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직원 탓 NO! 신뢰붕괴는 시스템에서 온다

137호 (2013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여름 호에 실린 포드햄대 경영학 교수 로버트 F. 헐리(Robert F. Hurley), 퀸즐랜드대 경영학 부교수 니콜 길레스피(Nicole Gillespie), 싱가포르 경영대 조직 행동/인적 자원 교수 도널드 L. 페린(Donald L. Ferrin), 더럼대 인사 경영 부교수 그레이엄 디츠(Graham Dietz)의 글 ‘Designing Trustworthy Organizations’를 번역한 것입니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엔론(Enron), 월드컴(WorldCom), 타이코(Tyco) 등 미국의 일부 기업들이 회계부정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이후 미국에서는 신뢰를 회복하고 준법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성과로 미 의회가 2002년에 통과시킨 사베인스 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을 들 수 있다. 사베인스 옥슬리법은 내부 고발자 보호를 강화하고 CEO CFO에게 재무제표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지우며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관련 법규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조항, 부정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직 구조 변화를 수용하고 좀 더 체계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받아들이도록 이사회를 독려하는 새로운 조직 지침 또한 사베인스 옥슬리법에 포함돼 있다. 기업의 준법 프로그램 지출 규모 또한 연간 60억 달러 정도 증가했다.1  기업의 준법정신이 강조되자 명문 경영대학원들은 윤리 센터를 신설하고 윤리 교육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신뢰 위반(trust violations)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으며 재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 또한 급락했다.2  올림푸스 코퍼레이션(Olympus Corporation)의 회계 부정, 바클레이스(Barclays)의 리보 조작, 뉴스 코퍼레이션(New Corporation)의 전화해킹, BP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원유 유출 등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중대한 신뢰 위반 사례만 언급하더라도 그 숫자가 매우 많다. 사실 2008년에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키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엔론 시대에 등장한 음흉한 일부 기업 관행(특히 부외 부채를 활용해 재무적 취약성을 숨기는 관행)이었다. 금융위기 발생 후 미 의회는 금융 규제 시스템을 확대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드-프랭크 금융 개혁 소비자 보호법(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 대표 기관에는 기업의 부정 행위를 억제할 만한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계속해서 이토록 빈번하게 신뢰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신뢰가 깨지는 사태를 확실히 막으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하지만 신뢰란 무엇인가, 신뢰가 조직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어떻게 신뢰를 구축하고, 잃고, 회복할 수 있는가를 비롯해 그동안 조직 신뢰에 대해 상당 수준의 연구가 이뤄졌다는 점을 떠올리자 더욱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었다.3  대부분의 연구는 리더가 추종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에 관한 상식적인 개념과 일맥상통했다. 필자들 중 한 사람(로버트 F. 헐리)은 리더들에게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틀을 개발했다.4  이 틀은 심리학, 게임 이론, 조직 행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이뤄진 연구에서 비롯된 신뢰에 관한 실증적인 근거를 효과적으로 요약한다. 또한 이 틀은 사람들이 개인, 집단, 조직(‘신뢰 대상’)을 신뢰해야 할지 결정할 때 고려하는 6개 유형의 신호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1. 공통의 가치관: 신뢰 대상이 우리와 같은 가치관과 믿음을 갖고 있는가?

2. 이해관계 일치: 신뢰 대상의 이해관계가 우리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가, 충돌하는가?

3. 선의: 신뢰 대상이 우리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4. 능력: 신뢰 대상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가?

5. 예측 가능성 및 진실성: 신뢰 대상이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윤리 기준(솔직함과 공정성 등)을 준수하며 예측 가능한가?

6. 의사소통: 신뢰 대상이 귀를 기울이며 개방적이고 상호적인 대화에 참여하는가?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조직이 신뢰할 만하다는 진정성 있는 신호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틀을 활용할 생각이다. 조직이 신뢰를 얻고, 잃고, 회복하는 과정을 탐색하기 위해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여러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연구 내용참고.) 필자들은 조직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대인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과는 다르며 전자는 대개 후자처럼 직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심리학과 경영학 분야에서 발표된 신뢰에 관한 연구에서 찾아낸 일부 통찰력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매우 다양성이 높은 글로벌 환경에서 운영되는 크고 복잡한 조직에서 신뢰를 관리할 방법을 찾으려면 새로운 모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새로운 모형은 다음과 같은 3개의 근본적인 질문을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조직 내에서 중대한 신뢰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일부 조직은 반복적으로 신뢰 위반을 경험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 조직들은 체계적으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직의 핵심에 신뢰성이 자리잡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 언제 신뢰가 깨지는가? 일부 조직은 신뢰 회복에 실패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 조직은 신뢰 회복에 성공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신뢰가 깨지는 이유

 

 

신뢰란 미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예상을 바탕으로 확신을 갖고 상대(개인, 집단, 조직, 시스템 등)에게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5  신뢰 대상이 긍정적인 기대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사기, 기만, 총체적 능력 부재, 태만, 착취 등) 신뢰가 깨진다. 신뢰 위반을 감지한 사람들은 상대의 미래 행동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다. 다시 말해서 신뢰도가 내려가는 것이다.6  

 

기업이불량 직원(rogue employees)’소수의 암적인 존재(a few bad apples)’가 신뢰 위반을 초래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중대한 조직 신뢰 위반 사례가 불량 직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신, 문제가 있거나 모순되거나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 뿌리를 내리도록 내버려두는 조직에서 신뢰 위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와 같은 필자들의 주장이 옳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Mattel)은 뛰어난 품질의 장난감을 판매한다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중국 공급망 감시를 소홀히 한 탓에 2007년에 중국에서 생산된 장난감 페인트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고 마텔은 결국 대량 리콜을 실시했다. 2010년에 발생한 BP의 딥워터 호라이즌 시추 시설 폭발 및 원유 유출 사고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과 문화가 안전을 중시하는 태도와 충돌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는지 잘 보여준다. 미 상원 상임 조사 소위원회(U.S. Senate Permanent Subcommittee on Investigations) 2011년에 금융위기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소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아바커스(Abacus) 펀드에서 골드만삭스가 맡은 역할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당시 조사 담당자들은 골드만삭스에는 모든 내용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를 성사시킬 것을 강조하는 비공식적인 문화가 있었으며 이 문화로 인해 고객을 중시하고 진실성을 강조하는 골드만삭스의 공식적인 가치관이 뒷전으로 밀리기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7  

 

사실 중대한 신뢰 위반을 경험한 사실상 모든 기업들이 준수 절차, 품질 점검, 행동 수칙, 윤리 교육 등 신뢰할 만한 행동을 장려하기 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었다. 관련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매우 광범위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중요시되는 한편 이해관계자들에게 보탬이 될 만한 핵심적인 책임을 수행하는 기업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소가 존재했다. 다시 말해서 신뢰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이 일관적이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필자들은 중대한 신뢰 위반을 경험한 대규모 조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 신뢰 위반이 발생하는 조직 차원의 근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연구 과정에서 다국적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수백 명의 직원들에게직장에서 어떤 신뢰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관찰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 조직 운영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측면, 조직 구조조정과 불안정성, 지원 및 마무리 능력 부족, 부실한 인재 관리, 의사소통과 정보 부족, 리더십과 전략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언급됐다.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조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변화를 추구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정부 기관 근무자들은 의사소통 개선, 고위급 경영진 역량 개선, 성과에 대해 좀 더 많은 책임 부여, 직원들에게 권한 부여, 여러 집단 간 협력 강화 등을 추구하겠다고 답했다.

 

 

필자들은 신뢰 위반 사례를 살펴보던 중 적합하지 않은 특정한 행동이 광범위한 신뢰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발적으로, 혹은 계획적으로 다른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반면 특정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기업 전략을 개발하는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식으로 전략을 짜면 결국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도 특정한 이해관계자 집단에 이익이 돌아간다.) 주주 이익이 다른 이해관계자(직원, 고객, 공급업체, 지역사회 등)에 대한 핵심적인 책임보다 중요시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문제라고 정의해도 무방하다. 사실 조직이 특정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8  하지만 단순히 특정 집단을 우선시한다고 해서 신뢰 위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 특정 집단(혹은 다수의 집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골몰한 탓에 다른 집단에 대한 책임(: 직원들에게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에 신뢰 위반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서 단순히 다른 이해관계자 집단보다 특정한 이해관계자 집단을 중시하는 차원을 넘어서 특정한 집단에 이익을 주기 위해 다른 이해관계자 집단을 희생시키고 다른 이해관계자 집단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 문제다.이제는 전 세계에서 소셜미디어가 널리 사용될 뿐 아니라 온라인 글로벌 포럼이 활발하게 운영되며 뉴스 또한 24시간 내내 방영된다. 이런 시대이니만큼 단 하나의 이해관계자 집단과의 관계에서 신뢰가 무너지더라도 좀 더 넓은 범위의 이해관계자 커뮤니티에서 해당 조직의 신뢰에 대한 평판이 급속하게 약화될 수 있다.

  

 

 

 

 

신뢰성 높은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

 

신뢰성이 높은 조직을 구축하고 유지하려면 투자자, 직원, 공급자, 고객, 그 외 조직의 영향을 받는 커뮤니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신뢰성을 측정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필자들은 신뢰성 높은 조직에 대한 연구와 효과적인 신뢰 회복 사례를 토대로 앞서 언급한 6개의 기준(공통의 가치관, 이해관계 일치, 선의, 능력, 예측 가능성 및 진실성, 의사소통)이 조직에 대한 신뢰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미 기존의 사회적, 기술적, 정치적 하위 시스템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기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필자들은 신뢰도 높은 조직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 설계 요소를 개념화하기 위해 신뢰 연구, 시스템 이론, 전략적 조직 설계 등을 활용했다.9  (그림 1) 광범위한 조직 이해관계자들과 지속 가능한 신뢰를 쌓으려면 효과적인 핵심 프로세스(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생산,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효과적인 조직 인프라(전략, 리더십과 관리, 문화, 구조, 시스템)가 필요하다. 신뢰할 만하다는 신호를 확실하게 만들어내려면 적절하고 상호 강화적인 방식으로 신뢰성을 조직에 안착시켜야 한다. 조직 인프라와 핵심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신뢰할 만하다는 신호를 심어두는 조직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할 만하다는 평판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중요한 요소가 흐트러지도록 내버려두면 신뢰가 무너진다.

 

조직을 구성하는 각 요소에 신뢰성이 뿌리를 내리도록 만들려면 직원 및 기타 관련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공식적/비공식적 제약 조건, 인센티브, 기대, 가치관, 규범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공식적/비공식적 억제 장치들은 성실성과 정직성을 장려할 수 있다. 혹은 이런 요소들을 잘못 설계하면 무모함과 불법 행위를 장려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모든 요소에 긍정적인 신호를 심어두면 직원들의 마음속에 신뢰성을 불어넣고 직원들의 신뢰성을 단속할 수 있다. 복합적이거나 비정상적인 메시지는 냉소적인 태도와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 1)

 

 

효과적인 외부 관리는 조직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외부 관리를 완벽한 정답이 아닌 신뢰 구축을 위한 출발점으로 여기는 것이 옳다. 법률체계와 규제기관은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다. 하지만 규제기관은 필요한 만큼의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규제기관의 힘만으로는 모든 신뢰 위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없다. 슬프게도 외부 규제는 조직에 잘못된 안도감을 준다. 그릇된 안도감은 신뢰할 만한 행동과 관련해 현 상태에 안주하도록 조직과 이해관계자들을 유혹한다.

 

 

오클라호마 털사에 위치한 비공개 기업 퀵트립(QuikTrip) 600개가 넘는 편의점을 운영하며 연간 100억 달러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다. 퀵트립 사례는 신뢰할 만한 조직을 구축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업계 선두업체인 퀵트립은 11년 연속으로 <포천>이 선정한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퀵트립은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명확한 경쟁 전략과 사명을 갖고 있다. 예컨대 퀵트립은 순이익의 5%를 자사가 영업하는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퀵트립 경영팀은 대개 해당 지역에서 성장했으며 퀵트립의 가치관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퀵트립 조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퀵트립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필요한 능력을 바탕으로 결과를 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철저한 승계 계획 프로세스가 퀵트립 경영팀의 구성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들은 퀵트립 사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퀵트립이 고객과 직원을 위해옳은 일을 하는 것을 거의 종교처럼 여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퀵트립 이사회는 경험이 많을 뿐 아니라 활발하게 활동한다. 또한 퀵트립 이사회는 조직 전반에서 핵심적인 기능 및 지역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갖고 있다. 퀵트립의 고위급 경영진은 각 지역을 책임지는 핵심 리더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한다. 단순히 이윤을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 매장의 질을 비롯해 직원 만족도, 고객 만족도 등을 살핀다. 퀵트립의 의사소통, 인사, 계획 시스템은 공정성, 역량, 선의를 강화한다. 예컨대, CEO와 고위급 경영팀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직원들의 피드백에 대해 조치를 취할 목적으로 매년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직원 회의에 참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업계 평균에 비해 퀵트립은 직원 이직률이 낮고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퀵트립의 지역사회 관계 및 기타 이해관계자 관계는 신뢰 수준이 높은 편이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신뢰를 무너뜨리는 기업과 신뢰를 유지하는 기업 간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이 조직 안팎의 진실성 및 일관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효율적인 조직 설계(조직 구조와 핵심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설정하고 정렬하는 방식)는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확실하게 충족시키고 조직적인 신뢰 위반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뢰 회복

 

역설적이게도 신뢰 위반이 신뢰성 높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촉매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중대한 신뢰 위반 사건이 발생한 후 성공적으로 신뢰를 회복한 조직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면 어떤 활동이 조직의 신뢰성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2)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즉각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신뢰가 깨진 근본 원인을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진정한 조직 개혁을 실행하고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10  필자들은 신뢰 회복을 시도한 기업에 관한 사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사, 조직 개혁, 평가 등 3개의 중요한 단계를 찾아냈다.11

 

 

1. 조사.효과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신뢰 위반 사건을 진실하고 철저하며 독립적이고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기업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피해 대책을 염려한 나머지 신뢰 위반을 초래한 뿌리 깊은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심층적인 조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2005년에 텍사스 정유시설이 폭발했을 때 BP가 그랬고 2007년에 직원 중 1명이 전화 해킹 혐의로 구속됐을 때 뉴스 코퍼레이션이 그랬다. 그 결과, 신뢰 위반의 씨앗이 시스템 내에 뿌리를 내려 향후에 또 다른 신뢰 위반을 야기했다. 2010년에 발생한 BP의 멕시코만 석유유출 사태와 2011년에 재발한 뉴스 코퍼레이션의 전화 해킹 사태가 그 근거다.

 

효과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조직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요소가 직간접적으로 신뢰 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향후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뇌물 사건 때문에 벌금을 낸 지멘스(Siemens) BAE시스템스(BAE Systems)는 신뢰 회복을 위해 독립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체계적인 개혁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냈다.

 

 

2. 조직 개혁.신뢰 위반은 대개 체계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조직 개혁 또한 체계적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구조와 시스템, 프로세스를 우선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 상대적으로 변화와 설계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조정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조직의 문화, 전략, 리더십, 경영 관행을 변화시키는 것은 좀 더 어렵다. 사실 감독관, 직장 규범, 성과 관리 목표 등이 계속해서 미심쩍은 행동을 부추기면 윤리적 행동을 장려하기 위한 훈련을 실행하더라도 조직 행동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성공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체계적인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성이 서서히 조직 문화에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와 준수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은 그래야만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개혁을 진행하기는 매우 힘들다.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생각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BAE시스템스는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영업 계약사원을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영업 부문에 엄청난 어려움을 안기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 뻔한데도 자체적으로 영업 활동에 제약을 가했다는 사실은 조직 전체에 BAE시스템스 경영진이 매우 진지하게 개혁에 임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신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들은 직원들이 일을 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진정한 문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진정한 문화 변화를 위해서는 리더의 행동 또한 변해야 한다.

 

 

3. 평가.신뢰 위기가 수그러들면 오랜 습관이 되살아나게 마련이다. 개혁이 기대한 역할을 해 내기를 바란다면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예컨대 BAE시스템스는 개혁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감사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면 시간이 걸리고 심층적인 변화는 실현하기 힘들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진정성 있고 한결같은 신뢰성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학습하고, 수정하는 것이 신뢰 회복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성공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히 위기에 대처해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먼저 시스템 관점을 채택해 조직 시스템 내의 진정한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개혁해야 한다. 그런 다음, 개혁의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조직은 이 과정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뿐 아니라 조직 설계에 신뢰성이 깊이 뿌리를 내리도록 만들어 향후에 신뢰 위반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때 조직이 좀 더 뛰어난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업이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하며 역동적인 시장과 세계적으로 연결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계돼 있는 지역사회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신뢰를 관리하는 일은 어렵다. 이 일을 잘 해내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를 상대로 핵심적인 책임을 확실하게 이행하고 신뢰 위반 사례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탄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기업은 직원, 고객, 투자자, 공급자,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신뢰할 만하다는 평판을 얻으며 이런 평판은 기업에 이익을 안긴다. 사실 필자들은 조직의 신뢰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성과도 개선되고, 직원 이직률 및 고객 이탈률이 떨어지며, 감시 비용도 줄어들고, 재무 성과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12  한 가지 좋은 소식은 필자들이 신뢰할 만한 조직을 구축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와 고위급 관리자가 신뢰를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면 신뢰할 만하다는 진정성 있고 일관된 신호를 명확하게 전달해 해로운 기사 제목이 넘쳐나는 세태에 제동을 걸고 기업에 대한 신뢰 척도가 하락하는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로버트 F. 헐리(Robert F. Hurley)는 뉴욕 소재 포드햄대(Fordham University) 경영학 교수이자 신뢰 조직 컨소시엄(Consortium for Trustworthy Organizations) 책임자다. 니콜 길레스피(Nicole Gillespie)는 호주 퀸즈랜드대(University of Queensland) 경영학 부교수다. 도널드 L. 페린(Donald L. Ferrin)은 싱가포르 경영대(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 리콩찬 경영대학원(Lee Kong Chian School of Business) 조직 행동/인적 자원 교수다. 그레이엄 디츠(Graham Dietz)는 영국 더럼대(Durham University) 인사 경영 부교수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4419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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