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신중하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알며, 독립적인 사고를 지닌 이사회 덕에 금융위기를 별다른 문제 없이 넘겼을 뿐 아니라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런 기업의 이사들은 CEO를 보좌하는 것만이 이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전략적인 논의에 참여하고, 독립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사회가 장기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과거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 지향적인 이사회의 토대

이사회 의장과 나머지 이사들은 <그림 1>의 요점을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연간 일정표에서 연보라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수탁자의 책임에 사로잡힌 이사회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보여준다. 반면 짙은 보라색으로 표시된 의제들은 대체로 미래 지향적인 이사회가 일정을 짤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 보여준다. 견실한 토대가 없으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이사가 필요하다.

 

그림 1 미래 지향적인 이사회의 시간 활용법

 

 

 

미래를 고려해 뛰어난 이사를 선발하라

이사회의 공석을 메울 때 전반적인 이사회의 구성 현황을 명확하게 살피지 않은 채 압박감에 떠밀려 빈자리를 메울 사람을 찾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새로 선출된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부터 3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지금은 이사회에 결여돼 있는 기술과 경험 중 어떤 것들이 장기적인 전략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까? 다시 말해서, 어떤 식으로 이사회를 꾸려야 성공할 수 있을까? 미래를 내다보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면 적합한 기술을 갖춘 후보의 숫자가 늘어나며 이사회의 일원이 돼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이들이 기꺼이 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명한 글로벌 식품 기업 중 한 곳은 자사의 전략 방향과 전략적 요구사항을 명확히 반영하는 다양한 전문지식을 사내로 들여오기 위해 이런 접근방법을 활용한다. 물론 이 기업의 이사회는 재무, 위험 관리, 일반 관리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지역에서 업무 경험을 쌓아 온 유명한 (전직) 경영자들과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 기업은 현재 건강, 영양, 공공 부문, 복지 부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들도 이사회 활동에 참여시키고 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최첨단 기술이나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이 식품 기업의 경우에는 공식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고문단이 특히 도움이 된다.

 

이사회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라

전략 수립, 위험 감시, 승계 계획 수립, 인재 양성 현황 평가 등 제 기능을 하는 이사회가 수행하는 일반적인 역할들을 나열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예컨대 CEO와 최고경영팀은 이사회가 경영에 간섭한다고 판단될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많은 경험을 쌓아 왔으며 원하는 대로 일을 추진하는 데 익숙한 이사들로 구성된 영향력 있는 이사회는 좀 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할 수 없다거나 자신들의 충고가 외면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좌절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확실하게 경계선을 그어 애초부터 이런 긴장감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면 CEO와 경영진, 이사회 간의 관계가 오해, 신뢰 상실, 비효율성으로 점철된 관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 간의 연례 논의(양측의 역할을 명시하는 서면 양해각서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는 항상 생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북유럽의 어느 대형 투자기업은 이사회와 경영진의 업무와 역할을 명확하게 명시한다. 또한 매년 업무와 역할이 명시된 서류를 검토하고 승인한다. 이런 과정 덕에 항상 가치 있는 논의가 이뤄지며 양측의 역할이 한층 명확해진다.

 

좀 더 열심히 일하도록 이사회를 독려하라

필자들이 알고 있는 대다수의 이사들은 열심히 일한다. 이사들이 느긋하게 점심을 즐기면서 많은 돈을 받아간다는 건 옛날 얘기다.

 

하지만 상당수의 이사들이 연간 10∼12일만 이사회 활동에 할애한다. 이사들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연간 10∼12일의 업무 일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활하게 돌아가는 이사회들은 종종 사외이사들에게 연간 최대 25일을 업무에 할애할 것을 요구한다.

 

늘어난 일정 중 일부는 현장 활동에 투자해야 한다.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이사회는 자사의 운영 현황, 시장 상황, 경쟁 상대에 대해서 현실감 있는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산업기업의 이사들은 매년 정해진 기간에 영업사원들과 함께 고객을 방문해야 한다. 이사들의 생산 시설 방문 및 R&D 시설 방문을 의무화하는 기업들도 있다. 필자들이 만나본 어느 제조기업의 이사회 의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1년에 고작 며칠 일을 해서는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쟁 현황을 분석하고, 승계 계획을 검토하고, 회사 시설들을 방문하고, 영업사원들과 함께 출장을 가고, 전략적인 목표를 수립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사들로부터 적절한 수준의 노력을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좀 더 높은 급여는 답이 될 수 없다. 시민단체들은 이사들이 이미 충분한 돈을 받고 있거나 적어도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결론을 내릴 것이다. 시민단체가 없다 해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이사들에게 연간 30일을 투자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정유회사에서는 단 한 번도 이사 급여 문제가 대두된 적이 없다. 이사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업무를 통해 의미와 영감,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이사회 환경을 조성하면 좀 더 열심히 일하도록 이사들을 독려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 정유회사 역시 이런 환경을 조성했다.) 이사들은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판을 얻고, 인맥을 강화하고, 경영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최선을 다하는 이사회

최고의 이사회는 최고경영팀을 위한 유능한 코치 겸 스파링 파트너처럼 행동한다. 물론 이사회가 그동안 쌓아 온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미래 지향적인 마음가짐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되는 4개의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사회에 외부 환경 연구를 요청하라

어느 금융기업의 의장은기술, 규제 문제,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유명한 전문가들을 이사회 회의에 초청해 구체적인 문제에 관한 의견을 요청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사들이 기업 전략과 관련 있는 신기술과 새로운 시장 현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이사회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이사들이 비판적인 질문으로 경영진에게 이의를 제기하려면 정기적으로 다양한 주요 지표를 기준 삼아 자사의 성과 데이터와 경쟁기업의 성과 데이터를 비교해야 한다. 어느 통신기업의 의장은 자사 이사회가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한다고 소개한다.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정기적으로 우리 산업과 우리 비즈니스를 아웃사이드-(outside-in)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우리는 이따금씩 우리 회사의 전략과 새롭고 잠재력 있는 개발 분야에 대한 독립적인 관점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의 조언을 구합니다.”

 

 

전략을 이사회 DNA의 일부로 만들어라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업의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궁극적으로 전략에 동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CEO 1년에 한 번씩 전략 비전을 제시하면 이사들이 단 한 차례의 회의를 통해 전략 비전에 대해 논의하고 해당 비전을 약간 수정하며, 이렇게 마련된 계획이 최종적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의 역할은 미미하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에 논의를 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거나 대안을 고려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층적인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가 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훨씬 유동적인 전략 개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먼저, 경영진은 필요로 하는 자원의 양과 위험도가 각기 다른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이사회와 경영진은 공동으로 포괄적인 전략적 틀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경영진은 이사회에 검토를 맡길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리 정해 놓은 전략 수립일(special strategy day)에 이사회와 경영진이 논의와 수정을 거쳐 최종 계획에 합의해야 한다. 한 대형 운송회사의 이사회 의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연례 계획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초기에는 경영진이 전략 방안의 옵션 수를 늘릴 수 있도록 이사회가 도움을 줘야 합니다. 1년의 중간쯤 되면 이사회는 전략적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바람직한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연말에는 실행을 위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지요.”

 

M&A나 독립된 투자 계획에 대한 전략을 수립할 때는 그 맥락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은행 이사회의 의장은장기적인 목표가 없으면 독립적인 투자 제안의 근거를 마련할 수 없다면서도하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지는 않다고 덧붙인다. 전략과 방침(policy)은 함께 움직인다. 방침은 기업이 자사의 문화와 직원들의 행동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방침은 효과적인 전략 실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다수의 이사회는 기업의 방침이나 세부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인재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라

미래 지향적인 이사회는 장기적인 인재 양성 노력에 주목할 수 있다. 전략을 제대로 이해할 뿐 아니라 인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인 관계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성과가 뛰어난 직원들이 보유한 기술과 경험을 조직 차원에서 좀 더 잠재력이 높은 비즈니스에 재할당할 계획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서의 관리자가 그 뛰어난 직원을 내놓기를 꺼릴 수도 있다. 예컨대 어느 미디어 대기업은 이사회의 권유에 따라 최근 전략 기획 담당 이사에게 미 서부 해안에서 디지털 개발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 결정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몇몇 디지털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력한 덕에 이 미디어 기업은 단기간 내에 최신 기술 추세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

 

미래 지향적인 이사회들은 매년 최우수 인재 30∼50명을 검토하며 특히 중요한 경영자의 역할을 맡기에 적합한 인재를 눈여겨본다. 어느 제조기업에서 이런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각 상임이사(executive director)는 이사회에 소개할 목적으로 3∼5명의 촉망되는 관리자를 선택한다. 이사회 측에 각 후보의 사진, 학업 정보, 지난 3년간의 성과 기록 등이 전달된다. 발표자는 성과, 리더십, 팀워크, 개인적 발전 현황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포함돼 있는 평가표에 관련 정보를 표시한다. 이사들은 중요한 질문에 대해 논의하며 각 후보자에게 10∼30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회사 차원에서 인재를 가르치고 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외 파견을 비롯한 개인적인 성장 기회와 업무적인 성장 기회 중 어떤 기회가 개개인의 경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까? 경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다음에는 어떤 단계를 밟게 될까? 뿐만 아니라 이사들은 기업 프로젝트, 고객과의 회의, 무역박람회 등에 참여해 차세대 경영진 후보와 뛰어난 인재를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평가할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영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검토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에 대해 이사회와 경영진이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뛰어난 인재 양성 능력을 보유한 이사에게 인재 양성 활동을 맡기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대형 리스크를 예측하라

모든 기업은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이사회가 리스크 관리를 전반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기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리스크(existential risk)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존재 리스크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현재에 주목하는 경영진이라면 이런 위험을 이해하기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존재를 위협하는 리스크는 좀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경영 위험(business risk)보다 훨씬 커다란 피해를 초래한다.

 

엉뚱한 사람에게 넘어간 기업 비밀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는 어느 소비재 기업 의장은이사회는 경쟁 위험에 대해 논의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사이버범죄, 내부자 거래, 부패 등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위기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실제로 기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발생할 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고 싶다고 덧붙인다.

 

석유, 자동차 등 안전에 민감한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경영 수준을 자랑하는 일부 기업들이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굴착 장치 폭발 사고나 리콜 사태는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거나 연간 이윤을 상쇄할 정도로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어느 석유 탐사 기업의 이사회는 석유 굴착용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활동과 관련된 안전 기준에 관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받아 본다. 보고서를 받은 이사회는 규범에서 어긋난 사항을 적발할 시 문제의 원인과 개선책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한다. 다른 기업의 이사회들 역시 경영진에게 안전, 품질, 윤리 기준 준수에 관한 분기별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감사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법도 괜찮다)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느 미디어 기업의 이사들은 정기적으로 신임 경영자들에게 편집 기준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마련하더라도 모든 위험을 찾아낼 수는 없다. 따라서 이사회와 경영진은 어떻게든 상상하기 힘든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간급 경영진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수도 있다. 이들은 사내에서 관찰되는 부조리한 관행과 잘못된 행동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우려를 갖고 있으며 어떤 사실을 알고 있는지 파악하면 문제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팀은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 직원들의 솔직한 의견을 구하기 위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영역을 찾아내고, 그 결과에 대처해야 한다. 또한 이사회에는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경영팀을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미래 지향적인 이사회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해야 하며 항상 나쁜 습관을 조심해야 한다. 대체로, 개인 면담을 토대로 하는 객관적인 360° 평가는 객관식 문항으로 진행되는 자기 평가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다. 항상 장기적인 전략을 염두에 두되 회의를 할 때마다 지속적인 개선을 강조해야 뛰어난 이사회가 될 수 있다. 또다시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 지난 금융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경험했던 것과 같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좀 더 미래 지향적인 이사회를 꾸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감사의 말씀

이 글의 저자들은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마티나 벤더(Martina Bender)와 니나 슈필만(Nina Spielmann)에게 감사를 전한다.

 

 

크리스찬 카살·크리스찬 캐스파

크리스찬 카살(Christian Casal)은 맥킨지 취리히 사무소 이사다. 크리스찬 캐스파(Christian Caspar)는 취리히 사무소 명예 이사이며 여러 유럽 회사의 이사회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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