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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2.0: 복잡한 협상 땐 전선을 나눠라

데이비드 A.랙스(David A. Lax) | 133호 (2013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11월 호에 실린 랙스세베니우스 관리 이사 데이비드 A. 랙스(David A. Lax)와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 교수 겸 랙스세베니우스 사장 제임스 K. 세베니우스(James K. Sebenius)의 글 ‘Deal Making 2.0: A Guide to Complex Negotiation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규모가 큰 거래는 대개 여러 건의 작은 거래로 이뤄진다. 초대형 합병, 중대한 판매 거래, 인프라 프로젝트 등이 그렇다. 심지어 유엔 결의안 가운데도 여러 건의 작은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있다. 다양한 당사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나름의 관심사와 관련해 집중적인 협상을 벌인 결과가 바로 이런 거래다. 거래에 관한 조언은 대부분 퍼즐을 구성하는 각 조각에 적용하기에 적합한 전술을 선택하는 방법에 집중돼 있다. 애당초 각 조각을 찾아내는 방법은 고사하고 각 조각을 하나의 퍼즐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최고의 방법을 알려주는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확연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유럽 최대의 철강회사 아르셀로(Arcelo)를 인수한 미탈스틸(Mittal Steel) 사례를 생각해 보자. 미탈의 아르셀로 인수는 가치가 무려 331억 달러에 달하는 복잡한 거래였다. 미탈스틸 설립자 락시미 미탈(Lakshmi Mittal)이 인수 거래를 타결하기 위해 아르셀로 CEO와의 회의를 준비하는 것 외에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자. 미탈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건 아르셀로가 퇴짜를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여러 소식통에 의하면 아르셀로 이사회와 CEO는 맨 처음에 미탈스틸의 제안에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탈은 미탈스틸의 CFO를 맡고 있는 자신의 아들 아디티야(Aditya)와 함께 필자들이협상 캠페인(negotiation campaign)’이라 부르는 방법을 활용했다. 다시 말해서 여러 건의 금융 협정을 체결하고 룩셈부르크와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에서 주주와 정계 인사를 상대로 포괄적인 교섭을 벌였으며 브뤼셀과 미국에서 규제 합의를 체결했다. 여러 건의 협상을 통해 충분한 지지를 확보한 덕에 미탈은 잠재적인 방해 요인을 극복하고 심지어 방해 세력이 더 이상 아르셀로 인수를 반대하지 않도록 변화시킬 수 있었다.

 

미탈의 인수 거래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거래 역시 다양한 전선(fronts·戰線)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신제품을 내놓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지를 얻고 고위급 경영진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인과 부서가 참여하는 복잡한 사내 협상을 조직해야 한다. 새로운 기업을 설립한 사람은 상호 강화 작용을 하는 여러 건의 협상을 하나의 망으로 엮어야 한다. 가령, 적절한 자금원으로부터 적절한 조건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활동, 믿을 만한 인물을 협상에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원과의 협정 체결, 전략적인 파트너와의 계약 이행 등을 모두 하나의 망으로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포괄적인 상황을 구성하는 개별 거래는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해결해야 하는 전술적 과제(tactical challenge)를 제시한다.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직접 협상에 익숙하다. 대신, 이들은 협상 테이블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전략적인 과제(strategic challenge)에는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편이다. 다시 말해서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결과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부족한 협상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개별 거래의 순서를 배열하며 이 순서가 지켜질 수 있도록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필자들은 이 과정을 일종의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을 수많은 당사자와 관련 있는 여러 개의 전선이 결합된 캠페인이라고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필자들은 수십 건의 복잡한 거래와 관련해 그동안 조언을 해온 경험과 분석 내용을 기반으로(또한 판매, 마케팅, 정치, 전쟁 부문에서 얻은 통찰력도 활용했다) 경영자들이 이런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과 도구를 개발했다. 필자들은 본 논문을 통해 관련 있는 당사자를 찾아내고, 여러 전선을 정의하고, 각 전선을 상대하기 위한 순서를 정하고, 승리 연합 구축을 위해 여러 건의 복잡한 거래를 조직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제시하는 등 캠페인 진행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먼저 다중전선 캠페인(multifront campaign)의 정의와 직접 협상 방법의 한계를 설명하기 위해 미 태평양 연안의 항만 운영자들이 불리한 입장에서 부두 노동자와 대면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살펴보자. (다양한 출처를 통해서 이 사례를 확인했다. 그중에서도 캐스린 맥긴(Kathleen McGinn)과 디나 위터(Dina Witter)가 기고한 하버드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사례를 집중적으로 참고했다.) 이런 유형의 노동 쟁의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태평양해운협회(Pacific Maritime Association·PMA)는 다중 접선 접근방법을 도입해 감당하기 힘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당사자에게 유익할 가능성이 큰 협정을 도출해내는 데 도움이 되는 다수의 유용한 원칙을 활용했다.

 

 

해안가의 결전

PMA는 총 72개에 달하는 미국 해운 회사 및 글로벌 해운 회사로 구성된 협회다. 머스크(Maersk), 한진해운 등과 같은 대규모 해운 회사뿐 아니라 샌디에이고에서 시애틀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을 따라 늘어선 항만에서 터미널 운영을 맡고 있는 업체들도 해운협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PMA는 국제항만노동조합(International Longshore and Warehouse Union·ILWU) 3년에 한 번씩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PMA 회장으로 취임한 조셉 미니애스(Joseph Miniace) 1999년에 회담을 진행할 당시 심각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던 태평양 연안 항구의 비효율적인 운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IT를 도입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합의를 도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미니애스는 노조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혔다. 노조가 당장은 일자리를 보장하지만 향후에 일자리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방안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조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1950년대 이후 컨테이너화를 비롯한 기타 기술 변화로 인해 국제항만노동조합 서부 연안 지부 소속 노동자 수가 90%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항만 노조는 미 서부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해상 무역(당시 가치로 1주일에 60억 달러 규모)에 대한 영향력을 적극 활용해 비공식적인 태업에 돌입했다. 물건이 가득 실린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길게 늘어섰고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다. 월마트(Walmart), (Dell), 홈디포(Home Depot), 닛산(Nissan), 보잉(Boeing) 등 해양 수송을 통해 부품과 제품을 확보하는 기업, 쉽게 상하는 농산물을 수송해야 하는 농업 부문, 정부 등이 PMA와 노조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운송 관련 조직으로 구성된 분열된 조직에 불과했던 PMA는 이 같은 압박에 쉽게 굴복했다.

 

2002년 회담이 열리기 전, 미니애스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항만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문제를 다시 언급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미니애스는 노조의 반응을 우려했다. 노동 전문가 하워드 키멜도프(Howard Kimeldorf)경제적인 영향력을 따지면 국제항만노동조합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항만노동조합이 오랜 기간 협상력을 키워 온 결과가 노조원의 급여에 반영돼 있었다. 2002년을 기준으로 노조원 평균 급여(초과근무 수당 포함)를 살펴보면 항만 노동자가 연평균 83000달러, 사무원이 118000달러, 십장이 158000달러를 수령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미니애스에게 어떻게 협상을 하라고 조언을 할지 생각해 보자.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흔히 제안되는 방법으로는 적극적인 경청, 신뢰 구축,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노력, 거절에서부터 출발하는 전략, 보디랭귀지 해석, 윈윈 방안 제안, 협상이 끝날 때까지 협상 당사자를 한 방에 넣어두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런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태업을 감행한 바 있는 국제항만노동조합이 1주일에 무려 60억 달러어치의 물품이 오고 가는 서부 연안 항만에서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전술은 먹혀들 리가 없었다.

 

이 같은 상황 판단을 바탕으로 미니애스는 PMA의 불리한 위치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도입했다. 2002년 회담이 열리기 한참 전부터 총 4개의 전선에서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니애스가 계획한 캠페인의 목적은 항만 노동자들이 미니애스가 제안한 기술 도입 방안에 반대하지 않고 찬성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1 전선: 내부. 미니애스는 가장 먼저 PMA에 주목했다. 내부 동조를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PMA 회원들을 방문해 끈기 있게 신기술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한편 대형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를 등에 업고 회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런 노력 끝에 미니애스는 협회로부터 이사회를 구조조정하고 이사회 규모를 줄여도 좋다는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미니애스는 구조조정을 통해 원활한 계약 협상 능력을 갖고 있는 노사 전문 경영자의 숫자를 줄이고 반복적인 양보가 초래하는 경제적 결과에 주목하는 운영 담당 경영자의 수를 늘렸다. 또한 PMA는 만장일치 모델에서 투표 모델로 전환하는 등 이사회의 의사결정 절차 변경에도 동의했다.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델하에서는 운송량에 따라 가중치가 주어지기 때문에 가장 운송량이 많은 조직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2 전선: 기업. 그런 다음, 미니애스는 국제소매협회(International Mass Retail Association)의 회장으로서 다수의 조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로빈 러니어(Robin Lanier)와 긴밀하게 협력했다. 러니어는 미니애스가 제시한 근거를 해운 회사, 제조업체, 월마트를 비롯한 소매업체에 전달했다. 이들이 제시한 조언과 의견은 PMA 내부 전선을 상대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 러니어가 접촉한 당사자들은 당연하게도 협회와 노조 간의 협상에 나름대로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물론 과거에는 PMA가 갖고 있는 이해관계가 전혀 활용되지 못했다.) 신기술이 도입되면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고 화물을 좀 더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항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3 전선: 정부. 그후, 미니애스는 팀원들과 함께 미 상무부, 재무부, 노동부, 운수부, 국토안보부, 미국무역대표부를 방문했다. 미니애스가 정부의 특혜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미니애스는 1999년의 노조 태업 사태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짚고 넘어갔을 뿐이다. 미니애스는 국제항만노동조합이 유사한 행보를 취하면 합의를 하는 대신 항만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4 전선: 대중. 마지막으로 PMA는 협회에 유리한 방식으로 미디어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홍보 계획에 돌입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항만노동조합을 특권에 사로잡힌 채 기술을 거부하며 고임금을 받는 귀족 노조라고 묘사했다.

 

위원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재계 관계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명확한 목표를 토대로 홍보 활동을 진행한 결과 PMA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노조는 또다시 태업에 돌입했고 PMA는 약속한 대로 항만을 폐쇄했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태프트-하틀리법(Taft-Hartley Act·노조 활동에 관한 연방법)의 비상 규정을 적용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태프트-하틀리법 비상 규정이 적용되자 협회와 노조 모두 다시 정상 업무로 복귀했으며 국제항만노동조합이 준비한 무기의 효력이 사실상 약화됐다. 또한 노조는 협회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많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과거의 노사협상은 노사 대표가 한 방에 모여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협상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방 안에 갇힌 책임자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을 앞세워 테이블을 두드려가며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협상은 신뢰 구축과 경청을 강조한다. PMA 사례에서는 미니애스가 협상 테이블에서 벗어나 여러 전선에서 순차적인 캠페인을 벌인 덕에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국제항만노동조합 협상 책임자는 유감스러운 듯이과거에는 협상 테이블에서 협상이 진행되곤 했다고 이야기했다.

 

PMA의 캠페인은 어느 정도 강압적이었다. 하지만 PMA는 관계된 모든 당사자들이 상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온전히 강제적이기만 한 접근방법을 취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했다. 결국, 협회와 노조는 연방 중재기관의 도움을 받아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에 따라 기술에 대한 권리와 신기술 관련 일자리에 대한 권한이 각각 해운 회사와 노조에게 돌아갔으며 당시 노조원들이 갖고 있던 일자리도 그대로 보존됐다. 전례 없이 새로운 협상을 받아들인 노사 양측은 3년이 아니라 6년 동안 합의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2008, PMA와 국제항만노동조합은 별 탈 없이 또다시 협상을 타결해 향후 6년 동안 협상의 효력을 유지시키기로 했다. 2010년이 되자 미 서부 연안에 위치한 항만의 고용 및 물류 처리량 모두 2002년에 비해 약 40% 증가했다.

 

언제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가, 그 이유가 무엇인가

직접적인 협상보다 캠페인이 좀 더 효과가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목표 결과를 찾아낸 다음 목표에 도달하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물을 평가해야 한다. 협상과 관련된 약점(예컨대, 자신은 협상을 포기하기 어려운 입장이지만 상대방은 협상을 포기하더라도 많은 것을 잃지 않는 상황), 지나치게 낮은 협상 가치, 협상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반대 세력 등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캠페인이 어떤 식으로 장애물 극복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캠페인을 통해 유용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거나, 신뢰도를 높이거나, 협상 테이블에 가져다 놓을 가치를 강화하거나, 협상 대신 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상대가 협상 대신 다른 방안을 택하지 못하도록 만들거나, 잠재적인 방해 세력을 무너뜨리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좀 더 커지는가? 주요 협상 테이블 앞에 앉기 전에 승인을 받거나 지지를 얻기 위해 별도의 협상(: 중요한 계약을 따내거나 유통권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야 하는가? 위 질문을 듣고 한번이라도라는 답을 했다면 캠페인 접근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PMA의 경우에는 과거와는 다른 접근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2002년 회담에서 해운업체의 불리한 입지를 강화하지 않은 채 1999년에 사용했던 직접 협상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다면 1999년과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1999년에 협상을 방해했던 커다란 장애물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캠페인 설계와 실행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거래에 도달하고 거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만한 승리 연합을 구축하려면 다음과 같은 6단계를 따라야 한다.

 

1. 적절한 당사자를 선택해 여러 전선으로 분류하라. 합의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고려했을 때 어떤 당사자의 참여가 요구되는가(그리고 도움이 되는가)? 또한 여러 당사자들을 관리 가능한 여러 전선으로 묶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이 꽤 명료한 경우도 있다. 2005년 말, 인도항공에 787 드림라이너(Dreamliner)를 포함해 110억 달러어치의 항공기를 판매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한 보잉 사례를 생각해 보자. 성공적인 캠페인을 위해 보잉은 사내의 여러 사업부와 경영진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고 은행, 수출 진흥 기관, 항공기 대여 업체 등과 협상해야 했다. 또한, 인도 제조업체로부터 인도에서 생산된 부품을 조달하고 인도 현지에 항공기 유지와 조종사 훈련을 책임질 조직을 설립하는 문제와 관련해 인도 정부(인도항공 소유 지분 보유)와 합의를 도출해야 했다. 따라서 보잉은 내부 기업 전선, 외부 금융 전선, 정치/국가 전선에서 협상을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캠페인에 포함시켜야 할 당사자와 전선을 찾아내는 것이 항상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PMA가 벌인 캠페인이 그랬듯 초반에는 도움이 되는 당사자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1999년에 협상을 벌일 당시, 미니애스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협상에 참여시켜야 할 대상을 결정했다. 협상 테이블의 한쪽 끝에는 PMA가 앉고 반대쪽에는 국제항만노동조합이 앉으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2년의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미니애스는 협상에 가장 도움이 되는 당사자(PMA 소속 회원기업, 소매업체, 제조업체, 농업 부문, 연방 기관, 좀 더 포괄적인 대중)를 찾아내기 위해 창의성과 결단력을 발휘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다중전선 캠페인을 벌인 홍콩중화가스에는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기업들과 손잡고 수많은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홍콩중화가스가 협상이 필요한 수많은 당사자를 찾아내기 위해 어떤 체계적인 과정을 활용했는지 설명돼 있다.)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거래를 기준으로 거꾸로 그림을 그려보는백워드 매핑(mapping backward)’은 어떤 당사자를 참여시켜야 할지, 그리고 어떤 당사자가 유용할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백워드 매핑 기법을 활용하면 자신이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대상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다. 정치인과 협상을 하는 경우라면 해당 정치인에게 많은 돈을 기부하는 사람에게 접근해야 할 수도 있다. CEO와 협상을 하는 경우라면 대량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접근해야 할 수도 있다. 유용한 자원이나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협력자, 목표 거래를 대체 가능한 믿을 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당사자 등을 찾아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각 당사자의 이해관계와 인식, 공식적인 핵심 관계 및 지지층, 비공식적인 핵심 관계 및 지지층, 협상 대신 택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찾아내야 한다. (필자들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논문그저 유능하기만 한 협상가의 여섯 가지 습관(Six Habits of Merely Effective Negotiators)’ ‘3D 협상: 큰 그림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협상하라(3-D Negotiation: Playing the Whole Game)를 참고하면 이런 유형의 분석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당사자들을 여러 그룹으로 분류해야 할지, 분류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보잉-인도 항공 사례에서 보듯이 종류나 부류, 혹은 부문이나 지역을 기준으로 여러 당사자를 분류할 수도 있다. (: 채무자나 브뤼셀의 규제기관.) 여러 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연결돼 있을 수도 있다. (: 정부 부처 직원이나 피인수 대상의 사내 부서.) 여러 당사자들이 핵심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 환경 부문 비정부 기구나 기업 지배권을 갖고 있는 가문의 구성원.) 하나의 전선이 하나의 중요한 당사자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통의 관심사나 소속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뉘는 여러 당사자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2. 여러 전선 간의 상호 의존성을 평가하라. 1단계에서 분류한 각 전선이 대체로 독립성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전선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예컨대, 기업/정치 차원의 일시적인 합의가 금융 협상에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세력이 자사가 다른 전선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이 같은 사실이 전반적인 전망에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는가? 하나의 전선에 협상 자원을 배치하면 다른 곳에 배치 가능한 자원이 제한되는가? 이외에도 다양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3. 여러 전선을 통합해야 할지, 언제 통합을 시도해야 할지 결정하라. 수많은 전선이 존재하는 복잡한 상황에서는 각 전선을 개별적으로 상대하는 방법이 체계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각 전선을 별도로 유지하는 방법은 초반에만 활용 가능하다. 각 전선에서 충분한 진척이 이뤄졌다면 여러 전선을 통합해야 한다.

 

여러 전선을 통합하면일괄 거래(package deal)’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전선에서 성공을 거둔 덕에 또 다른 유사한 자원과 결합했을 때 최고의 가치를 발휘하는 자원(: 자본, 지적 재산, 가치 있는 고객, 영향력 있는 협력 세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여러 전선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반대 세력을 결집시키는 예상 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노코(Conoco)는 에콰도르에 위치한 아마존 지역에 송유관을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여러 전선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그중에는 토착주민 보호를 외치는 에콰도르인과 해외 인사들로 구성된 전선도 있었고 환경 부문 NGO로 이뤄진 전선도 있었다. 두 전선 모두 코노코의 계획에 반대했다. 하지만 대개 독립적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코노코가 아마존강 위를 떠다니는 호텔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모아놓고합의 도출을 시도하자 두 전선은 세력을 더해 코노코의 송유관 설치 프로젝트를 더욱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코노코는 결국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 무역대표부 찰린 바셰프스키(Charlene Barshefsky) 대표는 1990년대 말에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산업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합동 행사를 주최하곤 했다. 과거에는 독립적으로 활동했던 세력을 한데 모아 중국과의 지적재산권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바셰프스키의 목표였다.

 

여러 전선 간에 상호 의존성이 전혀, 혹은 거의 없는 경우, 각 전선에서 충분한 수준의 진척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여러 전선을 결합시키면 반대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여러 전선을 독립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반면 투명성이 중요하고 개별 전선에서의 성공이 공동의 이익에 도움이 되며 이런 활동이 협력 세력을 하나로 묶는 데 도움이 된다면 여러 전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한 전선에서 앞으로 나아가면 다음 전선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 예컨대, PMA와 국제항만노동조합 사례에서는 협회가 중요한 기업들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정부 기관과 대통령으로부터 한층 수월하게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4. 캠페인의 순서를 정하라. 하나의 전선 내에서 각 당사자에게 접근할 순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거래가 성사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여러 전선에 접근할 순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A라는 전선에서 성공할 경우 B전선에서 성공할 가능성(혹은 성공의 가치)이 대폭 커진다면 먼저 A전선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중요한 파트너와의 거래 성사 여부가 금융 거래 결과에 달려 있다면 먼저 금융 전선에 집중해야 한다.

 

적절한 순서가 중요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캠페인 진행 초기에 뛰어난 명성을 갖고 있는 중요한 투자자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주력 입주업체, 유명 기부자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다른 투자자나 입주업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기부하는 사람 등이 자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좀 더 신속하게 협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최종 목표를 기준으로 반대로 그림을 그려보는 백워드 매핑 기법이 도움이 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에 대한 의회 표결을 앞둔 시점에 빌 클린턴(Bill Clinton) 행정부 내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 핵심 전략가를 맡고 있었던 빌 데일리(Bill Daley)의 사무실에 새로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동안 협정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던 어느 의원이 결국 반대로 돌아섰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데일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우리가 그 의원에게서 찬성표를 받아낼 인물을 찾을 수 있을까? 문제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있을 거야. 그 의원을 압박할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사람을 찾아야 해.”

 

필자들은 고객의 금융 거래를 돕기 위해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대상인 CEO에서 한 단계 뒤로 물러나 CEO의 신임을 받고 있는 CFO, 또다시 한 단계 물러나 CFO와 탄탄한 신뢰 관계를 맺고 있는 애널리스트로 옮겨가는 백워드 매핑 기법을 활용했다. (필자들은 해당 애널리스트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히 대비를 시켜뒀다.) 이 방법을 활용한 덕에 CEO로부터 훨씬 수월하게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CEO는 곧장 CFO의 의견을 구했고 CFO는 이미 필자들이 진행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었던 애널리스트를 찾아와 의견을 구했다.

 

최적의 순서가 통념과 위배될 수도 있다. 예컨대, ‘협력 세력을 가장 먼저 참여시켜야 한다는 조언을 생각해 보자.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세계적인 반()이라크 연합을 구축하고자 했다. 당시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 내에서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은 명확하게 이스라엘을 배제했다. 이스라엘을 연합체에 공식적으로 포함시키면 수많은 아랍 국가들이 가입을 포기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베이커는 이런 문제를 피할 요량으로 이스라엘을 연합체의 암묵적인 구성원으로 대했다. (뿐만 아니라 사담 후세인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직접 보복을 가하지 않도록 이스라엘을 자제시켰다.)

 

마찬가지로 외부 전선에서 협상을 준비할 때는확실한 아군을 가장 우선시하거나 내부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서부터 출발하고픈 욕구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제1차 걸프전을 준비할 당시 제임스 베이커와 조지 H.W. 부시(George H.W. Bush) 대통령은 먼저 미군을 중동으로 파견한 다음 다양한 국제 전선에서 빈틈없이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노력 끝에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쫓아내기 위해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좋다는 유엔 안보리(UN Security Council) 결의를 이끌어냈다. 부시 행정부는 외부 전선에서 성공을 거둔 후에야 내부 전선인 미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부시와 베이커가 무력 충돌에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의회로부터 먼저 전쟁을 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아내려 했다면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더라면 미국의 주도하에 연합체를 구축하기 위한 모든 시도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의회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외부 연합체와 유엔 결의였다.

 

순서 배치와 관련된 보편적인 본능을 따르면 또 다른 이유로 잘못된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스티브 펄먼(Steve Perlman)은 웹TV(WebTV)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은 웹TV 경영팀의 자원을 금융, 콘텐츠 공급자, 유통, 제조 등 다양한 전선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TV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한 방법을 강력하게 권했다. 벤처캐피털 업체, 엔젤 투자자, 업계 파트너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들 이야기했던 것이다. 설립 후 얼마 되지 않았던 웹TV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게도 잠재적인 자금 제공자들은 소비가전 업체가 웹TV에 투자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펄먼은 직접적인 접근방법을 취하는 대신 캠페인의 최종 목표인 금융 거래를 기준으로 백워드 매핑 기법을 적용했다. 펄먼은 하나 이상의 유명한 소비가전 기업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하기만 하면 웹TV의 가치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판단을 근거로 펄먼은 소니(Sony)와 필립스(Philips)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힘겨운 노력을 통해 소니와 필립스라는 대형 소비가전 업체 두 곳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펄먼은 금융 전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펄먼은 소니와 필립스의 지지가 아니었다면 결코 확보하지 못했을 정도로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훨씬 많은 금액의 벤처캐피털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신규 자금을 확보한 펄먼은 도소매 유통 경로, 콘텐츠 공급업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해외 협력 파트너 등 나머지 전선을 하나하나 상대하며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뜻밖에도 펄먼이 장기적인 협상 캠페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일련의 과정이 금방 끝이 났다. 빌 게이츠(Bill Gates)가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펄먼이 한창 번성 중인 신생 기업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한 최적의 순서는 여러 전선 사이에 존재하는 의존성의 본질에 달려 있다. 이후 진척을 위해서 특정한 단계의 성공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특정한 단계의 성공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경우, 당사자 간의 존중이나 영향력이 특정한 단계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특정한 단계의 성공이 이후의 입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캠페인 초기에 특정 전선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초기에 성공을 누리는 대가로 차후에 발생 가능한 훨씬 커다란 가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초기의 실패가 이후의 성공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런 설명은 효과적인 캠페인 진행 순서 결정을 위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좀 더 구체적인 조언을 원한다면추가적인 읽을거리에서 제안한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5.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언제 공유할지 결정하라. 캠페인 진행 순서에 따라 자사의 활동이 경쟁 상대나 다양한 전선에 노출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노련한 투자자와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랄 것이다. 마찬가지로, 뛰어난 사업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면 그 사실을 숨기고 싶을 것이다.

 

협상 과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중요할 수도 있다. 비밀주의나 막후 협상이 전략상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기미를 보이면 캠페인의 적법성이 약화될 수도 있다. 예컨대, 온두라스 대통령은 스톤 컨테이너(Stone Container)와 대규모 삼림 관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협상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지저분한 뒷거래가 오고 갔다는 의혹을 샀다. 온두라스 대통령이 비밀주의를 고수하자 정치, 노동, 기업, 환경 등 여러 전선에서 프로젝트를 반대하기 시작했고 결국 빈곤에 허덕이는 중미 국가에 경제와 환경의 측면에서 엄청난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됐던 투자 프로젝트가 전면 취소되고 말았다.

 

자금 조달과 같은 일부 활동의 경우에는 중요한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싶을 수도 있다. 중요한 약속을 확보한 후 그 같은 성과를 공개하면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고 불가피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명확한 밴드웨건(bandwagon) 효과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참여를 망설이는 협력 세력의 참여를 독려하는 동시에 자사의 캠페인이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을 때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 세력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제공될 경우 반대 세력이나 기회주의자가 결집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상당한 진척이 이뤄질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여러 구획으로 나눠진 땅을 사 모으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개별 협상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외부로 새나가면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 저항이 발생할 위험성이 급증할 수도 있다.

 

6. 학습하고 적응하라. 캠페인 설계와 실행에 관한 결정은 반복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캠페인 진행 과정을 순서대로 나열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진행되는 과정 내내 새로운 정보가 등장하며, 새로운 사건에 상대가 나름의 방식으로 반응을 보이고, 협력 상황 및 환경이 변화할 수도 있다. 끊임없이 자사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평가하고 항상 전략과 전술을 개선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유능한 협상 캠페인 담당자는 전략적으로 생각하되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하나의 협상에서 캠페인으로

대부분의 협상 전문가와 협상 안내서는 개별 협상을 분석 단위로 활용한다. 의사소통 패턴, 전술적인 선택, 성별이나 문화와 같이 직접적인 접근방법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헤치는 것이다. 협상 캠페인 역시 분석 기술 및 행동 기술을 요구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협상 캠페인 내에서 분석 기술과 행동 기술은 좀 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방법을 구성하는 일부 요소일 뿐이다.

 

분석의 단위가 하나의 거래에서 다중전선 캠페인으로 이동하면 분석할 때 초점을 둬야 할 대상 역시협상 테이블에서 활용 가능한 전술에서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진행될 과정으로 옮겨간다. 협상을 위해 곧장 핵심 의사 결정권자를 찾아가는 방법이 타당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협상 캠페인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때도 있다. 사실 협상 캠페인 외에 그 어떤 방법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데이비드 A. 랙스·제임스 K. 세베니우스

데이비드 A. 랙스(David A. Lax)는 협상 전략 기업 랙스 세베니우스(Lax Sebenius)의 관리 이사다. 제임스 K. 세베니우스(James K. Sebenius)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고든 도널슨(Gordon Donaldson) 경영 교수이자 하버드 법대(Harvard Law School)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Harvard Negotiation Project) 책임자이며 랙스 세베니우스 사장이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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