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년 10월 호에 실린 킬리 윌슨(Keeley Wilson)과 이브 도즈(Yves L. Doz)의 글 ‘10Rules for Managing Global Innov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잘 분산된 경영이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와 역량의 보물 창고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에 역량을 활용하는 일에는 예상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주는 어려움 중 일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최고경영진에게 적합한 역할을 찾아 주거나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공식적인 과정과 비공식적인 과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지역에서 진행된 혁신 프로젝트 관리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단일 지역 프로젝트에서는 혁신에 필요한 주요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지만 글로벌 프로젝트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아는 정보와 신뢰를 토대로 진행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상급 관리자는 즉시 의사 결정에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방향과 지원을 제시할 수 있다. 팀원들은 동일한 언어와 문화, 관습을 공유하며 이는 프로젝트에 유연성을 부여한다.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반복 학습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반면 한 프로젝트가 여러 장소에 걸쳐 진행되면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장점 중 많은 것이 사라진다. 따라서 분산된 혁신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세계화를 통해 얻는 독특한 이점을 살리면서도 한곳에서 진행할 때의 장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제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는 10년 이상 시티은행(Citibank), 휴렛팩커드(HP), 히타치(Hitachi), 인포시스(Infosys), 인텔(Intel), LG전자, 노바티스(Novartis), 필립스(Philips), 삼성, 지멘스(Siemens), 보다폰(Vodafone), 제록스(Xerox) 등 전 세계 47개 기업을 조사했다. 2004년에는 부즈앤컴퍼니(Booz&Company)와 함께 19개 국, 17개 분야의 186개 기업을 조사했는데 이 기업들의 혁신 비용을 종합하면 7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10가지 법칙을 제시하겠다.
1. 소규모로 시작하라
분산된 혁신을 돕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 경험이다. 특정 지역에 대한 기술과 고객 지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해당 멤버들에게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이 없다면 그들은 보유한 역량을 프로젝트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고심할 것이다. 단일 장소 프로젝트에서는 참여 멤버들이 조직 내 정보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앞뒤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조직 내 풍부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서 동료들 간 신뢰와 자신감을 쌓는 데 도움을 준다. 여러 장소와 시간대에 걸쳐 분산된 프로젝트는 장소마다 다른 업무 방식이나 소통 패턴, 문화적 차이에 방해받기 쉽다. 일상적인 만남과 상호작용이 부족하면 참여 멤버들은 자신이 업무에 능숙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애를 먹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많은 팀이 다른 지역 팀들과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일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고 협업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
효율성을 높이려면 분산된 각 팀이 협조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협업에 익숙해져야 한다. 정식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2∼3지역 정도에 소규모 분산 프로젝트를 시행해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전자제품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과 도시바(Toshiba)가 조인트벤처 기업인 STI를 세워 전자 저장장치와 변환기를 개발할 때 이 방식을 사용했다. 경영진은 새로운 파트너십에 굉장히 흥분했지만 엔지니어들은 그렇지 않았다. STI는 먼저 두 기업 간 신뢰를 쌓기 위해 규모가 작고 설령 잘못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을 협업 프로젝트들을 시행했다. 상급 관리자들이 이 프로젝트들을 밀착 관리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끝나갈 때쯤 두 조직은 상대편 멤버들과 협업하는 일을 편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곧 협업 규칙과 보충 협약들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보다 복잡하고 글로벌한 프로젝트를 위한 안정적인 밑바탕을 다져갈 수 있었다.
2. 조직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라.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처럼 기업 내 큰 변화가 일어나면 분산 혁신은 더욱 복잡해진다. 최고관리자들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뒤로 한 채 조직 내부에만 신경쓰기 쉽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의 중대한 결정이 자주 지연되고 다양한 이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곤 한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영역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프로젝트 팀원들은 일자리를 걱정하거나 집중력을 잃기도 한다.
한 글로벌 전자제품 기업을 생각해보자. 지금부터 이 기업을 Elecompt라고 부를 것이다. 이 기업은 기업 인수 및 R&D부서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였지만 관리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을 향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숙련된 엔지니어들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는 프로젝트에 심각한 지연을 가져왔다.
물론 안정적인 상태에서만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조직 변화에서 나타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에 대비하고 글로벌 팀들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반드시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며 조직원이 느끼는 자신의 가치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높여야 한다. 이는 특히 인재 확보 경쟁이 심해서 충성심을 높일 시간조차 없는 중국 지역에서 R&D를 진행하는 기업들에 중요하다.
3. 프로젝트 전체를 살피고 지원하는 상급 관리자를 두라.
프로젝트의 근본이 되는 지식 기반이 흩어져 있거나 프로젝트 팀이 여러 개 지역에 분산돼 있다면 오해와 충돌, 중요한 결정의 교착 상태가 발생하기 쉽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프로젝트 팀들은 이런 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 의견 불일치 때문에 개인적으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심판자나 위기 관리자, 지원자 또는 궁극적인 의사결정자 역할을 담당할 상급 관리자를 둬야 한다.
단일 지역 프로젝트에서는 관리자가 승인을 내린 후 뒤로 물러서서 팀원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게 하는 것이 좋다. 즉 관리자가 현장에 존재하고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통해 감독할 수 있을 때는 이 같은 관망적 관리가 가능하다. 관리자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어려움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필요할 때 직접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혁신을 잘하는 기업들은 상급 경영진에게 프로젝트 내 명확한 역할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교정 렌즈 생산 기업인 에실로(Essilor)는 경영진이 각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도록 적절히 배치한다. 경영진은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살피고 주요 결정을 책임지며 해당 프로젝트가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다.
에실로는 PPG, 트랜지션 옵티컬(Transitions Optical)과 함께 광색 렌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전 세계 20개 이상 지역에서 진행됐다. 시장을 선점하려고 일정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잡았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무렵, 출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양산 단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품질 확인 및 평가 단계를 줄여야만 일정을 맞출 수 있었지만 18개 생산설비 관리자 중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는 감독의 부재와 불명확한 결정권으로 프로젝트 전체가 중단되거나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책임 경영진이 이 문제를 발견한 즉시 경영회의 안건으로 올렸고 경영회의에서는 출시 시점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위험이 생산현장이 아닌 프로젝트 관리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경영진의 개입으로 작업 흐름을 중단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상품은 때맞춰 출시됐다.
4. 엄격한 관리와 노련한 리더를 활용하라
프로젝트를 하루 단위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전담 관리자뿐만 아니라 강력한 관리 팀과 툴, 노련한 팀 리더가 필요하다.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구조와 규율을 세우고 각 지역이 동일한 목표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 기업은 엄격한 품질 프로그램을 공식적인 프로젝트 관리 도구로 활용한다. 지멘스는 ‘식스시그마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Six Sigma)’을 공용 분석 도구로 규정해서 직원들에게 조언을 제공한다. 평가회의의 목표와 일정을 정할 때도 사용한다. 이 프로세스는 각 지역에서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밖의 방법으로도 기업은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렌즈 생산업체 에실로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조직이 기업 내 존재한다. 해당 조직은 각 부서와 지역 출신 실무진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여러 해 동안 글로벌 혁신을 시도하는 부서의 관리자로 일하다가 각자 전문적인 분야에 정착했다. 통상 이런 자리는 직원들이 매우 선호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상위 경영자들과 가까이에서 일할 수 있는데다 기업 내 다양한 조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덕분에 이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아우르는 능력과 전 세계에 걸친 탄탄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사실은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들은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언제나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인트벤처 기업 STI의 프로젝트 관리자는 팀 간 e메일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로 일정상 차질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상급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육성으로 시작되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놉시스(Synopsys)는 많은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택해온 기존 제품 확장을 신규 제품 개발과 병행해서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 흔히 나타나는 ‘편 가르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두 팀의 업무 공간을 하나로 합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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