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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민족지학적 통합, DB의 빈틈을 메운다

쥘리엥 카일라,에릭 아르누,로빈 비어스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마케팅

질문

기업은 민족지학(ethnography), 즉 사람들이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에 관한 생생하고 직접적인 연구를 통해 어떻게 가치를 얻는가?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민족지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세부적인 면에 주목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시한다.

-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는 경영자들이 시장에 관한 가정을 재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민족지학과 양적인 마케팅 데이터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4년 겨울 호에 실린 난양기술대 조교수 쥘리엥 카일라(Julien Cayla), 웰스파고 인터넷 솔루션 그룹 수석 부사장 로빈 비어스(Robin Beers), 배스대 소비자 마케팅 교수 에릭 아르누(Eric Arnould)의 글 ‘Stories That Deliver Business Insights’를 번역한 것입니다.

 

신형 머스탱(Mustang)을 출시한 후 데이터를 받아본 포드(Ford) 경영진은 혼란에 빠졌다.

 

1990년대 말, 포드는 성능이 향상된 머스탱을 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신형 머스탱이 구형 머스탱보다 힘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했다. 소비자들의 예상치 못한 피드백에 포드 엔지니어들은 당황했다. 사실 신형 머스탱은 이전 모델에 비해 객관적으로 힘이 좋은 편이었다.

 

포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팀은 신형 모델을 운전하는 머스탱 소유주와 동승했다. 민족지학자(ethnographers, 자연스러운 일상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연구하는 사회 과학자들로 이뤄진 팀)들은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들을 관찰한 결과 운전자들이 본능적으로 자동차 마력을 경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전자들은 운전 중에 자동차의 진동을 느끼면서 몸으로 자동차의 힘을 감지했다. 또한 운전자들은 자동차 엔진의소리 상자(voice box)’에 노출되는 순간 자동차의 힘을 귀로 느꼈으며 머스탱의 외관을 두 눈으로 보면서 시각적으로 자동차의 힘을 이해했다. 민족지학자들은 자동차의 성능이 마력으로 표시한 통계자료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감각적이면서 신체적인 경험이라고 결론지었다.

 

포드 엔지니어들은 이런 정보를 고려해 말 그대로 다시 계획을 잡기 시작했다. 엔지니어들은빨리 달리는 자동차처럼 보이도록(looked fast)’ 외양을 수정했다. 그 결과, 신형 머스탱의 외양이 1960년대에 생산된 상징적인 머스탱 모델과 한층 유사해졌다. 포드 디자인 캘리포니아(Ford Design California) 책임자(chief) 리처드 허팅(Richard Hutting)은 새롭게 수정된 머스탱 모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자동차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가만히 서 있을 때조차 그런 느낌을 주지요. 새로운 모델은 50피트나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눈에 보이는 즉시 이 자동차가 머스탱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1

 

뿐만 아니라 민족지학자들의 관찰 결과를 토대로 포드의 마케팅팀은 점점 고령화돼 가는 목표 시장이 머스탱이라는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을 희석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민족지학자들은 머스탱이 환상적인 자동차일뿐 아니라 젊음이라는 환상에 불을 지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머스탱 구매자들은 나이가 몇 살이건 모두 똑같은 욕구를 갖고 있었다. 머스탱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최초의 머스탱 모델에 내재돼 있었던 젊음, 무책임, 자기 주장(youth, irresponsibility, assertiveness) 등의 느낌을 갈망했다. 머스탱의 핵심 시장 세그먼트는 베이비 붐 세대였다. 일과 가정에 치어서 힘겹게 살아가는 베이비 붐 세대는 머스탱을 운전하고 소유한다는 사실에 감정적으로 커다란 만족감을 느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스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는 유일한 무책임한 즐거움이 머스탱인 경우도 많았다. 포드는 이 같은 통찰력을 토대로 머스탱이라는 브랜드를현대화하지 않고 머스탱의 유산과 향수를 포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마케팅팀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은 젊은 시절을 향한 베이비 붐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마케팅팀은 사망한 지 20여 년이 다 돼 가는 할리우드 스타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맥퀸이킹 오브 쿨(King of Cool)’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베이비 붐 세대 사람들도 젊고 활력이 넘쳤던 때의 머스탱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서였다.

 

머스탱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필자들은 민족지학(고객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느끼는지, 고객이 이런 행동과 느낌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현장에서 훌륭하게 조사하는 방법)이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통찰력은 대개 민족지학자와 경영팀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다. 민족지학자와 경영팀 구성원들 간의 협력은 고객에 관한 다양한 대화, 기업이 가치 창출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다양한 대화로 이어진다. 변화를 초래하는 전략적인 행동을 위해서는 상황 파악을 위한 대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연구내용

필자들은 마케팅과학연구소(Marketing Science Institute)로부터 지원받은 넉넉한 연구 자금을 활용해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활용하는 여러 기업과 접촉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필자들은 여러 산업과 국가, 전략적 맥락에서 민족지학적인 기업 프로젝트에 대한 단면 연구를 실시하는 한편 2개 기업에 대한 심층 분석을 진행했다. 기업 내에서 진행되는 민족지학적인 프로젝트를 면밀히 조사한 다음 민족지학적인 프로젝트 및 다양한 결과를 장려하는 여러 맥락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비교하기 위해서 이런 접근방법을 활용했다.

 

호주, 중국, 인도,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총 6개국에서 35건의 인터뷰를 진행했다.i  인터뷰 참가자들은 은행, 컨설팅, 광고, 통신, 소비재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했다. 이 같은 사실에 미뤄볼 때 이런 연구 도구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민족지학 활용, 민족지학 활용을 방해하는 장애물, 민족지학이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략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주로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참가자들과 해당 참가자가 속한 기업이 비즈니스 결정을 위해 민족지학을 활용하는 방식, 민족지학적인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 직면하는 도전과제와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이익, 기업 민족지학과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 등과 관련된 주제와 질문에 대해 논의했다. 해석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한 여러 경영자들에게 필자들이 개발한 모형의 초기 버전을 제시한 다음 피드백을 구했다.

 

기업 세계의 민족지학

민족지학은벽에 붙어 있는 파리처럼 자연스럽게 관찰하는(fly on the wall)’ 기법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인류학자들이 소비자들의 가정으로 들어가 가공되지 않은 삶을 관찰하기 때문이다.2  하지만 흔히 사용되는 이런 묘사 방식으로는 민족지학이 기업 세계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방식이나 기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민족지학의 중요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필자들은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민족지학을 자사에 유리하게 활용하는지 좀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산업에 종사 중인 여러 경영자들과 광범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내용에 프로젝트에 관한 세부 사항이 설명돼 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민족지학적인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민족지학자의 현장 몰입 연구 이후에 이뤄지는 이야기 구상 활동)이 기업 내 소비자 연구 부서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머스탱 사례를 통해 확인했듯 민족지학적인 스토리텔링이 기업의 전략 방향 전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데이터 분석과 설문조사를 활용하면 단조롭고 간략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민족지학적인 기법을 활용하면 적나라하고 자세한 묘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살고, 일하고, 노는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는 구체적인 상황이 연상될 정도로 고객 경험을 자세히 설명한다. 고객 경험의 여러 측면 가운데는 설문 조사 결과에 포함돼 있게 마련인 기억 기반 편향이나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행동 선별(behavioral screen) 방식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를 활용하면 이런 부분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민족지학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화무쌍한 소비자 문화의 본질을 비춘다.

 

민족지학이 새로운 전략 방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민족지학은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세부적인 요소에 관심을 기울여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아내기도 하고 조직 혁신을 장려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좋은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 훌륭한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들 역시 변화를 유도하고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팀원들을 격려하거나 놀라게 만들지 못하는 연구 결과에 실망한 비즈니스 리더들이 공감적 이해를 추구하는 민족지학 기법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3  처음부터 매우 효과적인 민족지학적 이야기를 만들어두면 소비자들이 살고 있는 실제 세계와 이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발견의 순간은 소비자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과 비즈니스 전략을 연결해 기업의 창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족지학적인 이야기와 소비자 경험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란 민족지학자가 현장 경험을 통해 구성한 사람들의 삶에 관한 서술이다.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는 동영상이나 프레젠테이션, 보고서 등 다양한 형태로 전달될 수 있다. 어떤 형태로 전달되건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이 세계화된 소비자 문화에서 책임을 이행하고 희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장애물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이런 요인들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 묘사한다.

 

예컨대,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웰스파고은행(Wells Fargo Bank)은 각 개인이 언제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할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등 은퇴 계획을 세울 때 돈에 초점을 뒀다. 표면적으로 신중하게 보이긴 하지만 이런 관점에는 맥락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관점은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 그리고 이들과 돈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문화적 요인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해고, 산업 환경 변화, 건강 문제, 이혼 등 이제는 일상적인 위험 요소(routine hazard)로 여겨지는 부분들까지도 모두 간과했다.이런 관점이 간과한 경제적, 문화적 요인으로는 수많은 기업 연금이 사라지는 현상,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Benefit)과 베이비 붐 세대가 원하는 유형의 은퇴를 위해 필요한 돈 간의 격차, 401(k) 플랜과 개인 퇴직 계좌(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비롯해 스스로 돈을 붓고 스스로 관리하는 투자 상품의 등장 등이 있다. 개인 퇴직 계좌와 뮤추얼 펀드를 비롯해 개인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은 대개 지난 40년 동안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곧 베이비 붐 세대가 지나온 금융 서비스 환경이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웰스파고은행이 의뢰한 민족지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고객들에게 지난 삶을 돌아보며 10년 단위로 나눈 각 시기(20, 30, 40, 50대 등)에 은퇴 계획과 관련 있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이야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고객들의 이야기를 통해 베이비 붐 세대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노화와 은퇴는 단순히 나이를 먹고 죽는 문제라기보다 개인적인 고통과 시장 역학을 지속적으로 극복하는 복잡한 현상이다. 베이비 붐 세대는 30대가 되자마자 일시적 방향성(temporal orientation)이 낯설고 심오하게 변화하는 현상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베이비 붐 세대는 갑작스레 은퇴에 대비해 몇 십 년이 지난 후의 미래를 고민해야만 하는 입장이 됐다. 베이비 붐 세대 이후의 세대들은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은퇴라는 개념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빚을 갚고, 집을 사고, 당장 닥친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먼 훗날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림 1은퇴 계획을 위한 3개의 접근방법

웰스파고는 현장에서 수집한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를 더해 행동을 중심으로 세그먼트를 나눴다. 웰스파고는 사람들이 은퇴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은퇴 계획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기준으로 고객을 반응자, 수집자, 극대화주의자 등 3개의 기본적인 부류로 나눴다. 연구팀은 은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각 개인이 극대화주의자인지, 수집자인지, 반응자인지)이 늦어도 20대에 자리잡기 시작하며 활용 가능한 자원, 금융 지식 수준 등이 이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웰스파고 연구팀은 현장에서 수집한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를 더해 행동을 중심으로 세그먼트를 나눴다. 웰스파고 연구팀은 은퇴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은퇴 계획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기준으로 고객을 반응자(Reactor), 수집자(Pooler), 극대화주의자(Maximizer) 3개의 기본적인 부류로 나눴다. (그림 1) 이런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공유하자 은퇴 계획 시장에 대한 웰스파고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반응자의 주요 관심사는 가장 뛰어난 은퇴 계획 수립이 아니라 재난 예방이다. 수집자는 어느 정도 금융 지식을 갖고 있지만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조언을 구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자신감과 신뢰가 부족한 편이다. 극대화주의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극대화주의자들은 돈 문제를 단계별로 나눠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한다.

 

이와 같은 3개의 핵심적인 금융 관리 방식은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 계획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혹은 접근하지 않는지) 알려준다. 민족지학적인 분석을 통해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방식들에 대한 이해가 인구학적인 통계나 자산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쩌면 전자가 후자보다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이 모형은 고객의 은퇴 계획에 대한 웰스파고 경영자들의 사고방식을 바꿔놓았다. 웰스파고 경영팀은 극대화주의자의 언어(은행가의 언어에 가장 가깝다)가 수집자(웰스파고 은행의 최대 고객이자 웰스파고 은행에 가장 잘 맞는 대상)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 결과,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의 은퇴 계획 초점 및 관련 활동이 바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치가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접근방법이 탄생했다.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통해 이런 통찰력을 얻은 웰스파고는 민족지학 연구에 사용된 다양한 인생 단계가 포함된 은퇴 계획 사이트를 개발했다. ‘웰스파고는 당신이 어떤 인생 단계를 지나고 있건 당신을 만족시켜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의미 있고 위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고객을 인도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방식은 금융 추정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숫자가 빼곡히 적혀 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방식과는 정반대다.민족지학 연구가 초래한 또 다른 결과로내 은퇴 계획(My Retirement Plan)’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관련 프로그램이 개발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내 은퇴 계획이란 사람들이 구체적인 은퇴 목표와 저축해야 할 금액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맞춤형 도구다. 전반적으로, 웰스파고가 진행한 민족지학적인 연구는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 간의 상호 작용이 은퇴 계획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은퇴에 대한 민족지학 연구는 성공적이었다. ‘경험적 유의성(experiential significance)’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경험적 유의성은 통계적 유의성을 변형시킨 유사한 개념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모형이 손쉽게 조직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가 알려주는 진실 및 직관적인정확성(rightness)’과 일치할 때 철저하고 협력적인 분석을 통해 경험적 유의성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모형들은 새로운 생각에 불을 지피는 깨달음(Eureka)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신적인 도구다. 웰스파고팀은 태도와 행동에 주목하는 고객 설문조사 기법을 활용해 민족지학을 통해 찾아낸 세그먼트를 수량화했다. 그 결과, 좀 더 효과적으로 고객과 의사소통하고 고객을 위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단 도구와 재사용 가능한 세분화 모형(segmentation model)이 탄생했다.

 

좀 더 의미 있는 세분화를 향해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활용해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파고들면 인구 통계 데이터나 구매 기록같이 상대적으로 의미가 없는 세분화 매개 변수(less meaningful segmentation parameters)가 아니라 목적, 의향 등 행동을 유도하는 매개 변수를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요인 분석과 같은 양적 기법을 활용하면 시장 세그먼트의 위치와 크기를 찾아낼 수 있다.

 

예컨대,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통해 웰스파고의 소기업 고객들을 분류할 때 매출 규모, 기업 운영 햇수, 직원 수 등 소기업을 세분화하기 위해 흔히 사용돼 왔던 전통적인 지표보다는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태도가 더욱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족지학자들과 웰스파고의 금융 공학자들은 세분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협력했다. 세분화 계획에는 성장에 접근하는 4개의 접근방법에 관한 서술과 더불어 신용 상품 사용 현황을 분석해 소기업 세그먼트의 규모를 파악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었다.

 

웰스파고은행이만족스러운 유지(Happily Holding Steady, 현 상태에서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있지만 공격적인 성장에는 많은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의미)’라 칭하는 고객 세그먼트에 속하는 기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기업을 소유한 소유주의 태도도 다른 세그먼트에 속하는 기업 소유주의 태도와 구분되지만 양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기업의 신용 상품 활용 방식 역시 다른 세그먼트에 속하는 기업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만족스러운 유지 세그먼트에 속하는 기업들은 신용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사용했다. 예컨대, 어떤 와인 양조업체는 매해 여름 와인병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빌린 다음 휴가철이 끝난 후에 대출액 전액을 상환했다.

 

민족지학적인 인터뷰 과정에서 확인된 이야기들은 웰스파고은행에 경보를 울렸다. 경보 내용은 웰스파고은행의 행동 데이터와 일치했지만 그동안 무시돼 온 것들이었다. 웰스파고는 인터뷰를 통해 만족스러운 유지 세그먼트에 속하는 기업 소유주들이 기업 상품에서 돈을 빼내 개인 투자 계좌로 이동시키는 패턴을 발견했다. 만족스러운 유지 세그먼트에 속하는 기업 소유주들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매출을 재투자하는 것보다 개인 자산 관리 및 은퇴 계획에 투자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만족스러운 유지 세그먼트는 웰스파고와 비즈니스 관계 및 개인 금융 관계를 모두 강화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사실 웰스파고는 그동안 비즈니스 관계와 개인 금융 관계를 서로 전혀 다른 영업 부문으로 여겼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유지 세그먼트가 갖고 있는 이와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통합적이고 전체론적인 조언과 두 가지 부문 모두를 아우르는 안내 방식이 필요했다. 은행의 조직도 대신 고객의 경험을 따르자 소기업 고객 사이에서 개인 투자 상품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이 탄생했다. 질적인 맥락과 양적인 패턴을 결합시킨 덕에 웰스파고는 교차 판매를 위한 새롭고 의미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민족지학이 빅데이터를 만날때

빅데이터(기업이 활용 가능한 거대하고 조직화되지 않은 정보 덩어리)의 등장으로 인해 민족지학적인 연구가 새로운 도전과제와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먼저 도전에 대해서 살펴보자.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반발을 경험할 것이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양적 분석이 높게 평가되는 조직에서 이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식으로 민족지학 훈련을 받지 않은 관리자들은 민족지학적인 이야기가 소비자들의 경험을 일화적으로 소개하는 짧은 묘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는 요즘 기업들이 수집하는 방대한 양의 비구조화 데이터 덩어리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매우 뛰어난 분석가가 투입된다 하더라도 빅데이터를 통해 이야기 전체를 알아낼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데이터 세트는 항상 좀 더 커다란 맥락과 관련이 있다. 이런 맥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민족지학의 목표다.

 

 

필자들은 민족지학과 빅데이터를 결합시켜 시장 역학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이미 여러 조직들이 빅데이터와 민족지학을 섞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예컨대, 제록스(Xerox)에서는 경제학자와 민족지학자들이 현장 실험 데이터와 사람들이 주차 정보를 이해하는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서 관찰한 내용을 더해 미국 도시들이 주차 공간 설계 및 활용 방안을 혁신할 수 있도록 협력 중이다.ii

 

 

인텔 연구진은에스노-마이닝(ethno-mining, 민족지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ethnography의 일부와 data-mining의 일부를 더해서 만든 표현-역주)’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했다. 인텔 연구진은 에스노-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나날이 증가하는 방대한 양의 감지 데이터와 행동 추적 데이터(가정과 차량 내에 있는 에너지 소비량 감시 장치에서부터 컴퓨터 기록, 개개인이 사용하는 자가 관찰 기술에 이르기까지)를 토대로 민족지학적인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시간 소모와 문화적인 공간 구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iii

 

 

다시 말해서 강경한 계산 전문가를 제외한 그 누구도 행동에 관한 빅데이터 세트만 있으면 고객의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와 문화적 모형, 정서적 참여에 관한 중요한 질문이 모두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각 개인의 자아를 망라하는 소비자 문화 내에 존재하는 개인적인 과거와 미래, 집단적인 과거와 미래를 모두 포함하는 창의적인 내러티브가 소비자의 즉각적인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iv  이것만으로도 오직 민족지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 즉 빅데이터와 소비자의 삶에 대한 세밀한 이해를 더했을 때 생겨나는 엄청난 가능성을 믿기에 충분하다. 민족지학과 분석론을 함께 활용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매우 복잡한데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의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시장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민족지학과 분석론을 함께 활용하면 시장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헷갈리는 데이터를 이해하라

필자들이 만나본 경영자들은 민족지학이 헷갈리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주장은 민족지학이 시장의 복잡성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민족지학이 빅데이터를 만날 때참조.) 이런 논의가 민족지학이 단순히 탐색을 위한 기법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민족지학적인 이야기가 다른 방식으로는 얻기 힘든 고객 행동에 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사실 민족지학은 조직이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민족지학적인 기법을 활용하면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조직의 가정 자체를 재고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민족지학은 기업을 위한 새로운 전략적 기반을 제시할 수 있다. 반면 전략은 의사결정보다는 기업이 시장 내에서 자사가 맡게 될 역할을 상상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미국의 양말 속옷 제조업체 A를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민족지학자들은 미국 여성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양말과 속옷이 들어 있는 서랍을 뒤졌다. 민족지학자들은 여성들이 양말과 속옷을 분류하기 위해 복잡한 방법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여성들은 양말과 속옷을 계절, 날씨, 옷의 종류, 행사 등에 따라 분류했다. 민족지학자들은 A의 제품 세분화 방식이 소비자들의 실제 분류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는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성용 겨울 양말 부문에 새로운 제품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런 깨달음은 새로운 제품 전략으로 이어졌다.

 

이입(transportation) 프로세스가 시작되면 청중은 이야기에 몰입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초월해 등장인물이 사는 세계로 이동한다.

민족지학적인 이야기에는 조직적인 공감을 강화하고 조직적인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중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장난감 제조업체 B는 민족지학을 활용해 중국 어린이들의 일상생활이 유럽이나 미국 어린이들의 일상생활과 현저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장난감의 숫자는 유럽이나 미국 어린이들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이 연구를 통해 집중적으로 살펴본 특권층 어린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난감이 없으면 중국 어린이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교육과 취업 준비가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중국 어린이들은 성인이 돼서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중국의 유년기는 험난한 세계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한 견습 기간과 같다.

 

민족지학적 연구를 통해 찾아낸 위와 같은 결과는 중국인들의 유년기가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자유 시간으로 넘쳐나는 근심 없는 시기라는 경영진의 가정과 달랐다. 경영진은 연구를 통해 유년기는 각 문화 내에서 정의되는 현상이며 유럽이나 미국식 모델을 활용하면 중국 시장에 내놓을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는 민족지학적인 연구와 중국 시장에서 진행한 다른 연구를 토대로 전략적인 초점을 수정했다. B는 놀이가 아이들의 창의성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자사 장난감의 교육적 측면에 중점을 뒀다. B는 중국 학교들과 힘을 모아 장난감을 과학 과목과 결합시켰으며 중국 어린이들이 중국식 교육과정을 준수하면서 놀이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방과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대규모 가정용품 제조업체 C도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활용했다. C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원목 가구와 목재용 광택제 시장에 대한 자사 경영진의 개념을 재평가했다. 곳곳에서 원목 가구가 사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설문조사와 2차 데이터를 보면 목재용 광택제 시장이 매우 잠재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민족지학적인 기법을 토대로 진행된 현장연구 결과는 달랐다. 1990년대 중반, 러시아는 신흥시장이었다. 갖은 제품이 매장에 쌓여 있었고, 온갖 경제 정책이 발표됐으며, 소비자들에게는 물건을 구입할 돈이 있었다. 쇼핑은 재미있었다.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쇼핑을 즐기는 경우도 많았다. 소매 분야가 새롭게 활력을 얻었다.

 

원목 가구가 널리 사용되긴 했다. 하지만 C의 상상과는 달리 원목 가구는 상징적인 참여나 정서적인 참여의 대상이 아니었다. 천과 온갖 잡동사니로 덮여 있는 러시아의 원목 가구는 과거의 흔적일 뿐 쇄신을 필요로 하는 범주가 아니었다. 피아노는 예외였다. 뿐만 아니라 가정용 세제는 러시아 소비자들이 우선적으로 소비하고 싶어 하는 품목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소비자들은 가정용 세제보다는 오히려 CD나 립스틱을 구매하는 쪽이 좀 더 흥미롭다고 여겼다. C는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통해 신흥시장 내에서 자사가 판매 중인 제품의 입지를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C는 소비자들이 쇄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2개의 제품 범주인 피아노나 가죽 가구를 청소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특징이나 추가적인 기능을 갖고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또한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때 쇼핑 경험의 재미와 흥분도 함께 선사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통찰력은 C의 마케팅 접근방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C는 소매 단계에서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고, 기쁨을 주고,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했다. C의 브랜드와 포장은 소비자들이 관리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구 표면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돼야 하고 이런 요소들을 관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야 한다.

 

미국의 여성용 속옷과 양말이건, 중국의 장난감이건, 러시아의 가구 광택제건, 미국의 은행이건 위 사례들이 주는 근본적인 교훈은 같다. 위 사례들은 조직이 민족지학을 활용하면 시장에 대한 이해를 철저하게 재구성하고 시장에서 전략적 비전과 자기 이해를 재고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민족지학과 조직적인 공감

심리학 연구를 통해 내러티브(narratives)가 이입(transportation)이라는 프로세스를 촉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입 프로세스가 시작되면 청중은 이야기에 몰입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초월해 등장인물이 사는 세계로 이동한다. 이입 프로세스는 청중이 등장인물과 이들의 세계관에 공감할 가능성을 높인다.4  이 연구는 민족지학적인 이야기에 조직적인 공감을 강화하고 조직 차원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민족지학은 감정의 강도와 질병, 장애, 상실 등 다양한 경험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특히 도움이 된다. 대규모 의료기관 D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좀 더 인간 중심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병원 체인 자체를 재설계했다.

 

D는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통해 의료 서비스 제공에 수반되는 다양한 감정을 찾아냈다. 예컨대, 민족지학자들은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 경험을 재검토해 환자들이 바퀴가 달린 이동용 침대에 누운 채 병원 내 여러 장소로 끌려 다닐 때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민족지학 연구팀원 중 한 사람이 이동용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응급실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촬영한 영상에 이 같은 사실이 잘 표현돼 있었다. D의 경영진은 응급실을 이용할 때 환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침묵과 외로움, 불안감으로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영진은 이 같은 깨달음을 토대로 환자들이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 전달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쏟는 방향으로 의료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설계팀은 D 병원 체인에 속해 있는 몇몇 병원에서 대기 시간에 관한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을 설치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에 우선순위를 두는 등 응급실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건선 증상(psoriasis symptoms)을 완화시키는 약을 판매하는 대규모 제약회사 E의 경우를 살펴보자. 민족지학자들은 자신의 피부 상태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반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자존감이 낮고 심지어 스스로를 혐오하기도 하는 건선 환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 전까지는 피부가 사람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라는 사실이 등한시됐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찾아낸 민족지학적인 통찰력은 E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자료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분위기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웰스파고에서 진행된 민족지학적인 연구는 조직적인 공감 수준을 높이는 매우 감정적인 통찰력을 제공했다. 웰스파고는 사람들의 재무 관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민족지학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유년기, 바람, 걱정, 매우 개인적인 생활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예컨대, 규모가 큰 소매업체의 관리자로 일하는 아내를 두었으며 극단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욕조 배수구로 달러 표시가 흘러 들어가는 그림을 그려 보였다. (그림 2) 간략하지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남성의 이야기에는 간단한 돈 관리 방법, 관계의 역학, 가족의 희생, 꿈을 이루고픈 개인적인 열망과 희망 등이 담겨 있었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말 그대로 몇 해 동안 이 남성의 이야기에 대해 논의했다. 자신들의 가치관을 내려놓고 결국 자신들은 은행가(bankers)이지 고객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이 남성의 이야기를 시금석으로 삼았다. 경영진은 이런 대화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해 불안감을 낮추고 건전한 저축 습관 및 지출 습관을 장려하는 단순하고 유익한 금융 관리 도구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림 2조직의 공감 수준을 높여주는 이야기

웰스파고에서 진행된 민족지학적인 연구는 조직의 공감 수준을 높여주는 매우 감정적인 통찰력을 제공했다. 예컨대, 웰스파고의 민족지학적인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규모가 큰 소매기업의 관리자로 일하는 아내를 둔 극단 운영주가 있었다. 극단을 운영하는 남성은 욕조 배수구로 달러 표시가 흘러 들어가는 그림을 그렸다. 아래에 표시된 이 남성의 그림과 이야기는 웰스파고 경영진의 심금을 울렸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이 남성의 이야기에 대해 광범위하게 토론을 벌였다.

 

 

 

 

고객의 이야기

“저는 돈 관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참 싫증나는 일입니다. 저는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그런 일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투자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저는바보를 위한 부기(bookkeeping)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극단 때문에 아내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그 사실이 저를 짓누릅니다. 우리 부부의 수중에 다시는 돈이 들어오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언젠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겁니다.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3년째 휴가도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술을 하지 못하면 저는 정말 행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은 민족지학적 이야기는 좋은 소설과 같다. 또한 이런 이야기에는 등장인물, 줄거리, 사건, 서술 등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적절하게 포함돼 있다. 민족지학적인 줄거리에는 일상적인 모바일 기술 경험과 같이 고객이 일상에서 겪는 일이 등장한다.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ATM을 찾는 소비자가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 고객이 가장 가까운 ATM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화면을 클릭하자 제품 관리자와 설계 담당자가 극적인 긴장감을 느꼈다. 이들은 ATM을 찾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를 7개에서 3개로 줄이기 위해 신속하게 줄거리를 수정했다.

 

스토리텔링 조직

웰스파고와 다른 조직에서 실시한 연구를 통해 필자들은 민족지학적인 내러티브의 위력이 소비자의 경험을 이해하고 조직적인 창의성을 자극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5  내러티브가 시장을 이해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통찰력은 이야기의 촉매 역할을 강조하는 다른 증거와 일맥상통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개인적인 삶에 관한 효과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경영자들은 전략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준다.6

 

민족지학적인 내러티브의 위력을 활용하려면 관리자들이 조직 내에서 스토리텔링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현장에서 얻은 이야기, 즉 맥락이 있고 감정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이해하고, 이런 이야기를 토대로 전략적 비전을 재충전하고 새로 고안하는 스토리텔링 문화를 육성해야 한다. 조직들은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양한 방법을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수집된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보고받고 입증과 확인보다는 영감을 불어넣고 놀라움을 추구하는 민족지학적 연구를 진행하는 등 서술적 이해(narrative understanding)를 공유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흥미로운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민족지학은 다양한 연구 기법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또 하나의 혁신적인 연구 접근방법인 동시에 조직 내에서 시장에 관한 대화를 촉발시키고 기업과 미래 시장 기회 간의 지속적인 조정을 장려하는 중요한 도구다. 심층적인 고객 이해가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되는 요즘의 비즈니스 환경하에서는 미래 시장 기회에 맞춰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쥘리엥 카일라·로빈 비어스·에릭 아르누

쥘리엥 카일라(Julien Cayla)는 싱가포르 난양기술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조교수이며 아시아 소비자 통찰력 연구소(Institute on Asian Consumer Insight) 연구원이자 KEDGE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다. 로빈 비어스(Robin Beers)는 북미에 위치한 웰스파고 은행도매 인터넷 솔루션 그룹 내에서 고객 경험 통찰력을 책임지는 수석 부사장이다. 에릭 아르누(Eric Arnould)는 영국 배스에 위치한 배스대(University of Bath) 소비자 마케팅 교수이며 서던덴마크대(Southern Denmark University) 마케팅 객원 교수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 /55223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 쥘리엥 카일라 | - (현) 싱가포르 난양기술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조교수
    - (현) 아시아 소비자 통찰력 연구소(Institute on Asian Consumer Insight) 연구원
    - (현) KEDGE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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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릭 아르누 | - (현) 영국 배스대(University of Bath) 소비자 마케팅 교수
    - (현) 서던덴마크대(Southern Denmark University) 마케팅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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