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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sey Quarterly

끝없이 치솟는 천연자원 가격... 순환경제로의 대변환 절실하다

하인 응우옌,마틴 슈트흐티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운영

 

천연자원 가격이 끝없이 치솟고 가격 변동성이 전례 없이 커진 탓에 제조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던수취-제조-폐기(take, make, and dispose)’ 접근방법이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다. 투입된 자재와 에너지, 노동력을 원래 상태로 복원시키는순환 경제산업 시스템을 만들면 기업과 사회, 둘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자재 비용만 연간 1조 달러 이상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순환 경제 내에서 가치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파악한 다음 여러 차례 반복되는 분해/재사용 주기에 맞춰 좀 더 효율적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최적화해야 한다.

 

 

2. 자재 회수를 위해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3. 자재를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의 경제성과 물류뿐 아니라 제품을 자재로 되돌리는 과정의 경제성과 물류에도 집중하라.

 

 

4. 필요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수 있으며 복잡한 자재를 취급하는 시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경쟁 이전 영역(precompetitive sphere)에서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Remaking the Industrial Econom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잠깐 동안 산업 경제가 수많은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상상해 보자.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확보한 자재와 에너지를 중국과 같은 제조 강국으로 전달한 다음 결과물을 재빨리 미국, 유럽 등 최종 상품이 사용되고, 폐기되고, 대체되는 장소로 보내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물론 이런 이미지는 과장됐다. 하지만 이처럼 과장된 이미지 속에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세계 제조 분야를 지배해 온 선형적이고 일방적인 생산 모델의 본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선형적으로 산업화에 접근하는 방식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2030년이 되면 약 30억 명에 달하는 개도국 소비자들이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의 규모가 전례 없이 커지고 이들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면서 기업들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으로는 나날이 높아지는 원자재 가격과 예측하기 힘든 상품 가격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치열한 경쟁과 예측 불가능한 수요 사이에서 곤란에 처했다. 21세기의 100년 동안 천연자원의 실질 가격은 하락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지난 100년 동안의 실질 가격 하락분을 상쇄시킬 만큼 천연자원 실질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불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어들었다가 2009년부터 자원 가격이 전 세계 GDP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대체로 자원 비용(resource cost)을 무시하는 시대는 끝이 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림 1원자재 가격 상승세

 

 

자원 시장의 변동성과 자원이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이런 요구에 대응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근거가 되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귀중한 천연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완성된 제품과 부품을 재사용하기 위한 참신한 방법을 찾고 있다. 이들의 성공적인 행보는 좀 더 대담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경제 성장을 자원으로 인한 제약과 분리할 수 있을까? 구조적으로 재생 능력을 갖고 있는 산업 시스템, 즉 투입된 자재와 에너지, 노동력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주는순환 경제(circular economy)’가 사회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될까?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Renault)의 경험이 어떤 척도가 될 수 있다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두그렇다가 될 듯하다.

 

 

● 파리와 가까운 쇼아지르후아(Choisy-le-Roi)에 위치한 르노 공장은 재판매를 위해 자동차 엔진, 변속기, 분사 펌프, 그 외 각종 부품을 재제조(remanufacture)한다. 르노 공장의 재제조 라인은 동일한 제품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내는 라인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80% 적은 편이며 물 사용량은 무려 90%가량 적은 편이다. (기름과 세제로 인한 폐기물 역시 70%가량 적다.) 또한 이 공장의 영업이익률은 르노의 총영업이익률보다 높다.

 

 

● 대략적으로 얘기하면 르노는 좀 더 쉽게 해체하고 재사용될 수 있도록 몇 가지 부품을 재설계한다. 또 폐쇄형 루프(closed-loop) 방식으로 부품을 재사용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낡은 차에 들어 있는 자재와 부품을 재가공해 새 차에 투입하고자 한다. 르노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사용 연한이 끝난 제품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제품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 강철 재생처리기업 및 폐기물 관리 기업과 합작 기업을 설립했다. 이런 노력들은 르노가 자동차의 수명 주기(life cycle) 혹은 사용 주기(use cycle) 내내 원자재를 더욱 엄격하게 통제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르노는 공급망 전체에 가치를 분배하는순환 이익(circular benefit)’을 파악하기 위해 공급자들과 협력한다. 예컨대, 르노는 절삭용액(기계 가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냉각수와 윤활유) 공급자들이 판매 기반 모델에서 성과 기반 모델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르노가 관계의 본질과 조건을 변화시키자 절삭제 공급자는 효율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절삭제와 관련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그 결과 폐기물 배출량이 90%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새로운 방식은 두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절삭용액 공급자는 가치사슬의 상부로 이동해 좀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됐으며 르노는 절삭용액 보유와 관련된 총비용을 약 20% 절감하게 됐다.

 

 

순환 경제 내에 실질적이고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르노 사례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이 글을 통해 이런 경제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런 경제를 뒷받침하는 주장과 경제성을 검토하고, 순환 경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에 대해 논의해보자. 이 글은 최근 맥킨지가 엘렌맥아더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및 세계 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1  과 함께 진행한 연구를 토대로 한다. (그림 3) 이 글을 통해 순환 경제가 현실이 되면 환경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경제적인 효과 또한 상당하다는 주장을 펼치려고 한다. 사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2025년이 되면 원자재 비용만 연간 1조 달러 이상 절감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순환 경제가 21세기를 위한 세계적인 산업 혁신, 일자리 창출, 성장의 실질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순환적 사고(circular thinking)

순환 경제는 일회성(disposability)을 복원(restoration)으로 대체한다. 순환 경제의 핵심 목표는 여러 차례 반복되는 분해/재사용 주기에 맞춰 제품을 설계하고 최적화해 기존의수취-제조-폐기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2  이런 노력은 자재에서부터 시작된다. 순환 경제에서는 자재가 단 한 차례 경제를 통과하는 요소로 여겨지기보다 다시 사용돼야 할 가치 있는 원료로 여겨진다. 순환 경제의 규모를 가늠하고 싶다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소비재 산업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소비재 산업이 매년 생산해내는 32000억 달러어치의 재화 중 약 80%는 사용 후 그대로 버려진다.

 

 

순환 경제의 목표는 폐기물을 없애는 것이다. 린 경영(lean management)이 그렇듯 제조 프로세스에서 버려지는 물건을 없애려고 할 뿐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되는 수명 주기와 제품과 부품이 사용되는 기간 내내 체계적으로 낭비를 근절하고자 한다. 낭비되는 폐기물도 다른 사용 단계를 위한 가치 있는 공급 원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부품과 제품의 사용/재사용 주기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하면 순환 경제의 개념을 정의하고 순환 경제의 개념을 재활용(recycling)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순환경제와는 달리 재활용 경제에서는 제품에 내재된 에너지와 노동력 중 많은 부분이 손실된다.)

 

 

뿐만 아니라 순환 시스템은 제품에 들어가는 소모성(consumable) 부품과 내구성(durable) 부품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전통적인 경제에서 활동하는 제조업체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순환 경제에서는 소모성 부품을 취급할 때 독성이 없고 순수한 부품을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야만 사용 연한이 끝난 부품이 자연으로 되돌아가 자연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속과 대부분의 플라스틱 등 내구성 부품을 취급할 때는 부품을 재사용하거나 또 다른 생산적인 용도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야만 부품이 반복적으로 수명 주기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 이런 접근방법은 대다수의 산업 기업들이 갖고 있는 사고방식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가치사슬’ ‘공급망’ ‘최종 사용자등 오늘날의 산업 경제에서 사용되는 용어에는 선형적인 관점이 반영돼 있다.

 



그림 2순환 경제의 사이클

 

 

 

 

복원은 순환 경제의 기본적인 가정이다. 따라서소비자의 역할이사용자의 역할로 대체된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 기업들은 고객과의 암묵적인 계약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 예컨대 구매와 소비가 중심이 되는 경제의 목표는 제품 판매다. 순환 경제에서는 제품을 구성하는 자재들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제품 대여를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제품을 판매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제품이 반드시 반환되고 재사용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이 모든 이야기들이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론을 효과적인 관행으로 바꾸기 위해 4개의 방법(상호 강화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을 활용 중이다.

 

 

1. 내부 순환의 위력

세계적인 사무용 기기 제조업체 리코(Ricoh)는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신규 자재 사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완성 제품과 부품의 재사용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무용 복사기 및 프린터 브랜드 그린라인(GreenLine)을 선보였다. 리코는 임대 계약이 종료된 후 기기를 회수해 점검하고 분해한 다음 포괄적인 리퍼브 과정(refurbishing process)을 통해 부품을 교체하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기계를 다시 시장에 선보인다. 리코는 자사 시설 내에서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부품을 설계한다. 이런 방식으로 부품을 설계하면 생산 과정에 새로운 자재를 투입해야 할 필요성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엄격한 사용내부 순환(inner circle)’을 구축해 투입해야 할 자재와 노동, 에너지, 자본의 양을 줄일 수 있다. 그린라인 제품은 현재 유럽의 6개 주요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해당 시장에서 그린라인 제품은 리코 판매량의 10∼20%를 차지하며 비슷한 사양을 지닌 리코의 다른 신제품에 비해 마진이 2배 높다. 물론 품질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제품을 재제조하거나, 리퍼브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품을 회수해 현지 시설에서 재활용한다. 리코는 현재 일부 재활용 자재를 아시아에 위치한 제조 공장으로 돌려보내 신규 부품 생산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리코는 신규 자재와 재활용 자재(: 폴리프로필렌) 간의 가격 차이와 아시아로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비용을 감안해 재활용 자재를 신규 부품 생산에 투입하면 해당 부품의 자재 비용을 최대 30%까지 절약 가능하다고 추산한다. 리코는 늦어도 2020년까지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새로운 자재의 양을 2007년 수준보다 25% 낮추기 위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2. 장기 순환의 위력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품 주기(재사용이나, 수리, 재제조 주기) 반복 횟수나 제품이 각 주기를 통과하는 시간을 극대화하면 기업도 순환 경제를 통해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혹은 두 가지 모두를 극대화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제대로 설계가 이뤄지면 주기가 추가될 때마다 새로운 제품이나 부품을 생산할 때 투입되는 자재와 에너지, 노동과 관련된 순비용이 어느 정도 줄어든다. 예컨대 르노는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좀 더 쉽게 회수해 재설계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임대한다. 이런 과정을 긴밀하게 통제함으로써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자동차 산업에서 임대 방식이 사용된 선례가 있다.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Michelin) 1920년대에 이미 자동차 타이어 임대사업을 했다. 2011, 미쉐린 플릿 솔루션즈(Michelin Fleet Solutions) 20개가 넘는 유럽 시장에서 29만 대의 차량과 계약을 맺고 있었다. 미쉐린 플릿 솔루션즈는 트럭들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타이어 소유와 관련된 총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유지, 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타이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미쉐린이 닳은 타이어를 회수해 재생하거나 타이어의 홈을 새로 파 기술적 유용성(technical utility)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쉐린은 재생 타이어에 투입되는 원자재의 양은 새로운 타이어에 투입되는 원자재 양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재생 타이어의 성능은 새로운 타이어 성능의 90%에 육박한다고 추산한다.

 

한편, 영국의 소매업체 B&Q는 소수의 매장에서 자사가 판매한 전동 공구를 회수하는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추진 중이다. B&Q 고객은 사용한 전동 공구를 현금과 교환하거나 자선 단체에 기증할 수 있다. B&Q는 유럽에서 회수한 도구를 리퍼브해 유럽에서 재판해하거나 회수한 도구를 재활용해 중국에 위치한 B&Q 공장에서 새로운 전동 공구를 생산하는 과정에 투입할 수 있을 만한 원자재를 확보할 계획이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자재 비용을 절감해 마진을 최대 10%포인트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거대한 시스템 내의 조력자

2005, 엘런 맥아더(Ellen MacArthur)는 역사에 남을 일을 했다. 맥아더는 당시 단독 요트 세계일주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현재 우리 경제가 좀 더 빠른 속도로 순환 경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업, 대학, 정부와 협력하는 엘렌맥아더재단을 이끌고 있다.

 

 

 

보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떠날 때는 딱 필요한 만큼의 음식과 연료만 배에 싣는다. 물론 보트를 운전하는 사람도 그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보트를 운전하는 사람은 이런 자원들과 놀라울 정도로 긴밀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자원이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면유한하다(finite)’는 말의 참뜻을 이해하게 된다. 가장 가까운 마을이 2500마일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경제, 즉 근본적으로 유한한 자원을 토대로 움직이는 세계 경제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도전과제가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세계 경제 시스템은 땅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의존한다. 생산에 투입된 자재나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결국 버려진다. 이런 방식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보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끝냈다면 필요한 물품을 채워 다시 세계일주를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 규모에서 고갈된 자원을 모두 채워 넣고 다시 여정을 시작하기란 불가능하다.

 

 

애널리스트 및 분석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원자재의 실질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10년 만에 하락분이 모두 상쇄됐다는 점이었다. 원자재 가격이 증가하고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사실에는 기업들이 서둘러서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을 줄여야 할 필요성과 효율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기업들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머지않아 신흥시장에서 새롭게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소비자의 숫자가 30억 명에 달하면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스템을 수정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2010년에 재단을 설립할 당시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분석을 통해 경제학을 실증하는 것이었다. 둘째, 우리는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순환 경제 100(Circular Economy 100)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우리는 이 플랫폼을 통해 코카콜라(Coca-Cola) H&M, 유니레버(Unilever)를 비롯한 유명 기업, 새롭게 떠오르는 혁신기업과 중소기업, 여러 지역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유럽, 미국, 인도에서 여러 대학들과 협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과 브라질에서도 대학들과 함께 연구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는 우리 재단이 거대한 시스템 내의 조력자라고 생각한다. 재단을 설립한 후 3년 동안 우리는순환 경제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표현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현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순환 경제라는 새로운 틀이 신뢰를 받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 이제 우리는 기업들이 이런 도전에 뛰어들어 좀 더 많은 가치를 찾아내야 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런 일이 빨리 진행될수록 나머지 사람들도 좀 더 빨리 뒤쫓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50년이나 필요하지는 않다. 얼마든지 훨씬 빨리 이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런던 사무소에서 활동하는 맥킨지 출판부(McKinsey Publishing) 팀 딕슨(Tim Dickson)과의 인터뷰 내용을 각색했다.

 

 

 

3. ‘폭포수(cascade)’ 사용 방식의 위력

제품이나 부품을 회수해 가치사슬 전반에서 재사용을 좀 더 폭넓게 다각화하는 방법 또한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서 가치사슬 어딘가로 유입되는 새로운 자재를 대체할 수 있도록 자재를 재분배하는 방법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컨대 호주의 부동산 인프라 기업 렌드 리스(Lend Lease)는 제재소에서 버려진 나무조각을 수거해 패널형 집성목(cross-laminated timber panel·CLTP)이라는 건축 자재를 생산한다.

 

 

세계적인 의류기업 H&M은 입지 않는 옷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H&M 신상품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을 지급하는 의류 회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H&M은 회수한 의상을 분류해폭포수 방식으로 활용(cascaded use)’하기 위해 역물류(reverse-logistics) 기업 I:CO와 협력한다.  3 회수된 의류 중 상당수는 세계 중고 의류 시장으로 보내진다.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의류는 다른 분야에서 신규 자재의 대체재로 사용된다. 걸레나 직물용 실로 변신하기도 하고, 자동차 산업에서 진동 흡수제나 단열 자재로 재탄생되기도 하며, 건축 업계에서 배관 단열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용도로도 활용되지 않은 섬유(I:CO는 이런 섬유가 1∼3%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는 전기 생산을 위한 연료로 사용된다.

 

 

H&M 경영진은 이 프로그램이 매장 방문을 늘리고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의류 회수 프로그램은 모든 방직 섬유를 또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고 회수된 의류에 들어 있는 실을 이용해 새로운 의상을 만들려는 H&M 장기 목표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런 노력이 장기적으로 H&M에 좀 더 커다란 차익거래 기회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4. 순수한 투입물의 위력

순환 경제가 기업에 마지막으로 어떤 이익을 안겨주는지 살펴보자. 손쉽게 소모성 부품과 내구성 부품으로 분리될 수 있도록 제품과 부품을 설계하고 제조 과정에서 순수하고 독성이 없는 부품을 사용하면 커다란 도움이 된다. 분리의 편의성을 높이면 자재의 품질을 유지하는 한편 수집과 재분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예컨대 건물을 짓고 파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파편에는 재활용 가능한 강철과 나무, 콘크리트가 다량 함유돼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건물을 짓고 파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파편 중 재활용되거나 재사용되는 것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4  종이 재활용 분야를 생각해 보자. 종이는 재활용에 투입되는 물질이 대개순수(pure)’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유럽에서는 재활용률이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종이를 재활용할 때조차 화학 분해 과정 없이 잉크, 펄프와 함께 사용된 물질, 도료 등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연간 32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자재가 버려진다.

 

 

기업들이 순환적인 제품 설계에 보탬이 되는 생태계를 개발하기 위해 공급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네덜란드의 카펫 제조업체 데소(Desso)는 사용 연한이 끝난 카펫 타일을 회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데소는 회수 프로그램을 통해 회수한 카펫 타일에서 자재를 추출해 다시 제품을 생산하거나 2차 자재 공급자에게 판매한다. 카펫 타일에서 추출된 자재는 데소의 생산 프로세스 내에서 100% 재활용될 수 있다. 데소에 자재를 공급하는 아쿠아필(Aquafil)은 나일론 6를 기반으로 하는 최고급 실을 새로운 실로 변신시킨다. 나일론에 다른 물질이 전혀 섞여 있지 않기 때문에 화학 분해 작용 없이 계속해서 나일론을 재사용할 수 있다. 가능한 순수한 자재를 사용하도록 제품을 설계하면 잔존가치(residual value)를 유지하고 재활용 및 재사용을 도울 수 있다.

  



선진적인 기업들이 순환 경제(설계 자체가 재생 중심적인 시스템)의 원칙을 활용하면 기업과 경제,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산업 시대의 토대를 다지는 동시에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려면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

 

 

불가능한 시도

순환경제는 원자재 가격의 차이라는 장점을 통해 지금까지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가치를 대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개의 장애물이 잠재력 실현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각 장애물은 기업이 자사를 선형 경제학에서 순환 경제학으로 전환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를 제공한다.

 

 

지리적인 분산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가장 실질적인 장애물은 도처에 널려 있다. 선형 경제에서 번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만들어낸 광범위한 공급 발자국과 제조 발자국 속에 바로 순환 경제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 숨어 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제품에서도 이런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B&Q는 무선 드릴에 최대 7개국에서 확보된 14개의 원자재로 만들어진 부품이 최대 80개 포함돼 있다고 추산한다. 자동차와 같은 제품은 훨씬 더 복잡하다. 매력적인 차익거래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품과 관련된 제품 루프와 부품 루프를 폐쇄형 루프로 전환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자재에 제대로 된 기준을 적용하려면 세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항상 온 세계가 한마음으로 지지를 보내지는 않는다. 리코의 경우처럼 기업이 폐쇄적인 글로벌 루프를 만들려고 하건, 혹은 H&M I:CO가 의류산업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지리적으로 개방된 캐스케이드를 만들려고 하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집, 재사용, 재활용 프로세스가 망가질 위험은 언제든 있다. 개도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개도국에서는 사용 연한이 끝난 가치 있는 자재를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비공식적인 부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회수된 전자기기 폐기물(‘e-waste’) 중 약 20%만이 공식적인 부문으로 되돌아온다.5 적절한 기준이 없으면 재처리(reprocessing)의 효율성이 떨어지며 재처리 업무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이 건강 및 안정성과 관련된 위험에 노출된다.

 

 

고위 경영진이 지리적인 분산으로 인한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통적인 조달 활동에 대해서 고민하는 만큼 역네트워크 활동(reverse-network activity, 제품에서 부품으로, 다시 자재로 옮겨가는 활동)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위 경영자들은 수차례에 걸쳐 골치 아픈 선택을 해야 한다. 제품이 제조되는 지역이나 사용되는 지역에서 리퍼브 활동을 해야 할까? 부품을 구성 요소로 분해해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방법이 좀 더 경제적인 때는 언제일까? 신규 자재로 새로운 부품을 만들지 않고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함께 사용 후 루프(postusage loop)를 만들면 비용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까?

 

 

‘윈윈’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못지 않게 사업 모델의 경제성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필립스 헬스케어(Philips Healthcare)는 저렴한 가격과 확실한 부품 공급을 약속받는 대신 이미 사용한 부품을 공급자들에게 반환한다. 또한 필립스 헬스케어는 공급자들에게 부품을 재사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부품을 만들지, 그렇지 않으면 품질이 우수하고 재활용 가능한(혹은 즉각 사용 가능한) 공급 원료의 형태로 원자재 공급자들에게 판매할지 결정할 권한을 준다.

 

 

역물류 기술(: 회수, 분류, 재제조, 리퍼브) 또한 매우 중요하다. 리코 그린라인 사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재제조용 기기와 관련된 공급과 수요를 최적화하는 회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자재명세서 정보를 저장하는 역량, 사용된 장비와 부품의 위치 및 상태를 추적하는 역량 등 복잡한 역네트워크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복잡한 원자재

두 번째 장애물은 끔찍할 정도로 복잡한 현대적인 제품 제조 방식과 이런 제조 방식이 확산되는 현상이다. 현대적인 제품 제조 방식이 라벨에 표시되거나 외부에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일단 제품이 만들어진 후에 제조 방식을 파악하기는 극히 어렵다. 심지어 제조업체들조차 제품이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다. 예컨대 플라스틱 부문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창의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제조에 사용되는 자재의 스펙트럼을 확대했다. 고분자 재료 과학 분야에서 이뤄진 대부분의 혁신은 열 안정제, 내연제, 안료, 항균제 등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첨가제를 토대로 한다.

  



뿐만 아니라 습관이나 경영진의 부주의로 인해 다양한 자재가 확산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이나 혁신을 위해 자재를 추가한 다음 이런 결정에 대해 다시 논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네 종류의 플라스틱이면 필요한 기능과 용도가 모두 충족됨에도 불구하고 구매 관행상 16개 종류의 플라스틱을 들여놓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자재의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많은 양의 자재를 분류하고 회수하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순환경제로 인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제품을 화학 분해하지 않고 적은 비용만으로 제품 속에 들어 있는 원자재를 끄집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화학적/물리적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요즘 흔히 사용되는 용광로 기반 재활용 프로세스를 거치는 동안 최초에 생성된 가치가 대부분 사라진다. 휴대전화 1대에는 16달러어치의 원자재가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고작 3달러어치의 금과 은, 팔라듐 외에는 아무것도 추출해낼 수 없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맥파이(Magpie)라는 자재 분류 시스템을 도입한 세계적인 프랑스 기업 베올리아(Veolia)는 적외선과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일부 플라스틱을 신속하게 분류한다. 영국 레인햄에 위치한 베올리아 공장은 연간 5만 미터톤의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총 9개 등급으로 분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용 중인 기술은 여전히 정확한 사전 분류를 필요로 한다. 수작업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산출량을 확보하려면 정확한 사전 분류를 통해 최소한의 순도 필요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베올리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복잡한 원자재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시장 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자재를 추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경쟁 이전 영역에서 협력해야 한다. 원자재 공급자에서부터 제품 제조업체, 사용 연한이 끝난 제품과 부품을 관리하는 기업, 변화를 뒷받침하는 IT 공급자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에 차익거래 기회가 이미 존재한다. 성공적인 선점기업들은 세계 표준이나 제품 및 공급망 설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등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습관의 저주

순환 경제의 발전을 방해하는 마지막 장애물은 뿌리 깊이 박힌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의 어려움이다. 현재 사용 중인 시스템의 여러 측면에는 오래 전에 내려진 결정이 반영돼 있다. 쿼티(QWERTY) 키보드와 전원 플러그 모양 등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는 결정도 있지만 높은 비용을 초래하는 결정도 있다.

 

 

산업 경제를 둘러보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엉뚱한 인센티브가 수두룩하다. 제대로 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으면 가치를 생성하고 확보하고 재분배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고객들은 좀 더 비싸더라도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제품이 장기적으로 더욱 경제적임에도 불구하고 구매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제품 비용만을 평가하는 데 익숙하다. 임대 모델이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산업에서 임대 모델이 아예 사용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엘렌맥아더재단은 연구를 통해 고가의 가정용 세탁기를 임대하는 소비자는 5년에 걸쳐 사용 비용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체들은 약 3분의 1가량의 이윤을 더 벌어들일 수 있다. 리퍼브 제품을 만들기 전까지 여러 차례 세탁기를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6  

 

 

기업 내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습관은 변화를 방해한다. 고위급 경영진은 익숙한 판매 기반 접근방식에서 활용 기반 접근방식으로 옮겨갈 때 발생하는 마찰과 제품 변화를 위해 투입해야 할 많은 금액의 자본을 걱정한다. 이런 걱정은 당연하다. 예컨대, 그린라인을 선보이기 전에 리코 경영진은 그린라인이 신제품의 매출 감소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린라인과 다른 제품의 판매 추이를 추적 관찰하기 위한 통제 계획(control plan)을 수립하고 나서야 리코는 그린라인 제품이 자사가 판매하는 다른 제품의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으며 기존 고객 세그먼트와는 다른 고객 세그먼트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기업 간에도 잘못된 인센티브가 존재한다. 기업들이 각기 다른 동기를 갖고 있으면 좀 더 순환 경제에 잘 어울리는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위한 최적화된 설계에서 비롯된 이익을 나누기가 힘들다. 예컨대, 유럽의 맥주 산업 내에는 빈 병을 반환하기 위한 폐쇄형 루프 모델이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장에서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에 제조업체로 되돌아온 병의 비중이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점포 주인들이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판매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빈 병을 버리는 쪽을 선호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들이 가치사슬 전반에서 이윤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또한 기업들은 현재의 상황을 깨뜨리는 쪽이 좀 더 쉬워지는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포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예컨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공급자 및 서비스 제공자들과 다시 협상을 진행하거나 많은 금액의 자본 투자에 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순환 경제를 향해

결국, 장애물 자체가 시스템 전체와 관련이 있다. 개별 기업의 행위 자체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규모가 큰 순환 경제를 발달시키기에 충분치 않다. 정책 입안가와 투자자들의 지지를 토대로 재계와 연구 분야의 여러 조직들이 힘을 모아 핵심적인 제조 프로세스와 자재 및 제품의 흐름을 새로 그려내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만일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다음과 같은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원자재에 투입되는 순비용 절감. 세계 경제 전체를 통틀어 살펴보면 자재로 인해 절감되는 비용이 연간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만 따지더라도 중간 정도의 수명주기를 지닌 내구성 제품에서 비롯된 연간 비용 절감 효과가 6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산업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가장 크고(연간 2000억 달러) 기계 장치 산업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 위험 완화. 자동차, 기계, 운송 부문의 강철 소비에 순환 경제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2025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11000∼17000만 미터톤의 철광석에 맞먹는 수준의 순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관련 산업에서 수요로 인한 변동성이 줄어들게 된다.

 

 

● 혁신 잠재력. 순환 가능한 방식으로 자재와 시스템, 제품을 재설계해야만 순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활동은 기업들에 엄청난 기회를 선사한다. 카펫 산업과 같이 대개 혁신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제품 카테고리에서조차도 기업들은 엄청난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

 

 

● 일자리 창출. 일부 추산에 의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제조 산업과 재활용 산업의 일자리가 이미 약 100만 개에 달한다.7  순환적인 산업 모델이 노동 시장의 구조와 활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좀 더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건이 갖춰지면 순환 경제가 현지 고용(특히 초보자용 일자리와 반숙련 일자리) 증가에 기여해 많은 선진국들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는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리코의 재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숫자는 300명이 넘는다.

 

 

이런 잠재력을 끄집어내려면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레버리지 포인트(leverage point)에 모두가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원자재의 흐름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자재가 가장 보편적인 산업 자산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폐쇄형 원자재 루프를 만들고 거대한 자재 흐름이 다시 시스템으로 되돌아오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불순물과 섞이지 않은 자재가 충분히 마련되면 기업들이 강력한 혁신 의욕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 활성화된다.

 

 

도처에 널려 있는 페트병8 을 떠올려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음료 산업에서 음료수를 담는 병의 기본 자재로 페트를 사용하는 추세가 강화되자 단순히 페트병을 제조하는 차원을 넘어서 재활용 페트 시장이 형성됐다. 재활용 페트 시장은 다시 안정적인 플랫폼으로 이어져 음료기업들이 혁신적인 용도로 페트를 활용하게 됐다. 결국 혁신이 자재(구분하고 분리하기 어려운 새로운 첨가제) 차원을 벗어나 제품 및 프로세스로 옮겨가기에 이르렀다. 예컨대 스포츠 음료를 담는 새로운 모양의 병이 탄생했으며, 뜨거운 음료를 병에 주입하는 새로운 프로세스 혁신이 진행됐고, 투입되는 자재의 양을 줄일 수 있도록 병의 두께를 줄였다.

 

 

페트 외의 다른 자재들에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기준을 마련하면 추가적인 행동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네 가지 유형의 자재를 찾아냈다. 순환 경제로 발전하는 과정 내에서 성숙 단계는 저마다 달랐다. 네 가지 유형의 자재는 현실적인 출발점, 즉 시범 프로젝트만으로도 즉각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을 나타낸다. (그림 3)

 

 

그림 3재료의 4가지 유형

 

 

물론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결집시키는 일은 항상 힘들다.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서는 산업 파트너 관계, 컨소시엄 등 다양한 형태가 필요할 수도 있다. 비영리 조직과 비정부 조직 역시 이해관계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9  각 기업이 어떤 길을 택하건 모두가 힘을 모으면 기존의 과학을 활용해 자기 강화적인 선순환 구조(self-reinforcing virtuous cycle)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와 이런 프로젝트의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와 메커니즘이 개발되면 결국 고객, 기업,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익을 얻게 된다.

 

 

‘수취-제조-폐기로 구성된 생산 모델은 오랫동안 성장과 안정성을 위해 저렴한 자원을 활용해 왔다. 이런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선진적인 기업들이 순환 경제(설계 자체가 재생 중심적인 시스템)의 원칙을 활용하면 기업과 경제,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산업 시대의 토대를 다지는 동시에 성장 기회를 붙들 수 있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려면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저자들은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토마스 나우클레르(Tomas Nauclér), 제레미 오펜하임(Jeremy Oppenheim), 켄 소머스(Ken Somers), 프레이저 톰슨(Fraser Thompson), 헬가 밴서나우트(Helga Vanthournout)에게 감사를 전한다.

 

 

 

하인 응우옌·마틴 슈트흐티·마르커스 질스

하인 응우옌(Hanh Nguyen)은 맥킨지 취리히 사무소 컨설턴트다. 마틴 슈트흐티(Martin Stuchtey)는 뮌헨 사무소 이사다. 마르커스 질스(Markus Zils)는 뮌헨 사무소 동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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