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복잡한 글로벌혁신, 10가지 관리비법

133호 (2013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10월 호에 실린 킬리 윌슨(Keeley Wilson)과 이브 도즈(Yves L. Doz)의 글 ‘10Rules for Managing Global Innov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잘 분산된 경영이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와 역량의 보물 창고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에 역량을 활용하는 일에는 예상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주는 어려움 중 일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최고경영진에게 적합한 역할을 찾아 주거나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공식적인 과정과 비공식적인 과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지역에서 진행된 혁신 프로젝트 관리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단일 지역 프로젝트에서는 혁신에 필요한 주요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지만 글로벌 프로젝트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아는 정보와 신뢰를 토대로 진행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상급 관리자는 즉시 의사 결정에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방향과 지원을 제시할 수 있다. 팀원들은 동일한 언어와 문화, 관습을 공유하며 이는 프로젝트에 유연성을 부여한다.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반복 학습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반면 한 프로젝트가 여러 장소에 걸쳐 진행되면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장점 중 많은 것이 사라진다. 따라서 분산된 혁신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세계화를 통해 얻는 독특한 이점을 살리면서도 한곳에서 진행할 때의 장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제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는 10년 이상 시티은행(Citibank), 휴렛팩커드(HP), 히타치(Hitachi), 인포시스(Infosys), 인텔(Intel), LG전자, 노바티스(Novartis), 필립스(Philips), 삼성, 지멘스(Siemens), 보다폰(Vodafone), 제록스(Xerox) 등 전 세계 47개 기업을 조사했다. 2004년에는 부즈앤컴퍼니(Booz&Company)와 함께 19개 국, 17개 분야의 186개 기업을 조사했는데 이 기업들의 혁신 비용을 종합하면 78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10가지 법칙을 제시하겠다.

 

1. 소규모로 시작하라

분산된 혁신을 돕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 경험이다. 특정 지역에 대한 기술과 고객 지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해당 멤버들에게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이 없다면 그들은 보유한 역량을 프로젝트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고심할 것이다. 단일 장소 프로젝트에서는 참여 멤버들이 조직 내 정보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앞뒤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조직 내 풍부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서 동료들 간 신뢰와 자신감을 쌓는 데 도움을 준다. 여러 장소와 시간대에 걸쳐 분산된 프로젝트는 장소마다 다른 업무 방식이나 소통 패턴, 문화적 차이에 방해받기 쉽다. 일상적인 만남과 상호작용이 부족하면 참여 멤버들은 자신이 업무에 능숙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애를 먹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많은 팀이 다른 지역 팀들과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일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고 협업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

 

효율성을 높이려면 분산된 각 팀이 협조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협업에 익숙해져야 한다. 정식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2∼3지역 정도에 소규모 분산 프로젝트를 시행해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전자제품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과 도시바(Toshiba)가 조인트벤처 기업인 STI를 세워 전자 저장장치와 변환기를 개발할 때 이 방식을 사용했다. 경영진은 새로운 파트너십에 굉장히 흥분했지만 엔지니어들은 그렇지 않았다. STI는 먼저 두 기업 간 신뢰를 쌓기 위해 규모가 작고 설령 잘못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을 협업 프로젝트들을 시행했다. 상급 관리자들이 이 프로젝트들을 밀착 관리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끝나갈 때쯤 두 조직은 상대편 멤버들과 협업하는 일을 편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곧 협업 규칙과 보충 협약들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보다 복잡하고 글로벌한 프로젝트를 위한 안정적인 밑바탕을 다져갈 수 있었다.

 

2. 조직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라.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처럼 기업 내 큰 변화가 일어나면 분산 혁신은 더욱 복잡해진다. 최고관리자들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뒤로 한 채 조직 내부에만 신경쓰기 쉽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의 중대한 결정이 자주 지연되고 다양한 이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곤 한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영역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프로젝트 팀원들은 일자리를 걱정하거나 집중력을 잃기도 한다.

 

한 글로벌 전자제품 기업을 생각해보자. 지금부터 이 기업을 Elecompt라고 부를 것이다. 이 기업은 기업 인수 및 R&D부서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였지만 관리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을 향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숙련된 엔지니어들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는 프로젝트에 심각한 지연을 가져왔다.

 

물론 안정적인 상태에서만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조직 변화에서 나타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에 대비하고 글로벌 팀들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반드시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며 조직원이 느끼는 자신의 가치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높여야 한다. 이는 특히 인재 확보 경쟁이 심해서 충성심을 높일 시간조차 없는 중국 지역에서 R&D를 진행하는 기업들에 중요하다.

 

3. 프로젝트 전체를 살피고 지원하는 상급 관리자를 두라.

프로젝트의 근본이 되는 지식 기반이 흩어져 있거나 프로젝트 팀이 여러 개 지역에 분산돼 있다면 오해와 충돌, 중요한 결정의 교착 상태가 발생하기 쉽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프로젝트 팀들은 이런 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 의견 불일치 때문에 개인적으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심판자나 위기 관리자, 지원자 또는 궁극적인 의사결정자 역할을 담당할 상급 관리자를 둬야 한다.

 

단일 지역 프로젝트에서는 관리자가 승인을 내린 후 뒤로 물러서서 팀원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게 하는 것이 좋다. 즉 관리자가 현장에 존재하고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통해 감독할 수 있을 때는 이 같은 관망적 관리가 가능하다. 관리자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어려움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필요할 때 직접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혁신을 잘하는 기업들은 상급 경영진에게 프로젝트 내 명확한 역할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교정 렌즈 생산 기업인 에실로(Essilor)는 경영진이 각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도록 적절히 배치한다. 경영진은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살피고 주요 결정을 책임지며 해당 프로젝트가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다.

 

에실로는 PPG, 트랜지션 옵티컬(Transitions Optical)과 함께 광색 렌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전 세계 20개 이상 지역에서 진행됐다. 시장을 선점하려고 일정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잡았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무렵, 출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양산 단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품질 확인 및 평가 단계를 줄여야만 일정을 맞출 수 있었지만 18개 생산설비 관리자 중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는 감독의 부재와 불명확한 결정권으로 프로젝트 전체가 중단되거나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책임 경영진이 이 문제를 발견한 즉시 경영회의 안건으로 올렸고 경영회의에서는 출시 시점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위험이 생산현장이 아닌 프로젝트 관리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경영진의 개입으로 작업 흐름을 중단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상품은 때맞춰 출시됐다.

 

4. 엄격한 관리와 노련한 리더를 활용하라

프로젝트를 하루 단위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전담 관리자뿐만 아니라 강력한 관리 팀과 툴, 노련한 팀 리더가 필요하다.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구조와 규율을 세우고 각 지역이 동일한 목표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 기업은 엄격한 품질 프로그램을 공식적인 프로젝트 관리 도구로 활용한다. 지멘스는식스시그마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Six Sigma)’을 공용 분석 도구로 규정해서 직원들에게 조언을 제공한다. 평가회의의 목표와 일정을 정할 때도 사용한다. 이 프로세스는 각 지역에서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밖의 방법으로도 기업은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렌즈 생산업체 에실로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조직이 기업 내 존재한다. 해당 조직은 각 부서와 지역 출신 실무진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여러 해 동안 글로벌 혁신을 시도하는 부서의 관리자로 일하다가 각자 전문적인 분야에 정착했다. 통상 이런 자리는 직원들이 매우 선호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상위 경영자들과 가까이에서 일할 수 있는데다 기업 내 다양한 조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덕분에 이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아우르는 능력과 전 세계에 걸친 탄탄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사실은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들은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언제나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인트벤처 기업 STI의 프로젝트 관리자는 팀 간 e메일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로 일정상 차질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상급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육성으로 시작되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놉시스(Synopsys)는 많은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택해온 기존 제품 확장을 신규 제품 개발과 병행해서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 흔히 나타나는편 가르기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두 팀의 업무 공간을 하나로 합치기도 했다.

 

 

 

 

5. 대표 팀을 정하라

글로벌 혁신에 참여하는 각 지역 팀들은 보통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먼저 그리기보다는 각자의 기여도나 배경을 토대로 프로젝트를 보기 쉽다. 이는 각 지역 팀의 경험이나 전문성이 비슷할 때도 각각 동일한 영향력을 가질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여러 지역을 종합해서 반드시 하나의 팀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 해당 팀은 할당된 시간과 비용에 맞춰 프로젝트가 완료되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

 

Elecompt가 글로벌 프로젝트에 사용한 접근 방식과 슈나이더와 도시바의 조인트벤처 기업 STI에 적용된 방식을 비교해보자. STI프로젝트에 참여한 각 지역 팀들은 각자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였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에서 필요한 사항을 추려내는 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프랑스 팀이 대표를 맡았고 이들은 세부 팀들을 편성하고 조율했다. 각 지역 팀들의 작업물을 통합하거나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대표팀이 명확히 존재하면서 의사 결정은 더 신속해졌고 프로젝트는 시간과 예산에 맞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Elecompt에서는 각 지역 팀들이 의사 결정과 프로젝트 관리에 동등한 영향력을 가졌다. 이는 모든 의사 결정 단계와 협조 과정에 여러 팀들 간 협상이 필요하며 아무리 잘해도 결국 더디고 번거로운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팀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면서 프로세스는 자주 중단됐다. 한 엔지니어는해결책 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프로젝트 개시 이후 2년이 흘러 새로운 상급 관리자가 이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한 후에야 제대로 된 관리 구조가 갖춰졌다. 그제야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6. 프로젝트를 정의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

단일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최종 상품이나 서비스가 언제나 처음 계획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는 사실 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장점 중 하나다. 프로젝트 참여자가 모두 모여 있는 덕분에 잦은 커뮤니케이션과 끊임없는 학습 및 적용이 가능하고 결국 상품이나 서비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개선된다.

 

반면 한 프로젝트가 다양한 시간대와 문화, 언어 등으로 나눠지면 반복적 학습의 여지가 극히 제한적이다. 대신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조, 개별 모듈의 기능, 모듈 간 연결과 상호 작용 등 모든 것이 미리 결정돼야 한다. 여기에 프로젝트의 흐름과 일정, 필요한 지식까지 철저히 공유돼야만 모든 사람이 최종 목표와 그것을 향한 각자의 역할을 동일하게 이해하고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개발에 착수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목표와 기술 사양을 명확히 정하는 것과 프로젝트 성공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 결과 잘 알려져 있다. 에실로의 광색 렌즈 프로젝트 사례의 경우, 2년이 채 안 되는 프로젝트 기간 중 9개월을 세계 각지 전문가들과 함께 모듈 및 여러 접점을 정의하는 데 사용했다. 이는 성공의 탄탄한 토대가 됐다.

 

7. 가능 여부가 아닌 역량으로 인력을 배분하라

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관련 인원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짐작하건대 아마도 프로젝트 장소는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팀이 위치한 곳으로 정해질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최적의 지식과 역량을 활용하려면 효과적인 인원 배치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들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인력을 돌려쓰는 가장 좋은 기회로 보곤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팀을 꾸릴 때 특정 역할에 가장 적합한지를 따지기보다는 시간적으로 가능한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인력을 선발한다. 이런 접근 방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Elecompt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프로젝트 구성 팀 중 하나인 북미 팀에 소프트웨어에 들어갈 중요 부품 개발 임무가 떨어졌다. 관련 경험은 별로 없지만 당시 가장 많은 가용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개발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필요한 역량을 지닌 다른 팀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해당 업무가 넘어갔고 개발은 처음부터 다시 진행돼야 했다. 사기가 꺾이고 시간이 낭비됐을 뿐 아니라 비용도 증가했다.

 

이런 방식의 인력 배치는 독특하고 차별된 지식과 역량을 각지에서 끌어모아 특별한 혁신을 이루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린다. 만일 독특한 역량이 아니라 시간적 가능성을 기준으로 인력을 선발하고 팀을 꾸린다면 그 프로젝트는 미미한 이익을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8. 원활한 협업을 위해 지식의 공통 분모를 충분히 구축하라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은 독특한 역량과 지식을 바탕으로 선정돼야 하지만 지역 사이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공통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 지역에서 개발하는 모듈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상호 의존 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상호 의존성은 통합 단계 전까지는 발견하지 못하고 발견했을 때는 너무 늦어버렸을 수 있다. 다른 팀이 가진 모든 지식을 정확히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개발 단계에서 상호 의존과 연동에 대해 다른 팀이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멘스에는 가상의 복합 기능 팀이 존재한다.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팀 간 지식의 공통 분모를 구축한다. 전문 팀에 의해 개발된 각 모듈은 모듈 대표자로 구성된 가상 팀의 감독을 받는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체크하고 실제 발생하면 적절히 해결되도록 돕기 위함이다.

 

9. 외부업체와 파트너 수를 제한하라

오늘날 대다수 혁신 프로젝트는 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감하거나 특정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 작업을 외부업체나 개발 파트너에게 맡기곤 한다. 글로벌 프로젝트의 인력 배치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마지막 사항은 바로 외부 협력업체를 선택하는 일이다.

 

외부 파트너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든다. 따라서 글로벌 프로젝트에서는 외부업체나 외부 파트너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해서 추가적인 복잡성이나 관리 부담을 제한하는 것이 옳다. 외부 팀을 선택할 때는 믿을 만하고 친숙한 팀을 고용해야 좀 더 간단해지고 위험도 줄어든다. 프로젝트 내부 팀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파트너나 외부업체를 선택하는 것은 문화가 달라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고 필요할 때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잉(Boeing) 787 드림라이너(Dreamliner) 프로젝트 사례를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외부 파트너를 혁신 프로젝트에 너무 많이 고용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합성 소재를 사용해서 운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비행기를 개발하기 위해 야심 찬 노력을 기울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북미, 유럽, 동아시아의 50개 이상 파트너들이 참여했고 각자 서로 다른 세부 항목의 개발을 담당했다.

 

많은 파트너사를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 길이 없었다. 마지막 통합 과정은 극도로 복잡했고 신소재로 만든 날개와 동체를 서로 연결할 수 없다든지 등의 문제로 끊임없는 수정이 필요했다.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보잉은 멀리 떨어진 각 파트너사가 한곳에 모일 수 있도록 6개월의 시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최종 제품은 성공적이었으나 계획보다 3년이나 더 걸렸고 이 때문에 보잉은 많은 주문을 에어버스(Airbus) A350에 내줘야 했다.

 

10.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라

글로벌 프로젝트의 성공은 결국 한 장소에서 진행하는 것처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가능하게 하느냐에 달렸다. 단일 장소에서 공유되는 문화적, 조직적, 기능적, 기술적 배경은 복잡한 아이디어의 논의 및 문제 해결을 쉽게 해준다. 단일 장소라는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은 간단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관리자들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지니는 어려움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e메일이나 온라인 미팅, 소셜미디어 플랫폼, 온라인 포럼, 화상회의 등 정보통신기술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이런 도구들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런 도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지역 간 차이가 잘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나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 도구 외에 직접 방문이나 프로젝트 팀의 미팅, 주요 구성원들의 일시적 파견 근무를 위한 비용 등이 준비돼야 한다. 팀 멤버들이 자신의 지역 팀이 아닌 글로벌 프로젝트에 더 큰 소속감과 충성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을 초월한 보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강화와 지식 공유에서 오는 장점을 극대화한다.

 

각 지역을 성공적으로 통합한 기업들은 집중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잘 이해한다. 예컨대 타타 커뮤니케이션즈(Tata Communications)는 전 세계 각지에 분산된 최고의 기술과 시장 정보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고도의 분산 구조를 구축했다. 최고관리자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었지만 다양한 정보통신 도구에 대한 투자는 일상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대규모 출장 비용과 정기적인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했다. 이런 것들은 프로젝트의 진행과 정보의 공유, 신뢰의 강화를 돕는다.

 

위에서 서술한 10가지 방법들은 성공적인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를 위한 밑바탕이다. 이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정도 채택한다면 일부 프로젝트에서 순간적인 성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소개된 방식들은 전부 도입되고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져야 한다. 글로벌 혁신을 위한 역량을 기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를 관리할 기술과 프로세스를 준비하는 일에 소홀한 기업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글로벌 경쟁이 심해져서 지역적 혁신을 틈새 활동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한 장소에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지금이라도 글로벌 혁신을 위한 역량을 키우기 시작해서 개발 비용을 낮추고 출시 시간을 앞당겨 각지에 퍼져 있는 지식들을 발굴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킬리 윌슨·이브 도즈

킬리 윌슨(Keeley Wilson)은 프랑스 퐁텐블로의 인시아드 소속 수석 연구원이다. 이브 도즈(Yves L. Doz)는 인시아드 소속 기술혁신 분야의 석좌교수다. 두 사람은 이 글이 발췌된 하버드 출판, 발간 예정)>의 공동 저자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